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로운 조선시대

궁녀로운 조선시대

$17.00
Description
단아한 도발로 시작해 깊은 여운으로 끝나는 책
《궁녀로운 조선시대》는 도발적이다. 핑크와 블랙을 섞은 타이틀 아래 궁녀가 기타를 치켜든 표지는 어디 한 번 읽어볼 테면 읽어봐라 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눈길을 사로잡은 건 목차다. 모두 네 파트에서 궁녀 여덟 명이 차례대로 나타나 읽는 이를 이끈다. 궁녀에서 후궁이 되고, 궁녀에서 왕비가 되고, 궁녀로서 정사와 왕권에 깊숙이 관여한 이 매력적인 여성들을 우리는 왜 여태까지 알지도 못했을까?

《궁녀로운 조선시대》는 조선시대 왕과 양반만 좌지우지했을 것 같던 궁궐 곳곳을 거침없이 누빈다. 내용은 표지와 또 다른 무게감을 준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공신력 있는 사서에 기반해 당시 왕실의 상황과 권력 투쟁, 당대의 남성이 추구했던 일방적인 가치관 아래 숨어있던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소개한다.
또한 설화와 야담이 아닌 정사를 다루면서도 기록이 부실한 부분이나 행간 사이에 감춰진 실체를 흥미롭게 해석한다. 장옥정이 그렇고, 성덕임이 그렇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존재도 알지도 못했을 창빈 안씨의 삶과 선조가 왜 그토록 임진왜란에서 무능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인빈 김씨의 이야기도 참 신기했다. 원래 알던 역사에 궁녀의 이야기가 덧입혀지니 그 재미가 배가된다고 할까. 아마 책을 읽는 독자 역시 그럴 것이다. 불현듯 나머지 궁녀의 이름이 미치도록 궁금해졌다. 이름도 남기지 못한 그들이 남긴 역사적 발자취에 반해서.
저자

조민기

한양대학교에서문화인류학을전공했다.영화사를거쳐광고회사에서카피라이터로근무하던중회사홍보기사로작성한‘광고쟁이의상상력으로고전읽기’시리즈가호응을얻으며칼럼니스트활동을시작했다.《세계일보》에칼럼‘꽃미남중독’을인기리에연재하면서꽃미남에대한애정이멋진남성에대한탐구로이어졌고그열정을마음껏발휘할수있는조선의절대자와권력자를만났다.《조선임금잔혹사》,《조선의2인자들》,《조선의권력자들》을발간했고역사의정면과이면에존재하는숨겨진이야기를생생하게전달하는역사작가이자강사로자리매김했다.그리고마침내,자신을드러내지않으면서도권력을움직이며조선의역사를만들어온여성의존재를발견했다.

