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장편소설 | 개정판 | 양장본 Hardcover)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장편소설 | 개정판 | 양장본 Hardcover)

$18.00
Description
아름답게 얽힌 현실과 환상
낡지 않는 문법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매혹의 언어

★ 배수아 장편소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개정판 출간!
특정 시대와 형식에 갇히지 않는 배수아의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개정판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첫 출간 이후 11년이 흘렀음에도 한국 문단 내에서 배수아가 변함없이 독보적인 작가임을 가늠하게 만드는 반가운 기회다. 계간 『자음과모음』에 연재하기도 했던 이번 작품은 배수아가 독일 유학 이후 2000년대에 들어와서부터 단편과 장편을 오가며 실험해온 비서사적/반서사적 소설 양식이 미학적으로 완성되었음을 확인시켜준다.

배수아는 포스트모던 소설의 새로운 전범을 선보인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으로 1993년 계간 『소설과 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했다. 지난 30년 동안 그가 보여준 작가적 성취와 쉼 없는 활동은 소설과 에세이, 번역을 아우르는 것이었고 그의 사유와 문장은 동시대 한국, 한국어, 한국인의 경계가 어디까지이며 그것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려는 듯이 한국문학의 문법과 지평을 개척해갔다.

속내를 간파할 수 없는 오묘한 표지는 소설을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 ‘이미지’로 읽는 또 하나의 서사가 되어, 마치 책 전체가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꿈을 향해 진입하는 문처럼 다가오게 만든다. 늘 그래 왔듯 배수아의 세계는 모든 독자에게 다음 장의 이야기를 선뜻 확신할 수 없도록 하는 묘하고도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저자

배수아

저자:배수아
소설가이자번역가.1965년서울에서태어나이화여대화학과를졸업했다.1993년『소설과사상』에「1988년의어두운방」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03년장편소설『일요일스키야키식당』으로한국일보문학상을,2004년장편소설『독학자』로동서문학상을,2018년소설집『뱀과물』로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소설집『푸른사과가있는국도』『훌』『올빼미의없음』,장편소설『부주의한사랑』『나는이제니가지겨워』『에세이스트의책상』『북쪽거실』『멀리있다우루는늦을것이다』,산문집『처음보는유목민여인』등이있고,옮긴책으로페르난두페소아의『불안의서』,프란츠카프카의『꿈』,W.G.제발트의『현기증.감정들』『자연을따라.기초시』,로베르트발저의『산책자』,클라리시리스펙토르의『달걀과닭』『G.H.에따른수난』,아글라야페터라니의『아이는왜폴렌타속에서끓는가』등이있다.

목차


1.
2.
3.
4.
발문:꿈,기록-김사과

출판사 서평

“우리는홀린듯이
금기를향해다가가는것을
도저히멈출수가없어요.”

다시한번교차하는기이한꿈,
비밀스러운밤에관한몽환의세계

『알려지지않은밤과하루』는폐관을앞둔서울의유일무이한오디오극장에서사무원으로일하는스물아홉살의김아야미를내세워기억에대해서,꿈에대해서그리고비밀스러운밤에대해서이야기한다.아야미와그가만나는사람들,이를테면암에걸린독일어선생여니,극장의폐관으로아야미처럼실업자신세가된극장장,소설을쓰러난생처음서울을방문한독일인볼피간에이루어지는사건이서사의표면적인중심이된다.하지만반복되고변주되는만남들을통해소설은오히려시(詩)와이름에대한이야기가된다.

다른배수아소설이그러하듯『알려지지않은밤과하루』는주요한스토리라인을요약하려는시도를부질없게만드는작품이다.소설속이야기는몇개의인물과설정과세부사항을끊임없이반복하거나변주하며앞으로나아간다.제목조차갖지않고숫자로만표시된4개의장에걸친이야기는그물처럼온사방에연결되어있어책을펼친독자가아름답고낯선문장속에서길을잃지않는것은거의불가능하다.

예를들어‘여니’는극장장이아야미에게소개해준독일어선생이자,‘부하’가약을배달하는고객이자,밤마다그가전화를거는텔레폰서비스의대화상대이자아야미가근무하는오디오극장의마지막공연이었던사데크헤다야트의〈눈먼부엉이〉낭독자이기도하다.또한독일인소설가볼피가만나기로예정되었던여자이자,반복해서걸려오는전화에아야미가대는이름이기도하다.이반복되고변형되는여니에대한묘사는어떻게보면이소설의형식자체를묘사하는것과도같다.마치수수께끼처럼,그러니까덤벼들면풀수있는과제처럼.그러나소설을읽다보면그모든시도들이무의미해진다.

“이제나를다른세계로데려다줘요.”

배수아를읽는것,
형식적으로직조된현실세계에물음을던지는일

이소설은독자가이야기를따라가다가작가가설정한도착지점에당도하기를바라지않는다.그저이이야기속에,다시말해작가가건설한몽환의세계안에영원히머물기를원한다.장이바뀌고새로운인물이등장하여무언가뚜렷한상황과전개가시작되는것처럼보여도이내인물들과시공간은꿈의파편처럼흩어져의미와존재모두가사라진다.그러나모든것이사라지더라도마지막에남은것은“소리의그림자”“알려지지않은목소리”“보이지않는사람들”같은매혹적인환상이다.

“환영을들여다보는것으로그환영의출처를알아낼수는없다.
그러니포기하라.포기하고눈을감아라.
그러면한나절쯤아주희귀하며기이한꿈에잠겨있을수있을것이다.”_김사과(발문중에서)

독자가구체적인등장인물과전통적인기승전결이라는소설형식에대한강박을버린다면,배수아가만든몽환의세계에서길을잃어버리는것은한국어문장이선사할수있는희귀하고눈부신아름다움에대한체험이될것이다.이는배수아의문학이앞으로어디로향하고어디로우리를데려갈지기대해야할이유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