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흄 :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 - 클래식 클라우드 25

데이비드 흄 :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 - 클래식 클라우드 25

$18.80
Description
‘북쪽의 아테네’라 불리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부터
서양 철학사의 물꼬를 바꾼 『인성론』의 산실 프랑스 라플레슈를 거쳐
유럽 계몽주의의 또 다른 현장인 프랑스 파리까지
데이비드 흄 사상의 현장을 찾아가다
〉 회의주의자이면서도 생을 사랑했던 자

“흄은 나를 이성이라는 독단의 잠에서 비로소 깨워주었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동시대 영국 경험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흄은, 삼라만상의 궁극적 근거를 탐구해오던 유구한 형이상학적 전통과 단호하게 절연함으로써 근현대 철학의 여러 버전이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흔히 사유의 중심축을 ‘신’으로부터 ‘인간’으로 옮겨놓음으로써 서양 철학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칸트를 근대 철학의 시작으로 보지만, 사실은 그를 형이상학적 몽상과 독단의 잠에서 깨워준 흄이야말로 진정한 선구였다고 할 수 있다.
흄은, 높고 먼 곳에 있는 초월자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그들의 감각적 경험만을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의 사유 안에서는 인식을 위한 선험적 틀도, 최고로 완전한 존재자로서의 신도, 개별적인 것을 초월한 영원한 진리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가르는 궁극적인 원칙도, 고정 불변의 자아 같은 관념도 없다. 모든 것은 시간과 공간과 인간적인 것 안에서 상대화되고, 감각적인 경험 자체가 철학의 시작이자 마지막이 된다.
흄은 철학자들이 예로부터 추구해온 ‘확실하고 명료한 진리’를 포기하더라도 철학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태도는 그가 자신을 가리켜서 한 말, 즉 “철학자이나 진리 추구는 포기한 자”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정직하고 참된 철학자라면 오히려 진리를 찾을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인간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흄은 오직 ‘이 땅’에 충실히 머무르면서 생이 선사하는 크고 작은 풍요로움을 최대한 감각하고 누리려 했으며, 존 로크로부터 내려오는 경험론을 완성했다.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는 이러한 겸허한 태도에는 인간적인 매력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도 그런 매력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흄의 재발견’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또한 회의주의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꼭 심각하고 음울한 일만은 아니며, 회의주의적이면서도 생을 넉넉히 긍정하는 가운데 쾌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흄의 생애를 통해 엿보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독선과 아집으로 얼룩진 시대일수록 흄이 보여준 회의주의적 태도는 방법적으로도 꼭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이 책의 저자 줄리언 바지니는 철학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고자 하는 영국의 철학자로, 그의 저서는 국내에도 이미 여러 권 소개되어 있다. 언론으로부터 “건전한 판단력을 가진 사회의 수호자”라는 평을 받기도 한 그는, 오래전부터 이성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노선과도, 이성을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반이성주의적 노선과도 거리를 두면서 ‘합리적 회의주의’의 길을 모색해왔다. 이는 바로 흄이 걸어간 길이기도 하다. 흄은 이성의 높은 콧대를 꺾으려고 한 한편으로, 기막힐 정도로 탁월한 이성적 추론을 보여주었다. 즉 이성을 이성으로 무너뜨리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이성을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지 거부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저자는 흄이 일생 견지한 ‘겸허한 이성’ 혹은 ‘온건한 이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흄의 시대와 삶의 공간을 따라 여행하면서 들여다본다. 이러한 방식은 어떤 인물의 사상과 논증을 시대를 초월한 것인 양 다루는 학계의 연구 경향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표준적인 학계 스타일과는 대조되는 글쓰기를 선보여온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철학을 해결해야 할 독립적인 지식의 문제라고 본다면 철학자를 굳이 살펴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철학이 부분들을 한데 엮어 일관된 전체를 구성하는 종합적 학문이라고 간주한다면 철학자를 무시하는 태도는 이치에 맞지 않다. 더욱이 일관된 전체라는 것이 철학자의 생애와 저작, 사상과 실천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러한 태도는 더더욱 난센스다. 나는 흄에게 총체적으로 접근하고 싶다. 그가 내세운 철학이 그 자신의 삶과 존재의 모든 측면과 닿아 있는 인물로 흄을 바라보고 싶다는 말이다.”(26∼27쪽)

