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보린 장편소설)

큐브 (보린 장편소설)

$15.79
Description
한계를 넘어선 상상력으로 밀어붙인
‘진짜 나’를 찾게 할 기기묘묘한 이야기
강원도 고성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고3 남학생 ‘연우’는 어느 날 교실에 혼자 있다가 ‘채집’된다. 투명 정육면체(큐브)에 갇혀 지구 둘레를 계속 돌게 되는데, 큐브의 통제 시스템 덕에 일정 주기로 심리ㆍ신체ㆍ물리적 상태가 계속 리셋된다. 공중엔 이를 제어하는 둥근 장치가 떠 있다. 연우는 거듭된 탈출 노력에 실패하자 체념한 채 지내다가 갑자기 제자리로 돌려보내진다. 그런데 시간은 정확히 1년이 흘러 있다.
현실에선 연우가 1년간 사라졌다 나타난 사람이 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 지역 내 가십거리가 된다. 연우는 이제 직장인이나 대학생, 재수생 등이 된 친구들을 만나며 일상에 적응하고 대입을 포함한 진로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채집 때문에 갖게 된 ‘장치’와 거기에 입력된 복제된 자아, 그리고 이 장치의 항상성 시스템(연우의 심리적ㆍ물리적 안정을 유지시킴. 비가 오면 비를 막아주고, 덥거나 춥지 않게 해줌)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없으면 생기는 불안과 외로움에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무얼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모른 채 안온하게 지냈던 고3생에 붙박힌 존재, 여전히 시스템이 통제하는 큐브에 갇힌 온실 속 존재란 생각을 한다. 한편 전부터 좋아했던 ‘해고니’와의 만남과 연애, 헤어짐이 연우의 진로 고민과 불안을 증폭시킨다. 그러던 중 바다에서 해고니에게 채집 경험을 털어놓게 되고 해고니도 자신을 지배하던 트라우마를 털어놓다가 큰 파도에 휩쓸리게 되는데…….
저자

보린

저자:보린
동화?청소년소설작가.2009년장편동화『뿔치』로‘푸른문학상미래의작가상’을받으며본격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옛이야기기반의개성강한판타지를주로써왔고,늘상식의이면을파고드는독특한상상력으로주목받아왔다.
청소년소설『큐브』,『살아있는건두근두근』을냈으며,동화『귀서각』,『컵고양이후루룩』,『초도리와말썽많은숲』,‘분홍올빼미가게’시리즈,‘고양이가장의기묘한돈벌이’시리즈,‘안개초등학교’시리즈,그림책『100원짜리만받는과자가게』등을냈다.인스타그램@vorinnne

목차

1.당신은채집되었습니다
2.제정신이긴한거겠지
3.젤리곰이말한다
4.전설급아이템
5.전기밥솥과자동소화기
6.평범한고등학생의애매한슈퍼파워
7.바나나우유스물다섯상자
8.내가아는사람중에
9.문어일까,나일까?
10.잘있어

지은이의말

출판사 서평

한계를넘어선상상력으로밀어붙인
‘진짜나’를찾게할기기묘묘한이야기
―각자의큐브에갇힌이들에게건네는,
SF와리얼리즘의결합이빚어낸탈주의상상력

이책은투명한정육면체큐브에갇혀‘채집’된청소년이겪은롤러코스터같은이야기로,부족한자아인식과진로탐색에스민불안으로고민하는이들에게자기내면의소리에귀기울이는일의의미를탐색케하는장편SF청소년소설이다.파격적이고개성강한상상력과서사로주목받아온보린작가의첫장편소설이자‘창비교육성장소설’시리즈의열세번째책이다.

이야기는연우가학교에서투명한막에갇히는순간으로시작한다.서사초반부터눈에그려질듯묘사되는동적장면들이상상력을한껏자극한다.도대체누가,왜채집했고,큐브의통제시스템에의한심리?신체?물리적‘리셋’과이에따라연우가다다를결말이어떠할지독자들의호기심은증폭된다.이런동력을바탕으로작품은갑자기1년뒤현실로돌려보내진연우의‘미래살기’와주변인들과의교류,특히친구‘해고니’와의애정관계와‘복제된자아’의출현을흥미진진하게담아가며큐브는우리가기댔거나혹은속박된일종의관념이거나체제였음을확인케한다.

바닷가소도시를배경으로시종일관감각적대화와청량한에피소드로활기있게전개되는이작품은연우와해고니의쫄깃한연애담이기도하다.그런데둘의갈등과해소는각자가큐브에갇혀분투하는과정과연결되며,이는독자에게우리는저마다어떤큐브에갇혀‘진짜나’를놓치고있는지질문케한다.현실을여실하게비추는SF의역설적속성이제대로발휘된이작품은리얼리즘과SF가만나이룰수있는한정점을,청소년을포함한다양한독자에게선사한다.

진화하는SF와리얼리즘의갱신,이들의결합이낳은새로운청소년문학

SF에는현실의이면을극명하게드러내는리얼리즘적속성이있다.특히핍진한현실성만으로문학적전망을세우기어려운어린이청소년문학에서SF는현실을우회하거나돌파할틈을열어주며,그래서최근이분야에서가장핫한장르가되었다.『큐브』는그러한SF의효용성을적극반영한다.아울러오늘날SF는거대한세계관을구축해의미를부여하는관습적문법에서벗어나현실에스민다양한이슈에대한사고실험을자극하는일종의서사방식으로도진화하고있다.이제더는‘로봇,우주,미래’가SF의필수소재나배경이아니다.『큐브』는그러한SF의진화위에서있기도하다.

