야버즈 -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9

야버즈 -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9

$14.00
Description
조선족 작가 전춘화가 지금까지 쓴 소설들을 모은 첫 소설집으로, 모두 한국에서 처음 발표되는 작품들이다. ‘야버즈’는 오리 목에 붙어 있는 고기로 중국에서는 익히 알려진 음식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름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며 차이나타운에 가야 겨우 맛볼 수 있는 생경한 음식이다.
분명 가까이에서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낯설고 이질적인, 그래서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지레 선입견을 가지기 쉬운 야버즈라는 요리는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서 가지는 위치와 닮은 구석이 있다. 전춘화의 첫 소설집 『야버즈』는 이러한 우리의 선입견 너머에 존재하는, 진짜 조선족의 삶을 비춘다.
소설집 속 주인공은 ‘조선족’이다. 조선족은 역사 기록에서도, 문학 작품이나 드라마 등에서도 주인공으로 다뤄진 적이 없는 사람들이자, 간혹 한국의 대중 매체에서 조연으로 출연하게 되더라도 거칠고 비열하거나 잔인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등 폭력적인 재현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이다.
전춘화는 이렇듯 실제와는 거리가 먼 기존의 조선족 표상을 벗어나, 이들이 현실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 무슨 이유로 떠나오는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각각의 사정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다채롭게 풀어낸다.

저자

전춘화

중국길림성화룡시에서태어나연변대학교조문학부를졸업했다.2011년에한국에왔으며중앙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현재서울에거주하며글을쓰고있다.중국조선족문예지들에소설과수필을발표하며활동중이다.

목차

야버즈
낮과밤
블링블링오여사
잠자리잡이
우물가의아이들
뒷이야기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밑바닥에쪼그리고앉아눈을감고숨을고르다보면어쩌면,
진짜로룡이되어힘차게날아오를수있을것같았다.”

‘룡’이되어날아오르기를꿈꾸며
오늘도야무지게‘야버즈’를발라먹는사람들

『야버즈』에는이제까지들어본적이없는조선족의이야기,혹은관심을두지않아제대로들어본적이없는조선족의이야기로가득하다.생각지도못했던임신에앞날을불안해하면서도회사옥상에서야버즈를뜯어먹으며답답한마음을달래는경희(「야버즈」),어느날밤갑자기걸려온옛동창과의통화이후자신의낮과밤을새로운시간으로만들어가는‘나’(「낮과밤」)의모습에는한국에서살아가는조선족젊은세대의이야기가담겨있다.이와달리「블링블링오여사」의주인공오봉선여사는남들보다한박자늦게한국행을택한조선족중년여성이다.녹록지않은현실에치여상처받으면서도여전히삶에대한감상적인면을간직한오여사의모습은앞서나왔던두인물과는사뭇다른모습이다.이렇듯수록작품들은각각의인물이삶에서느끼는애환을단순화하지않고,그들이살아온시간과처한위치에서느낄수밖에없는감정들을섬세하게그려낸다.그간미디어에서전형적으로그려지던조선족표상은개성넘치는전춘화표인물들앞에서맥을못추며무너져버리고만다.

한국에서돈을벌어부자가되겠다는속물적인계산을인정하면서도한국인들이가엾어울기도하고연대를꿈꾸기도하는전춘화의인물들은새롭게현실적이면서도근원적으로문학적이다.한국문학을구성하게될또하나의시선을환대하는것,이제그것은이시대독자들의즐거운몫이되어야하리라.
?<추천사>중에서

『야버즈』에현재의이야기만존재하는것은아니다.중국동포들의전사(前史),그러니까그들이한국으로오기전과거의삶을반추하는작품들(「잠자리잡이」,「우물가의아이들」)은이소설집을더욱특별하게만들어주는부분이다.현재에서과거로회귀하는순서로작품을읽어나가는과정에서『야버즈』속인물들은비로소제모습을온전히드러낸다.이들은역사의거대한흐름에쫓겨터전을옮겨다니는척박한현실에놓여있지만,여기에굴복하지않고자신의삶을꿋꿋이꾸려나간다.따라서소설속인물들은세속적이지만사랑스럽고,고단한상황속에서도빛을잃지않는다.
소설집의막바지에다다를즈음독자들은‘우물’하나를발견하게될것이다.조선족이처음낯선중국땅에발을디뎠을때땅을“경작하고마을을꾸리고전쟁을치르고대대손손”살아올수있게도왔다는룡두레우물이바로그것이다.그러나룡두레우물가에서뛰놀던아이들은더나은삶을꿈꾸며우물을뒤로한채“국경을넘거나대도시”로떠난다.흔히역사를강물에비유한다는걸고려해볼때,커다란강물에비해우물물은너무작아아무도눈여겨보지않을지도모른다.습기한점없이말라버린우물이라면더욱그럴것이다.하지만전춘화의이야기는이바싹마른우물을들여다보는것에서부터시작된다.“역사에기록되지않는작은물줄기”들이지만소설로서기록하고기억할수있기때문이다.
개인의궤적과역사의흐름이교차하고,과거와현재가넘나들며,삶의다층적인면이녹아있는이비밀스러운우물로독자여러분을초대한다.깊은우물속을들여다보는와중에밑바닥에웅크리고있는‘룡’을마주하는기쁨을함께누리기를바라며.

