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 산파술 (에이젠슈테인과 벤야민 겹쳐 읽기)

비교의 산파술 (에이젠슈테인과 벤야민 겹쳐 읽기)

$18.00
Description
“감히 말하건대, 에이젠슈테인과 벤야민은
실제 만남과 교류 여부와 상관없이, 각자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상대자, 각별한 동시대인이었다.”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었던
벤야민과 에이젠슈테인.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였던
유리 집과 미키마우스, 채플린을 경유하여,
그들을 둘러싸고 형성되었던 역사적 성좌를 새롭게 그려낸다
저자

김수환

저자:김수환
러시아과학아카데미문학연구소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혁명의넝마주이』『책에따라살기』『사유하는구조』등이,옮긴책으로『오프모던의건축』『<자본>에대한노트』(공역)『모든것은영원했다,사라지기전까지는』『코뮤니스트후기』『영화와의미의탐구』(공역)『문화와폭발』『기호계』등이있다.

목차

[서문]어떤동시대인
[들어가는말]에이젠슈테인-벤야민성좌

1부
1장.유리집의문화적계보학
:영화-문학-건축
2장.에이젠슈테인의디즈니와벤야민의미키마우스
:태곳적원형혹은포스트휴먼적예형
3장.채플린커넥션
:소비에트의그림자와다른세계로부터의신호

2부
4장.혁명과소리
:볼셰비키의땅에서사운드씨의기묘한모험
5장.에이젠슈테인의<자본>프로젝트
:영화논고,영화사물,영화사유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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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유리집,미키마우스(디즈니),찰리채플린

1부는총3장으로구성되어있다.1장은벤야민과에이젠슈테인의사상과창작의진화과정에서중요한길목을차지하고있는‘유리집/유리건축’이라는테마를중심으로전개된다.
유리집은20세기유럽지성사와예술사에서가장흥미로운장중하나다.1851년런던하이드파크의만국박람회장에세워진‘수정궁’에서시작된유리집의문화적신화는,러시아의유토피아/반유토피아문학,파울셰어바르트와브루노타우트로대표되는독일의유리건축,바우하우스와르코르뷔지에의기능주의건축에이르기까지철학과이념,예술을넘나들며100여년에걸쳐다양한방식으로변주되어왔다.
에이젠슈테인은실현되지못한영화프로젝트인<글라스하우스>를통해,사방이유리로된집에서살아가는사람들,모든것이투명하게드러나는세계에대한상상을구체화하려했다.그는이영화를미국에서제작하길원했고,파라마운트사와상당히구체적인단계까지논의를진행했다.실제로피츠버그의한공장에서영화에사용할유리건물을제작하기로결정하기까지했다.그러나그는어떤이유에서인지아이디어를끝내구체화시키지못했고,개요를계속해서수정하여끝없이지연되다가결국종이위의구상으로만머물게되었다.에이젠슈테인이<글라스하우스>를구상하며처음염두에두었던것은유리집의러시아적계보였을것으로추정된다.저자는여기에유리와투명성을둘러싼벤야민의사유를절묘하게교차시키면서,유리집의신화가세기전환기파국적상황속에서유토피아적태고의꿈을재생시키고,자본주의적근대를넘어서는새로운세계와그속에서살아갈새로운인간의청사진을모색하는유력한내러티브로작동해왔음을보여준다.아울러총체적인보편성과투명성이라는이상이어떻게전체주의적감시와스펙터클의악몽과맞물리며,유토피아와반유토피아의양면적얼굴로진화해나갔는지분석한다.이러한유리건축의역사적?사상적복잡성,특히당대소비에트의정치적맥락속에서그것이품고있었던미묘한함의를고려한다면,<글라스하우스>프로젝트의실패와에이젠슈테인의악전고투가갖는의미를조금더이해할수있게될지도모른다.

2장은벤야민과에이젠슈테인이각기다른이유로매혹되었던디즈니/미키마우스를논의한다.대중문화를대표하는아이콘을넘어,20세기문화의강력한상징으로자리잡은미키마우스는어떻게두사상가의사유와실천에흔적을남기게된것일까?에이젠슈테인이서구영화의사운드기술을시찰한다는명목으로미국을방문하던중,디즈니스튜디오를찾아월트디즈니와친밀하게교류했다는것은잘알려진사실이다.디즈니에관한에이젠슈테인의관심은단지사운드기술에국한된것이아니었다.그에게디즈니의만화는되찾은낙원의서사시나다름없었다.에이젠슈테인은무엇이든될수있는미키마우스의다형성과가소성,즉항구적인자기해체상태에놓인형식에서‘태곳적원형질’로대변되는존재의‘전(前)인간적상태’를포착했다.

