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은
저자:임지은 2015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무구함과소보로』『때때로캥거루』,에세이『우리둘이었던데는나름의이유가있겠지요?』(공저)가있다.
자서(自序)1부사물들13식물원에와서쓰는동물원시15경계문지르기17발바닥공원20팀워크22기본값24크리스마스로시쓰기27눕기의왕30미스치프와시쓰기32토끼잠34산책37꿈속에서도시인입니다만241코로나시대의낭독회44입장들46결말들482부반려돌53가장좋은저녁식사54혼코노56비오는날의다중우주59구조주의60반납63정리하지않은게정리66프랑스댄서69숨바꼭질74상한두부한모76비상구78유기농엄마79수중생활82네모없는미래853부무한리필89자는동안92들고가는사람94과대포장96덕수궁에왔다가들어가지는않고98심은꽃100파꽃102모조꽃105병원에갔어요106똑똑108조건가정111발빠짐주의114유턴하는생활116뺑뺑이맑음119남은부분1224부죽은나무심기127새로움과거리에관한하나의견해129신인과대가132과일교도소134탈의실136앨리스나라의이상함138밀봉된캔의역사142침묵에가까운일미터144세탁기연구145책상연구148독자연구150악몽은사적인동물152모자(속에사는사)람154팔자주름157초능력이니체159작품해설-최선교(문학평론가)16
태연한표정으로태연하지않은세계를말하는담대한시인누워있는시가일으키는당연한것들의특별한힘시인임지은의세번째시집『이시는누워있고일어날생각을안한다』가민음의시322번으로출간되었다.이번시집에서세계를받아들이는임지은의방식은그의자서에서부터드러난다.그는“교양있는사람이되고싶었지만”“세번째시집이있는사람이되었다”고적는다.그러니까임지은은상상에서시작해현실로내려앉는사람.내려앉은현실에서문득보이는당연한것들의특별함을콕찌를줄아는사람이다.‘교양있는사람되기’는눈에보이지않아측정이불가하며달성이모호한목표처럼보이는반면,‘세번째시집있는사람되기’는언뜻달성할수있고결과를한눈에알수있는목표처럼보인다.그러나잘들여다보면‘세번째시집있는사람되기’라는목표역시종이에납작하게적힌말뒤에얼마나많은시간이,얼마나많은시가,얼마나많은지난함과고단함이담겨있는지측정하기어렵다.임지은의시들은이렇듯한번에편안하게읽힌뒤,그대로지나쳐가려는사람의발목을잡아챈다.지나쳐가려던자리로다시돌아와한번더,곰곰문장을읽다보면임지은이말을비트는듯보이면서도새삼당연한것을이야기한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그것은어쩌면특별한일이일어나도특별하지않게받아들이는현실이있다는것을거꾸로받아적는다는뜻이아닐까?임지은의시를읽고나면당연한것이작동하는세상의당연함이슬쩍낯설게느껴지기시작한다.당연한것을다시생각해보게하는힘.그것이임지은이불러일으키는,종이에가만히누워있는시의힘이다.우리도왕이될수있어시집의제목『이시는누워있고일어날생각을안한다』는수록시「눕기의왕」의한구절(“이시는지금누워있고/도무지일어날생각을안한다”)로부터왔다.이시는‘누워있을것’의의지를당당하고뻔뻔하게,나른하고단호하게진술하는작품이다.어떤이유로눕는다거나,누워있었기에어떤일이생겼다거나하는인과가뒤섞인채우리는시의화자와시가음……누워있었군……하는사실만을마음에아로새기게된다.“아침이돼서야이를닦는다/누워있었기때문에……”“다른걸하려면할수도있는데/안하는거다//왜?누워있으려고”라는식.결국엔“졸음”까지“데리고와같이눕는다”(「눕기의왕」).이단순하고도어딘지웃음이나는임지은식문답을상상해본다.“어제뭐했어?”“누워있었어.”“왜?”“누워있으려고.”일상의어떤구간이그자체로목적이되는세계.아마도그단순하디단순한대답을하는사람의얼굴은뿌듯함으로빛나고있을것만같다.문학평론가최선교는해설에서“이건시집의자세이기도하지만,시집을읽는사람이따라할수있는자세이기도하다.”라고제안한다.좋은걸좋다고,지금하는걸하고싶어서그냥한다고말하는시인의화법과보법을따라읽고살기.그것이어쩌면‘뭔가의왕’이취할법한자세아닐까.너무열심히사는세상에서하는딴생각임지은은묻는다.“다들왜이렇게열심히사는거야?”(「기본값」)우리모두대부분현실에서이런질문을들으면이렇게되받아말할것이다.“너도열심히살잖아.”시속화자의친구역시비슷하게말한다.“너도밥먹고시만쓰잖아”(「기본값」).시인은‘열심’이기본값이아닌‘보통’이보통인시대를,‘대충’도괜찮은세상을바라지만,시인이되돌려받은친구의말마따나세상의이모저모를관찰하고,머릿속에서떠도는생각채집에숨가쁜이가바로그자신이다.시집『이시는누워있고일어날생각을안한다』에는온통그가가장열심이고열중했던,치밀하고찬란한딴생각들이우글거린다.그가가장즐거워하는딴생각은역시당연한것들을불러내요리조리다르게보이도록하는일인것같다.소인국에놀러온걸리버처럼,작은언어들을데리고즐거워하는(반쯤누운)시인의모습을상상해본다.그는정말로타국에서놀러온이방인처럼빛나는눈으로언어를대한다.“한국어는뜨거운국물이시원한것만큼이상합니다//여기자리있어요,가/자리가없다는뜻도있다는뜻도되니까요//그럼여기나있어요,는/내가있기도없기도한상태입니까?”(「혼코노」)이방인으로부터익숙한세상의질서가지적되는것과마찬가지로,즐거운딴생각으로인해숨겨진진실이끌려나오기도한다.임지은의시집은이런밀고당기기로우리를그의딴생각안에서벗어날수없게만든다.그의딴생각이만든낯선시선으로시집바깥의세계를돌아볼때,우리는아마조금다른마음을품은사람이되어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