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론』은인도사상계에내던진‘도전장’
공성(空性)으로상대를논파하지만,그‘공’조차부정한다
『중론:용수의사상·저술·생애의모든것』은크게‘번역편’과‘해설편’으로구성되어있다.번역편은상스끄리뜨원전을바탕으로한귀경게2게송,본문27장445게송전체의번역과흐름을파악할수있는개요를달았다.해설편은최신학술연구성과를토대로용수의사상·저술·생애에관해면밀히분석한다.
이책본문에따르면『중론』을이해하는핵심은귀경게(歸敬偈)에있다.귀경게란저술의첫부분에위치하는게송으로,논서의취지가담겨있다.
소멸하지않으면서생겨나지않고,끊어지지않으면서항상있지않고,동일하지않으면서다르지않고,오지않으면서가지않고,희론(戱論)을적멸하면서상서로운연기(緣起)를설하신설법자중최고의설법자붓다에게경의를표합니다.(_귀경게)
흔히팔불중도(八不中道)라고불리는이귀경게는‘①소멸②생겨남,③끊어짐④항상함,⑤동일함⑥다름,⑦오는것⑧가는것’의여덟항목을부정한다.①~⑥은용수생존당시,번잡한이론체계에매몰되어있던불교아비달마부파와베다교의유력한학파인바이쉐시까·니야야학파등의실재론을부정한것이고,⑦과⑧은언어의불멸성을주장하며제식(주문·주술)의중요성을강조한인도문법학자들의세계관을부정한것이다.
이처럼용수는귀경게에서안으로는불교부파의이론을,밖으로는베다의정통성을부정하고,이와같은논의들을모두희론(戱論,궤변)으로간주하며‘연기(緣起)’야말로부처님의가르침이라고선언한다.따라서『중론』은당시존재했던인도의모든종교·사상가들에게도전장을던진것과마찬가지였다.그리고그희론들을하나씩논파해가면서‘매거법(枚擧法)’이라는논법을통해‘존재=공성(空性,실체가없음)’임을드러낸다.매거법이란모든견해를하나하나들어공성으로부정하는것을말한다.
그러나용수는‘공(空)’에사로잡혀서는안된다고말한다.이와관련해서용수는게송에분명히명시하고있다.
만일공이아닌것이무엇인가존재한다면,공인것도무엇인가존재할것이다.그러나[지금까지설명한것처럼]공이아닌것은어떤것도존재하지않는다.어떻게공인것이존재하겠는가.(_13장7게송)
승리자[勝者,붓다]들은,공성(空性)은모든견해를제거하는수단이라고했다.그러나공성을견해로갖는자는구제받기어렵다고도했다.(_13장8게송)
공성은잘못이해하면잘못된방법으로포획한뱀과같이,혹은잘못읊은주문과같이어리석은자를파멸시킨다.(_24장11게송)
신화적인‘용수보살’과실제용수사이에서
‘개인’이아닌‘문화현상’의용수를볼수있다
인도불교를통틀어붓다이후가장저명한인물,제2의붓다,대승불교의아버지,8종(宗)의조사(祖師)!
『중론』의저자용수를지칭하는찬사이다.그의『중론』은대승불교사상에서두갈래의큰흐름인중관학파와유가행유식학파의사상적원천을제공했다.이와같은업적을남긴용수를이해하려면당시의시대적배경을알아야한다.
붓다사후약500년이흐른시점에서불교교단은분열하여저마다의교리해석에만몰두했고,기존의인도베다교무리는불교세력을견제하기위해불교를정면으로비판하며도전해왔다.불교도입장에서보면온통사상적논쟁만이난무할뿐붓다의본뜻은점차훼손되던시기였다.이때이타행위를강조하는보살사상과함께근본으로돌아가자는대승불교운동이서서히전개되기시작했고,용수는바로그시기에활약했던인물이다.
아직대승이대승으로불리기직전의시대,공성을무기로갖춘『중론』은불교교단뿐만아니라베다교에도큰영향을끼쳤고,용수의『중론』은인도사상사에서끊임없이회자되기시작했다.더욱이『중론』의주장은대승불교의지향점과많은부분이일치했고,이후『중론』은대승불교운동의기폭제역할을혁혁히해낸다.이점이용수가대승불교의아버지로추앙받는이유이다.
이러한용수는시간이흐를수록점차신화적이고영웅적인인물로변모하기시작한다.또한,여러대승불교문헌의저자로알려지면서‘용수문헌군’이출현하기시작했다.어디까지가사실이며무엇이진정한용수의저술인지아직도의견은분분하다.이러한다양한용수상(龍樹像)속에서어쩌면용수는‘개인’이아닌‘문화현상’으로파악해야하는대상일지도모른다.
『중론:용수의사상·저술·생애의모든것』은이처럼용수의저술로알려진문헌과신화적인용수의모습을함께조명하며당시의시대상과『중론』의진의를새롭게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