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키딩 (정용준 짧은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저스트 키딩 (정용준 짧은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이야기를 소리 내어 두 번 읽고 눈을 감으세요.
이야기가 감은 눈 위에 떠 있다고 생각하며 고요히 잠을 청하세요.
그러면 이야기가 눈과 코와 입과 머릿속으로 흡수될 겁니다.”

인간의 본성을 궁구하며 이야기를 짓는 소설가, 정용준의 짧은 소설
2009년 등단 이래 발표하는 작품마다 깊은 인상을 남기며 또렷한 발자국을 남겨온 소설가 정용준의 짧은 소설집 『저스트 키딩』이 출간됐다. 정용준은 그간 장편과 단편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황순원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등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여럿 수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특유의 선명한 서사와 세밀한 묘사로 조형해낸 작품들은 매번 독자들의 기대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작가는 때로는 약한 존재의 곁에 서서 편을 들어주고, 때로는 추악한 인간의 이면을 들추어내는 작품들을 써왔다. 집요하게 인간 본성의 바닥까지 내려가 쌓아 올리는 작품들은 무엇보다 소설적 재미에 충실한 것으로 유명하다. 『저스트 키딩』에 실린 열세 편의 짧은 소설 역시 다채로운 이야기의 맛을 선사한다. 이번 짧은 소설집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마음의 풍경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이영리(다안) 작가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오묘하고도 강렬한 색채로 소설의 분위기를 개성 있게 구현해낸 그림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첫 소설집을 출간하며 “소설을 평생 칠백 편 정도 쓰고 싶다”라고 했던 정용준은, 이번 출간에 이르러 “이제 더는 소설이 좋다느니 소설을 계속 쓰겠다느니 같은 다짐과 결심은 하지 않을 테다. 다짐 없이도 살고 결심하지 않고도 쓰는 이 삶이 내게 읽을 것과 쓸 것을 계속 줄 것을 알고 있으니까”라고 털어놓았다. 끊임없이 생의 면면을 직시하고, 그저 묵묵하게 이야기를 짓는 소설가 정용준의 신작은 그래서 소중하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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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용준

소설가.현재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2009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등단하였다.저서로소설집『가나』,『우리는혈육이아니냐』,『선릉산책』,장편소설『바벨』,『프롬토니오』,『내가말하고있잖아』,중편소설『유령』,『세계의호수』등이있다.젊은작가상,황순원문학상,문지문학상,한무숙문학상,소나기마을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

돌멩이
너무아름다운날
시간도둑
브라운펜션
친구들에게
저스트키딩
당나귀노인
세상의모든바다
두남자
겨울산
종이들
해피엔딩
뮤트

출판사 서평

“하지만인생이란그런거아닙니까.
후회와어리석음은인간의영원한양식이니까요.”

현실에서출발한못된농담같은소설들,씁쓸한삶의맛

『저스트키딩』속이야기들은현실과꿈과환상(또는망상)의경계를오간다.폭력과악,죽음등현실적인문제의식에서출발해서사로직결되는소설은이번에도중요한축을이루고있다.우리가발딛고선지극히평범한세계에서일어나는부조리와일상적인비극을침울하지만은않게형상화하는것이정용준의강점이다.

「돌멩이」는학교폭력피해아동을전면에세운다.평일낮시간,온몸에얼룩덜룩한멍을달고목욕탕을찾은소년.세신사신씨는아이에게서자신의아들을겹쳐보며,공짜로때를밀어주는대신한가지제안을한다.소년은때밀이아저씨가'시키는대로'만은하지않았음에도모종의계획을성공시키고의기양양하게목욕탕으로돌아온다.연민어린부성에서출발한두사람의관계는이윽고우정과연대로나아간다.트럭운전기사인여성어른주윤과톨게이트요금소를지키는소녀산의동행을그린「세상의모든바다」에서도닮은듯다른우정의모습을엿볼수있다.

