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 : 한국인에게 커피는 무엇인가

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 : 한국인에게 커피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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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40년에 걸친 한국 커피 문화사
·구한말 망국의 상징이었던 커피는 어떻게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음료가 되었나
《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는 140년 동안 한국에 커피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보여주는 커피 문화사다. 지은이 진용선은 등단 시인이자, 커피 아키비스트(archivist)다. 1980년대 문학만큼이나 커피에 빠져들어 커피를 연구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 기록하기 시작한 그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커피 문화사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커피 인문학자가 됐다. 특히 인스턴트커피와 믹스커피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저자는 한국이 커피의 나라가 된 이유를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따라 매력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구한말 개화기부터 1980년대 이후까지 한국 커피사의 중요한 분기점을 6개의 챕터로 나눠 무엇 때문에 한국인들이 커피에 열광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구한말은 최신 서양 문물이었던 커피가 소개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사료를 토대로 커피가 들어온 과정부터 커피 애호가로 유명했던 고종에 관한 이야기, 최초의 커피 전문점에 대한 연구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와 함께 소개한다. 고종이 커피 애호가였기에 독살을 피했다는 대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제 강점기는 망국 이후 하와이 등지의 커피 농장으로 떠난 사람들, 모던 보이와 모던 걸로 상징되는 상류층 그리고 문인들이라는 세 계층을 중심으로 커피가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보여 준다. 나라를 빼앗긴 후 먹고살 길을 찾아 해외로 떠난 힘없는 사람들에게 커피는 목을 축이기 위해 마시는 ‘쓴 물’이었지만, 모던 보이와 모던 걸에게는 유행의 최첨단에 서 있던 음료였다. 문인들에게 커피는 다방에 모여 문학과 시국을 논하는 매개체였다. 놀랍게도 당시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은 그때도 ‘아이스커피’를 즐겼다는 게 흥미롭다. ‘얼죽아’는 이미 100년 전부터 커피족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은 커피 불모지였다. 전쟁통에도 커피를 찾는 이들이 많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쌀값보다 비싼 커피를 찾는 이들에게 날선 눈길이 떨어졌지만 커피 애호가들은 개의치 않았다. 불황과 전쟁을 거치는 동안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커피는 ‘위로의 맛’이었다. 한편 당시 많은 사람들은 미군정기 때부터 깡통 시장을 통해 돌기 시작한 미군의 전투 식량 속에 들어 있던 인스턴트커피로 처음 커피를 접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마셨던 커피는 어떤 이들에게는 ‘가난의 맛’이었다.

1970년대부터 커피는 점차 일상에 파고들기 시작한다. 정부는 커피값을 통제하고 수입을 억제하려고 했지만, 시장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커피 규제를 포기하고 커피를 생산해서 공급하기로 결정한다. 그때 등장한 회사가 동서식품이다. 동서식품은 국내에서 제조한 인스턴트커피를 필두로 그 유명한 믹스 커피를 만들어 내놓는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믹스 커피는 다방에서 즐기던 커피를 집과 사무실에까지 끌어들였다. 전 국민이 커피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데에는 동서식품의 커피믹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0년대부터는 커피 전문점이 등장했고 스타벅스가 등장하면서 커피 산업이 발전했다. 스타벅스는 부동산의 가치를 올려줄 정도로 상징성을 가지게 됐다. 커피가 사람을 끌어들인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강릉이 커피 도시가 된 것은 강릉이 가진 ‘스토리’와 커피의 경제성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커피를 즐기면서 한국은 커피의 나라가 됐다. 그 과정은 다사다난하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성장한 우리 역사와 같다. 이토록 매력적인 커피, 한국인이 사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저자

진용선

저자:진용선
커피아키비스트(archivist)이자아리랑전문가다.
강원도정선출생으로인하대학교와동대학원에서비교언어학을전공했다.1985년제1회MBC청소년문학상을받았고,그해겨울시전문지《심상》신인상과《시문학》추천으로문단에데뷔했다.
중국과일본,러시아와유라시아,미주와중남미로확산한디아스포라아리랑을연구하여《아리랑로드》를비롯한60여권에이르는아리랑관련인문서를저술했다.성균관대동아시아학술원수석연구원,아리랑박물관장등을역임했으며,현재아리랑아카이브대표,강원특별자치도무형유산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
아리랑이평생의업이라면커피는그의동반자다.1986년인천에서로스터리커피숍'Warehouse'운영을시발점으로커피관련일을시작한그는방대한인스턴트커피자료를수집하고메타데이터를분석해아카이브를구축하는일에매진하며,강연과전시등으로커피콘텐츠를확장하고활용하는활동을해왔다.2016년부터한국여성수련원,국립민속박물관,이육사문학관,인재개발원,교육청산하학교등에서커피인문학강의를이어가고있다.2023년에는한국외국어대학교기록학전공대학원생들을대상으로'커피자료의아카이브구축과활용'을주제로기록학영역에서커피를이야기하기도했다.
2009년기록관리유공국민포장을받았다.

