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기 힘든 사람들 (돌봄, 의존 그리고 지켜져야 할 우리의 일상에 대하여 | 개정판)

있기 힘든 사람들 (돌봄, 의존 그리고 지켜져야 할 우리의 일상에 대하여 | 개정판)

$20.00
Description
‘있기’를 하지 못하면 우리는 삶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있기’를 방해하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에 세뇌된 우리 자신이다.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통틀어 매해 단 한 권의 책에 수여되는 ‘오사라기 지로 논단상’, 독자들이 그해 최고의 인문서를 꼽는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대상’ 등을 휩쓴, ‘돌봄’에 관한 현대의 고전 『있기 힘든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있기’를 가능하게 하는 돌봄, 돌봄과 의존의 원리, 돌봄의 상호교환성, 능동도 수동도 아닌 중동태로서 존재하는 돌봄, 허드렛일로 치부되는 돌봄노동을 둘러싼 고민, 일과 인간관계를 비롯해 이별과 죽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돌봄 이론, ‘있기’를 뒤흔드는 신자유주의의 속성 등 ‘돌봄’에 관한 거의 모든 담론이 담긴 책이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오키나와의 정신과 돌봄시설에서 조현병 환자들과 함께 지낸 4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학, 사회학, 인류학, 심층심리학 등을 넘나들며 서술한 이 책은 학술서인 동시에 웃음과 감동과 통찰을 담아낸 에세이이기도 하다.
저자

도하타가이토

저자:도하타가이토
1983년출생.2010년교토대학교대학원교육학연구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오키나와의정신과병원에서일했고,주몬지학원여자대학교부교수등을지냈으며,현재는도쿄에심리상담실을열어많은사람들을상담하고있다.전문분야는임상심리학,정신분석,의료인류학.『있기힘든사람들』은2020기노쿠니야인문대상대상,제19회오사라기지로논단상등을휩쓸며독자,언론,전문가에게그해최고의인문서로손꼽혔다.그외에지은책으로『마음은어디로사라진걸까』『모든걸비추는밤,마음만은보이지않아』『사람들은왜내말을안들을까?』등이있다.

저자:김영현
출판기획편집자로다양한분야의책을만들었고,현재는일본어번역을하고있다.옮긴책으로『나는옐로에화이트에약간블루1,2』『서로다른기념일』『우연의질병,필연의죽음』『지속불가능자본주의』『목소리순례』『먹는것과싸는것』『마이너리티디자인』『눈이보이지않는친구와예술을보러가다』『돌봄,동기화,자유』『꽃을위한미래는없다』『밑바닥에서전합니다』『몸은,제멋대로한다』『우리는왜선물을줄때기쁨을느끼는가』등이있다.

목차

한국의독자들에게/있기가힘든나라

프롤로그/이래도괜찮을까?

1장돌봄과치료/이상한나라의임상심리사
2장‘있다’와‘하다’/대충앉아있어
3장마음과몸/‘마몸’을만지다
4장전문가와비전문가/보이지않는노동

시간에대한고찰

5장원과선/지루함을느끼지못하는사람들
6장북극곰과고래/사랑에약한남자
7장치료자와환자/금요일에는우리끼리만웃는다
8장사람과구조/두번의이별

돌봄과치료에대한메모

9장보호소와수용소/그저있는건힘들어

작가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우리사회는왜있기힘든사회가되었는가?
독자,언론,전문가가극찬한새로운‘돌봄’의고전

★고병권,김중미,은유,이길보라,조한진희,홍은전강력추천
★2020기노쿠니야인문대상대상수상
★제19회오사라기지로논단상수상

정신과돌봄시설에취업한임상심리학박사의첫번째업무,‘가만히있기’
“이래도될까?환자를치료해야하지않나?”
‘있기’를돕는돌봄과‘하기’를강제하는자본주의가충돌하다

‘있기’를하지못하면우리는삶에서아무것도할수없다.그런데우리삶의근간이되는‘있기’를방해하는것은바로자본주의와자본주의에세뇌된우리자신이다.
정치·경제·사회분야를통틀어매해단한권의책에수여되는‘오사라기지로논단상’,독자들이그해최고의인문서를꼽는‘기노쿠니야인문대상대상’등을휩쓴,‘돌봄’에관한현대의고전『있기힘든사람들』이출간되었다.
‘있기’를가능하게하는돌봄,돌봄과의존의원리,돌봄의상호교환성,능동도수동도아닌중동태로서존재하는돌봄,허드렛일로치부되는돌봄노동을둘러싼고민,일과인간관계를비롯해이별과죽음을바라보는새로운관점을제시하는돌봄이론,‘있기’를뒤흔드는신자유주의의속성등‘돌봄’에관한거의모든담론이담긴책이다.
임상심리학자인저자가오키나와의정신과돌봄시설에서조현병환자들과함께지낸4년간의경험을바탕으로철학,사회학,인류학,심층심리학등을넘나들며서술한이책은학술서인동시에웃음과감동과통찰을담아낸에세이이기도하다.
이책은『매일의존하며살아갑니다』(다다서재2019)를전면개역하고한국어판저자서문을더한개정판이다.

