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이브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더 파이브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19.00
Description
“폴리, 애니, 엘리자베스, 케이트, 메리 제인”
세계적인 ‘스타’ 살인마에 가려져
이름 외에는 전부 거짓으로 남은 다섯 희생자의 진실
‘잭 더 리퍼’라는 살인자에게 희생됐던 이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논픽션이다. 살인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재해석되며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반면, 그에게 살해당한 다섯 명의 여자는 오로지 ‘매춘부들’로 불렸고 자극적인 ‘시신’의 모습으로 박제되었다. 가해자가 영웅시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오히려 피해자가 문제 있는 여자로 낙인찍히는 현상은 19세기 영국뿐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하다. 그 근간에는 시대도 국경도 가뿐히 초월하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여성혐오’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역사 저술가이자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19세기 런던 화이트채플 살인 사건에서 의도적으로 지워졌던 사회적 맥락과 차별의 문제를 파헤친다. 이미 지나치게 유명한 살인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희생자들이 목숨과 함께 빼앗긴 존엄성을 이제라도 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가능한 모든 자료를 검토해 희생자 다섯 명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저마다 다른 한 걸음 한 걸음을 간절하고도 냉철하게 되살려낸다.
선정 및 수상내역
영어권 최고 논픽션 베일리 기퍼드상 수상작
저자

핼리루벤홀드

(HallieRubenhold)
역사가·저술가·방송인.18~19세기영국여성사를전문으로한다.미국매사추세츠주애머스트대학에서역사학을전공하고,영국리즈대학에서영국사와예술사,역사학으로석사학위를받았으며현재런던에거주하고있다.내셔널포트레이트갤러리의큐레이터,미술품딜러,대학강사로도활동해왔다.기록보관소에묻혀있던자료들을발굴해,우리가알지못했던여성의이야기와희생자의삶에빛을비추고역사적맥락을되찾아주는저작들을2005년부터꾸준히집필해왔다.
2019년에출간된루벤홀드의대표작『더파이브』는영어권논픽션을대상으로한영국최고권위의베일리기퍼드상을수상했고,《선데이타임스》베스트셀러1위,헤이페스티벌올해의책,굿리즈초이스어워드역사부문수상작으로선정되는등큰반향을불러일으켰다.
그밖에『레이디워슬리의변덕(LadyWorsley’sWhim)』(2008)은2015년BBC에서〈레이디W의스캔들(TheScandalousLadyW)〉로영화화되었고,『코번트가든의여자들(TheCoventGardenLadies)』(2005)은2017~2019년에영국과미국에서서비스된드라마시리즈〈매춘부(Harlots)〉에모티브를제공했으며,『매춘부의핸드북(TheHarlot’sHandbook)』(2007)은BBC에서동명의다큐멘터리로제작되기도했다.

목차

추천의말
다섯인생의궤적
들어가며:두도시이야기

폴리
CHAPTER1대장장이의딸
CHAPTER2피바디자선주택
CHAPTER3비정상의삶
CHAPTER4집없는피조물

애니
CHAPTER5군인과하인
CHAPTER6채프먼부인
CHAPTER7악마의음료
CHAPTER8흑발의애니

엘리자베스
CHAPTER9토르슬란다소녀
CHAPTER10‘공공의여자’97번
CHAPTER11이민자
CHAPTER12키다리리즈

케이트
CHAPTER13일곱자매
CHAPTER14케이트와톰의발라드
CHAPTER15자매를지키는사람
CHAPTER16‘아무것도아닌’

