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scription
K사상은 세계적이다
동서양 정신문명의 우뚝한 봉우리에서
한반도 개벽사상의 세계성을 검증한다
동서양 정신문명의 우뚝한 봉우리에서
한반도 개벽사상의 세계성을 검증한다
『세계적 K사상을 위하여: 개벽사상과 종교공부2』는 동학에서 천도교, 원불교, 한국적 기독교까지 K사상의 발현과 전개를 밝힌 『개벽사상과 종교공부』(창비 2024, 이하 『종교공부』)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일반인의 K사상 이해를 북돋고자 백낙청, 도올 김용옥 등 석학들이 모여 기획한 대담집이었다면, 이번엔 종교학자, 유교 연구자, 원불교 교무 등 세대와 전문 분야가 다른 5인이 『종교공부』에 사회자로 참여했던 백낙청과 함께 대화하며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한 ‘심화공부’의 장을 열었다. 유튜브 방송 ‘백낙청TV’에서 2024년 한해 진행한 다섯편의 대담에 참여한 이들은 동시대를 비판하고 재고하는 변혁적 사유이자 현대사상으로서 한반도 개벽사상의 역량과 세계적 보편성을 검증했다.
제목이 가리키는 대로, 이 책은 한반도 고유의 사상적 자원으로서 개벽사상에 대한 기초지식을 전할 뿐 아니라 세계화의 가능성을 논한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 세계종교와 개벽사상의 교차점을 조명함으로써 풍요로운 종교 간 대화를 성취했다. 전통 한국사상과 탈근대 담론의 한계를 묘파함으로써 개벽사상이 그것을 어떻게 넘어섰는지 탐색한다. 나아가 세상의 변혁을 기도했던 ‘서양의 개벽사상가들’을 열거하고 직접 사상 대 사상으로 맞붙어보며 K사상의 확장성과 세계성을 실험한다.
최근 K문학이 한반도 고유의 서사로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인이 K사상의 원전을 직접 읽고 인용하며 소통하는 시대 또한 기대해볼 만하다. 물론 그 첫 번째 독자이자 탐색자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의 언어로 나와 세계를 변혁하길 꿈꾸는 이들에게 긴요한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개벽사상이 세계적인 이유
K사상의 보편성을 찾다
K사상의 현재성과 세계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동서고금의 사유와 한반도 개벽사상을 견주어보아야 했다. 1장 「세계종교에 담겨 있는 개벽사상」은 이러한 기초 작업을 수행하면서 책의 주제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글이다. 비교종교학의 세계적 석학이자 사상사에도 두루 해박한 종교학자 오강남은 『종교공부』에 담긴 동학과 개벽사상의 의미를 ‘우리 바깥의 눈’으로 논평한다. 구태여 바깥의 시각이 필요한 까닭은 서구 담론을 향한 우리의 집착과 인정 욕구를 무시할 수 없을뿐더러 개벽종교인 천도교나 원불교를 한발 물러나 세계적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일 테다. 오강남은 종교의 정의를 ‘궁극적 변혁을 위한 수단’(means for ultimate transformation)으로 이해한다면 나와 세계의 변혁을 말하는 개벽 개념을 종교 일반에 적용할 수 있겠다고 말한다. 여러 종교에 내재된 개벽적 요소를 공통언어로 삼으면 종교다원주의에 입각한 ‘종교 간 대화’(inter-religious dialogue) 또한 풍성하게 이루어지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백낙청은 생각이 다르다. 종교 간 대화를 시작할 때는 서로의 공통점과 보편성을 찾아 출발점으로 삼는 것도 좋겠으나, 더 풍성한 ‘종교 내적 대화’(intra-religious dialogue)를 위해서는 종교 간 차이를 살피고 한반도 후천개벽사상의 특별한 의미를 부각하는 작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벽과 세계사상 사이의 공통점을 발굴해 소통하는 것(오강남)과 개벽만의 특징을 부각해 이를 세계로 전파하는 것(백낙청).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생각의 차이는 뚜렷한 두 사람의 대화는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한 두 가지 방향을 제안하면서도 이를 병행할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과제를 남긴다.
