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가는 마음 (윤성희 소설집 | 반양장)

느리게 가는 마음 (윤성희 소설집 | 반양장)

$17.00
Description
슬픔을 달래는 느긋한 농담과 유머의 힘
인간의 선의를 믿고 싶게 만드는 윤성희표 소설의 온기
완숙한 시선과 따듯한 유머가 섞인 필치로 삶의 희로애락을 그리는 윤성희의 일곱번째 소설집 『느리게 가는 마음』이 출간되었다. 동인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 작가로 선정되는 등 두루 작품성을 인정받아온 소설가 윤성희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웃음을 끌어내는 엉뚱한 발상과 재치,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응집된 복잡한 삶의 얼굴을 행간에 부려놓는 솜씨는 독특한 개성으로 자리매김한 윤성희 소설의 인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장기가 돌올하게 드러나는 여덟편의 단편소설을 묶어낸 이번 소설집에서는 ‘생일’이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죽음’과 ‘태어난 날’이라는 극명한 대치를 통해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맞이하게 될 시간을 절묘하게 겹쳐놓는 수작들을 모았다.
아무리 작은 비중을 가진 등장인물이더라도 그를 둘러싼 작은 서사가 오르락내리락 이어지는 윤성희표 소설에는 기쁨과 슬픔, 슬픔을 어르는 농담,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사고 등 마치 실제 우리의 인생사처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물 흐르듯 유연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선의를 믿고 싶게 만드는 작가의 다감하고도 부드러운 필치가 담겨 있다.
저자

윤성희

저자:윤성희
소설가윤성희(尹成姬)는1999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레고로만든집」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레고로만든집』『거기,당신?』『감기』『웃는동안』『베개를베다』『날마다만우절』,장편소설『구경꾼들』『상냥한사람』,중편소설『첫문장』등이있다.현대문학상,이수문학상,황순원문학상,이효석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한국일보문학상,김승옥문학상,동인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마법사들
타임캡슐
느리게가는마음
자장가
웃는돌
해피버스데이
여름엔참외
보통의속도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일상의결을환하게조각하는애틋한손길
작은거짓말이만들어낸하루의행복

작가는이번소설집에실린작품들을쓸때“인물들에게작은파티를해주고싶었”(작가의말)다고한다.그래서이책에는생일을둘러싼다양한풍경이다채롭게등장한다.
「해피버스데이」의‘나’는어느날친구에게생일축하메시지를받는다.하지만정작그날은자신의생일이아니다.‘나’는생일이아니라는사실을굳이밝히지않고하루동안생일인척살아보기로한다.생일을기념해저녁을사주겠다는직장상사와함께간술집에서‘나’는가스폭발사고를당해병원에입원하고,자신이난생처음병원에입원해보고깁스도처음해보았음을깨닫는다.지금껏얼마나운이좋은삶을살았는지역설적으로깨닫게된것이다.

이즉흥적인가짜생일은「여름엔참외」에도등장한다.친구의아들과함께본애니메이션영화속입양아가자신의진짜생일을몰라해마다생일날을바꾸는모습이인상적이었던‘나’는마음내키는아무날을생일로정한다.한편생일날잘못을용서받은‘나’도있다.「타임캡슐」의주인공‘나’는생일날어떤짓을해도혼내지않겠다는아빠와고모의약속을받고,고모가자존심때문에끝까지하지못했을어떤일을대신저지르며사람들사이의갈등을봉합한다.

생일날미역국을끓여주지않은아버지에게화가나서가출을감행한고등학생도등장한다.「마법사들」은어머니가돌아가신뒤몇년째까치발로걷는기이한버릇이생긴‘나’가하루종일후드티모자를뒤집어쓴채생활하는‘성규’의가출에동조하며시작되는이야기다.계획없이집을나선둘은극장에서하룻밤을지새우며밤새서로의이야기를듣는다.후드티모자를쓴채로생활하게된사연,아버지와함께여행하며비로소까치발로걷는습관을고치게된기억을서로에게공유한둘은더욱가까워진다.

