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그림으로 읽는 과학사 : 다면체부터 가이아까지, 과학 문명의 컬렉션들

홍성욱의 그림으로 읽는 과학사 : 다면체부터 가이아까지, 과학 문명의 컬렉션들

$19.80
Description
과학기술학자 홍성욱의 ‘과학사 갤러리’에 초대합니다!

150컷 이상의 컬러 도판
강의와 연구를 위해 수집한 진기한 그림
과학사에서 지워진 존재들의 재조명
이미지가 주인공인 ‘과학사’

이미지는 과학의 부산물일까, 과학의 역사와 함께한 주역일까? 한국의 대표적인 과학기술학자 홍성욱이 강의와 연구를 위해 오랫동안 수집한 진기한 그림들을 한 권에 담았다. 세상의 근본원리를 탐구했던 플라톤의 다면체, 이성의 힘으로 세계의 지식을 끌어모으려고 했던 ≪백과전서≫, 근대 화학혁명을 일으킨 라부아지에 부부의 실험실, 19세기 탐험지의 생태 정보를 종합한 훔볼트의 ‘자연 그림’ 등 과학의 역사에서 소품처럼 여겨지던 이미지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홍성욱의 그림으로 읽는 과학사≫는 그간 “이론과 개념의 발달을 중심으로 기술되어온 과학사”에서 비켜나 ‘이미지’를 무대 한가운데에 세워두고 과학의 역사를 새롭게 들여다보자는 동기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여느 과학사 책처럼 페이지를 빼곡히 채우는 수식이나 알쏭달쏭하고 딱딱한 개념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에스허르의 〈별〉(1948)이나 뒤러의 〈멜랑콜리아 I〉(1514) 같은 명화, 뉴턴의 ≪프린키피아≫와 케플러의 ≪루돌핀 테이블≫ 같은 명저들의 표지와 세밀한 권두화(卷頭畵), 과학혁명을 이끈 인물들의 초상화, 다윈의 실험 노트와 기이한 모양의 근대 실험실과 실험 도구, 18~19세기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고안한 기발한 그래프들로 채워져 있다. 각각의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거니와, 한 컷 한 컷 그림에 담긴 사연들은 과학의 세계가 얼마나 풍성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저자

홍성욱

저자:홍성욱
과학기술학자.서울대학교물리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과학사및과학철학협동과정에서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캐나다토론토대학교교수를거쳐2023년현재서울대학교과학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과학기술과사회네트워크’운영위원장,북리뷰전문잡지〈서울리뷰오브북스〉의편집장을맡고있다.지은책으로≪실험실의진화≫≪크로스사이언스≫≪포스트휴먼오디세이≫≪홍성욱의STS,과학을경청하다≫등이있고,함께지은책으로≪미래는오지않는다≫≪슈퍼휴머니티≫≪과학으로생각한다≫등이,함께옮긴책으로≪과학혁명의구조≫≪판도라의희망≫≪도덕을왜자연에서찾는가?≫등이있다.

목차

개정판서문
초판서문

미리알아두면좋은아주간단한과학사

1근대과학의탄생
01플라톤과아르키메데스의다면체―예술과과학의경계
02튀코브라헤의‘하늘의성’―어둠의과학,빛의과학
03케플러의세계관―우주의질서와과학의진보
04갈릴레오와달―과학과예술의만남과헤어짐

2이성과근대성
05뉴턴과블레이크―과학적세계관의완성과그비판자들
06샤틀레부인과볼테르―철학자의연인에서여성과학자로
07이성,진보와≪백과전서≫―이성과상상력의이중주
08실험실에서지워진존재들―라부아지에부인과라부아지에의조수들

3이미지의생명력과현대과학
09‘생각의방’,뇌의이미지들―보이지않는뇌에서는무슨일이일어나는가
10생명의나무,진화의나무,기술의나무―친숙하고도이상한나무이미지들
11데이터시각화의혁명―훔볼트,플레이페어,미나르,나이팅게일
12브뤼노라투르와가이아―임계영역의시각화,과학과예술의결합

참고문헌
도판출처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새롭게문을연‘과학사갤러리’

≪홍성욱의그림으로읽는과학사≫는꾸준히독자에게사랑을받아온스테디셀러≪그림으로보는과학의숨은역사≫(2012,문광부우수교양도서최우수과학도서에선정)의개정판이다.건축물로치면11년만의리모델링인셈인데,디자인콘셉트는일종의‘과학사갤러리’이다.전시장을찾은관람객들이편안하게눈으로즐길수있게끔도판의크기와배치등편집에공을들였다.디자인적으로는새로운판형과본문디자인으로옷을갈아입고,오래된이미지를교체하고새로운컬렉션을추가했다.내용적으로는시의성이떨어지는장(‘광우병과변형프레온’)을하나덜어내고두개의장(‘18~19세기데이터시각화혁명’와‘브뤼노라투르와가이아’)을추가했다.추가된두꼭지는각각최근의코로나팬데믹과기후위기와관련하여과학기술학분야에서주목받는주제이며,역시흥미진진한이야기와다채로운도판을싣고있다.독자들은갤러리를거닐듯,눈길가는그림부터가벼운마음으로읽어나가도좋을것이다.