메리제인
CHAPTER17마리자네트
CHAPTER18즐거운인생

나오며:‘그저매춘부일뿐’
어떤삶의물건들
감사의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이책은그들을추모하는책이다.나머지를꾸짖는책이다.
이책이쓰이기까지130년이걸린이유가무엇이었느냐고.”_《가디언》
인류역사상‘잭더리퍼’만큼유명해진범죄자는없다.사건이발생한지130년이넘게지났는데도이름을포함해아무것도밝혀진게없는이실체없는살인자는,그래서오히려점점더유명해지기만했다.그의‘애칭’은연쇄살인범의대표명사처럼쓰이고,그의살인은소설,영화,음악,음악극,드라마,만화,미술,게임등수많은작품의소재로사랑받았으며,현재까지도화이트채플의살인현장을기념하며돌아보는‘잭더리퍼투어’상품이에어비앤비에서버젓이팔리고있다.
불행히도이것은영국만의이야기가아니다.“1888년런던,그땐낭만이있었다”라는홍보문구를내건라이선스뮤지컬〈잭더리퍼〉가2022년초한국에서초호화캐스팅으로다시한번절찬리상연중이다.어느덧끔찍한사건자체는무뎌지고우리는그의존재를인간성의어둠과컬트의상징정도로느끼게되었는지도모른다.그리고130여년의세월이지나서야살인자가아닌희생자에게초점을맞춘책이처음출간되었다.
메리앤‘폴리’니컬스,애니채프먼,엘리자베스스트라이드,캐서린(케이트)에도스,메리제인켈리.이른바잭더리퍼의“대표희생자5인(thecanonicalfive)”으로불리는다섯사람에관해알려진것은이들이전부‘매춘부’였으며시신이잔혹하게훼손되어살해당했다는사실뿐이다.저자는희생자들의숨겨진이야기를‘듣기’위해철저한자료조사와분석을바탕으로집요하게진실을향해나아간다.이놀라운대추적극에서발견되는진실은살인마의정체가아니며,예상대로희생자들이모두성매매여성이었다/아니었다는단정도아니다.저자는지금까지대부분미디어와대중이일삼아왔던것처럼살인자의정체를부풀리거나그에게열광하는대신,최선의근거와합리적인추정에기대희생자들의삶을복원하며독자에게묻는다.당신과똑같이누군가의자식으로,형제로태어나누군가의친구로,연인으로,배우자로,한사회의어엿한구성원으로살아가던이여자들이대체어떤과정을거쳐거리에서홀로처참한최후를맞아야만했는지아느냐고.그배후에있었던것은‘미치광이영웅살인마’한명이아니라당시빈민의처참한생활상과가부장제의사회구조,그리고세기를넘어지금도여전히유효한여성혐오의문화,그모든것이라고.

화려한빅토리아시대이면에도사린빈민들의생활상과
그응축된결과물,잭더리퍼의등장
단행본만해도200여권에달하는이책의참고문헌수가말해주듯이,이희대의살인사건과시대배경에관한자료는사실매우풍부한편이다.19세기빅토리아시대는대영제국이역사상최고의번영을누렸던전성기로회자되는만큼끊임없이미화되어온반면,한편으로는마치시대와뚝떨어져지옥에서온것처럼보이는‘잭더리퍼’이야기가‘전설’로전해졌다.즉,양쪽다너무도유명함에도불구하고지금까지빅토리아시대와잭더리퍼는거의연결되지않았다.빅토리아왕의주치의가잭더리퍼였다는둥의괴담이나돌았을뿐이다.이는사건이가해자와피해자간의개인적비극으로축소되고,나아가아예피해자의현실을지우며가해자를부각하는결과를낳았다.
여기에문제의식을느낀저자는자신의전문분야인사회사취재와기술을통해놀랍도록효과적으로이단절을바로잡는다.저자에따르면이살인사건을통해수면위로드러난것은“이스트엔드의빈민들이살아가던,입에담을수없이끔찍한환경”이었다.살인과비슷한시기에벌어진“트래펄가광장의점거와폭동은이들을비롯한런던의빈곤층이만성적으로앓아온질병을나타내는너무도눈에띄는한징후”이자“기성체제의얼굴에튄기침”이었으며,“잭더리퍼의등장은그보다한층더요란하고난폭한기침”이었다는것이다.기성사회가자신의깨끗한얼굴에튄이더러운오물을자신과관계없는것인양철저히분리하려했던이면에는,극심한사회양극화뿐아니라거대한가부장제와여성혐오문화가있다.
저자는이책에서희생자들의인생궤적과더불어빅토리아시대빈민과여성의생활상을솜털하나까지정교하게재현해낸다.유려하면서도낭만화가끼어들수없는빈틈없는묘사와신랄한분석이가능했던것은무엇보다철저한자료수집과조사및검증덕이다.저자는남아있는부검보고서와증인들에대한사인심문내용,공식기록이부실한가운데그나마많은정보를남겼지만동시에공포를조장하고온갖왜곡과잘못된관점을퍼뜨린언론기사를비판적으로검토했고,당시사회상을다각적으로조명하기위해메리힉스,프랜시스플레이스,헨리메이휴,찰스부스,제임스브라이스등여러사회연구자및개혁가의저작또한적극적으로참고했다.이렇듯방대한자료의숲을낱낱이파헤쳐그는마침내희생자들의삶과존엄을되살려냈다.