현대사상의 최전선, 개벽
전통 한국사상과 탈근대 담론을 넘어서
백낙청ㆍ백민정이 대화한 2장 「물질개벽의 시대, 유교의 현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는 유학의 현대적 의미를 고찰하며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현대사상으로서 개벽을 말한다. 조선시대 유교를 연구하며 그 현대적 활용을 탐색하는 여성 철학자인 백민정은 자본주의 경쟁논리에 은근히 찬동하는 유교적 근대성론의 맹점을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개벽의 맥락에서 전통 유학에 내재된 한계를 근본적으로 반성한다. 합리적인 실학자로 알려진 정약용의 경세론 또한 신분 차별과 위계적 상하관계로 고착된 예치 질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의 근본 의미를 되살린 것은 번다하게 꾸민 형식을 걷어치우고 ‘향아설위(向我設位)’, 즉 천지의 신령이 깃든 나를 진정으로 돌보라고 주문한 동학이었다. 백낙청은 그의 논의를 이어받아 전통 유학자들이 간과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도래였음을 지적한다. 서구 사유의 영향을 받은 근대 유학자들조차 새로운 과학 지식과 사회계약론을 흡수하면서도 서구의 경제체제와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별다른 성찰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소태산 박중빈을 비롯한 개벽사상가들은 생산력의 무한 증대에서 비롯된 ‘물질개벽’의 폐해를 간파하고 어떻게 하면 그 과실을 골고루 나눠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차이가 있다. 자본주의의 말기 국면에서 위기를 타개할 대안을 찾자면 여기에 희망이 있겠다는 주장이다. 탈근대 담론과 견주어보면 개벽사상의 현대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민족이나 계급, 정체성 등 고정된 ‘주체’나 ‘본질’을 해체하고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이나 해체론적 논의는 ‘유무초월(有無超越)’의 경지와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어디에나 부처가 있고 가는 자리마다 회상 아닌 곳이 없다)’을 말한 개벽적 사유가 이미 확보해놓은 현대성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K사상의 세계화를 실천하는
개벽종교 원불교
3장 「K사상의 세계화를 모색하는 원불교」는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총장이자 교무인 전도연과 백낙청의 대화다. 앞서 『종교공부』에서 원불교의 교무로 봉직 중인 방길튼, 허석이 원불교의 역사와 기본교리를 친절하고 상세하게 소개한 바 있다면, 이번 대화에서 두 사람은 개벽종교 원불교가 어떻게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는지 그 경과를 되짚는다. 한반도의 후천개벽사상이 수운 최제우의 동학에서 시작해 민중이 중심이 되는 큰 흐름을 이루었으며, 특히 소태산 박중빈이 후천개벽사상을 보편종교인 불교와 융합해 새로운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한편 공(空) 사상과 윤회, 전무출신 제도 등 교리와 실행의 세목을 검토하는 논의에서는 다소 이견도 보인다. ‘원불교가 세계적 주도가 되고 한국이 정신의 지도국이 될 것’이라는 소태산의 예언을 소개하는 대목도 흥미로운데, 이에 발맞춰 현재 원불교가 실행하고 있는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러시아 모스크바 교당에서 활동한 바 있는 전도연 교무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생생하게 전한다.
예수ㆍ로런스ㆍ하이데거…
변혁의 길 찾은 서양의 개벽사상가들
이 책은 예수, 로런스, 하이데거 등 변혁의 길을 찾은 서양의 사상가들을 ‘개벽사상가’로 열거하고 호명한다. 이 작업은 『종교공부』에서 착수된 바 있고 이 책이 본격적으로 실행한다. 앞서 1장에서는 불의에 맞서 싸운 예수의 모습을 혁명가 수운 최제우의 모습과 포개어 놓았고 4장 「인간해방의 논리와 개벽사상」에서는 D. H. 로런스가 성찰한 죽음론을 윤회론에 투영해 살펴보았다. 고명섭과 백낙청이 함께한 보론 「하이데거와 후천개벽사상의 만남」에서는 제목 그대로 하이데거와 후천개벽사상의 연관성을 검토한다. 하이데거의 기술시대 인식 및 휴머니즘 비판은 소태산의 물질문명에 대한 인식, 그리고 동아시아의 천지인 사상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존재 자체(Sein selbst)와 존재자(Seiendes)를 비롯한 하이데거의 복잡한 용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문제와 그의 ‘언어의 집’ 개념을 둘러싼 토론은 서구사상을 K사상과 맞붙이고자 할 때 어떤 주체적 자세와 태도가 필요한지 성찰하게 한다. 토론 끝에 도출된 “우리의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발심이 강해야 서양 사상과의 만남도 더 충실해질 것”(290면)이라는 결론이 뜻깊다.
