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22년맥아더펠로십수상자:“새로운통찰을제시하는역사학자”
2022년에한국계학자세명이미국의‘천재들의상’(GeniusGrant)으로불리는‘맥아더펠로십’을수상했다는뉴스가한국에서화제가되었다.이들은수학자허준이교수,인공지능분야최예진교수,그리고모니카김이었다.맥아더재단이밝힌모니카김의수상이유에는이책『심문실의한국전쟁』이갖는의미가잘나타나있다.
“모니카김은제2차세계대전이후세계탈식민화라는맥락속에서미국외교정책에대한새로운통찰을밝혀내고있는역사학자이다....저서『심문실의한국전쟁』에서모니카김은미국과국제적자료뿐만아니라4개언어로된아카이브자료와심문관들과의직접인터뷰를바탕으로,정전협상기간동안의전쟁포로에대한구금과심문과정을분석한다.군사작전이교착상태에이르자교전당사자들은개인들을상대로한이념적·심리적강요에집중하기시작했다.모니카김은수용소내구금,심문,설득시도뿐아니라그안에서형성된공동체,연대,저항의양상을생생하게묘사한다.특히미국이주장한‘자발적송환’원칙은심문실을주권,정체성,국가와개인의관계를협상하고다투는중요한공간으로만들었다.그녀는포로수용소내에서벌어진인종과민족의복잡한문제에도주목하는데,제2차세계대전당시미국내에서강제수용소에수용되었던일본계미국인들이전쟁후한국군포로심문에통역관등으로투입된사례를소개하며,한국전쟁시기인종,계급,정체성,시민권이어떤역할을했는지를조명한다.”
2.한국전쟁의심문실로들어가다:인간의내면을차지하기위한전쟁
미국국가기록관리청(NARA)의금고선반에는대형문서보관함두개가놓여있다.리하비오즈월드의소총,에바브라운의일기등과함께자리한이상자들에는,1953년5월영천포로수용소반공포로487명이쓴100쪽이넘는혈서가들어있다.이피의탄원서는아이젠하워대통령,유엔군총사령관,정전협상미국대표앞으로보낸것이었다.왜혈서가금고에보관되었을까.분류하기가어려웠기때문이다.마음(언어)와몸(피)의구분을무너뜨려분류체계에도전하는,보는이로하여금텍스트의내용이아니라글쓰기의행위에바로직면하게하는이‘피의청원’은어떤종류의정치적행위였을까?
“우리는반공주의대공산주의라는기존의냉전이분법으로한국전쟁을바라보는것은너무나불충분하며,오히려식민주의,주권,인정[승인]의문제가한국전쟁의전장에서훨씬더핵심적이었음을알수있다.이는사람의내면이어떻게한반도에서벌어진전쟁의지형이자전쟁개시의논리[정당성]가되었는지를보여준다.”
모니카김은한국전쟁에대한기존논의에서부차적,혹은‘각주’로취급되었던‘포로송환문제’를이야기의중심으로가져온다.그에따르면“한반도에서등장한갈등의핵심은단순히영토주권과국민국가라는통상적인문제가아니었다.이싸움의중심은,1945년이후국민국가체계의토대를형성한중요한관계역학,즉정치적인정의문제에있었다.이책은인정이라는행위가어떻게전쟁의본질적인지형이되었는지를이해하려면,전쟁의전통적인풍경인전장戰場에서벗어나심문실로들어가야한다고주장한다.”실제로“한국전쟁은1950년6월에38선이라는경계를침범한전쟁으로시작되었지만,1952년초에이르러서는인간주체의권리,즉전쟁포로의자기결정권이나선택권의침해를두고벌어지는전쟁으로변해가고있었”다.또한“포로송환을둘러싼논쟁이과열되면서정전협상은약18개월동안지연되었고,그동안한반도전역에서교전이지속”되었다.
이런논의의전환을그는“한국전쟁서사에서학자들이38선에부여했던역사적우위에도전한다.”고표현한다.“한국전쟁에대한수많은연구들이,38선을당연한것으로여기거나,한반도의한가운데그려진38선을강조함으로써,전쟁의성격을주로38선이라는물리적지형의위아래움직임으로파악한다.이책은전쟁수행의정당성문제를한반도에살고있는[남북한의]개별국민들[의선택과지지]에초점을맞추도록만든,‘비상사태’의풍경을그려냄으로써,한국전쟁서사에서학자들이38선에부여했던역사적우위에도전한다.”