그렇게죽어도좋은‘그저매춘부’는없다
130여년이라는기나긴시간동안‘더파이브’,즉다섯희생자를묶어온호칭은이론의여지없이‘그저매춘부’였다.그러나백번양보해당시런던경찰청의식별기준에따른다고해도,다섯사람중셋은성매매에잠시라도종사했다는증거가전혀없다.각사인심문검시관의결론에따르면,희생자메리앤‘폴리’니컬스는“인쇄기계공윌리엄니컬스의아내”,애니채프먼은“마부존채프먼의과부”,엘리자베스스트라이드는“목수존토머스스트라이드의과부”,캐서린(케이트)에도스는“추정상독신여성”이었고,공개적으로성매매에종사했던메리제인켈리단한명만이“매춘부”로기록되어있다.
그러나저자가여기서더나아가궁극적으로말하려하는바는이희생자들이‘성매매와아무관련도없는정숙한여성’이었다는사실이아니다.저자는19세기에도지금도,“피해자들이‘그저매춘부’라는주장은‘세상에는착한여자와나쁜여자가있다’는믿음,즉성녀와창녀의이분법을영속화하는”것이라고지적한다.다섯여자의삶은성매매여부를떠나가부장제의사회규범에들어맞지않았다는이유로평가절하되었으며당연한희생,즉‘그렇게끝나도싼’인생이되었다.
그런인생들이니만큼서로가까운곳에서비슷한일을하며살다가같은살인자에게죽임을당했겠거니추측하기쉽지만,이것은반은맞고반은틀리다.다섯을하나로묶었던건한명의살인자,그리고유구한빈곤과가부장제의역사일뿐그들의삶은하나하나오롯한이야기와가치를담고있었기때문이다.저자는당시시대상을사실에가깝게구현하면서거기에피해자각각의출생과결혼과죽음에관한기록,교회기록,법정기록,납세기록,런던각교구구빈원들의기록등을촘촘히교차시켰다.그렇게되살려낸다섯여자의삶은훌륭한문학작품을읽는것이상의감동을주며,그들이19세기영국을떠나21세기대한민국어딘가에함께살고있는것같은착각마저느끼게한다.

