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솔티

스위트 솔티

$17.00
Description
“누군가와 연결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말을 알아도 허전했다”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SF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 황모과의 두번째 소설집 『스위트 솔티』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수상 당시 “소설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감동’을 선사”(김보영 소설가)했다는 찬사와 함께 작품성과 주제의식 모두 인정받은 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만 했던 인물과 사건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특히 자신이 속한 국가와 집단으로부터 외면받아온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SF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들은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고 오늘날 현실에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이번 소설집 『스위트 솔티』에서 황모과는 삶의 터전을 떠나 이방인이 되어야만 했던 인물들을 ‘사라지는 존재’가 아닌 여전히 ‘남겨진 존재’로 그리고 있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야만 했던 이들은 사회가 자신들을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게 만들거나 혹은 시대 지체자로 만들 때 혹은 아예 늙고 병들기만을 바라며 기억을 왜곡하고 조작하려 할 때조차도 자신의 고유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앞서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대한 허무는 자기 존재의 대한 물음과 세상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인간성의 회복과 희망적인 미래를 말해온 황모과는 개개인 모두가 디아스포라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사라진 목소리들을 찾아나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난민이라는 ‘작가의 말’은 오늘날 인위적으로 형성된 삶의 경계와 무수히 많은 차별의 벽을 허물고 말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참혹한 세상에서 인생의 단맛과 짠맛을 모두 보여주며 다시금 살아가고자 하는 용기는 불어넣어주는 여덟 편의 이야기가 되어 지금 막 우리에게 당도했다.

르 귄은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을 알고 들판의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남은 사람들도 궁금했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지하실과 터널을 마주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반드시 마주해야만 한다. _「작가의 말」에서

저자

황모과

저자:황모과
2019년제4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부문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밤의얼굴들』,중편소설『클락워크도깨비』『10초는영원히』『노바디인미러』『언더더독』,장편소설『우리가다시만날세계』『서브플롯』『말없는자들의목소리』『그린레터』등이있다.2021·?2024SF어워드,양성평등문화상신진여성문화인상을수상했다.

목차


오메라시로돌아가는사람들
시대지체자와시대공백
스위트솔티
순애보준코,산업위안부김순자
타고난시절
나의새로운바다로
브라이덜하이스쿨
여행이다시당신을찾아옵니다

해설│이토록다디달고짜디짠SF와현실가로지르기·황유지
작가의말│일기의끝에서다른세계와의중첩을꿈꾸며

출판사 서평


“누군가와연결되지못하면
아무리많은말을알아도허전했다”

한국과학문학상,2021·2024SF어워드
양성평등문화상신진여성문화인상수상작가
한국SF의미래,황모과두번째소설집
2019년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하며한국SF의새로운가능성을보여준작가황모과의두번째소설집『스위트솔티』가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수상당시“소설의본질이라할수있는‘감동’을선사”(김보영소설가)했다는찬사와함께작품성과주제의식모두인정받은그는,역사의뒤안길로사라져야만했던인물과사건을재조명하는작업을꾸준히해오고있다.특히자신이속한국가와집단으로부터외면받아온이들의목소리에귀기울이기위해SF적장치를적극적으로활용한작품들은과거의역사를돌아보고오늘날현실에비판적으로접근한다.
이번소설집『스위트솔티』에서황모과는삶의터전을떠나이방인이되어야만했던인물들을‘사라지는존재’가아닌여전히‘남겨진존재’로그리고있다.그어디에도속하지못한채정체성의혼란을겪어야만했던이들은사회가자신들을비정상적으로성장하게만들거나혹은시대지체자로만들때혹은아예늙고병들기만을바라며기억을왜곡하고조작하려할때조차도자신의고유함을잃지않기위해노력한다.앞서세상을떠난이들에대한죄책감과살아남았다는사실에대한허무는자기존재의대한물음과세상에대한의문으로이어진다.시공간의경계를허물어뜨리고인간성의회복과희망적인미래를말해온황모과는개개인모두가디아스포라가되어버린세상에서사라진목소리들을찾아나가며자신만의세계를확장해나가고있다.우리모두가난민이라는‘작가의말’은오늘날인위적으로형성된삶의경계와무수히많은차별의벽을허물고말겠다는의지에서비롯된것이라할수있다.참혹한세상에서인생의단맛과짠맛을모두보여주며다시금살아가고자하는용기는불어넣어주는여덟편의이야기가되어지금막우리에게당도했다.