그림으로읽는‘진짜과학’이야기
-이책을재밌게읽는법

갤러리의문을열고걸음을내딛기전에이책이어떤주제들을어떻게,다루고있는지미리살펴봐도유용할것이다.총3부로구성된이책은과학사의연대기적인흐름을따르면서도각기다른열두가지주제를담고있다.
먼저고대철학자의다면체이야기로문을여는1부에서는튀코브라헤부터갈릴레오까지근대과학의탄생을이끈주요인물들이등장한다.특히천문학의발전을이끈코페르니쿠스,튀코브라헤,케플러가비중있게다뤄지며,그림속에장식된천문도(우주구조를나타낸그림)의변화를통해당대과학계에서권위있게받아들여지는우주론이바뀌는상황을포착할수있다.독자들은다면체와천문도그림들에주목하며1부를읽어도좋다.

2부에서는이성과근대성으로대표되는근대과학의특징을이미지로이야기한다.근대출판물의표지그림과권두화,과학자들의초상화에등장하는컴퍼스가대표적이다.특히시인이자화가윌리엄블레이크의<뉴턴>(1795)그림은주목할만하다.블레이크는당대최고의과학자뉴턴을구부정한자세로컴퍼스를들고세상을재고있는인물로묘사했는데,‘이성의신’(유리즌)에복종하는세태를비판하려는의도도있었다.이와같은과학대예술,이성대상상력의충돌은블레이크의작품을본뜬조형물(에두아르도파올로치의<뉴턴>)을영국국립도서관앞에설치하는문제를두고몇세기뒤재점화된다.
2부에서주목해볼다른주제는과학사에서주변부로여겨졌던여성과과학자의조수(테크니션)에대한재조명이다.≪프린키피아≫프랑스어판번역자이자볼테르의연인이었던샤틀레부인과남편과함께화학혁명을이끈라부아지에부인이대표적인데,그들은과학자로서충분한능력과역할을보여주었음에도오늘날각각유명철학자의연인,라부아지에의아내로서만여겨질뿐이다.한편,라부에지에부인의실험실그림에서어둡게그림자처리된과학자의조수들도빼놓을수없다.해당그림속인물이누구이며,구체적으로어떤역할을했는지는과학사에서여전히공백으로남아있다.저자가강조하듯“과학의역사를볼때눈에보이는것만이아니라감춰진,이름없이사라져간사람들의목소리,역할에주목할필요가있다.”왜냐하면“실제로과학활동은이렇게보이지않는사람들에의해서계속되고있기때문이다.”

3부에는보다낯설고특별한이미지들이실려있다.생명과기술의진화를보여주는나무이미지,구획된뇌구조,초기막대그래프,울퉁불퉁갈라지고쪼개진지구이미지등이대표적이다.새롭게추가된장들에주목해보자.18~19세기‘데이터시각화혁명’을다룬11장에서오늘날우리가통계자료등을한눈에보여주기위해흔히쓰는시각기법의원형을확인할수있다.놀랍게도코로나팬데믹때확진자,사망자,치명률을거의실시간으로보도한대시보드는윌리엄플레이페어가처음사용한막대/원형그래프,샤를조제프미나르의흐름지도,‘백의의천사’로유명한플로렌스나이팅게일의장미그래프같은시각화방법을채용했다.
12장과학기술학연구자라투르가가이아의개념을새롭게시각화한‘임계영역’이미지도흥미롭다.우리는‘가이아’라고하면우주에서본구형의푸른지구를떠올리지만,엄밀히말하면“인류와인류에게의미있는비인간들모두가살아가는공간(가이아의핵심개념)은지표면의암석,땅,숲,물,대기로구성된얇은층이다.”라투르는가이아를“두께가몇킬로미터를넘지않는얇은막에불과하다”라고강조하며‘임계영역’이라고부르고,조경건축을전공한알렉산드라아렌과함께시각화했다.신화적이고미학적인느낌은덜하지만,‘가이아’의개념에충실한이미지다.

과학을이끄는이미지의힘

저자는이책에서과학지식을구성하는이미지의역할에주목한다.3부의핵심주제이기도한데,저자는‘왜과학의역사에서특정한개념과특정한이미지가대응하는가’라는물음을던진다.예를들어,왜우리는뇌를작은방으로나눌까?왜생명을분류하는데나무를이용할까?왜데이터를시각화하는데그래프를사용할까?왜가이아를그리는데구형지구를사용할까?많은이들이과학자들은연구가다끝난뒤에자신의연구를그림이나그래프로나타낸다고생각하지만,현실은다르다.‘나무이미지’장에서보듯,“과학에서의이미지들은그자체로생명력이있다.이미지는이미지를낳고,오래된이미지는새로운이미지로점차변한다.죽은것같은이미지도오랜시간이흐른뒤에엉뚱한곳에서부활한다.”곧역사속에서반복적으로나타나는이미지들이거꾸로과학자의연구나이론을특정한방향으로유도하거나특정한방식으로틀짓는효과를낳을수있다.그만큼‘이미지의힘’이강력할수있다는얘기다.
독자들은이지점에서이책이특별한이유를발견할수있다.기존의과학책들이이미지를과학의역사를설명하기위한보조수단으로묶어두었다면,이책은과학과이미지가서로영향을주고받는데까지해석을확장한다.그래야과학사에서이미지가차지하는정당한위치를발견할수있고,과학의역사를더욱풍성하게그려낼수있기때문이다.“과학에서나타나는다양한이미지들을읽는것은과학을사회적이고문화적인맥락에서파악하는작업이며,이런작업은과학을더흥미롭고,더살아있으며,더인간적인것으로만들수있다.”진솔하지만야심찬저자의의지가담긴이책을통해독자들도“진짜과학”의이야기속으로빠져보기바란다.이책이전시하는과학기술문명의컬렉션들은독자들에게과학을더욱친숙하고생생하게느끼도록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