“당신은채집되었습니다”로각인된서사초반부는SF의상상력으로가득하다.연우는정육면체에갇혀의식을통제받으며지구궤도를돌다가1년뒤현실로돌려보내진다.그래서주어진대로만살면문제없던고3생이아닌,달라진삶을꾸려가야할처지에놓인다.그러자‘자신은어떤삶을살고싶은지’가관건이된다.삶의다양한선택지중잘맞는것을고르려면그것이기준이되기때문이다.

연우는불충분한자아인식과정체성혼란,진로고민에따른불안에점차휩쌓인다.지방소도시에사는연우에게학교라는안전한체제를벗어난삶은버겁기십상이다.친구들도마찬가지로,이후서사는‘지금여기’의청소년들이야기에집중한다.그러면서도‘복제된자아’와의소통,또다른큐브의출현과활용,‘항상성시스템’유지,이에따른물리적‘리셋혹은리플레이스’등SF의상상력이현실이야기에끊임없이틈입한다.이는청소년들의작품속현실을SF의상상력으로뒤흔들어더실험적이면서도현실성있는탐색을하도록이끄는전략이다.그래서이는리얼리즘의갱신이기도하다.이작품의고유성은여기에서시작되며,이를통해재미와흥미,새로움과개성,현실적주제의식까지확보할수있었다.

연애담과성장담의결합이빚어낸독특한매력과즐거움

연우는오래전부터친구해고니를좋아했다.그래서큐브속생존과이탈에해고니에대한마음이동력으로작동했으며,돌아온현실에선이미사회인이된해고니와의접점형성이연우에게갈등요인이된다.자신의욕망과삶의지향에대한별다른인식없이되는대로,혹은범생이처럼만살아온연우는남들처럼다른도시로이주해대학에가려했고,그계획에해고니도포함시켜놨었다.하지만프로서퍼가꿈인해고니는바다가있는고향에남아취직까지했다.서로를아끼지만대학을갈지말지,고향을떠날지말지,안떠난다면무얼하며살지등둘에게남은문제가간단치않고,상대방때문에삶의경로를바꾸는일에대한책임성이고뇌하게한다.

이런까닭에둘은사귀기로했다가이내친구가되고,그러다다시서로를찾는등단속적관계를이어간다.환희와실망을오가는가운데확확바뀌는둘의마음과언어가독자의마음을찌릿하게자극하며쫄깃한재미를안긴다.그러다연우는자신의채집경험을,해고니는바다에서일어났던사고에대한트라우마를꺼내놓게되면서서로를품으며성장해간다.누군가에대한사랑이삶의본질적문제와연결돼자기탐색을추동하고,이를통해성장해가는두아이의모습이독자의마음을훔치기에충분하다.

‘복제된자아’등다양한인물과의입체적교류로형상화된주제의식

연우가채집됐다가1년뒤미래로돌아오자아버지는그사이문어낚싯배선장이돼있고,해고니는고졸취업자가돼있으며,친구들은대학생이나재수생이돼있다.그리고자신을채집의“사은품”이라설명하는‘복제된자아’까지소지하게된다.큐브에서풀려났지만휴대폰고리로달린젤리곰에특정‘장치’가입력돼현실에서도연우를관리하는데,거기에연우의‘또다른자아’도들어있는것이다.

그래서연우는복제된자아와함께가족과친구들의욕망과선택에대해차츰알게된다.엄마와“잘먹고잘살려고”돈잘버는원양어선선원이됐었다는아버지,프로서퍼가되고자서핑숍직원이된해고니,언제든서핑을하고싶어직장을관두고이사와서핑숍을차린진호형,부모님식당을물려받고자호텔조리학과에진학하고푸드트럭운영도하는나루,사회적지위획득을목적으로대입을치열하게준비하는윤찬이….이들은자기인식과목표아래길을선택했고,갈팡질팡하더라도나름의삶을꾸려간다.이들덕에연우는특정학과진학부터낚싯배선장,민박집주인,군청공무원,자동차정비기능사등여러진로를떠올려본다.하지만여전히문제는자신조차자기에대해잘모른다는것.젤리곰장치의‘항상성시스템’때문에늘심리적안정을유지하는연우는그렇지않은복제된자아와때론대립적으로,때론포용적으로소통하며자기내면을탐색해간다.이렇듯서사에녹아든자아내-외부와의입체적교류와탐색이독자에게풍성한간접체험을안기며주제형상화에효과적으로기여한다.

‘표준강박’에서벗어난인물과배경으로담은폭넓은시선의가치

많은청소년소설의인물과배경이수도권중심으로설정돼있다.등장인물대부분이도시에살며학교를다니고대입에몰두한다.대학에가더라도수도권소재대학에간다.은연중에이들의삶이우리의지향혹은표준으로삼아지고있고,강박도있는셈이다.

하지만이작품은사뭇다르다.강원도고성의바닷가마을을배경으로그곳에사는인물들이등장한다.이들은항구와해수욕장,해안도로를주로오가며,영화라도보려면대도시로나가야하고,대입은고향을떠나는문제와직결되며,지역내진로를상수로고려한다.이들의삶을문학화한건우리가보편이나표준으로삼고있는삶에대한인식을빗겨나한결폭넓은시선을제공한다.그러면서도이들의삶을통해상대적으로좁은물리적?심리적영역안에서지내는청소년들의수동성이나안온함,혹은그래서느낄갑갑함과한계등을효과적으로드러낸다.현실성에기여하는것이다.장르전략뿐아니라대상을포착하고형상화한시선과태도에서도이작품은우리청소년문학의다양화에기여할작품이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