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같은범죄에다른판결,그이유를찾아서
한60대사내가있다.그는예식장에서축의금봉투를훔쳤다.금액은15만원.여러차례전과가있던터라징역3년을받았다.
또다른60대사내가있다.그는횡령과배임으로회사에수천억대의손해를끼쳤다.그또한징역3년,그러나집행유예가붙어서실형을면했다.그또한여러차례전과가있었다.
하나는절도고하나는횡령및배임이지만,둘모두남의돈을도둑질했다는점에서는같다.그리고죄의크기를생각한다면,두번째사내가더큰벌을받아야할것같...
같은범죄에다른판결,그이유를찾아서
한60대사내가있다.그는예식장에서축의금봉투를훔쳤다.금액은15만원.여러차례전과가있던터라징역3년을받았다.
또다른60대사내가있다.그는횡령과배임으로회사에수천억대의손해를끼쳤다.그또한징역3년,그러나집행유예가붙어서실형을면했다.그또한여러차례전과가있었다.
하나는절도고하나는횡령및배임이지만,둘모두남의돈을도둑질했다는점에서는같다.그리고죄의크기를생각한다면,두번째사내가더큰벌을받아야할것같다.하지만판결은반대로나왔다.
자연히궁금증이든다.대체왜이렇게다른판결이나왔는지,거기에어떤법의원칙과논리가있는지말이다.또유전무죄무전유죄같은판결의경향이정말있는지도의심스럽다.(두번째사내는한화그룹의김승연회장이다.)
이책은그궁금증을확인하기위해두개의판결을도마위에함께올려놓는다.도무지납득이가지않는판결이나우리사회에서중요한이정표가된판결등을비슷한성격끼리묶음으로써판결을홀로볼때는가려져있던법리와해당판결의의미를파악할수있게해준다.이책만의‘판결VS판결’구성은그자체로재미를줄뿐아니라판결의핵심을도드라지게드러내는장치다.
법은판결속에서살아숨쉰다
‘강기훈유서대필1991년유죄판결VS2015년재심무죄판결.’20여년전에는유죄였고,지금은무죄로뒤집힌이사건의판결을통해우리는정치적목적이판결에개입되는게얼마나위험한일인지되새겨볼수있다.‘도둑폭행사망VS폭력남편의식불명.’집에들어온도둑을폭행해사망에이르게한청년과폭력을휘두르는남편을저지하다뇌사상태에빠뜨린아내의이야기에서정당방위의요건과그한계에대해알아본다.‘소록도한센인강제단종VS삼청교육대강제입소·폭행.’국가를상대로한이두소송에서우리는국가의부당한폭력을단죄하고바로잡는판결의중요한역할을확인해볼수있다.
이렇게저자는각각의테마가있는20개의이야기를40가지판결들로구성한다.허위사실을유포했다는이유로구속까지된미네르바의사건처럼중요한사회적의미가담긴판결들도있는가하면,보험금을노리고애인을죽였다는혐의에서무죄를받은남자의경우처럼개인적사건이지만법에대해많은논쟁을불러일으킨판결도있다.저자는그이야기들에서무죄추정의원칙이나과잉금지원칙,비례의원칙,소급입법금지같은개념적인법의원칙들을생생한실제판결사례에담아내설명한다.그로써그원칙들이왜존재하며얼마나중요한것인지절실히느끼게하는것이다.
썩은판결?‘닥치고비판’이아닌제대로된판결비평을!
“미쳐가는구나이나라ㅋㅋ살인막해도되겠어ㅋ”‘산낙지질식사망사건’의피고인이최종적으로무죄판결을받았다는기사에달린댓글이다.댓글처럼사람들의반응은살인범을풀어줬다는것이었다.
“김신대법관님.본인딸이라고생각해보시길바랍니다.법이너무잘못되어있다고생각합니다.”‘40대남성과여중생의동거’사건의피고인이성폭행혐의에서무죄를받았다는기사에달린댓글이다.사람들은천인공노할파렴치범에면죄부를줬다고격렬히비판했다.
사실정황만을보노라면두사건모두피고인이유죄라는생각을떨칠수가없다.그러나덮어놓고비난하지만말고판결속으로깊숙이들어가보자.법을잘안다는판사들은왜일반인의상식과는다르게판결했을까?그이유에어떤중요한원칙과법리가숨었을수있다.그것을알아야더건설적인비판이가능할것이다.저자는사람들이판결을바라보는더깊고풍부한시각을갖추기를희망하며이책을썼다.
현실에서는‘솔로몬의재판’처럼완벽한판결은없을것이다.판결도사람이하는일이니말이다.판사들은오답의가능성을최대한줄인최선의판결을내릴뿐이다.이책은독자로하여금판사들이고민을거듭해가며답을내놓는과정을간접적으로체험케한다.이책을읽으며,자신이판사였다면어떤판결을내렸을지상상하고고민한다면더흥미로운독서가될것이다.
판결은이런추상적인법을판사가해석하고현실에적용하는과정이다.법조문이살아움직이는건바로판결때문이다.판사는사건을직접보거나겪은사람도아니다.법정에서당사자의주장과수사기관의증거를통해,또는목격자의증언과객관적인자료를통해퍼즐맞추듯사건의진실을찾아나간다.퍼즐이부족하다고해서답을회피할수도없다.어떨땐불완전한퍼즐만으로도한쪽의손을들어줘야한다.판사들이항상‘최상의답’을내린다면더할나위없겠지만,현실은그렇지못하다.오답가능성을최대한줄인‘최선의답’을내리는일,어쩌면이게판사들의몫인지도모른다.―머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