그외저서|그림동화《친구를만나러왔어요》,영화소설《봄》,《부처님의십대제자》,《외조-성공한여자를만든남자의비밀》등

인스타그램|@cho.minki

목차

프롤로그
‘궁녀’라는여백과행간을읽다

1부나는철저히궁녀의본분을지켰다
1장창빈안씨:흔들리는왕의사랑보다왕비라는든든한울타리
2장인빈김씨:임진왜란중에도명실상부한내명부의기둥

2부나는왕의진정한사랑이었다
1장희빈장씨,장옥정:오로지왕의뜨거운총애로왕비가된유일한궁녀
2장의빈성씨,성덕임:제문에새겨진카리스마개혁군주의절절한순정

*조선시대를여행하는역사덕후를위한궁녀안내서1

3부왕은나를정치에이용했다
1장숙빈최씨:가장신비로운조선의후궁
2장영빈이씨:찬란했던후궁의빛,그만큼짙었던그림자

4부왕은내손안에있었다
1장조두대:붓끝으로권력을좌우한언어천재
2장김개시:왕의심리를읽고정권을장악한비선실세

*조선시대를여행하는역사덕후를위한궁녀안내서2

출판사 서평

‘행인1’으로스쳐갔던궁녀,역사의주인공으로나타나다

역사는여자에게관심이없다.적어도《조선왕조실록》만보면그렇다.하지만여자는역사속에항상존재했다.조선왕실과궁에는수백년동안왕실의대소사를책임졌던수많은궁녀가존재했다.하지만실록에서이들의이름을찾기란쉽지않다.존재했지만존재하지않은궁녀.그래서조민기작가는궁녀의기록을찾기시작했다.
직장에서필요한처세술의영감을얻고싶다면승은궁녀창빈안씨와인빈김씨를주목할것.대비등윗전의명을따라왕의승은을입은이들은후궁이됐다고자만하지않고궁녀로서본분을철저히지켰다.궁이란정글에서목숨을지키는가장현실적인방법이라고생각했을텐데결과적으로는매우현명한선택이었다.
희빈장씨와숙빈최씨에대한작가의재해석역시흥미롭다.우리에게‘악녀’로굳어진희빈장씨를‘숙종의찐사랑’으로해석한작가의시선이다소낯설게느껴지기도한다.희빈장씨는남인과가까운역관재벌가출신이었는데그의‘악녀’이미지는《인현왕후전》이나《수문록》처럼노론의입장에서쓰인자료를기반으로굳어졌다는작가의주장은꽤설득력이있다.희빈장씨가사약을먹고쓰러지면서경종을고자로만들었다거나사약먹기를거부해두세번연거푸사약을입에억지로들이밀었다는무자비한‘썰’의출처가모두두자료라는대목도흥미롭다.

숙빈최씨에게는보다객관적이고냉정한시선이앞선다.희빈장씨와숙빈최씨의인생곡선은‘무고의옥’을전후로교차되면서희비가엇갈린다.무고의옥이후로희빈장씨는자진하며삶을마감했고,숙빈최씨는왕의어머니가됐다.아들영조가공들여각색한덕분에출신미상의무수리최씨는‘인현왕후의탄생지부근에서태어난침방나인’이되면서조선에서가장신비로운후궁이됐으니이보다효자는없을것같다.

“우리가살아가는현재도언젠가는과거가되고역사가된다.지금나의생각과행동과판단을역사는어떻게평가할것인가.과연후대사람들은내가수없이흔들리며고민했던과정을알수있을까?거대한역사의흐름에서바라본다면우리도이름없는궁녀처럼희미한존재일수있다.우리가궁녀를‘왕의여자’로단정하는것처럼후대가우리를한단어로단정해버린다면억울하지않을까?”
-《궁녀로운조선시대》프롤로그중에서

왕의승은을입고총애를받는후궁이됐다면승은궁녀중에서도상위1%에해당된다.이책에서유독마음이쓰이는순간은그조차도되지못한궁녀의쓸쓸한퇴장이다.역사라는무대에서지나가는행인1,행인2정도되려나.
중종의간택후궁이던숙의나씨는진통중에강제로궁으로나왔다가출산중에사망했다.후궁은궁에서출산할수없다는예법에따른결과였다.당시소의박씨를총애했던중종은숙의나씨의죽음에관심이없었다.사도세자의승은을받은궁녀임유혜는두아들을낳았으나축복받지못한출산이었고,또다른승은궁녀박빙애(경빈박씨)는사도세자의의복시중을들다가의대증을일으킨사도세자의손에비참하게죽었다.이뿐일까.《궁녀로운조선시대》를읽다보면이책에조차실리지못하고스쳐지나간수많은궁녀의삶이,얼굴도모르는그들이자꾸눈에밟힌다.

“그들은우리궁녀에게도마음이있고,의지가있고,목숨을걸고서라도해낼,목표가있다는것을알지못해.”지난해많은이들의공감을얻었던드라마《옷소매붉은끝동》에서제조상궁조씨(박지영)의대사다.극중에서영조와마음을나누었지만끝내승은을받지못하고상궁최고의자리에올라후반부까지극에긴장감을불어넣었던조씨.비록그의목표와방법은다소비뚤어졌고끝내좌절됐지만궁녀라는자부심하나만으로평생을살아온그의자부심까지손가락질하기는어려웠다.복잡한심경으로그의최후를지켜보자니한편으로는‘나는과연내일에저만치로애정을쏟고있는가’하는질문까지가닿았다.
“전하의승은,거절하겠습니다.”앞으로이렇게당돌하게말하는궁녀가등장하는사극을보고싶다.자신의일에누구보다전문적이고,시대적한계가궁담장만큼쌓여가로막아도주체적으로삶을선택하는궁녀를만나고싶다.그선택에따른결과까지기꺼이감당하며힘껏살아내는궁녀를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