한편벤야민에게미키마우스는기술과연동된대안적세계와그속에서살아가게될‘새로운종으로서의인류’에대한지향을드러내는특별한표상이었다.그는미키마우스라는캐릭터속에서인간을중심으로구상된피조물의위계질서를폭파시킬‘포스트휴먼적미래의예형’을읽어냈다.이처럼두사상가는각각‘원시’와‘미래’라는서로다른방향을향해나아갔지만,그들의사유는공통적으로현재의지배적인조건들을의문에부치는역할을수행한다는측면에서맞닿아있다.

3장은찰리채플린을매개로,벤야민과에이젠슈테인의사유가교차하는지점을탐구한다.20세기초중반을대표하는대중문화의아이콘이었던채플린은,특유의연기술과연출을통해유럽아방가르드와소비에트초기영화미학에영감을제공했다.

저자는채플린의특이한제스처를산업화및기계주의와연결시켜바라보는기존연구에,소비에트아방가르드의‘채플린컬트’현상이라는역사적맥락을덧붙인다.이어채플린의영화가제공하는웃음의해방적잠재력을둘러싸고벤야민과아도르노가정면으로충돌했던사정을소개한후,아도르노에서에이젠슈테인으로이어지는‘유아적잔인성’이라는주제를조명한다.이를통해벤야민과에이젠슈테인이포착한어린아이의‘신경생리학적’공통분모를부각시키는가운데각자의사유에서‘유년기’가지니는중대한위상을재검토한다.

2부4장은소비에트영화에서소리의도입이라는주제를다룬다.사운드로의전환은소비에트현대화프로젝트와명시적으로연결되어있을뿐만아니라,그밖의다른중대한전환들과긴밀하게맞물려있었음을보여주면서,혁명이후소비에트사회의전환기적표상으로서소리가갖는심오한함의를강조한다.

5장은마르크스의『자본』을,심지어제임스조이스(『율리시스』)의방식을따라영화로만들겠다는에이젠슈테인의전대미문의구상을다룬다.‘미래의영화’를향한에이젠슈테인의담대한모색을저자는특히‘사물이론’의측면에서읽어볼것을제안한다.

산파술:벤야민과에이젠슈테인의비교학적고찰

벤야민과에이젠슈테인은매우특징적인사유방식을공유하고있었다.그것은바로“내다보는대신에돌아보는방식,”즉현재에입각해미래를전망하는대신,과거를통해서현재를드러내보이고자하는지향이었다.

저자는이들의사유를비교학적으로고찰하기위해,알렉산더클루게에게서착안한‘비교의산파술’이라는방식을도입한다.이는마치과거의산파들이출산도중거꾸로자리한태아의자발적움직임을유도하기위해일종의‘폭력(악력)’을가했던것처럼,두사유를의도적으로충돌시키는방식으로예상밖의새로운생각을‘출산’하려는시도다.문헌학적한계를넘어서기위한이러한시도는,두사람의실제만남이나교류여부와는무관하게,각자가기대할수있는최고의상대자이자각별한동시대인으로그들을함께조망할수있는기회를제공한다.

벤야민은좋은고고학적보고서란“발굴된물건들의출처뿐아니라,그것들이발굴되기위해탐색되었던이전의지층들에대해서도보고”하기마련이라고말한바있다.“죽은자들이전해주는진정한유산이란결코그들이남긴답변이나해답그자체”가아니라,“그들이그것들을내놓기까지밟아갔던실험과사유의여정이다.결과물로서의개념이아니라그것을만들어내는과정에서품었던최초의문제의식,그것을둘러싼기대와우려,희망과좌절,어쩔수없는포기와그럼에도불구하고끝내고수하려고했던모종의내기……이것들이야말로후대가상속받아야할진정한유산이다.”독자들이20세기최고의지성으로평가받는두사람이밟아나갔던길을복기해봄으로써,그들이씨름했던과거의물음을우리시대를사유하기위한새로운물음으로재구성해낼수있기를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