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 시인의 마음과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양장)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 시인의 마음과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양장)

$24.00
Description
시인의 마음과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인생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통과하는 우리들에게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자, 산책자
장석주의 인문 에세이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자, 산책자, 그리고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 100권이 넘는 책을 썼지만 장석주 작가의 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이 세계를 경이로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때로는 침잠하고, 크고 작은 움직임에 귀 기울인다. 책을 읽고 사유의 덩어리를 잘게 부수고 헤집어서 그려낸 그의 글은 어떤 순간은 시인의 마음으로, 또 어떤 순간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사회의 단면을 인문학자의 눈으로 깊이 있게 담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듯 이 책에서는 현실을 이루는 것, 즉 몸, 음식, 사랑, 불행, 재난, 죽음, 질병, 날씨, 장소, 시간, 취향, 타인, 풍속, 노동, 불면, 고독, 태도, 가족, 여행, 국가, 정치, 망각…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사유한다. 그에게 사유는 매일의 산책과 같다. 매일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의식 같은 것, 매일 다른 날씨와 기분, 계절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되새기는 것. 그렇게 발붙이고 있는 지금 세계에서 멀어지지 않고 꼭 붙어 있는 것. 이 책의 글은 그 날들의 기록이다.
저자

장석주

날마다읽고쓰는사람.시인,에세이스트,인문학저술가.그밖에출판편집자,대학강사,방송진행자,강연활동으로밥벌이를했다.현재아내와반려묘두마리와함께파주에서살고있다.1955년1월8일(음력),충남논산에서출생하였다.나이스무살이던1975년[월간문학]신인상에시가당선하고,스물넷이되던1979년조선일보와동아일보신춘문예에각각시와문학평론이입상하면서등단...

목차

책머리에책과책들사이에서서성이며

경이로운날들
-나는산책자다

지금행복하지않다면
내가외계인이었을때
수레국화가피는가을
평범한사물들의인내심
나는산책자다
숭고하거나그렇지않은취향들
통영에서의하룻밤
하찮은악들을바라보면서
봄날엔그노래를듣는다
우리가아침의시로빛날때
〈섬머타임〉이란노래를좋아하세요?
에밀시오랑을읽는오후
가을에살아있음을기뻐하라
달리기의경이로움
봉오리는만물에있다
여운공락(與韻共樂),딱네자다
생뚱맞은무라카미하루키씨이야기

침잠하는날들
-아무것도하지않는날에일어나는일들

나는이상한미래에서왔다
상림의춤곡을연주하듯
난간을붙잡고견딘것들
삶이축제라면그건고통의축제다
올해벅찬순간이몇번이나지나갔을까
고독역량
아무것도하지않는날에일어나는일들
열대야에대하여
국가가짐승으로변하는까닭
조간신문을읽는보람과기쁨
그많던한량들은다어디로갔을까
밤의멜랑콜리에대하여
사라진것들을위하여
책읽기라는모험이사라진시대
우리는디스토피아에서산다
그많던코미디프로그램들은왜사라졌을까

기다리는날들
-미래는게으름에있다

요람과관사이에서
죽지말고살아보자!
삶이라는기적
미래는게으름에있다
왜기다리는것은더디오는가
가을로오라
떠난자리로돌아오는것이여행이다
아름다움이우리를구원한다
그소녀들은다어디로갔을까
이순간에도시간은있다
내가나라는걸증명할자는누구인가
정치에상상력을허하라!
웃어라,세상이너와함께웃으리라
여름의초입
습관이존재를빚는다
팬데믹그이후
다르게생각하는사람이세상을바꾼다
땅에서멀어지면행복에서도멀어진다

사랑하는날들
-행복한나라를위한지도는없다

맨정신으로쓴소설들은시시해
누가길고양이를죽였는가
음악을아는것은우주를아는것
고독은당신이잘살고있다는증거다
불행에서벗어나는방법
서울은즐거운지옥이다
행복한나라를위한지도는없다
고양이,우리에게온기적
도무지알수없는일들중하나
아버지노릇하기의고단함
사람은제등을보지못한다
사진과세계
11월의사랑은11월에끝난다
사랑의빛과그늘
나이듦을기피하는세태
석가탄신일의나무생각
속아도꿈결속여도꿈결
〈낭만의대하여〉를듣는느른한오후

기도하는날들
-당신이망각한걸말해봐

누가고통의서사를읽을까
인생에서가장훌륭한선택
젊건늙건인생은어렵다
여행이냐관광이냐
갑질의우둔함
당신이망각한걸말해봐
바둑과리좀학
메멘토모리
내륙의인간은바다를그리워한다
살아있음의의미로충만한순간
기쁜설날은어디로갔을까
왜고장없는물건을만들지않는가
정동시대를돌아보다
개는여름을몇번이나날까
타인의고통
이육사의「광야」를읽는아침
늦게찾아온그리움
독립출판과동네책방

귀기울이는날들
-지구의종말시계는몇시인가

너의얼굴
당신을이해한다는말
날씨의속삭임에귀기울여라
한국인으로산다는것
동네기원들은왜자꾸사라지는가
나는몸이다
승리보다더값진것
지구의종말시계는몇시인가
내가기분에따라변할것같소?
잘버려야잘산다
비누에대하여
옥스퍼드사전에새로오른한국어들
도시의보이지않는것들

출판사 서평

일상의모든순간에서뻗어나가는
깊은사유의글

“인간이므로우리는나쁜별아래에서태어났다.”라는에밀시오랑의비관주의에마음을빼앗기며불안에대한처방을비관과회의에서구하던시절을통과해이제는에밀시오랑을읽으며보내는오후를사랑하게되기까지,저자는오랜시간동안급류그자체인시대를보냈다.그시간동안자신을끊임없이빚고이끌었던것은책이었다.'독서편력은내자아에윤곽을부여하며나를사람꼴로빚어냈다.'이책역시그가평생동안읽었던시,소설,문학,과학,철학등갖은책들을기반으로하고있다.하지만이책은책을읽고이야기하는독서에세이는아니다.길을걷고,차를마시고,뉴스를보고,여행을하고,모든일상의순간에서뻗어나가는넓은사유를정제된글로한자한자눌러쓴책에가깝다.