‘소설의바다’를항해하는호밀밭소설선,각기다른‘사연의고고학’을꿈꾸며

전춘화작가의『야버즈』는소설의바다로향하는호밀밭소설선의아홉번째작품이다.호밀밭소설선‘소설의바다’는한국소설의사회적상상력을탐구한다.또한문학과예술의미적형식을타고넘으며,우리가잃어버린삶의흔적을새롭게탐사하는서사적항해를꿈꾼다.때로는넘어지고,때로는아파하고,때로는분노하고,또때로는서로를보듬으며,난파한세상속으로함께나아가는문학적모험을지향하는것이다.
호밀밭의소설은우리가상실한생의가치와존재방식을집요하게되물으며,동시에우리삶에필요한따뜻한자원을발굴하는‘사연의고고학자’가되고자한다.소설이라는사회적의사소통방식은분명오래된것이지만,그속에는우리삶과공동체의가치를새롭게정초할수있는‘여전한힘’이존재한다고믿는다.이것이바로지금,우리가‘소설의바다’로나아가려는이유이다.
―호밀밭문학편집부

책속에서

한국에처음오자마자대림역에가서먹어봤던마라탕은반가우면서도낯설었다.연변냉면이든마라탕이든오리지널본토느낌을그대로살려낸맛을경희는한국에와서잘느껴보지못했다.사람이든음식이든그지역을떠나면맛이변한다니까,용주는연구원답게옆에서또한소리를했다.11-12쪽

“엄마가또대답했지.비단조선족뿐만아니라세계어디서나주류에속하지않는작은물줄기같은존재들이있지.시간이흐르면결국다큰물줄기에흘러들어다함께바다로가지않겠니,라고.나는역사에기록되지않는작은물줄기들이슬펐어.”31쪽

사계절의성실함과낮과밤의우직하고단단한기운을가진누군가가당신은소중한존재라며아기대하듯아픈상처에입바람을호호불어주고등을토닥여주면자꾸살고싶어지는게사람이라는것을말이다.58쪽

오봉선53년인생통틀어오여사님이라고처음불러준사람은대한민국서울시은평구모은행에서과장으로일한다는많이배우신분이었다.오여사라는호칭을처음들었을때엄마는양꼬치가게에서후식냉면을먹고있는내게전화해20년무명경력끝에빛을본여배우가수상소감을말하듯떨리는목소리를애써진정하며속삭였다.
“이제난오여사다.”72쪽

“김동리씨가그러더라.가난이오래가면생각이가난해지고,생각이가난해지면다양한경험을할엄두를못내게되고,경험마저가난해지면그사람의세계는점점협소해진다고.그게진짜가난의무서운점이래.그러니까딸,나는한국에서간병인이돼서우리둘다김동리씨처럼블링블링한사람이되었으면좋겠어.김동리씨가나일마무리하고병원에서나올때따님이랑행복하게,블링블링하게잘살라고따뜻하게인사하는데코끝이짱하더라.”103쪽

가장비싼값에팔린닭은용구네닭이었다.살이피둥피둥오른게한족닭장수가보자마자하오,하오를그렇게외쳤다나.엄마들은똑같이정성으로키운닭인데암만생각해도용구네닭이압도적으로큰것은여름동안잠자리를많이먹었기때문이아닐까,하고추측을하다가어느새단정짓기에이르렀다.잠자리가단백질이라고했던용구엄마의말에엄마들은뒤늦게수긍하기시작한것이다.115-116쪽

아버지의입에서‘우리의것’이라는말이흘러나올때마다나도따라서입술을달싹거려보았다.내것이주는만족감과뿌듯함은알아도‘우리의것’이주는긍지와연대감은몰랐던시절이었다.159쪽

나는정처없이앞으로만뛰는사람이되고싶지않아서몸을한껏웅크렸다.보이지않는우물의밑바닥에닿아보고싶었다.그밑바닥에쪼그리고앉아눈을감고숨을고르다보면어쩌면,진짜로룡이되어힘차게날아오를수있을것같았다.170쪽

역사든사회든그어떤거대한것도작은개인의삶을흔들수는있지만결코압도할수는없는거니깐요.181쪽

저같은아이들은어릴때부터알고있었습니다.지금보다더나은삶을꿈꾼다면우리도언젠가는어디든떠나야한다는것을.197쪽

추천사

외국인노동자나결혼이민자의자녀,혹은재외동포후세대들이한국어로쓴소설을나는오랫동안기다려왔다.이주(귀향)한한국사회를배경으로삼으면서도떠나온나라의문화나역사를이야기안에녹여내는경계의소설들을….그런기다림이헛되지않다는걸일깨워준작품들이없었던건아니지만,지금여기에도착한조선족소설가전춘화의『야버즈』는특별하다.한국에서돈을벌어부자가되겠다는속물적인계산을인정하면서도한국인들이가엾어울기도하고연대를꿈꾸기도하는전춘화의인물들은새롭게현실적이면서도근원적으로문학적이다.한국문학을구성하게될또하나의시선을환대하는것,이제그것은이시대독자들의즐거운몫이되어야하리라.
-조해진(소설가)

야버즈의“쫀득한질감과짭짜름한맛”을누구나맛볼수있는것은아니다.야버즈는하나로고정된맛의세계가아니라,개인의기억과역사가만든“입맛”의세계에있기때문이다.그속에서인물들은앞을향해걷지도유유히산책하지도않는다.“집에있는가~?”라는말로시작해그집이불에다리를쓱집어넣고,또그러라고자리를슬쩍내주며마실을다닌다.『야버즈』는조선족의역사이자삶을계급·젠더·세대의문제로,‘무엇’이아닌‘어떻게’라는질문으로따라가빛나도록만든다.
-신민희(독립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