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가혹해질수록문학은더큰힘을발휘합니다!
법과정의가강자의힘에굴복해버린이시대에,
우리가다시문학책을읽어야하는이유
이책의출간은‘청소년을위한인문학서점인디고서원’팀이2009년역사학자하워드진을만나러가는여정에서시작되었다.당시인디고서원은‘정의와희망’이라는주제로하워드진에이어마사누스바움,노엄촘스키,프랜시스무어라페등과인터뷰를진행했는데,돌아와서인터뷰를정리하다보니만났던학자들이공통적으로정의와희망에대한"문학의공적인기여"에대해전하고있다는것을깨달았다.그러던중누스바움의『시적정의(PoeticJustice)』라는책을발견하고출간을적극진행하게되었다.
2013년초판이나온후,문학의역할과그힘에대해설득력있는이야기를들려주며독자들에게독서와사색의확장을적극지지하고있으며,로스쿨등에서도레퍼런스로꾸준히활용되고있다.이번에새로운장정으로선보이는이책은,세상이팍팍해질수록더욱소중하게다가오는문학이라는영역에대해다시금생각하게하는기회가될것이다.
문학은무엇을할수있는가?
세계100대지성,시카고대학석좌교수마사누스바움,문학의사회적가치를묻다
문학에관한오래된질문이있다.문학은무엇을할수있는가?문학은단순히재미를위한것이거나팍팍한현실을외면하기위한안식처일뿐인가,아니면더나은사회를만들기위해없어서는안되는요소인가?즉문학과정치의관계에관한질문이그것이다.
이책의저자이자세계적으로저명한법철학자,정치철학자인마사누스바움은시카고대학법학과학생들과소포클레스,플라톤,세네카,디킨스의작품을함께읽었다.왜변호사나재판관,혹은정치인이될학생들과문학작품을읽었을까?소설이우리에게불러일으키는공감,상상력,연민의감정이합리적인공적판단을내리는데중요한역할을하기때문이다.문학적상상력이어떻게정의로운공적담론과민주주의사회의필수요소가되는지를조목조목밝히는이책은바로문학의사회적가치를논하는책이다.
하버드브라운대학석좌교수를거쳐,현재시카고대학철학과,로스쿨,신학과에서법학.윤리학석좌교수로활발히강의하고있는저자는1986년부터1993년까지경제학자아마르티아센과함께유엔대학부설세계개발경제연구소에서한국가의삶의질을평가하는방법에관하여공동연구를진행했다.센과누스바움은1인당국민총생산량(GNP)같은소득수준에초점을둔주류경제학자의모델에반대하여“건강,교육,정치적권리,민족.인종.젠더의관계”등을포괄하는다층적측정법으로삶의질을평가하는새로운모델을창시했으며이러한접근법은훗날유엔이매년발표하는인간개발지수(HDI)의토대가되었다.이책은누스바움이센과함께진행한연구성과가큰줄기를이루고있는한편,저자가미국시카고대학노스웨스턴대학예일대학의로스쿨과햄린대학,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등에서진행한강연이바탕이되었다.
세상을숫자를통해보는것과소설을통해보는것
문학적상상력이공적삶을바꾼다!
누스바움이이책에서비판하는것은주류개발경제학이나공공영역에서규범적인것으로옹호되어온‘경제적공리주의’이다.그에따르면,경제적효율성이제1의가치이자모든것을숫자로환원하는,차가운계산의세계에서는타인의아픔에공감하고분노하는시민이생겨나기어렵다.이를테면경제성장률4%,1인당국민총생산(GNP)2만달러와같은숫자로세상을보면,세상은그런대로살만해보인다.총합이나평균수치가사회의분배문제나불평등에대해서말해주는바가없어도그렇다.노인빈곤율40.4%,세계기아인구3년만에2배증가,독재정권희생자3백명이라는뉴스에시큰둥해하는것도그것이추상화된숫자이기때문이다.반면눈앞에구체적인이름과이야기를가진인물이있다면,우리는그가처한상황과그의고통에쉽게반응을보인다.누스바움이문학의사회적가치를믿는까닭이바로여기에있다.
그에따르면,문학은나와동떨어진삶을살아가는인간존재를우리눈앞에데려다놓는다.문학은그의상황과내면세계를생생하고구체적인언어로묘사한다.독자는소설을읽어나가며그가처한상황을마치나의일처럼감정이입하게되고,그가느끼는행복,기쁨,고통,공포,두려움,희망에공감한다.소설을통해“비통하고억울한자들,배제된자들”의얼굴을마주하고,세상의불의와참상을목격한다면,우리는자연스럽게“불평등보다는평등에,귀족적이상보다는민주적가치에”관심을갖게된다.문학은세상을더나은곳으로변화시키는전복적인힘을지닌것이다.
