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_id":"9791192651484","title":"예문에 대한 예의 (김제숙 시집)","description":"\u003cdiv class=\"info_text fw_bold\"\u003e“저 찬란한 안간힘” 낮은 자리에서 길어 올린 정형의 언어\u003c\/div\u003e\n            \n            \n            \u003cdiv class=\"info_text\"\u003e시인수첩 시인선 108번째 시집으로 김제숙 시인의 세 번째 시조집 『예문에 대한 예의』가 출간되었다. 생활의 낮은 자리를 오래 응시해 온 시인은 이 시집에서 시조라는 정형(定型)의 옛 형식에 현대의 감각을 얹어놓는다. “말[言]들이 \/ 저마다의 \/ 생을 \/ 살고 \/ 돌아오고 있다 \/ 그 말들을 \/ 받아적는다” 라는 「시인의 말」에서 짧고 정확하게 이 시집의 출발점을 밝힌다. 말은 시인이 짓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것이며, 시인은 그것을 받아 적는 사람이다. 받아 적는 일이 시 쓰기라면, 시조의 정형은 그 받아쓰기의 격식이다. 시집 5부의 시편 「받아쓰기」에서 시인이 “저물녘 \/ 참 잘했어요 \/ 호명 한번 받고 싶네”라고 쓸 때, 그 바람은 시인이 자신의 시 쓰기를 어떤 높이에 두고 있는지를 증언한다.\u003cbr\u003e\u003cbr\u003e전 5부 65편으로 구성된 이 시조집은 생활의 사물에서 사회적 현실로, 몸의 감각에서 시론(詩論)으로 나아가는 다섯 개의 지층을 이룬다. 1부 “내 생의 숱한 의문들 어디쯤 묻혀 있나”는 나물, 맨드라미, 무궁화호, 바이올렛, 고무신 같은 낮고 구체적인 사물들이 배치된 자리다. 이 사물들은 시인이 아름답다고 선언해서 빛나는 것이 아니다. 시인이 오래 들여다봄으로써 스스로 의미를 열어 보이는 존재들이다. 시집 제목 『예문에 대한 예의』는 작은 예문을 정성껏 읽어야 큰 본문이 열린다는 주제로 이것은 시론이면서 동시에 응시의 윤리다. \u003cbr\u003e\u003cbr\u003e2부 “수만의 언어보다도 더 뜨거운 행간을 읽는다”는 이 시집의 사회적 발언이 집중된 자리다. 채굴 광산 매몰 사고를 배경으로 한 「그믐에서 보름 사이」, 도시 개발의 그늘에 잠긴 공동체의 기억을 다룬 「용의 행방」 그리고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유최안 씨의 투쟁에서 길어 올린 「동지여, 동지여」 는 “한 그릇 따신 밥 어깨 기댈 작은 방\"의 소박하고 당연한 것을 탐했다는 이유로 일 미터의 철골 안에 자신을 가두어야 했던 인간의 현실이 5수의 시조 안에 압축된다.\u003cbr\u003e\u003cbr\u003e3부 “비로소 나의 안부를 나에게 묻는다”라는 몸의 언어로 쓴 부다. 늑간통 오십견, 손을 포개는 일, 백자 달항아리의 둥근 어머니 가슴 통증과 체온이 시의 언어가 된다. 4부 「왔던 길 돌아가는 지금 낯익은 길 환하다」는 중년을 지나 저물녘에 이른 한 생애의 풍경이다. 조각보처럼 잇대어진 시간이 “왔던 곳 돌아가는 지금 낯익은 길 환하다”라는 인식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린다.\u003cbr\u003e\u003cbr\u003e5부가 시 쓰기를 주제로 한 시편들이 모인 자리라면 이 시집에서 가장 압축적인 성취를 보이는 「끙」이 여기에 놓인다. “온몸을 바닥으로 내려놓는 소리\/ 온몸을 바닥에서 일으키는 소리\/ 한 생애 비밀 병기였다 \/ 저 찬란한 \/ 안간힘”(「끙」) 의성어 하나로 한 생애의 무게를 들어 올린다. “끙”은 내려앉는 소리이면서 동시에 일어서는 소리다. 그 두 방향이 동일한 음절 안에 공존한다는 사실이 이 시의 전부다. 시인은 한 문장을 다섯 행으로 나눠 각 행 사이에 깊은 여백을 연다. “저 찬란한 \/ 안간힘” 두 행으로 분리된 이 종결에서 ‘찬란함’과 ‘안간힘’은 충돌하며 섬광처럼 의미를 이룬다. \u003cbr\u003e\u003cbr\u003e시집 『예문에 대한 예의』가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것은 초월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이 시집은 높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 높이가 시작되는 곳을 아래로 바꾼다. 나물을 데치는 손끝, 잎 속에 숨은 봉오리, 고무신 안에 뿌리내린 풀꽃,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는 소리. 김제숙의 시에서 초월은 언제나 이 낮고 작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것이 이 시집의 시학을 가로지르는 내재적 초월이다. \u003cbr\u003e\u003cbr\u003e문학평론가 황정산은 해설 「현실을 건너는 정형의 힘」에서 “정형은 오래된 형식이지만, 그 안에 담기는 삶은 늘 새롭다”라고 쓴다. 김제숙의 시조에서 정형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실을 건너는 힘이며, 흩어진 삶을 붙들어 세우는 언어의 뼈대”라는 것이다. 이어 맺음말 5장에 “나물 한 줌, 꽃 한 송이” 그리고 “노동자의 등”과 “손주의 탄생, 늙어가는 말들 앞에서 시인은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그는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다독이고, 행과 연의 질서 속에 앉힌다. 그 과정에서 낮은 것들은 존엄을 얻고, 사소한 것들은 의미를 얻으며, 상처 입은 것들은 다시 피어난다.” 이와 같이 예문을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만이 읽어낼 수 있는 본문, 그 본문을 이 시집은 가만히 열어 보인다.\u003c\/div\u003e","brand":"여우난골 - 김제숙","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54454367486257,"sku":"9791192651484","price":12.0,"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782\/9730\/1297\/files\/9791192651484_1.jpg?v=1780828453","url":"https:\/\/gimssine.com\/products\/9791192651484","provider":"GIMSSINE","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