한반도 개벽사상은
새 시대의 교양이다
다소 성격이 다른 기획인 4장 「인간해방의 논리와 개벽사상」은 백낙청의 작업을 꾸준히 좇아온 이보현이 백낙청의 저서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1979)를 다시 읽는다. 이 책에서 이미 K사상의 맹아가 발현되고 있을 뿐 아니라 개벽사상의 실천은 결국 진정한 자기해방과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기 위해서다. 자본과 권력의 논리 앞에 “온갖 단단한 것이 연기처럼 사라지는”(8면) 물질문명의 시대에는 과거에 좋았던 사상을 많이 알고 익히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세상의 주인으로서 진정한 교양을 갖추기가 힘들다는 진단도 같은 맥락 속에 있다. 이 책의 논의를 따라 우리가 가진 사상적 자원의 세계성과 현대성을 검토하다보면, 그것을 살아 있는 사상으로 다루기 위해선 당면한 과제를 우리 자신의 문제로 떠안고 토론하는 자세가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오랜 시간 세계를 주도한 서구의 사상적 작업이 현실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 도래할 새 시대를 능히 감당할 새로운 교양 공부의 길잡이로서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제목이 가리키는 대로, 이 책은 한반도 고유의 사상적 자원으로서 개벽사상에 대한 기초지식을 전할 뿐 아니라 세계화의 가능성을 논한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 세계종교와 개벽사상의 교차점을 조명함으로써 풍요로운 종교 간 대화를 성취했다. 전통 한국사상과 탈근대 담론의 한계를 묘파함으로써 개벽사상이 그것을 어떻게 넘어섰는지 탐색한다. 나아가 세상의 변혁을 기도했던 ‘서양의 개벽사상가들’을 열거하고 직접 사상 대 사상으로 맞붙어보며 K사상의 확장성과 세계성을 실험한다.
최근 K문학이 한반도 고유의 서사로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인이 K사상의 원전을 직접 읽고 인용하며 소통하는 시대 또한 기대해볼 만하다. 물론 그 첫 번째 독자이자 탐색자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의 언어로 나와 세계를 변혁하길 꿈꾸는 이들에게 긴요한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개벽사상이 세계적인 이유
K사상의 보편성을 찾다
K사상의 현재성과 세계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동서고금의 사유와 한반도 개벽사상을 견주어보아야 했다. 1장 「세계종교에 담겨 있는 개벽사상」은 이러한 기초 작업을 수행하면서 책의 주제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글이다. 비교종교학의 세계적 석학이자 사상사에도 두루 해박한 종교학자 오강남은 『종교공부』에 담긴 동학과 개벽사상의 의미를 ‘우리 바깥의 눈’으로 논평한다. 구태여 바깥의 시각이 필요한 까닭은 서구 담론을 향한 우리의 집착과 인정 욕구를 무시할 수 없을뿐더러 개벽종교인 천도교나 원불교를 한발 물러나 세계적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일 테다. 오강남은 종교의 정의를 ‘궁극적 변혁을 위한 수단’(means for ultimate transformation)으로 이해한다면 나와 세계의 변혁을 말하는 개벽 개념을 종교 일반에 적용할 수 있겠다고 말한다. 여러 종교에 내재된 개벽적 요소를 공통언어로 삼으면 종교다원주의에 입각한 ‘종교 간 대화’(inter-religious dialogue) 또한 풍성하게 이루어지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백낙청은 생각이 다르다. 종교 간 대화를 시작할 때는 서로의 공통점과 보편성을 찾아 출발점으로 삼는 것도 좋겠으나, 더 풍성한 ‘종교 내적 대화’(intra-religious dialogue)를 위해서는 종교 간 차이를 살피고 한반도 후천개벽사상의 특별한 의미를 부각하는 작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벽과 세계사상 사이의 공통점을 발굴해 소통하는 것(오강남)과 개벽만의 특징을 부각해 이를 세계로 전파하는 것(백낙청).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생각의 차이는 뚜렷한 두 사람의 대화는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한 두 가지 방향을 제안하면서도 이를 병행할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과제를 남긴다.
