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 (시의 순간을 읽다)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 (시의 순간을 읽다)

$15.00
Description
시를 읽고 옮기는 영문학자 정은귀가 고른 시,
타인과 사회의 아픔을 바라보고 기도하는 마음
“시는 아름다운 핑계이고, 정은귀는 기도하는 사람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루이즈 글릭, 어맨다 고먼,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등의 시집을 번역해온 영문학자 정은귀의 신작 산문집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이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1년 전에 출간된 『딸기 따러 가자』가 열두 달 인디언들의 말을 통해 고립과 불안의 시기를 견딜 지혜를 얻고자 했다면, 이번 책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은 각별히 고른 시와 그에 덧붙이는 저자의 산문을 통해 타인의 슬픔을 살피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엄정하게 직시하는 고유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시를 읽고 가르치고 번역하는 영문학자로서 정은귀는 “제 글은 제가 읽고 번역하는 시가 없다면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두 언어를 오가며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번역가의 눈으로, 저자는 한국과 외국 시인들의 작품을 두루 살펴 23편의 시와 3편의 산문을 고르고 묶었다. 시를 읽는 사람이 드문 시대, 저자는 여전히 대학에서 시를 가르치고 읽고 있다. 문학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서 정은귀는 시를 통해 나를 살피고, 타인의 안부를 묻고, 사회의 아픔을 바라본다. 또한 매일 기도하는 사람으로서 깊은 영성의 힘을 통해 타인과 사회의 건강을 바란다.

아무도 믿지 않겠지요. 시의 힘을, 시의 나눔이 일으키는 파장을.
그러니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자주 못을 박겠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 소중한 존재들에게서 우리가 쉽게 눈을 돌릴 때, 시는 바로 그것을 응시하게 만듭니다. _「들어가며」에서
저자

정은귀

한국외국어대학교영미문학문화학과교수,산문작가,번역가.시를통과한느낌과사유를나누기위해매일쓰고매일걷는다.때로말이사람을살리기도한다는것과시가그말의뿌리가될수있다는것을믿으며공부길을걷는중이다.산문집『딸기따러가자』(2022),『바람이부는시간』(2019)이있고,우리시를영어로옮겨알리고영미시를우리말로옮겨알리는일에도정성을쏟고있다.기념비적인여성시인앤섹스턴의『밤엔더용감하지』,의사-시인윌리엄칼로스윌리엄스의『패터슨』,『꽃의연약함이공간을관통한다』,아름다운영시를구사한크리스티나로세티의『고블린도깨비시장』,2020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루이즈글릭의『야생붓꽃』,『신실하고고결한밤』,『아베르노』등을번역했고,심보선의『슬픔이없는십오초(FifteenSecondsWithoutSorrow)』,이성복의『아,입이없는것들(Ah,MouthlessThings)』,강은교의『바리연가집(Bari’sLoveSong)』,그리고한국의근현대시인44명의시를모은『TheColorsofDawn:TwentiethCenturyKoreanPoetry』를영어로출간했다.힘들고고적한삶의길에서시가나침반이되고벗이되고힘이되기를바란다.

목차

들어가며지금-여기에서살기위하여

새로운눈을뜨는일

어떤사랑―김사인「조용한일」
제자리를향하는길―권경인「먼길」
죽음의‘일부’가되는일―김소연「학살의일부1」
지금여기의나를찾아서―비스와바쉼보르스카「경이로움」
생명을살리는상처―이생진「벌레먹은나뭇잎」
판문점을다녀와서―로버트하스「판문점,DMZ를다녀와서」
눈감고씨를뿌리며―D.H.로렌스「자기연민」,윤동주「눈감고간다」
먹이는일과먹는일―성미정「사랑은야채같은것」
눈을밝히는것과어둡게하는것―김기홍「눈을어둡게하는것」
품는일과안기는일―황규관「품어야산다」

삶의소소한자리

수직과수평―함민복「물」
앉은뱅이나무한그루―김종삼「한골짜기에서」,「어부」
피어나는꽃이이별이라면―라이너마리아릴케「이별의꽃」
어려운질문―카를라너「일상에서의은혜체험」중에서
기도는언제나옳은가요―아일랜드켈트족의기도문중에서
기도라는끈―C.S.루이스「어느변증론자의저녁기도」
가장작은것들의선물―줄리아달링「키모치료」
당신의집은어디인가요―헨리데이비드소로『월든』중에서
우리들의엄중한시간―라이너마리아릴케「엄중한시간」
스타마켓에서장보기―마리하우「스타마켓」
멈춰서생각하는지금이라는시간―월트휘트먼「내자아의노래」3부중에서
정지,우리가알지못했던힘―백무산「정지의힘」
나를기쁘게하는색―윌리엄칼로스윌리엄스「목가」
들리시나요,제말이―루이즈글릭「꽃양귀비」에대하여

출판사 서평

풍부하고다양한시의목록
무뎌졌던눈을뜨게하는시읽기

정은귀는시를통해나와타인,사회곳곳을세심하게바라본다.그의시선이특히향하는곳은,권력이나명성으로빛나는곳이아니다.사회에서소외되거나고통받는사람들의자리다.정은귀는김소연의시「학살의일부1」을읽으며미래에대해자신에게상담하러왔던학생을떠올린다.PD가되겠다는꿈이있었지만언론사의해직사태를보며꿈을접어야하는지고민에빠진학생을보며,사회와긴밀하게연결되어있는개인의문제를절감한다.청년이꿈을꾸기어렵게만드는사회의모순에가슴아파하는동시에,일상속비극에서무려‘학살’의조짐을느낀김소연시인의혜안을짚어낸다.우리는모두연결된존재이기에사회에서벌어지는일에는저마다책임이있다는것이다.쉼보르스카의「경이로움」을읽으면서는삶의어느시절골몰했던‘나는누구인가’라는질문을다시한번꺼내온다.수많은생명중단한명으로존재하는개인에게초점을맞추며,삶의모든순간은경이롭고소중하다는사실을다시금일깨운다.