닻없이표류한여자들의마지막밤
첫번째희생자폴리는당시영국인쇄업의중심지였던플리트가,일명‘잉크거리’에서활자를주조하는대장장이의딸로태어났다.그시대노동자계급여성이보통글을배우지못했던것에비해,폴리는주변환경과아버지의교육관덕에읽기와쓰기를모두익혔다.좁은방한칸에서모든식구가함께살아야하는열악한환경에서자라며폴리가누린유일한혜택이었다.결국그환경으로인해폴리는어머니와동생을결핵으로잃고이른나이에가정의안주인역할까지해야했다.결혼을하고나서는피바디라는외국인자선사업가가지은최신식연립주택에입주하는‘행운’을누리지만,남편의불륜으로인해반강제로집을등지고구빈원과싸구려여인숙,혹은노숙을전전하게된다.남편이의무적으로지급해야하는부양비마저끊어버리기위해도리어폴리의남자관계를지어내고발했기때문이다.그로부터몇년후폴리가살해당했을때,검시관은폴리의주변인들에게오직한가지목적만을가진심문을한다.“당신은고인의습관이아주‘깨끗’했다고생각합니까?행실이‘방탕’하지는않았습니까?”전혀그렇지않았다고답하는아버지와친구의증언을,언론은자기들입맛대로마음껏가공해찍어냈다.“잉크거리에서태어난폴리는기사와삽화,소문과추문에실려잉크거리로돌아갔다.”
두번째희생자애니채프먼은군인의사생아로태어났다.애니는당시지위가꽤높았던개인마부와결혼해고용주저택의근사한영지에서살림을차릴수있었다.그렇게꿈꾸던중산층의삶으로진입하기바로직전애니는‘알코올중독’에발목이잡혔다.그러자주어진선택지는역시스스로집을떠나구빈원과거리로향하는것뿐이었다.병든몸으로코바늘뜨기,성냥팔이등할수있는모든것으로생계를이어나가던애니는여인숙에하루묵을돈조차다떨어진보통의날들중어느날거리에서잠들게된다.“그날밤살인자가가져간것은악마의음료가다쓸어가고남은애니의껍데기뿐이었다.”
세번째희생자엘리자베스스트라이드는스웨덴의토르슬란다라는시골마을에서독실한농부의딸로태어났다.엘리자베스는열일곱살에예테보리라는항구도시로나가당시관례대로어느집의입주가정부로일했으나누군지밝혀지지않은남성과의관계로매독에걸렸고,결국성매매의길로내몰렸다.죽을고비와국가의치욕적인관리를견뎌내고영국으로건너가결혼을했지만오래가지못했다.‘정상’적인가정생활이끝난뒤에는,수백명이사망한프린세스앨리스호참사의피해자로거짓행세하기도하고,전혀모르는여성의잃어버린동생을자임하기도하며살아갔다.화이트채플에사는내내누구와도깊이사귀지않고곁을내주지않으며“모두이자아무도아닌사람”으로살아가던엘리자베스는그런채로생의마지막을맞이했다.
네번째희생자는엘리자베스와같은날밤에사망한케이트에도스다.부모가결핵으로사망하자,언니들은가장교육을많이받았고유달리영민했던케이트를홀로울버햄프턴의친척집으로보냈다.단조롭고고된공장생활에적응하지못했던케이트는토머스콘웨이라는아일랜드‘한량’을만나다시런던으로돌아왔다.두사람은정식결혼을하지않은채싸구려책을팔며전국을돌아다니는행상으로살았다.읽고쓸줄아는케이트는글을모르는토머스대신발라드시를직접짓기도했다.케이트는구빈원에서아이를낳고길에서키우는등모진고생을하며토머스에게상습적인폭력을당하면서도,당시속박으로부터비교적자유로웠던행상의삶을끝까지포기하지않았다.살해당하던그날밤도익숙하게거리에서잠든케이트는,“닻없이표류하는,‘거리를돌아다니는’모든사람과마찬가지로”,“당장이라도누군가나타나그를그자리에서치우리란걸알고있었다”.
다섯번째희생자는‘메리제인켈리’라고알려진인물이지만실제이름이맞는지가족은있는지등삶의행적이끝까지밝혀지지않았다.메리제인의삶은당시여성이얼마나쉽게스스로의정체성을‘발명’할수있었는지,왜그래야만했는지를여실히보여준다.스스로여러사람에게흘린말들의조각조각을종합해봤을때,메리제인은아일랜드의좋은집안에서태어나교육받았다.하지만남편이죽은뒤카디프로갔다가성매매를시작하게됐고,1884년쯤에는웨스트런던의성매매집결지로흘러들었다.또다시운명의굴곡을따라정반대편이스트엔드의화이트채플까지다다른메리제인은,이살인사건의최후이자최연소희생자가된다.메리제인은유일하게공개적으로성매매를했던여성이었기때문에,죽은후그만큼더성적인존재로재창작되었다.실제메리제인은생전에잭더리퍼라는미지의살인마에두려워떨면서도자기와비슷한처지인여성들에게‘피난처’를제공했다.자신의일을즐기는듯보이기도했지만이웃의스무살여성에게는자기삶에진심으로신물이난다고말하며“‘이일’에발을들이지말라”고타일렀다.
이렇듯이들이한살인마의타깃이된것은똑같은기질을가지고‘매춘부’로살아갔기때문이아니라,여성에대한사회적차별로인해‘타락한여자’가되어저마다벼랑끝에내몰려있었기때문이다.버려지고맞고병들고지친채로,길혹은길과다름없는거처에서잠들어있었기때문이다.그런숱한나날들가운데어느밤에그들을누가거리에서치우든죽이든아무도목격할리없었기때문이다.그래서잭더리퍼라는비겁한살인마가바로그들을고른것이다.
당시사회와언론이이런사실을고의적으로누락하고폴리,애니,엘리자베스,케이트,메리제인에게‘그저매춘부’라는딱지를붙인덕택에,100년도더지난오늘날까지그들에관해글을쓰거나‘잭더리퍼’로돈을버는사람들은여전히“피해자를비방하고,성애화하고,비인간화할수”있음을저자는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