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한 말씀만 하소서

$15.00
Description
박완서 문학의 원천
작가 박완서가 아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기록한 일기 <한 말씀 하소서>가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되었다. 가톨릭 잡지 <생활성서>에 1990년 9월부터 1년 간 연재했던 것을 <세계사>의 "박완서 소설전집"에 포함시켜 펴낸 바 있다.
 
자식을 잃은 어미로서의 참척의 고통과 슬픔, 이를 감내해가는 과정을 날것 그대로 가식없이 풀어냈으며, 자기 자신과 신에 대한 고백의 형식을 띠고 있어 그 절절함이 더하다. '통곡 대신 미친 듯이 끄적거린' 것이라는 저자의 일기에는 앞세운 아들에 대한 비통함과 그리움, 저자 자신이 겪고 있는 극한의 고통과는 무관하게 돌아가는 무정한 세상에 대한 분노, 생명을 주관하는 신에 대한 저주가 뒤섞여 있다. 이러한 분노와 저주, 절규는 존재의 한계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약한 우리 모두의 고백으로 되돌아온다.

이 일기문에서 받는 이같은 감동은 처참함과 비통 속에서도 삶과 죽음, 절대자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며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였던 저자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가 이 고통과 절망 속에서 이룩한 성찰의 깊이와 인식의 폭에 숙연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적절히 배치된 판화 제작된 삽화 역시 여백미와 압축미를 살려 저자의 고통과 절망에 찬 시간을 형상화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으로 글의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다.
저자

박완서

경기도개풍(현황해북도개풍군)출생으로,세살때아버지를여의고서울로이주했다.1944년숙명여자고등학교에입학한뒤교사였던소설가박노갑에게영향을받았으며,작가한말숙과동창이다.1950년서울대학국문과에입학했으나전쟁으로중퇴하게되었다.개성에서어린시절을보내고서울에서학창시절을보낸박완서에게한국전쟁은평생잊을수없을없는기억이다.의용군으로나갔다가부상을입고거의폐인...

목차

한말씀만하소서
 
해설/황도경;통곡과말씀의힘

출판사 서평

박완서문학의가식없는원천,《한말씀만하소서》
박완서의일기《한말씀만하소서》가새로운꾸밈새로재탄생하였다.《한말씀만하소서》는작가가아들의죽음을겪으면서기록한일기문이다.가톨릭잡지《생활성서》에1990년9월부터1년간연재하였던것으로세계사의에포함되어연재당시의제목인《한말씀만하소서》로출간된바있다.

작가는소설외에산문,동화등다른장르의작품도꾸준히발표해왔는데,그중에서도《한말씀만하소서》는박완서문학을논하는자리에자주거론되는중요한작품이다.작가의대표작이라고할수있는《꿈엔들잊힐리야》(원제:《미망》)를연재하던1988년,넉달상간으로연이어남편과아들을잃어야했던그해,고통과슬픔에찬몸부림이날것으로드러나있는이글은한개인이자어미로서의상처의기록이다.그러나그가이시대를대표하는작가라는지점에이르면그의의미는달라진다.작가는과거를반추시키는동시대인이자,시대를앞서가는자이다.그저가고또갈뿐인이남긴흔적,그모든희노애락을기꺼이끌어안고가는자이다.그리하여작가는개인적인상처마저도공유해야만하는비극적운명을타고난자이다.고통과절망에맞서나아가어떤성찰의지경에까지이르는이기록이일차적으로는박완서문학의원천이며나아가동시대를살아가는이들,그중에서도슬픔과절망으로힘겨운시간을보내고있는이들에게희망이자위로가되는이유가여기에있다.

자식잃은참척의고통과슬픔,그절절한내면일기
작가스스로밝히고있는것처럼이글은소설도수필도아닌일기이다.자식을잃은어미로서의슬픔과이를감내하는과정을가식없이그대로풀어낸고백이며그고백은독자에게향해있는것이아니라자기자신과신에게로향해있어더욱절실하게다가온다.이었고또그것이라는작가의고백은앞세운아들에대한어미의비통함과절절한그리움으로시작하여,아들의빈자리에도불구하고여전히아무일없었다는듯돌아가는무정한세상에대한분노로,참으로어처구니없이생명을주관하는신을향한저주로이어진다.엄정한리얼리스트로삶의진상을좇아사랑과생명의존귀함을이야기하던작가는너무나갑작스럽게들이닥친비극적운명앞에서절망과분노와욕망의밑바닥을투명하게드러냄으로써우리의가슴을아리게한다.그러나어느순간,그것은단지개인적인고통과슬픔의감상으로읽히는것이아니라허망하기그지없는존재의한계와삶의모순성으로치환되면서한치앞도내다볼수없는나약한우리모두의고백이된다.

절망과고통끝에서피어나는사랑과생명의싹
박완서라는개인의내면의기록이자,표면적으로시종세상과신에대한저주와분노,포악으로일관되는것처럼보이는이글이우리에게감동을주는것은,게다가앞서이야기한것처럼박완서문학의중요한일부로논하여지는까닭은무엇일까.그것은이글이생때같은아들을한순간에잃어버린어미의참담하고도비통한심정을토로하는데에그치는것이아니라그를계기로삶과죽음,나아가절대자에대한성찰로이어지고있기때문이다.슬픔의한가운데에서그슬픔을이끌어가는생명과존재에대한성찰과인식의깊이는아들을잃은후,세상을저주하며그세상으로부터끝없이도피하고자하였던작가가다시세상속으로돌아오기까지의과정이그녀의소설작품들에버금갈만큼완벽하고도놀라운서사적구성을지니고있다는점에서도드러난다.절망과죽음과그것을주관하는신앞에맨몸으로엎드린인간의모습을생생한고통으로증언하던작가는결국결코헤어날수없을것같던생의수렁에서벗어나새로이생명을만나고신을만난다.이미어제의생명도신도아니기에성찰과인식의깊이또한깊고도넓다.그리하여우리는절망과고통끝에스스로사랑과생명의찬란한싹이피어나는것을목도하게되는것이다.
새로운모습으로출간된《한말씀만하소서》에는판화제작한삽화가들어갔다.여백의미와압축미가돋보이는삽화는자식잃은한어미의참척의고통과절망에찬시간을소박하고도단순하게형상화하였다.그러나글이마침내사랑과생명에의경외로나아가는것처럼삽화역시고통과절망의표현마저도어딘가모르게따스한기운을품고있어글의여운을더욱배가시켜주는듯하다.
황도경(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