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만족하는정의를찾아서
오즈의마을에사는다람쥐소녀‘새미’는수해로황폐화된마을에서갈등이일자,‘미카엘라’요정에게해법을물으러간다.하지만미카엘라요정은정의가무엇인지묻는새미의질문에대답을못하고대신,정의를실현한마을들을소개해준다.모두가만족하는정의를찾아달라고새미에게부탁하며,마을사이를쉽게다닐수있도록무지개를준다.
1부에서새미는코뿔소(플라톤)가이끄는‘이데아빌리지’와표범(토머스모어)이만든‘상상빌리지’를방문해이상사회가실현하고자하는가치가무엇인지대화를나눈다.2부에서다양한윤리원칙에따라세워진‘윤리공동체’에간다.3부에서새미는앞선마을들에서제한적으로주어졌던자유를강조하는‘자유공동체’를찾는다.고양이(애덤스미스)가이끄는‘마켓빌리지’,하이에나(하이에크)와여우(노직)의‘쇼핑몰빌리지’,기린(롤스)의‘블라인드빌리지’,거위(샌델)의‘센달빌리지’를방문한다.4부는자유공동체에실망한새미가평등을중시하는‘평등공동체’에희망을거는대목이다.고릴라(오웬)의‘오웬빌리지’,시베리안허스키(마르크스)의‘스머프빌리지’,사자(스탈린)의‘아이언빌리지’,비버(베버리지,센)의‘웰페어빌리지’에서각각의마을들이추구하는정의가무엇인지에대해보고듣는다.
모든여정을마친새미는미카엘라요정이사는성으로돌아온다.새미는과연어떤정의를요정에게가져다줄까?
우화를즐기다보면정의에대한내관점이생긴다!
다람쥐소녀새미는이데아빌리지에서코뿔소(플라톤)를만나,통치자가되기위한조건을듣고‘철학은좋아하지만수학은싫었고,젤리며사탕이며먹고싶은것이많은데금욕적이어야한다니!‘하며“제가하고싶지않으면어떻게해요?”(45쪽)하고당돌히되묻는다.블라인드빌리지에서기린(롤스)를만난새미는그의권유대로눈가리개를쓰지만자신이처한조건과지위등이여전히잊히지않음에당황한다.이경험을솔직히털어놓으며“제가순수하지못한가봐요”(109쪽)라고토로하기도한다.새미는이름처럼샘솟듯하는호기심으로끊임없이묻고실망하고다시희망을걸며,모두가만족하는정의를찾기위한모험을이어간다.자신의궁금증을솔직히드러내고이를해소하기위해적극적으로임하는새미에게독자들도어느새동화돼그여정의동반자가된다.
개별정의론의특징적인주장을직관적으로연상시키는동물들로해당철학자혹은이론가들을표현해친근하게다가갈수있다.평생결혼도하지않고고집스레후학양성에힘썼으며실제레슬링선수이기도했던플라톤은코뿔소로,윤리적인원칙에충실했던칸트는고고한이미지를지닌사슴으로,온정적인가부장과같은태도로노동자들을대했던오웬은어미가버린자식을돌보는부성애를가진동물인고릴라로그려진다.
이처럼우화는철학에다시구체적인스토리와맥락을부여한다.‘파놉티콘’,‘무지의베일’등개별정의론의주장을압축적으로보여주는개념이우화속에서이야기로되살아난다.고가의프리패스입장권을도입해논란이됐던국내의한워터파크최근사례가등장해현실감을더하기도한다.
『정의를찾는소녀』(줄여서『정의찾소』)가가진우화로서의강점들은유기훈그림작가의서정적인그림을만나한층강화된다.뒷모습에도표정이있는새미,개성넘치는열세철학자동물들과민중동물들,각정의론의특징을한눈에볼수있는마을정경등이정의찾소를보는즐거움을더해주고있다.
『정의찾소』가정치우화의형식을띠게된것은,저자인유범상교수의오랜고민과노력의결과이다.유교수는정치와철학의문제를좀더쉽게시민들과나눌수있는글쓰기를지속적으로시도해왔다.
저자인유범상교수는“정의를교양이아니라내삶의방향을정하는데유용한길잡이로이해하기를기대한다”(181~182쪽)며이책의목적을직접밝히고있다.관점있는정의론탐색을위해,백과사전식으로주요정의론의주장을나열하는것을지양한다.강점과함께각각의정의론들이갖고있는취약점도소개해비판적인눈으로정의론들을볼수있도록하고있다.정의찾소와함께,‘혼란’에빠지고→정의에대해‘의문’을가지며→내정의를찾으려는‘의지’를갖는,→나아가함께‘토론’하는과정으로나아갈수있게되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