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 카프카는 누구의 것인가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 카프카는 누구의 것인가

$24.00
Description
프란츠 카프카 타계 100주기
카프카적인, 그야말로 카프카적인 원고 반환 소송의 전모
2024년 6월, 카프카 타계 100주기를 맞이하여 카프카의 작품들과 해설서들이 줄지어 출간 및 재출간되며 작은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작가, 현대인의 불안과 소외, 무력함을 포착해내며 이름 자체가 형용사가 된 불멸의 작가 카프카. 잘 알려져 있듯이 카프카는 죽기 전에 자신이 쓴 글들을 불태워달라고 부탁했지만, 일찍이 친구의 남다른 천재성을 알아보고 문학 매니저를 자처했던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뜻과 정반대로 미완성 원고였던 『성』 『소송』 『아메리카』를 비롯해 일기와 편지, 그리고 전기까지 편집, 출간하며 카프카 정전화 작업에 여생을 바치게 된다. 브로트가 약속을 어기고 정신적 유산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로 선택한 덕분에 카프카는 사후 명성을 획득했고 우리는 그의 문학 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불태워지지 않은 원고들, 카프카 사후에도 살아남아 생명을 이어가게 된 종잇장들은 어떻게 됐을까? 카프카 타계 100주기를 맞이하여 출간된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은 바로 그 카프카 유고의 운명을 추적한 책이다. 2007년, 이스라엘에서는 카프카와 브로트의 유고 소유권을 다투는 소송이 제기된다. 카프카가 사망한 지 80여 년, 브로트가 사망한 지 40여 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미국-이스라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베냐민 발린트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토대로 재판 과정을 기술하고, 국제적 분쟁으로 비화한 소송의 첨예한 이슈들을 성찰한다. 동시에 카프카의 생애 국면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교차 배치함으로써 이 커다란 이야기의 퍼즐을 보다 입체적으로 완성해나간다.
일종의 법정 드라마,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은 카프카와 브로트의 삶과 우정, 내면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카프카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방식을 선사하는 한편, 두 작가의 문필 유산을 손에 쥐게 된 개인 에바 호페가 이 소송으로 인해 어떤 곡절을 겪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그 이야기에는 홀로코스트의 여파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신앙과 역사, 개인과 국가 권력 등에 관한 고찰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독일,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폴란드, 브라질 등 12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호평을 받았고, 2019년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올해의 책에 올랐으며, 2020년 사미 로어 유대 문학상을 받았다.

저자

베냐민발린트

저자:베냐민발린트BenjaminBalint
1976년생.저널리스트,교육자,번역가로활동하는미국-이스라엘작가.허드슨연구소와예루살렘반리어연구소에서펠로과정을거쳤고,『월스트리트저널』과『디차이트』『하아레츠』『위클리스탠다드』등에정기적으로기고하고있다.지은책으로『브루노슐츠:예술가,살인자,그리고역사의납치』(2023,전미유대도서상수상),『예루살렘:책의도시』(공저,2019),『러닝코멘터리』(2010)등이있다.이스라엘사회에서주변부로밀려난여성화자들의목소리를전하는하지트그로스만의시집『도성의떨림』을영어로번역하기도했다.『카프카의마지막소송』(2018)은프란츠카프카의남겨진유고를두고한개인과두국가간에벌어진소송과정과그에얽힌이해관계를추적해나가는책이다.카프카와브로트의삶과우정,내면세계를들여다보면서카프카에대한새로운이해방식을선사하는한편,두작가의문필유산을손에쥐었던한개인에바호페가이소송으로인해겪은곡절을생생하게보여준다.이책은독일,프랑스,스페인,러시아,폴란드,브라질등12개국에서번역출간됐으며2020년사미로어유대문학상을받았다.

