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9791174900654","title":"그냥 바람이면 돼","description":"\u003cdiv class=\"info_text\"\u003e최상경 시인의 시집 『그냥 바람이면 돼』를 읽고 나면, 그리움이란 말이 오래 입안에 남는다. 이 시집에서 그리움은 지나간 시간의 회고에 그치지 않고, 그것은 오늘의 일상을 견디게 하는 힘이고,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는 손길이며, 사라진 것들이 아직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을 알려주는 희미한 기척이다. 시인은 밤하늘의 달, 시장의 생선, 식탁 위의 사과, 요양원 복도, 빈집의 마당, 바닷가의 바람 같은 사소한 장면들 속에서 그리움의 흔적을 찾아낸다. 이 시집의 세계는 이런 평범한 일상의 일들이 깊이를 획득하는 순간들의 기록이다.\u003cbr\u003e첫 시 「밤이면 달섬이 날 기다린다」에서부터 그리움의 정조는 선명하다. “가끔 그리움에 목메면” 대낮에도 창백한 얼굴로 떠오르는 달섬은, 밤이 되면 기다림의 얼굴로 다시 나타난다. 멀거나 가깝거나, 깊거나 얕거나, 그 섬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기에 섬은 섬이 되고, 아침이면 화자 또한 “다시 섬”이 된다. 이처럼 최상경의 시에서 그리움은 대상에게만 머물지 않고, 그리워하는 사람 자신의 존재 방식이 된다. 우리는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어느새 하나의 섬이 된다. \u003cbr\u003e이 시집의 그리움은 일상 속에서 자주 확인된다. 「중력」의 식탁 위 사과는 “걷다가 서고 서다가 걷고 밀고 당기는 그리움”을 불러내는 매개체이다. 「점심點心 할까요」에서는 밥 한 끼가 허기를 채우는 일을 넘어 마음에 점 하나를 찍는 일이 된다. 배가 고픈 것보다 “그리움이 고픈” 시간이 있다는 깨달음은, 일상의 가장 평범한 행위 속에 삶의 결핍과 애틋함이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식탁, 우편함, 병실, 여행지 같은 장소들은 시인에게 그리움이 묻어나는 생활의 증거들이다.\u003cbr\u003e어머니를 향한 마음 역시 그리움의 한 축을 이룬다. 「407호 병실」의 병실 풍경, 「집안의 시계」의 요양원 복도, 「마음도 아프면 파스 붙일까요」의 파스 한 장, 「요양원의 봄」의 꽃과 어머니는 모두 노년과 돌봄,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태어난 시들이다. 특히 「집안의 시계」에서 어머니가 화자의 이름을 한참 만에 부르는 장면은, 시간이 한순간 멈추거나 빼앗기는 듯한 아픔을 준다. 달력은 넘어가도 마음은 어제에 머물고, 시인은 자신이 먼저 잊을까 봐 그 이름을 몇 번이나 부른다. 여기서 그리움은 아직 곁에 있으나 조금씩 멀어지는 존재를 붙드는 간절한 방식이다. \u003cbr\u003e또한, 시인은 그리움을 개인적 감상에만 가두지 않는다. 「희나리」에서는 기다림이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은 채 마르지 않은 장작처럼 축축한 한으로 남는다. 「한강恨江」과 「거창한 가을」 같은 작품들에서는 역사적 상처와 공동체의 슬픔이 개인의 감각 속으로 스며든다. 최상경의 시에서 그리움은 사적인 정서이면서 동시에 오래된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잊을 수 없는 이름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말하지 못한 울음이 시의 밑바닥에서 계속 바람처럼 분다. 그래서 그의 그리움은 연약하지 않다. 상처를 증언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u003cbr\u003e표제작 「바람이면 돼」는 이 시집의 정서를 가장 잘 압축해 보여준다. “너의 바람이면 돼”, “그냥 바람이면 돼”라는 말은 체념처럼 들리기도 하고, 사랑의 가장 낮은 고백처럼 들리기도 한다. 무엇이 되겠다는 욕심보다, 다만 누군가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면 충분하다는 마음이며, 그것은 붙잡지 않으면서도 끝내 떠나보내지 못하는 그리움의 태도다. 바람은 머물지 않지만 흔적을 남긴다. 이 시집의 시들도 그렇다. 읽고 나면 사라지는 듯하지만, 어느새 마음 한쪽에 오래 서늘하고 따뜻한 결을 남긴다.\u003c\/div\u003e","brand":"도서출판 상상인 - 최상경","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54693972312369,"sku":"9791174900654","price":12.0,"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82\/9730\/1297\/files\/9791174900654_1.jpg?v=1782002587","url":"https:\/\/gimssine.com\/products\/9791174900654","provider":"GIMSSINE","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