르귄은오멜라스를떠나는사람들이자신이가고자하는곳을알고들판의어둠속으로들어간다고했다.하지만나는남은사람들도궁금했다.떠나지못하는사람들은어떤식으로든지하실과터널을마주할수밖에없으며이를반드시마주해야만한다._「작가의말」에서

기록되지도기억되지도않을사람들
「오메라시로돌아가는사람들」의‘나’는스물여덟에만화가가되겠다는무모한결심을안고도쿄에도착한다.어학원이라는한정된장소와불안정한일자리그리고얼마남지않은체류기간까지.한국과일본어디에도속하지못한화자의‘난민성’과겹쳐지는것은뜻밖에도치매에걸린이웃할머니와길고양이이다.할머니의자식들은할머니를고향인‘오메라시’로모시려하지만그곳은군대의해산과집단자살을종용받은학살의터로공포와죄책감으로점철된장소다.화자는자신에게는일본인할머니를책임져야하는의무가없다고스스로상기시키지만“오메라시는할머니의트라우마속에도,내현실속에도,결국어디에나존재하는곳”이라는것을깨닫는다.
“무언가를은폐하고자하는사회는그것이‘개인의자발적선택’이기를밀어붙이”(황유지문학평론가)려한다.「순애보준코,산업위안부김순자」는전범국가와기업이자신들이저지른범죄를회피하기위해조선인성노예로살았던김순자의기억을교란시켜역사를조작하는과정을보여준다.아소후토센터는평생을사람들의냉대와차별에짓눌려살아야했던김순자에게필남오빠라는가상의첫사랑을세뇌시키고,연구자인‘나’는거짓증언을반복하는그녀가답답하고안쓰럽기만하다.끔찍한기억이남아있는고향으로돌아가기싫어울부짖는일본인할머니와가상의첫사랑필남오빠를일평생그리워하는김순자.살아가는내내정체성의혼란을겪어야만했던이들은혼자남겨졌다는죄책감에정신착란증세를보인다.이는개인의참혹한과거혹은지나간역사가아니다.여전히오키나와주민들은본토와의노골적인차별과미군기지주변의위험에노출되어있고위안부문제역시일본으로부터구체적인사과와보상을받지못한상태에놓여있다.해결되지않은역사와함께자란각소설의화자역시할머니들을안쓰럽게바라볼뿐아무것도할수없다는점에서소설은현실의무력함을보여주고있다.

비정상적인성장혹은시대지체자가되는것
역사가진실을왜곡하려할때가장먼저피해를입는건다름아닌개인이다.「시대지체자와시대공백」은기득권에의해역사에서사라져야만하는위치에놓인개인이시대지체가가되어다른세계에떨어진이야기를다룬다.소설속‘장형철’은간단한시력교정을통해약시를고칠수있음에도눈앞이보이는시대가아닌자신의아내와딸이기다리는과거로돌아가고자한다.스마트보디갱신센터에서일하는나는‘장형철’이지금의시대에순응해건강하게살아가길바라지만“평범하기에무력함을느끼는사람들,평범한절망을아는사람들이만들어낸시대”에서중요한것은완전무결한스마트보디가아닌보이지않더라도더많은것들을말할수있는자신들의‘진짜삶’이었다는걸차츰깨닫게된다.
인류에게는더는다른생명체를양육할자원도여력도없다는생각에서출발한「타고난시절」은탄생직후양육시간을단축하는센터에서자라나는아이들의이야기이다.화자인‘나’의유일한기쁨과목표는아이들을돌보는‘여정쌤’의마음에들어칭찬을받는것이다.인류의고효율성장을목표로3년안에성장해야한다는센터의존립취지에어긋나는아이들은퇴행했다는이유로퇴소를해야만한다.이곳에서는조금느리거나뒤처지는아이들은퇴행자라불리며손가락질당하고,또래보다빠른성장을하는아이는견제대상이된다.소아과로이동이결정되면서퇴소를하게된화자는그간의센터에서시뮬레이션을통해그려왔던모든게허상이었다는것을알게된다.두편의소설은미래의대한민국을배경으로하지만결코먼이야기가아니다.우리사회는급속도의산업화로몸살을앓았음에도여전히끊임없는경쟁과시시각각매겨지는순위속에서허상의성장을반복하고있기때문이다.개인이사회의요구에따라비정상적으로성장하기를바라는세계에서는아무런미래도이루어질수없다는것을소설은예리하게꼬집는다.