역자:김정아
번역가.옮긴책으로『아카이브취향』『에세이즘』『프닌』『비폭력의힘』『진실과회복』『3기니』『버지니아울프라는이름으로』『발터벤야민,사진에대하여』『발터벤야민평전』『발터벤야민과아케이드프로젝트』『발터벤야민또는혁명적비평을향하여』『사랑한다고했다가죽이겠다고했다가』『자살폭탄테러』『미국고전문학연구』『마음의발걸음』『걷기의인문학』『역사:끝에서두번째세계』등이있다.

목차

1마지막항소
2“광신적숭배”:카프카의첫독자
3최초의소송
4약속의땅에추파를
51차판결과2차판결
6디아스포라의막내아들:카프카,유대인의사후생을살다
7마지막집합:이스라엘의카프카
8카프카의마지막부탁,브로트의첫번째배신
9카프카의창조주
10마지막기차:프라하에서팔레스타인까지
11마지막곡예사:카프카,독일에가다
12로럴과하디
13브로트의마지막사랑
14마지막상속녀:카프카를팔다
15최종판결
에필로그
감사의말|주|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호페는어떻게카프카유고의문지기가되었나?
카프카의마지막과그후,끝에서시작된이야기

2007년이스라엘당국은텔아비브에사는에바호페라는73세여성에게카프카와브로트의원고를반환하라는소송을제기한다.생전에카프카와한번도만난적이없었고혈연관계도아니었던호페는어떻게해서카프카원고를점유하게되었을까?또프라하에살았던독일어권유대인작가카프카의유고에대해이스라엘이권리주장을하는근거는어디에있을까?이문화전쟁에독일이참전한계기는무엇인가?무엇보다소송의쟁점은무엇이며,어떤결과를맞이했나?이책은한개인과두국가간에벌어진치열한법정다툼을따라가며각각의주장과이해관계를탐독하고판사들의판결문과그의미를독해한다.저자인베냐민발린트는표면적사건들을잘정리해보여주는데그치지않고그속에자리한복잡하고심오한층위에대해독자들로하여금고심해보도록유도한다.

카프카의사후생死後生은그자체로카프카적인이야기로점철된다.1939년3월,나치가유럽의문을폐쇄하기직전,브로트는카프카원고가담긴트렁크가방을품에안고아슬아슬하게프라하를탈출한다.텔아비브에정착한그는방대한원고편집작업을위해마찬가지로프라하난민출신인에스테르호페를비서로고용한다.막스브로트는1968년세상을떠나는데,자식이없었던그는전재산을친밀한사이였던비서에게남긴다.브로트가사망하자,에스테르호페는카프카원고를일부매각하며삶을영위한다.가장유명한예로,1988년『소송』의원본원고를경매에내놓았는데,이것이200만달러에독일마르바흐아카이브에낙찰되었다.지금껏매각된현대문학원고를통틀어가장높은가격이었다고한다.2007년에스테르호페가100세가넘은나이에사망하자,두딸(에바호페와그녀의언니루트)이상속절차를밟으려하고,이때이스라엘국립도서관측이등장해그딸들에게는상속받을자격이없다고주장한다.그렇게하여소송은텔아비브가정법원(2007~2012년)에서시작되어지방법원(2012~2015년)을거쳐2016년이스라엘대법원에이르기까지,법적,윤리적,정치적딜레마로가득한법적분쟁으로치달았다.카프카의『소송』현실판인듯,에바호페는이길수도빠져나올수도없는소송에휘말려있다는느낌을받는다.하지만좌절과소외감속에서에바는끝까지싸우기로하고마지막항소를제기하는데,흥미롭게도저자는바로그장면을이책의시작점에놓는다.베냐민발린트는날카롭고탁월한통찰력과묘사능력을유감없이발휘하며문학과국가주의에이르는다양한주제를능수능란하게다루고있다.