3.전지구적지정학을헤쳐나갔던보통사람들의‘이야기되지않은역사들’(untoldhistory)
“일상적이지않은폭력의위협을안고있던,전쟁의가장일상적인사건인심문은또한한국전쟁에대한이야기를말할수있는새로운길을열어주었는데,이는우리로하여금한국전쟁에대한평범한사람들의경험을정치사로서진지하게받아들일수밖에없도록한다.대체로한국전쟁의정치사는전쟁도중벌어진사건,유명한인물의행위,그리고그결과에대한하향식서술분석안에머무른다.이책에도우리에게잘알려져있는관료,외교관,군인등의역사가포함되어있다.그러나이책에서생과사의갈림길에서전지구적으로펼쳐진지정학을헤쳐나갔던사람들은보통사람들이다.”
이책은스무살청년오세희가고향으로돌아가는길에국군병사를만나는이야기로시작된다.“넌뭐야”라는질문을받았고,생과사의갈림길에서그는자신이살려둘자격이있는사람임을증명하기위해미리몸이곳저곳에숨겨둔네장의문서(서울대학교학생증,교사자격증,인민군이발급한애국자증명서,유엔군이살포한귀항증)를차례로제시한다.군인은그것들을모두찢어버리지만긴머리를보고는군인이아니라는것을확신하고전쟁포로로분류해끌고간다.
이책에는여러사연을안고전쟁포로가된남과북의(친공/반공)한국인포로들,진주만공습이후루스벨트정부에의해강제수용소에수감되어청소년기를보냈던일본계미국인심문관(이들이다시한국인을심문하게되는아이러니),대공황과인종분리정책을경험하며성장해한국전쟁에참전했다가포로가된미군백인/흑인포로들의서사가교차적으로펼쳐진다.또한중립국을선택한한국인76명과,미국으로의송환을거부하고중국을선택해미국시민들을충격에빠뜨린21명의미군포로들의이야기도있다.이젊은이들은모두같은시기에한국전쟁의한가운데있었고,오세희가받았던질문,‘넌뭐야’라는질문에끊임없이대답해야했다.
이책은이들각자가역사적으로특정한장소,기술,경험등을통해이전쟁을어떻게재구성했는지에대한역사다.전쟁속개인들에대한저자의관점은,포로수용소내부널빤지에쓰여있는포로들의글씨,포로수용소를탈출했지만근처마을에정착해농부가되었다는어느포로에대한언급에서잘나타난다.
포로수용소가해체되고동네주민들이벽재나바닥재로사용했던수용소의목재.당시에포로들이쓴글씨를확인할수있다.(저자촬영).
“포로들의글쓰기는자신들의정치적주체성과상상력을표현하려는,다시말해감금을통해그들을침묵시키려고했던공간을,그누구도부인할수없을그들의목소리와현존이라는가시적인형태로덮어버리겠다는강력한의지의표현과도같았다.한때는포로였던이가자신을가두었던포로수용소의그늘아래에서마을주민들과함께살기로한선택은미국과신생국가대한민국이내세운항구적인‘예외상태’에도불구하고일상을일구어나가려는한국인주체들의모습을보여준다.그것은자결,[농부가일구는]토지,해방된삶이란어떠해야하는지에대한기본적인질문을끊임없이기억하고그리로돌아가려는고집스러운모습이었다.”
4.방대한자료와새로운기밀해제문서
이책의기반이된문서아카이브에는그동안학자들이체계적으로분석한적이없는문서들도포함되어있다.여기에는이전에검토된적이없는두가지중요한문서들이있다.첫번째는거제도유엔군포로수용소에서의심문기록과사건요약을포함한300건이상의조사사례모음이다.두번째는정보공개법에따른오랜요청을통해최근에기밀이해제된일군의문서들이다.이는중국과북한의포로수용소에갇혀있다가정전협정이후귀환한미군포로1000여명을미군방첩대가심문한자료로,방첩대는특히포로들이받았던심문경험에주목하고있었다.이자료들을통해미군포로들의육성을담아냄으로써이책은좀더입체적인한국전쟁의모습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