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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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과거의 난 그랬다. 잘해 주기만 하면 돌멩이도 사랑하는 바보였지.
하지만 열네 살이 된 지금은 다르다.”

누구도 좋아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열네 살
소년의 눈에 비친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상
정용준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열네 살 소년이 언어 교정원에 다니며 언어적,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말을 더듬는 인물은 그간 정용준 소설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지만 이번 소설에서는 그 내면 풍경을 열네 살 소년의 목소리로 들려줌으로써 언어적 결핍에서 비롯된 고통과 고투의 과정을 한층 핍진하게 보여 준다. 언어를 입 밖으로 원활하게 표현할 수 없는 심리적 재난과도 같은 상황으로 인해 소년은 가족은 물론이고 학교, 친구 등 자신이 속한 세계로부터 배제된 채 유령처럼 겉돈다. 스스로를 깊이 미워하면서, 또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향한 희미한 복수를 다짐하면서.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등단 이후 10여 년의 시간 동안 황순원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등 굴지의 문학상을 석권하며 고유한 시선과 자리를 만들어 온 정용준 작가가 오랫동안 구상, 집필, 퇴고한 이야기다. “타인의 삶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허물어 가는 섬세한 감정적 파동의 기록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의 궁극적인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는 말은 황순원문학상 수상 당시 어느 심사위원의 평가이지만, 이는 정용준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말인 동시에 그 정점이라 할 만한 이번 소설에 대한 정확한 예언이기도 하다.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은 소년이 언어 교정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짓고 마음속에 길을 내며 세상과 연결되는 자신만의 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타인의 삶에 대한 다정한 이해를 경유해 자신의 삶에 대한 뜨거운 긍정으로 이어지는 길고도 짧은 여정이다. 이 여정을 함께하는 독자들에게 정용준이라는 세 글자는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각인될 것이다.
저자

정용준

소설가.현재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2009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등단하였다.저서로소설집『가나』,『우리는혈육이아니냐』,『선릉산책』,장편소설『바벨』,『프롬토니오』,『내가말하고있잖아』,중편소설『유령』,『세계의호수』등이있다.젊은작가상,황순원문학상,문지문학상,한무숙문학상,소나기마을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내가말하고있잖아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세기말에우리는
“1999년10월의마지막날.늦은오후왕십리는황량했다.이슬비가내렸고사람들은옷깃을세운채움츠리고걸었다.”소설속어느하루의풍경이지만세기말에우리사회는정말이슬비내리는늦은오후어느황량한길위에서있는것같았다.밀레니엄버그가발생해엘리베이터가멈출거라고했고인터넷이멈춰전산이마비될거라고했으며은행이털릴수도있다고했다.비행기가추락할거라는얘기도있었고노스트라다무스의예언대로종말이올거라믿는사람도있었다.다가오는2000년을앞두고갖은예언들로들떠있던그때,어떤자리는IMF가할퀴고간폐허위에흉터를드러내고있었고사람들은말을잃은듯침묵하고있었다.그때그시절,세상이다망해버렸으면좋겠다고생각하는‘나’도,할말을잃고침묵하던사회도모두실어증의시대를지나고있었던건아닐까.『내가말하고있잖아』는‘IMF키즈’로서정용준작가가그리는세기말의풍경이다.

■외로운열네살인생
‘나’는1급말더듬이다.“넌왜사냐?쓸모없고말도못하고친구도없고늘괴롭힘만당하잖아.왜살아?”‘나’에게는말하는데어려움을느낀다는것말고도골치아픈일투성이다.학교에서외톨이인건둘째치고국어선생이라는자가걸핏하면일어나서책을읽으라고시켜대는데‘나’는그일방적인행위에석연치않은저의가있다는의심을지울수없다.그러나등잔밑이어두운법.진짜적은가까이에있다.가장큰문제는엄마다.엄마는‘나’와달리잘해주는사람과금방사랑에빠져버리는바람에상처도많이받는다.언제나불안하고초조해보이는엄마는집에오면술을마신다.엄마의상냥한목소리가듣고싶으면‘나’는114로전화한다.전화안내원으로일하는엄마의친절한목소리를들을수있는유일한방법이기때문이다.요즘은전애인과다시만나는중인데,심지어그애인과한집에서살게되었다.‘나’는걸핏하면‘나’를무시하는그애인이라는작자를죽이고야말겠다고다짐한다.

■언어교정원에서만난세계
“고장난사람들만모아둔창고같은곳일까?”엄마의손에이끌려마지못해찾은언어교정원은아무리봐도이상한곳같다.온동네이상한사람은다모여있는것같다가도왜여기에있는지알수없을만큼멀쩡해보이는사람도있다.그야말로각양각색.이내쓰러질것같은할머니,얼굴이빨간남자어른,인상이차가운여자어른,또래로보이는여학생과항상억울한표정을짓고있는왜소한남학생,허공에타자를치듯쉴새없이손가락을움직이며불안하게앉아있는청년,까만뿔테안경너머묘한눈으로나를쳐다보는더벅머리아저씨.그러나이런저런교정원을전전한나에게이번만큼은다를것같다는느낌이온다.말하기연습,자기이야기하기연습,이름바꾸기,자신감갖기연습……연습을거듭하는사이달라지는건말하기기술만은아니다.

■가까스로말하기,마침내글쓰기
사람들에게는모두자기만의언어가있다.『내가말하고있잖아』는말하기를어려워하던한소년이말하기의어려움을기술적으로극복하는데에서나아가진짜자신의언어를찾아가는과정을다룬한편의성장소설이자문학에대한메타포이기도하다.영화「일포스티노」에서봤던아름다운우정과시에대한비유들이소설의모습으로다시우리앞에나타났다.낙서는일기가되고일기는소설이된다.눈물이쏟아지려하면사탕을입에넣던소년은이제눈물에섞인감정을노트위에쏟아낸다.노트위에쏟아내고나면눈물은이야기가된다.수많은밤과낮을건너완성된이야기가이제당신앞에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