목차


프롤로그

PARTI.신문물에서망국의상징으로
·커피,언제우리나라에들어왔을까?
·망국의상징,고종의커피
·고종이정관헌에서커피를마셨다는오해
·고종황제커피독살미스터리
·대불호텔레스토랑,조선커피1호점?
·대한제국의운명과함께한손탁호텔의커피
·코나커피농사에뛰어든하와이한인이민자들
·부래상의공짜커피와멕시코애니깽의‘쓴물’

PARTII.모던보이,모던걸의음료
·최승희와조선호텔커피숍선룸의스타마케팅
·다방의등장과한국인최초의다방‘카카듀’
·다방르네상스시대
·카페인에대한궁금증과인산커피의탄생
·문인들의아지트가된이상의‘제비’다방
·‘얼죽아’의시작,모던보이와모던걸
·카페인에대한궁금증과인삼커피의탄생

PARTIII.‘가난의맛’에서‘위로의맛’으로
·C-레이션커피,인스턴트커피시대를열다
·문인들의출판기념회가열린플라워다방
·전쟁시기각성제와구충제로각광받은커피
·밀다원을중심으로한피난수도부산의다방
·‘커피병환자’와다방홍수시대의커피값
·쌀값보다비싸도좋아

PARTIV.망국의사치품에서낭만의상징으로
·커피불허의시대
·기억의유물,모닝커피와도라지위스키
·펄시스터즈의‘커피한잔’,다방찬가가되다
·음악다방의인기몰이와대중문화확산

PARTV.한국근대화가낳은발명품
·동서식품이주도한한국의커피시장
·커피믹스의탄생에는‘비빔밥문화’가있다
·커피자판기의등장과다방의위기

PARTVI.윤락의도구에서일상의의식으로
·티켓다방,강원도탄광촌에서도성행
·난다랑,프랜차이즈커피전문점시대를열다
·스타벅스돌풍과‘앵커테넌트효과’
·서울의미래유산이된학림다방
·강릉은어떻게커피도시가됐나

출판사 서평

한국인들에게커피는단순한음료가아니라역사적상징
한국인들의커피는다양한문화적맥락이조화롭게섞인또하나의K컬처

《커피,이토록역사적인음료》는왜한국인들이커피를즐기게됐는지를문화사적으로톺아본다.시장조사기관유로모니터에따르면,2023년기준한국의1인당커피소비량은405잔에이른다.전세계평균152잔의2.6배에달하는수치다.세계적으로도높은소비량이고아시아에서는1위다.무엇이한국을커피의나라로만들었을까?한국인들이특별히커피맛을좋아해서일까?커피맛때문이라면베트남이나인도네시아같은아시아의커피산지보다한국인들이커피를더소비하는이유를설명할수없다.한국인의커피사랑은문화적맥락을봐야한다.

익히알려진바와같이커피는개항과함께조선에본격적으로들어왔다.고종을비롯해상류층과외국인들이최신문물인커피를즐겼다.당시커피는특권층의전유물이었다.일반인들이일상적으로접하기는힘든물품이었다.그러나발전된서양문물의상징으로눈도장을받기에는충분했다.

일제강점기부터한국은커피와본격적으로인연을맺기시작한다.서양문물이보급되고근대화가진행되면서커피는가장힙한문화의상징이된다.당시조선호텔은월드스타최승희를커피숍모델로썼다.유행에민감한모던보이와모던걸들은커피를마다하지않았다.그때도커피를쉽게즐기기는어려웠지만얼리어뎁터들에게는문제가되지않았다.그들은아이스커피를즐겨마시며얼어죽어도아이스아메리카노를외치는한국인들의선구자가됐다.찬물을즐겨마시는문화가외래음료인커피와결합하여벌써부터한국식으로커피를즐기는문화가탄생한것이다.