현대사상의 최전선, 개벽
전통 한국사상과 탈근대 담론을 넘어서
백낙청ㆍ백민정이 대화한 2장 「물질개벽의 시대, 유교의 현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는 유학의 현대적 의미를 고찰하며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현대사상으로서 개벽을 말한다. 조선시대 유교를 연구하며 그 현대적 활용을 탐색하는 여성 철학자인 백민정은 자본주의 경쟁논리에 은근히 찬동하는 유교적 근대성론의 맹점을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개벽의 맥락에서 전통 유학에 내재된 한계를 근본적으로 반성한다. 합리적인 실학자로 알려진 정약용의 경세론 또한 신분 차별과 위계적 상하관계로 고착된 예치 질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의 근본 의미를 되살린 것은 번다하게 꾸민 형식을 걷어치우고 ‘향아설위(向我設位)’, 즉 천지의 신령이 깃든 나를 진정으로 돌보라고 주문한 동학이었다. 백낙청은 그의 논의를 이어받아 전통 유학자들이 간과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도래였음을 지적한다. 서구 사유의 영향을 받은 근대 유학자들조차 새로운 과학 지식과 사회계약론을 흡수하면서도 서구의 경제체제와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별다른 성찰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소태산 박중빈을 비롯한 개벽사상가들은 생산력의 무한 증대에서 비롯된 ‘물질개벽’의 폐해를 간파하고 어떻게 하면 그 과실을 골고루 나눠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차이가 있다. 자본주의의 말기 국면에서 위기를 타개할 대안을 찾자면 여기에 희망이 있겠다는 주장이다. 탈근대 담론과 견주어보면 개벽사상의 현대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민족이나 계급, 정체성 등 고정된 ‘주체’나 ‘본질’을 해체하고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이나 해체론적 논의는 ‘유무초월(有無超越)’의 경지와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어디에나 부처가 있고 가는 자리마다 회상 아닌 곳이 없다)’을 말한 개벽적 사유가 이미 확보해놓은 현대성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K사상의 세계화를 실천하는
개벽종교 원불교
3장 「K사상의 세계화를 모색하는 원불교」는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총장이자 교무인 전도연과 백낙청의 대화다. 앞서 『종교공부』에서 원불교의 교무로 봉직 중인 방길튼, 허석이 원불교의 역사와 기본교리를 친절하고 상세하게 소개한 바 있다면, 이번 대화에서 두 사람은 개벽종교 원불교가 어떻게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는지 그 경과를 되짚는다. 한반도의 후천개벽사상이 수운 최제우의 동학에서 시작해 민중이 중심이 되는 큰 흐름을 이루었으며, 특히 소태산 박중빈이 후천개벽사상을 보편종교인 불교와 융합해 새로운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한편 공(空) 사상과 윤회, 전무출신 제도 등 교리와 실행의 세목을 검토하는 논의에서는 다소 이견도 보인다. ‘원불교가 세계적 주도가 되고 한국이 정신의 지도국이 될 것’이라는 소태산의 예언을 소개하는 대목도 흥미로운데, 이에 발맞춰 현재 원불교가 실행하고 있는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러시아 모스크바 교당에서 활동한 바 있는 전도연 교무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생생하게 전한다.
예수ㆍ로런스ㆍ하이데거…
변혁의 길 찾은 서양의 개벽사상가들
이 책은 예수, 로런스, 하이데거 등 변혁의 길을 찾은 서양의 사상가들을 ‘개벽사상가’로 열거하고 호명한다. 이 작업은 『종교공부』에서 착수된 바 있고 이 책이 본격적으로 실행한다. 앞서 1장에서는 불의에 맞서 싸운 예수의 모습을 혁명가 수운 최제우의 모습과 포개어 놓았고 4장 「인간해방의 논리와 개벽사상」에서는 D. H. 로런스가 성찰한 죽음론을 윤회론에 투영해 살펴보았다. 고명섭과 백낙청이 함께한 보론 「하이데거와 후천개벽사상의 만남」에서는 제목 그대로 하이데거와 후천개벽사상의 연관성을 검토한다. 하이데거의 기술시대 인식 및 휴머니즘 비판은 소태산의 물질문명에 대한 인식, 그리고 동아시아의 천지인 사상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존재 자체(Sein selbst)와 존재자(Seiendes)를 비롯한 하이데거의 복잡한 용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문제와 그의 ‘언어의 집’ 개념을 둘러싼 토론은 서구사상을 K사상과 맞붙이고자 할 때 어떤 주체적 자세와 태도가 필요한지 성찰하게 한다. 토론 끝에 도출된 “우리의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발심이 강해야 서양 사상과의 만남도 더 충실해질 것”(290면)이라는 결론이 뜻깊다.
한반도 개벽사상은
새 시대의 교양이다
다소 성격이 다른 기획인 4장 「인간해방의 논리와 개벽사상」은 백낙청의 작업을 꾸준히 좇아온 이보현이 백낙청의 저서 『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1979)를 다시 읽는다. 이 책에서 이미 K사상의 맹아가 발현되고 있을 뿐 아니라 개벽사상의 실천은 결국 진정한 자기해방과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기 위해서다. 자본과 권력의 논리 앞에 “온갖 단단한 것이 연기처럼 사라지는”(8면) 물질문명의 시대에는 과거에 좋았던 사상을 많이 알고 익히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세상의 주인으로서 진정한 교양을 갖추기가 힘들다는 진단도 같은 맥락 속에 있다. 이 책의 논의를 따라 우리가 가진 사상적 자원의 세계성과 현대성을 검토하다보면, 그것을 살아 있는 사상으로 다루기 위해선 당면한 과제를 우리 자신의 문제로 떠안고 토론하는 자세가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오랜 시간 세계를 주도한 서구의 사상적 작업이 현실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 도래할 새 시대를 능히 감당할 새로운 교양 공부의 길잡이로서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세계적 K사상을 위하여 - 개벽사상과 종교공부 2
$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