여성의적극적인욕망실현과인간을찾아온여행
온라인성착취물피해자‘수빈’은가해자인남편과공범들보다더큰형벌인40년간의‘수면형’을치른뒤신부양성학교‘요조브라이덜하이스쿨’의화장실청소부로빙의한다.자신이떨어진세계에서벗어나기위해수빈은학생들에게자신이지어낸‘이야기’를들려준다.운이나쁘면중년남성의열여덟번째부인이될수도있다며‘천부적남성권’을운운하던소녀들은도서관도책도없었던학교안에서스스로이야기를만들고동인지를발행하면서자기자신의숨겨진욕망에눈을뜬다.이들이최종적으로도달하는목적지는가부장제가만들어낸환상속의요조숙녀가아닌“트집잡히고,비난당하고,겁박당하고,탄압받고박해받다처형당해도절대로죽지않는전설의마녀”이다.소설은여성이자신의솔직한,때로속물적인욕망을확인하는과정을보여줌으로써다양한여성서사와여성욕망의가능성을견지한다.
「여행이다시당신을찾아옵니다」는팬데믹이후인간을대신해여행을하고화면을송출하는인공지능로봇‘나그네’의이야기를다룬다.한여행자의삶의태도를마음속에고스란히품게된나그네는오랫동안여행대리인으로일해오면서이용자의마음을세심하게살피게된다.하지만인간은자신을대신해여행을다니는로봇을함부로발로걷어차거나폐기하는걸서슴지않는다.하지만그럼에도소설은“여행이다시당신을찾아”온다고말한다.잠시엿본모든순간이로그에새겨지는‘나그네’의목적지가“데이터가손상되거나혹은무가치해질때까지,대리할여행이없어질때까지,사람들이여행지로돌아올때까지”모든장소를포함한다는점에서인간의미래의명암을모두조명하고있다.두편의소설은인간이자신들의욕망을실현시키기위해타인혹은사물에게환상을강요하거나희생을요구해왔다는것을보여준다.하지만결국가장중요한것은소녀와로봇개개인의욕망이라는점에서인간의욕망은하나의시대적가치나기술에의해좌우되는것이아니라는것을말하고있다.

그럼에도다시펼쳐지는모험의세계
「나의새로운바다로」는인간에의해멸종위기에놓인벨루가무리의‘앵지’와인간에의해제작된로봇벨루가‘벨카’의유대와모험을다루고있다.뇌사상태에빠진딸의뇌를AI와결합해로봇벨루가를만든연구자‘엄마’는‘벨카’의생명과안전을핑계로자신과의일상이분리되기를거부한다.하지만벨카가자신과다르다는것을알면서도무리로받아들이는벨루가무리와‘앵지’와의긴밀한사랑과우정을보고서서히독립할수있도록독려한다.‘벨카’는자신의이름이아닌죽은딸의이름을부르는‘엄마’에게상처를받고벨루가도로봇도인간도아닌자기정체성을두고괴로워한다.하지만자신의곁에서있는그대로의모습자체를사랑해주는‘앵지’에게용기를얻어스스로모험을떠나게된다.인간과로봇이서로유대감을쌓을수있다는상상을넘어로봇과동물이서로공명하고새로운세계로나아갈수있다는사실은우리에게또다른희망을제시한다.
표제작「스위트솔티」는엄마배속에서킬링필드를경험한캄보디아출신의친구로부터영감을얻어탄생했다.주인공‘무티하라’는배에서태어나자란보트피플로자신은엄마의자궁에있었을때부터배위에서의흔들리는삶을좋아했다고생각한다.바다위에서태어난그는배에서여러엄마의손을타며자라게된다.한번도가보지못한엄마의나라‘바다거품’은언제나상상속장소일뿐이지만달이유난히크게뜬밤이면‘무티하라’의머릿속에는고향을그리워하는노래가들려온다.배에서다섯개의언어와다채로운사고방식을배운‘무티하라’는이곳이아닌다른삶의터전을찾아나서지만정작어디로가야할지모른다.땅위에서는배를그리워하며어지럼증에시달려야만했기때문이다.하지만자신에게짜고매운사람이라는의미의‘솔티’라는애칭을붙여준‘린다’를만나서로에게삶의욕망과타인과의관계에대해배우게된다.이렇듯황모과의소설은진정한모험은새로운곳을찾아떠나거나발견하는것이아닌,낯선이와만나자신의세계관을확장시켜나가는것이라는것을보여준다.우연히만나시작된세계에서우리는반드시타인에게상처를받고,입히면서살아갈수밖에없다.그모든순간이다디달다고할순없지만,함께울고웃을사람이없다면모험은시작될수없다.이렇듯작가황모과는아픈역사와현실의막막함,인간의이기심을모두보여주면서도다시모험을말하고있다.그리고이책,『스위트솔티』는황모과SF세계의또다른모험의시작이될것이다.

우리모두가우연으로이세계에떨구어졌다.그리고우리는타자성으로인해저마다깊은상처를입었다.우리는모든경계에책임이있고우리에게는재생이필요하다.황모과는지금경계에귀기울이고책임에대하여쓰는중이다.그것이그가경계를책임지는방식이다.경계를지워나가는방식이다.그는지금현실과SF를온몸으로가로지르는중이다.
_황유지,해설「이토록다디달고짜디짠SF와현실가로지르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