“그런날이있지”라는담담한위로의풍경

이렇듯생일을둘러싼일상의풍경을작가특유의명랑하고도애틋한필치로그려낸다른한편에는‘탄생’과대치되는‘죽음’의풍경이자리한다.
「자장가」는교통사고를당해죽은‘나’가화자로등장하는작품이다.‘나’는장례식이끝난뒤잠못이룰엄마를염려하며엄마를따라집으로간다.엄마가자신의죽음을가슴아파하며밤을새우기를은근히바라지만,엄마는오히려죽은‘나’의생일상을차리고씩씩하게일상을살아간다.하지만‘나’는살아있던때에도엄마의슬픔을눈치챈적이없다.죽은‘나’의생일날정성껏차린음식들을싸들고친구를만나러간엄마가,꿈에도나오지않는다며그리움에우는모습을처음본‘나’는엄마의꿈속으로들어가지금껏둘이함께만들어온다정한기억들을떠올리게한다.꿈속에서엄마는어린시절을다시살아가고사랑을하고가족을이루며새로운삶을경험한다.

「웃는돌」에는스스로도이해할수없고설명할수없는슬픔으로눈물을흘렸던어린‘나’에게“괜찮아.그런날이있지”(164면)라는말로다정한이해와위로를건넸던엄마가등장한다.지금은돌아가신엄마의그목소리가우연히한유튜버의영상에녹음돼있다는걸발견한‘나’는“그런날이있지”하는엄마의목소리를반복해들으며엄마를애도한다.
죽은자가사랑하는이를지켜보며어떻게위로하는지,남겨진사람은어떻게슬픔을견디고살아가는지,상실과슬픔을그리는이작품들은아름답고도담담하게애도의풍경을펼쳐놓는다.

세상이1.5배속도로재생될때
내마음의속도는0.25배로흘러가도록

표제작「느리게가는마음」의‘나’는‘이모’와함께‘느리게가는우체통’을찾으러떠난다.사연인즉슨,이모가1년전그곳에서남자친구에게엽서를썼는데그후이모와헤어진그가얼마전결혼을했다는것,그리고엽서에쓴주소지에아직도살고있다는것,그엽서가조만간배달되기전에찾으러가자는것이었다.갑작스레이루어진이엉뚱한여행에서‘나’는생각보다자기자신에게편지를쓰는사람들이많다는사실을알게된다.그리고그편지에는“지금처럼잘하자.지금까지잘해왔다”(92면)는식의,스스로를향한위로의말이담겨있다는것도.

“느리게걷고,느리게보고,느리게생각하는사람들의행복한하루”(작가의말)를그리려했다는작가는「느리게가는마음」에서이름도간판도없는한식당을소개한다.경로당에모여매일고스톱을치는게전부였던할머니들이모여만든이식당은“팔리든말든.일단우리가맛있는거먹으려고”(97면)다같이차리게된곳이다.‘나’는평소먹지도않았던나물반찬이너무맛있어밥을양껏먹는다.또,자신만의속도로살아가는「보통의속도」속‘나’는아파트외벽페인트공으로일하며매일매일예쁜구름사진을찍어보관하고,페인트칠을하며사랑하는사람들의이름을아파트벽에몰래새기기도한다.

세상의속도와다르게살아가는인물들의행보를촘촘하게따라가듯,독자또한숨을천천히고르며느리게읽어야윤성희소설만의감동을축복처럼누릴수있다.짧은문장안에도수많은생의얼굴이,희로애락의복잡한감정이응집되어있는이책은상처와상실을싸안는따뜻한유머의힘을증명하며독자에게‘느리게가는마음’의미덕을선사한다.
진짜생일이아니어도상관없으니오늘하루를생일이라고생각하고지내보면어떨까?그하루를기념하는마음만으로도,세상은조금더다정해질테니까.누군가의생일을축복하고환대하는마음으로인간의선의를증명하는윤성희의소설처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