독일vs이스라엘vs에바호페의쟁점:
카프카는누구인가,그리고누구의것인가

9년에걸친소송은개인의소유권과두나라의국익이맞대결하는형태였으며전문법영역에서문학적차원과민족주의레토릭까지다양한영역의언어를오가며이루어졌다.우선에바호페의입장.에바에게브로트는아버지같은존재였고상속받은원고는브로트와에스테르,그리고에스테르와에바가연결되어있음을증명하는밧줄이나다름없었다.평생을독신으로엄마와고양이들과함께살았던에바에게원고소유권을잃는다는것은그모든연결을,자신의삶을부정당하는것이나마찬가지였고,그원고들이에바의것인이유는단순명료하게바로그들로부터‘상속’받은것이기때문이었다.국가적으로가치있고역사적인문화유산이라는이유로,개인의소유물을국유화할수있는가?더욱이1974년에스테르호페의권리를인정한판결이이미내려져있었으므로이를뒤집으려는이스라엘측의시도에대해억울하다는입장이었다.

이스라엘국립도서관의입장은,브로트가에스테르호페에게본인의유산을상속한것은증여가아니라신탁이었다고강조한다.즉본인유산을어떤조건으로어떤기관에넘길지선택할권한은주었지만그결정을그녀의딸들에게물려줄권한까지준것은아니었다는것이다.나아가카프카의가족들과친구들이모두나치에의해살해당했는데,카프카문서가독일소관이라는것은터무니없다고주장했다.카프카가명시적으로시온주의를지지하지않았다해도그의문학유산은유대인학살을자행한독일의자산이될수없으며유대민족의문화재로서유대국에의해소유되어마땅하다는주장이었다.

독일마르바흐아카이브는브로트가1960년대에마르바흐를방문해본인의유산을그곳에두고싶다는뜻을분명하게밝힌적도있다고하면서,이스라엘정부가소송을제기한이유는사유재산압수를위한구실에불과하다고주장했다.카프카와브로트의우정으로시작된일이브로트의재산이되었고,이어서호페가족의가산이되었고,이제는아예국유재산이될참이라는것이었다.독일측은카프카문학을연구할전문인력과자원이풍부하며이미세계적규모의저명작가컬렉션을보유하고있는만큼카프카유산을소장품목록에추가하기를희망한다고밝혔다.그러면서도독일은소송내내철저하게중립적인,자국의이해관계에얽매이지않는옵저버처럼보이기위해공을들였다.

이처럼이스라엘과독일측의논쟁에서두국가가과거를대하는방식의차이가선명하게드러났다.독자들은중첩된의미망들을통과하여카프카를새로운시각에서독해해볼수있을것이며,나아가책에나오는이스라엘건국초창기의전망에비추어현시대이스라엘의국제정책을비판적으로고찰해볼수도있을것이다.

홀로코스트의자장안에놓인장대한소송과정과그에얽힌개인과국가들의
이해관계를탐독하고문학유산의진정한소유권에관해묻다

최종판결이나오고원고인도가진행되던2018년에바는암진단을받은뒤종양제거수술을받았고,수술에서회복되던중에넘어져서고관절이골절되는부상을당했다.삶의의지를잃고식음을전폐했던에바호페는2018년8월4일,향년84세로세상을떠났다.베냐민발린트는에바의삶을동정적으로바라보는동시에카프카원고의운명을결정지은이스라엘법정의논쟁적인재판과정과그와관련된주요인물들의삶속으로우리를인도하며문학과종교,국가주의,홀로코스트에까지걸쳐있는중대한질문들을제기한다.“이스라엘판사들을카프카독법을지키는문지기들의최신버전으로보는것이가능하다면,그들의판결을또하나의흥미로운독법또는오독법으로읽는것도가능할것”이라고저자는평한다.

일정한거처에속하기를거부하는데몰두했던작가를소유하기위해각축을벌였다는것도이소송의수많은아이러니중하나라고저자는지적한다.“이소송이야기는카프카의많은소설과마찬가지로아직완성되지않았고끝내완성될수없을것이다.”독일어로소송을가리키는‘Prozess’가아직진행중인무언가를뜻하는것처럼,“판사들은최종판결을내렸을지몰라도,카프카가남긴유산을둘러싼상징적소송은아직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