누스바움은찰스디킨스의『어려운시절』,리처드라이트의『미국의아들』,포스터의『모리스』,월트휘트먼의「나자신의노래」등의문학작품을분석하며문학적상상력과공적추론의상관관계에대해논한다.‘합리적감정’에대한논의도비중있게다룬다.감정은오랫동안비합리적인것으로생각되었기에공적추론과정에서배제되어온것이사실이다.누스바움은고전학자답게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그리스로마의스토아학파,스피노자,칸트,스미스,벤담,시지윅등역사속다양한철학자,공리주의자,경제학자의사상을넘나들며공적판단에서의감정의역할을깊이있게논한다.특히애덤스미스의『도덕감정론』은저자가이책을기획하는데많은영감을주었다.마지막장에서는법의영역에서풍부한판결사례를살피며‘문학적재판관’,‘시인-재판관’의개념을설명한다.문학작품은인간에대한깊은이해를담고있고본질적으로소수자,사회적약자에관심이많다.사회적평등문제이기도한이런논의를저자는성,동성애,인종문제를다룬소설과판결사례를들어풀어나간다.
건강한사회란,
문학을사랑하는정치인,법률가,시민이많은사회다!
숫자가난무하는사회다.정부보고서나정치경제학논문,우리가매일보는뉴스는‘문학텍스트’보다는차가운‘계산기’에더가깝다.저자가지적하듯이,공공영역에서권장되는모델은비용편익분석이나경제적공리주의와같은형태들이다.어떤공공정책을실행할때들어가는‘비용’과얻어지는‘이익’을계산하여가장효율적인안을선택하거나(비용편익분석),경제적효율성을중시하는이러한흐름은최근에는공공정책결정에서뿐아니라법의영역에서도큰영향을미치고있다.우리에게는조금낯설게들릴지모르겠으나,미국에서는법을경제학적으로분석하는법경제학운동(lawandeconomicmovement)이나날이성장하고있다.
하지만이러한접근법에는한계가많다.저자가거듭주장하듯이,총합이나평균과같은추상적인통계수치는인간의개별성,질적인차이,삶의복잡성에대한이해를결여하고있으며,“간단한산술로모든인간문제를해결할수는없”기때문이다.문학은다르다.“각각의삶에스민신비와복잡성을”담고있기에,소설을읽으며우리는구체적인인간존재를총체적으로이해하게되고,결국에는인간으로서공유해야할보편적가치를깨닫게된다.모든인간이누려야할존엄과평등의가치를말이다.그러므로누스바움이흔히사적인행위로여겨지는‘소설읽기’라는행위를공적행위와연결짓는데에는충분한이유가있다.누스바움은시적정의(poeticjustice)란개념을주창하며힘주어이렇게말한다.“문학적상상력은재판관들이판결을내리고,입법자들이법을제정하며,정책입안자들이다양한인간의삶의질을측정하는데길잡이역할을할것이다.”
정치는어렵고나와먼이야기라고생각하기쉽다.정치란그속성상눈앞에보이지않는것을상상하는행위이기때문이다.즉나와아무런관련이없다고생각했던어떤대상,어떤일이나와연결되어있음을자각하는것이정치이다.그러므로일상에서정치가사라졌다는것은,우리사회가정의와평등의가치로부터멀어졌다는것은문학을찾는사람이적어졌다는뜻일지도모른다.누스바움의주장대로,소설은우리로하여금타인의삶을산다는것이어떤것인지를상상하게끔하고,이러한공감과동일시의경험은보다나은세상을만드는힘이된다.과장하자면,소설은훌륭한정치학텍스트이다.나를넘어타인과사회,세계를인식하게하고,더나은세상을고민하는정치적존재로우리를이끌기때문이다.법과정의가강자의힘에굴복해버린이어려운시대에,우리가문학을손에서놓지말아야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
“이책은문학의쓸모있음을주장한다.즉,삶의부박함과인간의비속함에맞서어떻게생의감각을되살릴수있는지,비통하고억울한자들에게어떻게정의를되돌려줄수있는지등을묻는다.문학은본디시대의총체에관여하는것이고,인간에대한깊은이해없이우리는어떤변화도꿈꾸기어려울것이다.문학을통해세상의불의와참상을목격한이상,고통받는타인의얼굴을마주본이상,이제껏살아왔던삶의방식을고집하는것은불가능하다.시와소설,즉문학의힘은바로이런것이다.아직존재하지않는희망과도래하지않은세계를꿈꾸게하는,이러한돈키호테의망상이우리를새로운세계로이끌것이며,그중심에문학이있을것이다.”
-옮긴이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