예를들어,길을걸으며걷는행위를생각하던작은순간에서시작한사유는사방으로뻗어나간다.'나는산책자다.걷는자는몸의가능성과한계를가늠하며앞으로나아간다'(〈나는산책자다〉)는글처럼인간의걷기에대한본래적인의미를더듬고,집근처단풍길을산책하는중간에는걷기라는무보상의행위가주는숭고함을생각한다.또다른글에서는생물학자베른트하인리히의저서『뛰는사람』을떠올리며한생물학자와달리기에대해,인간은왜달리는가에대해서생각하고감탄한다.

글을쓰는동안지나간팬데믹의시기역시이책에서다양한주제와함께풀어낸다.인간이필연적으로마주해야하는고독과두려움이라는벽은바이러스만큼이나지난몇년간우리를갉아먹었다.저자는고독이라는주제로팬데믹을지나온우리의내면을들여다본한편,두려움이가져오는의심이라는파국과국가가어떻게사람들을통제하는지에대해서도날카롭게짚는다.

여름의행복도두번은없어
그러니까죽지말고,살아보자

‘나이가들며얼굴도취향도달라지지만변하지않은것도있다.영혼깊은곳을두드려서기어코눈물몇방울을쏟게하는〈섬머타임〉을여전히좋아하는것,그리고덧없는슬픔의영역에속한아름다움에속절없이매혹당하는것이다.그러니죽지말고힘껏살아보자.’(〈섬머타임〉이란노래를좋아하세요?)

누구나그렇겠지만저자는내가좋아하는것과한때좋아했지만사라진것들이지금의우리를만들었음을이책에서이야기한다.삶은행복과죽음,고독과사랑,걷기와계절,망각과기억을수없이반복하는중에매순간찾아오는다른계절같다.이책에는긴시간을통과하며행복했던기억과불행을통과하던시기,그러나이제는시간이지나사랑하게된모든것들이차곡차곡담겨있다.

저자는한글의말미에서그러니까살아보자,고되풀이해서말한다.우리가행복하건불행하건봄은돌아오고,덧없는슬픔의영역에서여전히아름다움에매혹당하는순간은찾아온다.따뜻한봄과눈부신여름이지나가고언제나계절이돌아오는것처럼.그러니까죽지말고,살아보자.

책속에서

행복해지려면얼마나더불행을견뎌야할까?내가아는것은벚꽃이지고왔던봄은떠난다는것,봄이끝나면곧여름이다가온다는것.우리는눈부신햇빛아래서눈을가늘게뜨고녹음우거진숲과반점처럼땅에드리운그늘을바라볼것이다.땀젖은몸을씻은뒤잘익은복숭아를깨물때단복숭아즙이입가를적신채흘러내린다.우리는여름과일의풍미와향기를듬뿍맛보며행복감에취할것이다.그렇건만봄날의화사한꽃들,여름의빛과찬란함은얼마나빨리사라지는가?행복은소유가아니라경험의향유에서가능해진다.
---「지금행복하지않다면」중에서

여름의신들이가만히속삭인다.이여름은단한번뿐이야.여름의행복도두번은없어.
---「〈섬머타임〉이란노래를좋아하세요?」중에서

행복은늘조건의문제가아니라그찰나를향유하는능력의문제인까닭이다.불행에눌린사람도찰나의행복은느낄수가있다.똑같은현실에처하더라도행복한사람은행복을발명하고,불행한사람은희한하게도불행을양조해낸다.행복과불행은각자의덕목이고,자기가품은성분의일부에서비롯한다.여름이덥다고투덜거리는사람에겐잘익은복숭아나자두를깨물어먹으며그달콤함이주는행복을느끼라고말해주고싶다.행복은얼마나자주느끼는가에달려있다.
---「평범한사물들의인내심」중에서

인생이란태어난자가겪는전대미문의사건이다.암흑과섬광이뒤섞인이사건을처음겪으니우리는자주시행착오나실수를저지른다.인간으로태어난것은우리의지나선택의결과가아니다.이것은우연일뿐이다.태어남이우연의지배아래에서일어난다면죽음은필연의일이다.
---「에밀시오랑을읽는오후」중에서

11월에필요한것은담요와보온양말,약간의사랑이다.
---「11월의사랑은11월에끝난다」중에서

혼잣말로외롭다,외롭다고하면,하늘에선선물처럼눈이푸슬푸슬내렸다.독수리같이외로움이덮칠때날갯죽지가두개가있다면하나쯤은부러뜨리고싶었다.4만5천년이나되는고색창연한외로움과싸우느라나는지쳤다.솔직히고백하자면,낭만적은둔의날에겪은외로움은감정의사치에지나지않을지도모른다.나는혼자로써충만했으니,외로움은오롯한자유를만끽한시간이었을테다.사탕을녹여먹듯이외로움을천천히삼켰다.그리움이아무리깊어도다시그시절로돌아갈수없다.아득한과거로굳어진그시절에나는이상한미래에서온사람이었다.
---「나는이상한미래에서왔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