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눈이 내리다 (김보영 소설집)

고래눈이 내리다 (김보영 소설집)

$16.80
Description
로제타상 후보작, The Best of World SF 선정작 〈고래눈이 내리다〉 수록
당신이, 그리고 세계가 기다려온 김보영 5년 만의 신작 소설집
“김보영의 책은 레이 브래드버리와 어슐러 르 귄, 무라카미 하루키 책장 옆에 놓일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한국 SF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자 세계 독자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아온 소설가 김보영이 《얼마나 닮았는가》 이후로 5년 만에 신작 소설집을 펴냈다. 그간 초기작을 복원하고 기존 작품에 결말을 내는 등의 작업을 이어왔지만, 이 책은 대부분 2020년대에 발표한 작품들로 묶인 신작들이 담겨 독자들에게 반가움을 안긴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총 9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다. 《세계의 훌륭한 SF 선집》에 실린 작품이자 로제타상의 후보작이었던 〈고래눈이 내리다〉를 표제작으로 실어, 심해 생물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생태 파괴의 문제의식과 지구 회복의 염원을 담아낸다. 이 작품과 짝을 이루어 주제를 공유하는 〈귀신숲이 내리다〉는 버려진 우주 거주구에서 자라나는 버섯과 산호의 강한 생명력으로 모든 폭력과 공해로 파괴된 세계에마저 깃들 회복의 힘을 감각하게 한다. 감재사자의 신화를 통해 거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의 굳건한 내면이 드러나는 〈까마귀가 날아들다〉, 서버로 이주한 인류마저 난개발과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자연물을 삭제해버리려는 시도가 빈번한 와중에 이에 맞서는 이들을 담아낸 〈너럭바위를 바라보다〉 등 시의성과 유머를 갖춘 엽편도 두루 즐길 수 있다. 죽음을 다른 세계로의 전환으로 이해해볼 수 있는 〈봄으로 가는 문〉과 〈껍데기뿐이라도 좋으니〉 또한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이들에게 묘한 위로를 전한다. 작가가 영화 〈설국열차〉의 시나리오 설정과 아이디어 작업을 하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궁리하며 기획된 〈새벽 기차〉도 수록되어 있다.
김보영은 이번 소설집에서 우열과 성별, 정상/비정상 등의 양비론을 뒤집고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극복하며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는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낯설고 장엄한 풍경 속에서 환기되는 익숙한 질문들의 신선함이 우리 세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저자

김보영

저자:김보영
2004년제1회과학기술창작문예공모전중편소설부문에〈촉각의경험〉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7인의집행관》,《저이승의선지자》,《천국보다성스러운》,《스텔라오디세이트릴로지》(전3권),《역병의바다》,《얼마나닮았는가》,《다섯번째감각》,《종의기원담》등이있다.2014년제1회SF어워드장편소설부문대상을수상하였고,단편〈진화신화〉(박지현·고드셀러옮김)로미국의대표적인SF웹진〈클락스월드〉에한국작가최초로이름을올렸으며,《종의기원담과다른이야기들》(박선영엮음,김소라·이정민외옮김)로한국SF사상처음으로전미도서상후보에올랐다.J.김보영이라는필명으로《사바삼사라서》(전2권)를펴내기도하였다.

목차


고래눈이내리다
저예산프로젝트
너럭바위를바라보다
껍데기뿐이라도좋으니
느슨하게동일한그대
까마귀가날아들다
새벽기차
귀신숲이내리다
봄으로가는문

작가의말|감사의말|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슬픔이든,아픔이든,여기에서는모두같아.
모두가아름다운눈송이가되지.”

낯선세계의경이,거기엔오래기다린당신이있다
버려짐으로써쓸모를찾고떠남으로써재회하는정교한아이러니
우리의끝,혹은새로운시작의예감

김보영은SF를본격문학의범주에드는보편소설의영역으로끌어들인대표적인작가이며,SF의기본시학에충실한작가이다.(한국현대문학연구자우미영)
우생학,로봇,AI등종의진화를뒤집어서장애,질병,그리고퀴어적세계로확장시킨다.그야말로페미니스트SF라부를만하다.(문학평론가허윤)

“가장SF다운SF를쓰는작가”,2000년대한국SF에영감을불어넣은작가라독자와평단이입을모으는,소설가김보영의신작단편집《고래눈이내리다》가독자를만날채비를마쳤다.2010년대한국SF의흥행에관한질문에“우리는여기늘있었는데,최근에야많은사람들의시야에들어온”(《한겨레》2019년7월27일자)것이라고설명하는그는,지난20여년간듀나,배명훈,정세랑등과함께대중독자의가시권안에서꾸준히작품을발표하며현재의SF를보편소설의영역으로끌어들인주역중한명이다.국내뿐아니라미국의대표적인SF웹진〈클락스월드〉에단편소설〈진화신화〉(박지현·고드셀러옮김)를발표하고2021년《종의기원과다른이야기들》(박선영엮음,김소라·이정민외옮김)로한국SF작가최초로전미도서상번역문학부문후보에오르는등우리문학의저력을세계에보여왔다.
이번소설집에는작가가지난5년여간발표해온신작단편8편과2013년발표한〈새벽기차〉가함께수록되어있다.심해나우주,서버,이세계등낯선공간을무대로이질적인동물과기계혹은데이터인격체가주인공으로등장하는이야기들이지만,인물저마다의얼굴은우리가아는누군가와닮았다.소박하고용감한이들의목소리로제시되는지극히현실적인문제들은우리에게깊은울림이되어돌아온다.기계와유기생명체,동물과인간의구분을허물고인간과문명중심의사고를뒤집는우리시대가장급진적인상상력이이번책에도가득담겼다.

