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플라워

콜리플라워

$11.00
Description
“필요한 것은 사랑의 말이라고 믿고 싶어”

슬픔과 아픔, 그리고 미움에 잠겨 있다가도
끝내는 사랑의 말을 발견하며 깨어나는 다정한 목소리
윤슬처럼 반짝이는 언어로 시인만의 내밀하고 감각적인 세계를 가꾸어온 이소연 시인의 세번째 시집 『콜리플라워』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올해로 등단 10년을 맞기도 한 시인은 “모서리가 많은 삶의 어두운 구석”(주민현, 추천사)을 찬찬히 살피며, 어둠을 깊이 응시한 이만이 발견할 수 있는 다채롭고 입체적인 사랑을 노래한다. 전작들에서부터 이어져온 여성과 생태, 그리고 언어를 향한 시인의 깊은 애정이 다시금 변주되며 찬란한 선율을 이룬다. 삶의 보이지 않는 이면과 끊임없는 존재의 마찰로부터 굳건한 사랑을 길어 올리는 시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저자

이소연

저자:이소연
2014년한국경제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나는천천히죽어갈소녀가필요하다』『거의모든기쁨』,산문집『그저예뻐서마음에품는단어』등이있다.

목차


제1부수건은시간을옮긴다
우리집수건
사슴뿔자르기
콜리플라워
관람
집옮기기
모른척하기
버렸다,불질러버렸다
코번트리부인
휴그랜트의아내코번트리부인이퓰리처상을받았다
저꽃은저물무렵
연필선인장키우기
보석감정사
애덤
돌려세우기

제2부후회는인간을통해말하고싶어한다
기부
블루베리를씻어요구르트에섞어먹는아침
사람없는그림을보다가
나는걷는다
밤에먹는사과
코번트리부인이앙코르와트에서가져오지못한것들1
죽도록,중랑천
충실한슬픔
경춘선숲길
듣는동안
앨리스의상자
침묵도입술을연다
머그컵

제3부새로운이끼
내안에누가있다
경건한그림자
변명
해몽
음력의가계
양서류적인코번트리부인
완벽한이야기1
완벽한이야기2
도깨비시장그리기
오목놀이
푸른빛의말
창속의내가나를보는오후

제4부맺히는것들이모두비상구로보여
거울의방
숲의마감
옮겨앉을준비
코번트리부인이앙코르와트에서가져오지못한것들2
혼자
코번트리부인의튤립한송이
작게,굽은등을하고
새들의안부를묻는아무
서진이의하굣길

보풀

해설|김태선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생물이자라사랑하고
쓰고남을아름다운힘을찾는사람이바로접니다”
구애받지않는자유로운시선에담아낸애정어린순간들

이소연의시는“보아야할것은꼭”(「코번트리부인」)보는데서출발한다.이를위해서반드시필요한것은무엇에도구애받거나속박되지않는자유로운시선이다.이를테면시인은미술관에가서도“미술관바깥의매미와잠자리”(「관람」)를비롯한외부의풍경에신경을쏟으며“그림보다미술관에같이간친구가/보고싶어요”(「코번트리부인」)라고말한다.이렇듯자유로운응시는삶의“이면에보이지않게머물러있는것들에시선을던지면서들끓는침묵의목소리에”(김태선,해설)귀를기울이는원동력으로써구체적인일상이시적인순간으로바뀌는계기를마련한다.“사실그림은색으로덮은것이아니라/색에서빠져나온여백”(「관람」)이라는관념의반전도,“구멍난양말과/친구의뒤꿈치각질을신기해하는얼굴”(「보풀」)을마음에새기는다정함도모두여기서파생된다.

자유로운시선이선사하는것은일상을시적순간으로전환하는활기뿐만이아니다.“사랑과미움이,밝음과어둠이,이율배반적인것들이어떻게한몸인지알게”(추천사)하는이소연의특장점역시도여기서비롯된다.시인은풍경과사물에맺히는표면적인아름다움에만시선을두지않는다.사랑의충만함과행복이면에가려진고독과불행을외면하지도않는다.그는“밤을새우지않아도어둠이잘”(「보석감정사」)보이는사람,“밤의몸이출렁출렁쏟아질것”(「옮겨앉을준비」)같은순간속에잠겨빛을헤아리는사람,그리고“불행을추적하고탐구(「내안에누가있다」)”하며깊이응시하는사람이다.

“죽도록미워하려고
중랑천끝까지걸어가는동안
죽도록사랑하고픈마음이생기고난리다”

그래서이소연이말하는사랑은유독빛난다.“당신이나를비난”하는와중에“다정은어떻게생겼나”(「죽도록,중랑천」)를고민하는양면성이,“슬픔에잠겨서도계속사랑을했다”(「충실한슬픔」)는충실함이우리들삶에흐르는복잡다단한애정의본모습과깊이맞닿아있기때문이다.

시인은“여전히그대로인세상”(「양서류적인코번트리부인」)에서여성으로살아가는삶의고통에도다시한번주목한다.그는가부장적질서가만든규범은“남자가할수없다고생각하는일을/해내면서살고있”는“세상의여자들”(「코번트리부인」)에겐무의미하며,“여자가금기하는세상은없었”(「충실한슬픔」)음을분명하게밝힌다.더나아가삶의질서를다시배열함으로써사회적규범에따라“나뉜대로나뉘어살아가는인간”(「코번트리부인이앙코르와트에서가져오지못한것들2」)의세상과는다른새로운삶의가능성을모색해나간다.

삶은존재들이모서리로마찰을일으키는일이다.“당신과통한다고생각”하다가도,돌연“통로끝엔자물쇠로잠긴철문이있”(「사슴뿔자르기」)음을깨닫게될수도있다.그렇다고“상처입지않기위해/서로의가장빛나는뿔을잘라”(「사슴뿔자르기」)낼수는없는노릇이다.존재하는것들은저마다다르고,“무지개는빛과물방울을빌려뜬몸”(「애덤」)인것과마찬가지로‘하나’의존재는‘다른하나’의존재와만남으로써아름답게떠오르는순간을맞기때문이다.

시인은“나는알게되었다마침내/내안에누가있다”(「내안에누가있다」)는말로끝끝내사랑을말할수밖에없는숙명을고백한다.시인은“맨발로서서백년을보낼수있다”(「앨리스의상자」)는끈질긴기다림끝에“모조리잃었다싶을때다시얻듯이”(「집」)찾아오는사랑을잘알고있다.어둠속에서불행과슬픔을오래도록탐구해온시인이발견하고발명한것이매번사랑이었기때문이다.이소연에게시는곧“다른존재를사랑하는삶”(시인의말)이다.

시인의말

밤마다친구들을사랑하다잠든다.
시인의말을고민하는데,자기이름을쓰라고하는친구가있었다.
누구의이름을쓰더라도시인의말이되게살고싶다.
나를가족을다른존재를사랑하는삶
그런게시인가한다.

믿고싶은것을믿는심장이뛰고있다.

오늘은가장낮은하늘을쥐었다가놓았다.
그늘속으로,산것만좋아하는박새가들어간다

2024년5월
이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