당시상류층외에도커피를일찍접한계층이있었다.하와이커피농장을이민을떠난이들이다.그들은커피농장에서일하며어쩔수없이커피를마셔야했다.물갈이때문에고육지책으로커피를끊여먹어야했던것이다.그들에게커피는‘쓴물’이었다.저자는당시커피를서양문물의최신유행으로즐긴이들과이민자로서‘쓴물’을마셔야만했던이들을언급하며초창기한국인들이계층에따라커피를어떻게받아들였는지를대비한다.커피는단순한음료가아니라역사적질곡의상징이었던것이다.

해방이후커피는점차대중화된다.여기에가장큰기여를한것은미군이었다.군정시기와한국전쟁때미군의전투식량중에는인스턴트커피가들어있었다.이커피가대량으로유통되면서많은사람들이커피를즐기고맛볼수있게됐다.이와함께다방이증가했고,도시를배회하는갈곳없는이들이다방으로모여들었다.커피를파는다방은일종의사랑방이됐다.서양의카페처럼공간과시간을파는형태가일반화하기시작한것이다.그러나이는서구의카페와는맥락이달랐다.지역공동체의주민들이회합하는공간이라기보다는여러지역과출신들이섞인일종의대합실같은곳이다방이었다.전쟁과근대화를거치면서뿌리를잃은사람들은다방에서모였고,미래를모색했다.

1970년대부터한국의커피산업은본격적으로발전하기시작한다.그주역은동서식품이었다.커피는해방이후부터군사정권시기까지계속해서정부가가격을관리하려는품목이었다.커피는수입산이었고외화가유출되는품목이었다.쿠데타로정권을잡은독재정권은커피판매를금지하기까지했다.그러나시장을이길수는없는법이었다.결국해법은규제를풀고커피를시장에더투명하게공급하는일이었다.그일을맡은회사가동서식품이었다.

동서식품의인스턴트커피와믹스커피는한국사회를바꾼제품이됐다.다방에서마시던커피를집과회사를비롯한일터에서도마실수있게됐기때문이다.믹스커피와종이컵,뜨거운물만있으면어디서든커피를즐길수있다.진정한커피대중화는동서식품덕이라고할수있다.커피의문턱을낮추고쉽고저렴하게커피를마실수있게되면서커피에대한벽이사라진것이다.후일한국이커피의나라가된데에는동서식품으로인한커피의대중화를빼놓을수없다.여기에커피자판기가더해지면서커피는이제언제어디서든즐길수있는음료가됐다.

경제수준이높아지면서커피프랜차이즈가생기고스타벅스가상륙하면서한국은명실공히커피의나라가됐다.1997년외환위기당시한국에첫매장을낸스타벅스코리아는이제전세계에서네번째로많은매장을가지고있다.스타벅스는공간을판다는개념으로고객을끌어모았고,특색있는마케팅으로스타벅스사용자들에게만족감을주었다.커피만이아닌커피문화를파는업체가된것이다.그덕분에스타벅스가들어선건물의가치가올라갈정도다.이제커피산업은커피만을파는것이아니라커피문화그자체를파는산업이됐다.커피도시가된강릉도마찬가지다.화랑이차를마신곳이라는전설에서시작해전국에서가장맛있는커피자판기가있는곳이라는이야기가더해지면서강릉은커피도시가됐다.이는커피산업이문화와결속돼있다는것을의미한다.그리고한국의커피는생각보다많은이야깃거리가있는콘텐츠다.

《커피,이토록역사적인음료》는한국에서커피가한국인들에게어떤문화적맥락으로받아들여졌는지,한국인들은왜이렇게커피를좋아하게됐는지에대한이야기지만,이는곧한국인정체성과그문화를엿보는일이기도하다.커피가들어온지140년남짓한역사동안한국인은커피를통해세계를보고,위안을얻기도했으며,선망의대상에서취향의일부가되는과정에서우리만의독특한커피를만들어내기도했다.지금우리가즐기는커피는커피가처음들어왔던그시절의커피와는다르다.한국인이즐기는커피는K컬처처럼다양한맥락이복합적으로,그러면서도조화롭게섞인그무엇인가다.그렇기에한국의커피는한국인들의일상에파고들어의식의일부가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