시인이“경이로움”이라는제목아래열거하는질문들은얼핏쉬워보여도그답이쉽지않습니다.무엇때문에그누구도아닌바로이한사람인걸까?무슨이유로이작은혹성에나는도달한것일까?모든시간을가로질러지금여기이땅에당도하여살아가고있는나라는인간의존재의미는무엇일까?무슨사연으로도대체어떻게하여단단한뼈와뜨거운피를가진인간으로호흡하며살고있는지?_48쪽

이책에서언급한현대미국시인들의면면도다채로운데,저자가직접한국어판시집을번역한루이즈글릭,윌리엄칼로스윌리엄스에대한이야기뿐아니라로버트하스,줄리아달링,마리하우등한국독자에게는아직낯선시인의이름도눈에띈다.로버트하스의「판문점,?DMZ를?다녀와서」는시인이2017년서울에왔을때국제문학포럼에서읽은시로,외국인의눈으로본한국전쟁의참상이건조하게쓰여있는데,이는한국전쟁을먼과거처럼여기며살아가고있던한국독자들의의식을건드린다.2020년에노벨문학상을수상한루이즈글릭의경우,정은귀가지금까지그의시집일곱권을번역했으며앞으로여섯권을더번역할예정이다.정은귀는글릭의시「꽃양귀비」에대해이야기하며,기도하는영성의자세를보이기도한다.정은귀가이야기하는사랑은많은부분영성에서비롯되며,특히팬데믹이한창이던시절미국에서안식학기를보내며써내려간글들은재난상황속에서벌어지는사회와관계에대한성찰과이어진다.

「꽃양귀비」뿐만아니라글릭의많은시는간절한기도처럼읽힙니다.기도는원하는것을절대자에게청원하는것이지만,그보다도그이전에,말을건네는일이지요.그리고말을건네는것은부서진마음을드러내는일이고요.글릭의시를읽으며생각하다보니기도할때조차짐짓점잖은위선을가면처럼쓰고있지는않았는지,말하지않아도알아달라는자세로버티진않았는지,부서진마음과절실한느낌을감추고겸양을떨며반쪽짜리기도를한건아닌지돌아보게되었답니다._222쪽

지금-여기를살아가게하는시의힘

시를읽으며나와타인의마음을응시하는정은귀의시선은,존재의소중함에대한자각을품고나와타인을넘나들며서로를키워내는‘사랑’에이른다.서로연결되어돌보는존재로서,‘품고안기는’관계속에서새로운눈을뜨고오늘하루를견디는힘을얻는다고이야기한다.시를읽으면서늘‘지금-여기’를살아간다고말하는그는,시를진정으로사랑하는길은시의문장안에만머무르는것이아님을보여준다.내안에머무르지않고타인과의연결을모색하는부지런함이곧사랑인것이다.

신형철문학평론가는추천사를통해“인간의아픔을근심하고세상의건강을바라는간절함의깊이”가엄숙할정도로다정하다고썼다.팬데믹이지나가고연결과연대를생각하는시대,시의힘을믿는정은귀의문장을통해나와타인을애틋하게바라보고사회의모순은단호하게성찰하는시선을길러볼수있을것이다.

고요하게곁에있어주는사랑은믿음의다른이름입니다.곁에서조용히바라보는일,믿어주는일,큰소리않고기다리는일.이런사랑이가실줄모르는사랑이고상처를주지않는사랑이고사라지지않는사랑입니다.각자의불완전함을오롯이받아들이는사랑이며각자의난처함과남루함을있는그대로껴안는정직한사랑입니다._22~23쪽

정은귀(지은이)의말

아무도믿지않겠지요.시의힘을,시의나눔이일으키는파장을.그러니그렇게아무것도하지못한다고자주못을박겠지요.하지만가장중요한것들,소중한존재들에게서우리가쉽게눈을돌릴때,시는바로그것을응시하게만듭니다.아무도믿지않겠지만시의힘은그렇듯눈에보이지않게만들어지는어떤마음,어떤느낌,어떤각성,어떤파장입니다.‘시(poetry)’의그리스어어원‘poiesis’에바로그뜻,만드는일‘making,forming’이담겨있는데제가시를읽는일또한무언가를만들어나가는과정입니다.미완성으로머물지만어느순간에도달하는눈뜸이있다면그걸로충분합니다.어떤대단한것을만드는게아니라,우리가잊고있던것을되살리고지운것을다시보게한다면그걸로충분합니다.시읽는일을업業으로하는제가저의시읽기를구체적인글로나누고자하는것도바로시가만드는그무엇,작으나큰그파동을믿기때문입니다._「들어가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