한편 저자는 흄에게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의 한계 또한 놓치지 않는다. 즉 흄이 비록 탁월한 통찰력과 천재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역시 서구 백인 남성 철학자로서 시대적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직시한다. 가령 인종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점, 당대의 가부장적 가치에 무디었다는 점, 민주주의에 대해 자주 회의적 견해를 표명했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저자의 그러한 균형적 시각은 그와 함께 흄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을 더욱 미덥게 한다.

저자

줄리언바지니

저자:줄리언바지니
철학을대중의눈높이에맞게전달하고자하는영국의철학자이자작가.
영국런던대학교에서개인의정체성에관한연구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1997년창간된계간지《필로소퍼스매거진》의공동발행인겸책임편집자다.《가디언》《인디펜던트》《옵저버》등여러잡지의철학칼럼니스트로활동하는가운데철학을대중의눈높이에맞게전달하고자애쓰고있다.또한낙태문제에서부터테러와의전쟁,실존주의에이르기까지논쟁적인이슈의한복판으로기꺼이뛰어드는실천적철학자이기도하다.영국언론은바지니를“건전한판단력을가진사회의수호자”라고평하기도했다.국내에소개된그의책으로는『진실사회』『위기의이성』『러셀교수님,인생의의미가도대체뭔가요?』『자유의지』『철학이있는식탁』『에고트릭』
『빅퀘스천』『가짜논리』등다수있다.

역자:오수원
서강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교대학원에서『프랑켄슈타인』을페미니즘의시각으로정리한논문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주인공프랑켄슈타인이아닌이름없는존재인‘괴물’의관점에서소설을다시보면서인간의많은모순과문제의면면을새롭게들여다보게되었다.

목차

PROLOGUE인간에대한진정한이해를위하여

01_종교를버리고철학을탐구하다
02_예수회대학의교정을거닐며
03_『인성론』을선보이다
04_또한번의여행
05_계몽주의의두거장
06_따뜻한난롯가와책

EPILOGUE더나은삶을위한철학

데이비드흄사상의키워드
데이비드흄생애의결정적장면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이책의저자줄리언바지니는철학을대중의눈높이에맞게전달하고자하는영국의철학자로,그의저서는국내에도이미여러권소개되어있다.언론으로부터“건전한판단력을가진사회의수호자”라는평을받기도한그는,오래전부터이성을지나치게신뢰하는노선과도,이성을폐기처분해야한다는반이성주의적노선과도거리를두면서‘합리적회의주의’의길을모색해왔다.이는바로흄이걸어간길이기도하다.흄은이성의높은콧대를꺾으려고한한편으로,기막힐정도로탁월한이성적추론을보여주었다.즉이성을이성으로무너뜨리고자했던것이다.결국문제는이성을새롭게이해하는것이지거부하는것이아님을시사한다.
저자는흄이일생견지한‘겸허한이성’혹은‘온건한이성’이어떻게형성되었는지흄의시대와삶의공간을따라여행하면서들여다본다.이러한방식은어떤인물의사상과논증을시대를초월한것인양다루는학계의연구경향에많은시사점을던져준다.표준적인학계스타일과는대조되는글쓰기를선보여온저자는이렇게말한다.