‘이상한돌봄시설’에도착한젊은임상심리학박사
우리삶을지탱하는‘있기’를탐구하다

교토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은임상심리학자가오키나와의정신과돌봄시설에취직한다.주로조현병당사자들이지내는시설에서첫업무로멍하니앉아있는당사자들사이에“대충있어.”라는지시를받은저자는당황한다.오랜공부를마치고얼른환자를‘치료’하고자열의에차있던저자는자신의전문성을발휘하지못하고조현병당사자들과함께멍하니앉아있다가카드놀이를하고배드민턴을치고드라이브를다닐뿐인일상에불안과의문을품는다.그리고살면서한번도생각해본적없는‘있기’에대해고민하게된다.아무것도안하고가만히있기가왜이렇게힘들까?공기처럼의식한적없던‘있기’는어떻게가능하고,어떻게불가능해질까?나는아무것도안하고이렇게‘있기’만해도괜찮을까?
그러나저자는조현병당사자들이그저‘있기’와여럿이함께하는‘놀이’를통해불안에서벗어나서서히편안함을되찾는과정을목격하면서‘있기’야말로생존의근간이되는행위이며,치료에비해경시되는‘돌봄’이야말로그러한있기를가능하게하는중요한요소임을점차깨달아간다.그때껏치료에만임상의초점을두던저자는돌봄에대한연구를시작한다.
이책은4년간조현병당사자들과함께지낸경험을철학,사회학,인류학,심층심리학등다양한학문적토대위에녹여낸돌봄의철학을담고있다.사회에서‘있기’에실패해돌봄시설로찾아온각기다른사연과증상을가진조현병당사자들과교류하며저자는각각의임상으로부터돌봄의속성을발견해낸다.

우리는의존할때비로소자기자신이될수있다
현장과이론을바탕으로탐구하는돌봄의본질

우리의‘있기’를밑받침하는돌봄의본질은무엇일까.저자는우리가어떤장소에‘있기’가가능해야‘하기’를할수있다고말한다.아무리공부를잘하는학생도일단학교에‘있기’가가능해야공부할수있다.직장도,모임도,가정도,두사람사이의관계도마찬가지다.그리고저자는우리가어떤곳에‘있기’위해서는그곳의사람들에게‘의존’할수있어야한다고강조한다.누군가에게온전히‘의존’할때비로소‘있기’가가능한것이다.아이는엄마에게완전히의존해야마음놓고집에있을수있고,회사원은동료들에게의존할수있을때직장에서자연스럽게있을수있다.연인이나친구도서로를믿고의존할때비로소편안하게함께있을수있다.

우리는누군가에게온전히의지할때,의존할때‘진정한자신’으로있을수있다.그럴수없으면‘가짜자기’를만들어낸다.그래서‘있기’가괴로워지면‘하기’를시작하는것이다._본문중에서

저자는또한돌봄이한방향으로흐르지않고돌봄을받는사람과돌보는사람사이에역방향으로흐르거나양방향으로오가는불가사의한현상에대해설명한다.지하철에서자리를양보하는행위,친구에게공부를가르쳐주는행위는얼핏돌봄을주는행위같지만실은그렇지않다.누군가에게자리를양보하면기분이좋아지고,친구에게공부를가르쳐주면자신역시이해가더욱깊어진다.여기서더나아가면,자리를양보받은사람은자리에앉음으로써양보한사람의기운을북돋고,공부를배운학생은친구의깊은이해를도운것이라는뒤집힌세계가보인다.
저자는치료자와환자가서로를치유하고치유받는다는융심리학의‘상처입은치료자’이론을가져와서돌봄으로써돌봄을받고,돌봄을받음으로써돌보는돌봄의본질을설명한다.저자가경험한시설에서도정신질환당사자가그저돌봄을받기만하지는않았다.정신질환당사자는또다른당사자를돌봤고,때로는직원을돌봤다.그렇게타인을돌봄으로써당사자자신또한돌봄을받았다.저자는돌봄의주체와객체를나누는전형적인시점을벗어난다.실제로돌봄이이뤄지는곳에서는‘돌봄을하다/돌봄을받다’라는능동태와수동태가아니라‘돌봄이이루어지는’중동태의세계가펼쳐진다.