고정된관념을전복하고
가치의기준을질문하다

내기준에서그사람은죽었다.탄소,산소,수소,그외의온갖미량원소로분해되어저장탱크에담겨사라졌다.다시아무일없었다는듯이다른전송기에서나와보았자같은기억과몸을가진다른사람일뿐이다.(〈느슨하게동일한그대〉,p.116)

“바위는못지킬거예요.”
내가예지씨에게속삭였다.
“그렇게생각하지않아요?”(〈너럭바위를바라보다〉,p.90)

과학적이고도신화적인세계에서신선한반전들을선사하며SF의경이감을전해온김보영소설의특장은이번소설집에서도빛을발한다.순간이동을다룬〈느슨하게동일한그대〉는익숙한‘테세우스의배’역설을호출하면서도동시에신앙과교리를초과하는신념과신뢰의문제를제시한다.나의목숨은하찮게느껴져도타인을위한간절한마음만큼은진심인이들이결국이러한믿음으로서로를구원하게되는역설은산뜻한감동을전한다.한편,〈너럭바위를바라보다〉에서는인류가서버로모두이주한뒤의세계에서데이터부족의문제로세계의일부가지워져야한다면그대상은무엇이어야할지를묻는다.쓸모를증명하지못해지워질위기에처한바위를지키기위해싸우는사람들,가망없는싸움속에서도끝내포기하지않는이들을통해우리가생각하는‘가치’의이유를다시한번생각할수있도록한다.

어제버려진것들의가치를묻고
오늘살아나는것들의힘을믿다

“저위의주민들에게는안된일이지만,이제세상이조금은좋아지려나요?흙위를뒤덮은괴물들이지금다사라지고나면,썩지않는것을먹고죽는아이들도,그런것에목이감겨살이짓물러가며죽는아이들도사라지려나요?”(〈고래눈이내리다〉,p.22)

실상지구에인간만한자연재해는없다.원전이터져방사능으로뒤덮인곳이나태풍으로초토화된지역,폭탄으로유리질처럼녹아내린도시마저도,사막처럼황량해지는대신울창한숲이들어선다.치사량의방사능이든맹독성낙진이든,그어떤재해도인간만큼파멸적이지않다.재해는오히려지상최대의재난인인간이떠나가게하여동식물의낙원을되돌리곤한다.(〈귀신숲이내리다〉,p.226)

심해어나기계생명체와같은비인간존재가소설의중심이될뿐아니라가장현명한주인공으로등장한다는점에서도김보영소설의매력을찾아볼수있다.이들은독자가공감할수있는가장정확한대상으로등장한다.“썩지않는물질들을배설하는”인간에의해깊은바다마저병들었다고해도,물이따뜻해지고떼죽음이일어난다해도,끝내모든종말끝에회복될지구의힘이느껴지는〈고래눈이내리다〉는이글을읽는우리가인간임에도불구하고기묘한통쾌감이느껴진다는아이러니가있다.온갖변종균사체로뒤덮인채버려진우주거주구가지구로추락할때,모든것이불타고녹아버릴파멸이후에새롭게피어날존재들을기대하게한다는것도마찬가지다.김보영은이러한재생과회복의가능성을깊은바닷속에내리는눈송이로,혹은끈질기게대지를뒤덮는산호와버섯의군락으로그려내며지독하게아름다운세계로펼쳐보인다.

떠난이에게는다른결말을주고
남은사람은깊은위안을얻다

나는사랑한다는말을유서마지막에덧붙였다.그때퇴원하면아이들과그간못갔던여행도실컷하기로했었다.어릴때한번가고다시못간예쁜산장이있는데거기가서꽃구경도맘껏하자고했다.그래서나는그이야기의결말도짓기위해여기를그산장처럼꾸몄다.비록모든것이겉보기만그럴듯하다해도…….(〈껍데기뿐이라도좋으니〉,p.108)

소설은또다른현실이기에,떠난이에게다른결말과인생을줄수도있지요.그것으로나와당신을위로할수도있지요.(작가인터뷰,〈“늘고마워요.저는계속쓰겠지요.”〉중에서)

이번책에서뒤집히는또한가지의관념은‘죽음’이다.죽은옛동료가끝내출시하지못했던어떤게임이눈앞에도착하고(〈저예산프로젝트〉),유언을남기기위해데이터화된자아가잠시머무는공간에서일찍헤어진동생과재회한다거나(〈껍데기뿐이라도좋으니〉),죽음자체가‘다른세계[異世界]’와의연결로의미화돼이를통해자신의삶과세상을이해해가는과정을담아내는이야기(〈봄으로가는문〉)등우리삶에밀착한생과사,수용과애도를은유적으로다루어낸다.
우리가,그리고세계인이사랑하는김보영의이야기는이렇게나다채롭고낯설며친밀하다.신비와경이로가득한이야기를통해우리에게모험의재미를선사하면서동시에깊은성찰과상상력을요청하는그의소설은언제나처럼오늘도나아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