“철학을해결해야할독립적인지식의문제라고본다면철학자를굳이살펴볼이유는없다.하지만철학이부분들을한데엮어일관된전체를구성하는종합적학문이라고간주한다면철학자를무시하는태도는이치에맞지않다.더욱이일관된전체라는것이철학자의생애와저작,사상과실천을아우르는것이라고본다면이러한태도는더더욱난센스다.나는흄에게총체적으로접근하고싶다.그가내세운철학이그자신의삶과존재의모든측면과닿아있는인물로흄을바라보고싶다는말이다.”(26∼27쪽)

한편저자는흄에게서적지않은영향을받았으면서도그의한계또한놓치지않는다.즉흄이비록탁월한통찰력과천재성을보여주기는했지만,그역시서구백인남성철학자로서시대적한계에서자유롭지못했음을직시한다.가령인종에대한편견을드러낸점,당대의가부장적가치에무디었다는점,민주주의에대해자주회의적견해를표명했다는점등이그러하다.저자의그러한균형적시각은그와함께흄의자취를따라가는여정을더욱미덥게한다.

>에든버러가낳은최고의철학자

흄을찾아가는여정은스코틀랜드의에든버러에서시작하여프랑스의라플레슈와파리를거쳐다시에든버러에서끝을맺는다.흄은1711년에에든버러구시가지에있는론마켓에서태어나젊은시절초반을이일대에서보냈다.당시에든버러는,이성을인간본연의특질로파악한유럽계몽주의를주도하는가운데학문과문화의중심도시로발돋움하고있었다.큰부자는아니었지만소수의엘리트층에속했던흄은이러한지적토양을배경으로지식인들과교유하며지적자극을받았다.
한편대학교육에서별다른인상을받지못했던그는중도에그만두고다방면에해박한문필가가되기위하여혼자공부에매진했다.이때그는,세속의삶으로부터멀찍이거리를두고지성과영혼과이성의문제에만집중하면완벽한마음의평화를얻을수있다고강조하는스토아철학에심취하기도했다.그러나스토아적삶의태도가중심이되자그의영혼은초토화되었고,곧이어스토아학파의생각이인간본성에대한비현실적인사상이라는것을깨닫게되었다.즉인간의본성으로할수있는범위의것을아예부정해버리는추상적이성의폭력을직접체험하면서흄은진정으로인간다운삶을살아야하며비인간적인기준에따라살지말아야한다는교훈을얻게되었던것이다.이는훗날그가펼치게될사상의핵심토대를이루게된다.
이후흄은르네데카르트를배출한곳으로유명한프랑스라플레슈에있는예수회대학을다니면서그의대표작으로길이남을『인간본성에관한논고』(줄여서『인성론』)대부분을집필했다.『인성론』에서흄은철학은인간본성에대한정확한이해에뿌리를두고있어야하며,인간을있는그대로가아니라철학자들의상상대로다룰때철학은실패한다고역설했다.그러면서실세계에관해의심할수없이확실한진리를정립하려는일체의희망에종언을고하고,경험에기반을둔잠정적이고불확실한결론을내리는일을철학의과제로규정했다.그러나흄의야심작『인성론』은세간으로부터인간의이성을묵살하며아무것도믿을수없게했다는냉담한평가를받았고,흄역시위험한사상가로낙인찍히고말았다.
비록『인성론』의운명은처참한실패로돌아갔지만흄은평론으로이름을얻기시작했고,이웃나라인프랑스에서도유명인사가되었다.그리하여영국대사의비서자격으로두번째로프랑스를찾게되었을때는당시살롱을중심으로프랑스계몽주의를선도하고있던저명지식인들과두루사귀었다.그중에서도호의에서시작했지만끝내파국으로끝난장자크루소와의인연은두고두고세간의이야깃거리로남았다.
프랑스에서영국으로돌아와얼마간국무대신의차관직을역임한뒤공직에서물러나에든버러로돌아온흄은신시가지에새집을지었다.그러나새집에서보낸지얼마되지않아그에게죽음의그림자가드리웠다.생의희로애락을긍정했던것과마찬가지로죽음앞에서도그는놀라울만큼침착하고쾌활했으며침통함이라고는찾아볼수없었다.그것은죽음은불가피하며인간이바랄수있는최상의것은지상에있는동안좋은삶을영위하는것이라는진실을수용했기때문이다.누구보다도생을사랑했고,죽음을낙관적으로받아들일줄알았던이비범한사상가의자취를따라가는일은우리의비근한일상을새롭게바라보도록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