좋은돌봄이란무엇일까?
막연한환상을지우고있는그대로‘돌봄의풍경’을그리다

『있기힘든사람들』은학술서를표방함에도에세이,혹은소설같기도하다.저자는정신과돌봄시설의직원들과정신질환당사자들을생생하게되살려낸다.누구보다환자들의돌봄을능숙하게받는부장,돌봄보다야구에관심이많은듯한간호사,머리에구멍이나서돌로막아야한다는청년,달나라의지령을받아종일냅킨을접었다펴는남성등다채로운인물들이등장하는일화는웃음과감동과눈물이가득하여흥미로운드라마못지않다.저자는그런일화들에서돌봄과의존,돌봄의상호의존성,돌봄의위험성,돌봄과공동체,돌봄과자본주의같은주제를발굴하고자연스럽게이론적으로접근한다.그러면학술서,에세이,소설의경계가녹아내리며생생한‘돌봄의풍경’이드러난다.
저자는딱딱한논문의언어로는자신이경험한돌봄을온전히담을수없었다고고백한다.그보다는어려움과고통,웃음과기쁨이있는‘돌봄의풍경’을있는그대로보여주는것이돌봄의본질과가치를전하는데가장효과적이라생각했기에학술서답지않은학술서를썼다고말한다.저자가재기넘치는문장으로펼치는‘돌봄의풍경’은단숨에독자들을끌어들이며,우리가몰랐던현실의돌봄을구석구석보여준다.
코로나팬데믹을계기로한국사회에돌봄담론이활발해졌지만,현실의돌봄에서는하루가멀다하고폭력과학대등사건이벌어져언론에보도되고있다.이제한국사회는한발나아가‘좋은돌봄’이란무엇인지,‘돌봄’에서사람들사이에무슨일이벌어지는지,그리고‘돌봄의고통’뿐아니라‘돌봄의기쁨’은무엇일지도생각해봐야한다.조한진희‘다른몸들’대표의추천사대로이책은“선의로포장된돌봄의허구성과좋은돌봄이라는막연함을넘어서는고도의돌봄”을보여준다.

‘있기힘든사회’는어떻게만들어지는가
신자유주의에대항하는돌봄의철학

저자는돌봄시설에출근한첫날,처음지시받은그저‘있기’에왜반감을가졌을까?조현병당사자들과함께카드놀이를하고,배구를하고,드라이브를즐기면서도왜‘치료를안하고이렇게있어도될까?’라는불안에끊임없이시달렸을까?저자는그불안의근원이바로자본주의에있다고말한다.
저자는치료와돌봄을끊임없이대치시킨다.치료는의사가환자를치유에이르게하는행위인동시에하기,진보,자립,성장,생산,효율의다른말이기도하다.반대로돌봄은있기,안정,의존,일상,관리,머무름의다른말이다.자본주의사회는돌봄보다치료를우월하게여긴다.자립하고성장하는사람에게만박수를보내며의존은부정적인개념으로치부한다.그런신자유주의적잣대는돌봄노동의사회적가치를폄하하고,‘있기힘든사람들’을위해존재하는돌봄시설조차돈벌이수단으로전락시킨다.
저자는그러한자본주의의치료,성장,효율우선주의로인해우리의‘있기’가위협받고있다고강조한다.‘있기’를잃으면우리는삶이버거울때피신할은신처를잃게되고,더쉽게불안정의늪으로떨어진다.또한개인의‘있기’가위태로워지면사회전체의‘있기’가위험에빠진다.
한국어판서문에서저자는일본이2000년대신자유주의개혁으로인해‘있기힘든나라’가되었고,한국역시지나친경쟁과불안한정치로“실존적불안”을내포한‘있기힘든나라’로보인다며염려한다.양극화와다양한층위의분열,계층갈등과혐오확산,과시적풍조와높은자살률…이미오래전부터시작된‘있기힘든사회’에서‘있기’를가능하게만들기위해우리는어떤논의를시작해야할까?그실마리는‘의존’과‘돌봄’에있을것이다.
여러굵직한상을휩쓸며독자,언론,전문가의극찬을받은이책은돌봄에관한새로운고전으로불리며2000년대초반부터돌봄의가치를다시금연구하기시작한일본에서돌봄을논할때반드시인용되는필독서로자리매김했다.‘있기힘든사회’와‘있기힘든일상’을견디고있는수많은이들에게이책의존재자체가돌봄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