“그런데아저씨,혹시뭐그런거세요?”
“뭐.”
“깡패나조직폭력배같은그런거.”
“아니.”
“그럼뭐예요.”
“세신사.씻을세洗.몸신身.몸을깨끗하게만들어주는사람.”
_「돌멩이」중에서,31쪽

보다직접적으로가해자를단죄하려는「저스트키딩」도눈에띄는작품이다.'모자'는편의점에들어가자신이몇시간전에물건을훔쳤다며교묘하게점원을도발하고,급기야는점원이자신에게폭력을사용하도록유도한다.합의를하러찾아간병원에서모자는전직몰래카메라유튜버인점원의'콘텐츠'로인해존재자체가파괴된피해자의지인임을밝힌다.자극적인콘텐츠에열광하고,오히려피해자에게악성댓글을퍼붓는동조자들에게모자가가하는일갈은자못통쾌하다.

“죗값.당신이지은죄는누군가를모욕하거나명예를훼손한것이아닙니다.형량은그렇게나왔겠지만절대로아닙니다.그사람은존재자체가파괴됐거든요.당신과당신을닮은자들이그사람을끈질기게물고또물었죠.상처난곳에이빨을박아넣고집요하게파고들어피가흐르면낄낄거리고핥아대며좋아했죠.그냥한번살짝깨물었을뿐이라고다들주장하겠지요.그러니까내책임이아니라고요.하지만숨이끊어져결국쓰러졌다면누군가는책임을져야하지않을까요?”
_「저스트키딩」중에서,108쪽

“이렇게아름다운세계가꿈이라면
깨지않는것도괜찮겠는데요.”

무한히순환하는꿈같은세계에드리운아름다운슬픔

꿈을꾸는듯,환상속을유영하는듯기묘한이야기들도진진하게펼쳐진다.「너무아름다운날」에서P는자신의과거를지불해영원히행복한꿈속에서살게됐지만,영원히이어지는휴가같은날들에지루함을느낀다.계약을파기하고싶어계약서를내밀었던'턱시도'를기다리는P앞에나타난의뭉스러운J에게P는꿈을산이야기를낱낱이들려준다.이작품에서정용준은인간의무한한욕망과욕심이초래하는결과가얼마나엄중한지를말한다.“끝없는고통으로이어진현실.끝없는행복으로가득한꿈”중무엇을선택할것인가하는이분법적물음에고뇌하는것은우리의몫이다.

“아,정말행복한꿈이었죠.꿈에서깨어났을때안전한느낌에놀랐습니다.조금도슬프지않은아침은정말오랜만이었거든요.하지만이내슬퍼지고말았죠.현실은바뀐것이없었으니까.”
_「너무아름다운날」중에서,44쪽

그런가하면유령이출몰한다는펜션에생을마감하러갔다가죽은동생을만나게되는「브라운펜션」,죽은엄마와이야기노인을그리워하며겨울산에서늙어가는세노인을그린「겨울산」,분열된자아가갑자기나타나위협을가하는「해피엔딩」처럼정용준소설의주된소재인죽음의이미지가짙게깔린작품들도흥미롭다.

탄탄하고세밀한문장과더불어짧은분량안에서정교하게완성되는서사,거기에틈틈이치고들어오는위트는독서의속도감을높여준다.서늘한시선으로그려낸이야기들은독자의마음에진한자국을남기는동시에인간의본질을들여다보는시간을선물할것이다.

저자의말

소설小說은작은이야기다.그말이좋고,뜻은더좋고,글자의모양과생김새는더더더좋다.내게도'짧고작은이야기책'이생겼다.앞으로기분이좋을예정이다.가끔,문득,불쑥,자주,행복할것이다.뿌듯한마음으로스페이스바를누르고경쾌하게엔터키를누를것이다.어쩔수없이백스페이스키를눌러야하는순간이오더라도두려워하지않는글쓴이가되고싶다.이제더는소설이좋다느니소설을계속쓰겠다느니같은다짐과결심은하지않을테다.다짐없이도살고결심하지않고도쓰는이삶이내게읽을것과쓸것을계속줄것을알고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