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시대스탈린향수와러시아판현대사논쟁
강철의대원수인가,인간백정인가.공산주의체제를수호하고러시아를초강대국으로만든영웅인가,사회주의이념을타락시킨기회주의적권력자인가.20세기사에서스탈린만큼첨예하게평가가엇갈리는정치가도드물다.그는1879년러시아제국의변방인조지아에서출생,권력의최정점에도달한자수성가형입지전적인물이다.또한레닌,트로츠키와함께1917년내전과볼셰비키혁명을이끈폭력혁명가이자,2차세계대전의동부전선에서독일과싸워기적적으로승리한군사지도자다....
푸틴시대스탈린향수와러시아판현대사논쟁
강철의대원수인가,인간백정인가.공산주의체제를수호하고러시아를초강대국으로만든영웅인가,사회주의이념을타락시킨기회주의적권력자인가.20세기사에서스탈린만큼첨예하게평가가엇갈리는정치가도드물다.그는1879년러시아제국의변방인조지아에서출생,권력의최정점에도달한자수성가형입지전적인물이다.또한레닌,트로츠키와함께1917년내전과볼셰비키혁명을이끈폭력혁명가이자,2차세계대전의동부전선에서독일과싸워기적적으로승리한군사지도자다.동시에대량체포와감금,처형으로점철된1936-38년의대숙청을기획하고,농민착취에기반한산업화와경제개발계획을실시하여대량기근을초래했으며,공산당엘리트의특권·특혜에기반을둔노멘클라투라계급사회를수립한최악의권위주의독재자이기도했다.
좋은의미에서든나쁜의미에서든스탈린은러시아의근대화,내지러시아‘적’근대화를대표하는인물임에분명하다.이러한스탈린시대의공과를둘러싼논쟁은강하게현재적이며정치적인문맥을가지고있다.스탈린은1953년사후에이미어느정도탈신화화되었고,페레스트로이카시대를맞아소련내부적으로도대대적인비판의대상이된바있다.그러나탈냉전기상대적국가지위하락을겪고있는불안정한러시아상황속에서강한지도자와스탈린향수를드러내는수정주의적해석이대두되고있다.이는인권탄압,언론통제에도불구하고반서방주의와냉전시대소련의영광회복을표방하며18년간장기집권하고있는푸틴의인기와도무관하지않다.
스탈린개인사와스탈린시대사회사를결합시킨역작-러시아문서고의달인올레크흘레브뉴크
러시아의역사학자올레크흘레브뉴크는최근러시아사회에서두드러지는스탈린옹호의목소리를우려하면서,[스탈린:독재자의새로운얼굴]에서이문제적독재자의74년인생을돌아보고있다.책은흥미롭게도두개의층위로구성되어있다.한층위는스탈린이뇌출혈로쓰러진1953년3월1일부터3월6일장례식에이르는1주일간의미시적기술이다.다른한층위는출생에서부터혁명,집권,숙청,제2차세계대전,전후처리에이르는생애사적기술이다.미시적기술부분에서는별장,가족,측근들과의관계,독서편력,건강등독재자의사생활이집중조명됨으로써,독자들로하여금스탈린의성격과인간됨을자세히들여다보게한다.생애사적기술부분에서는이전의스탈린연구자들이제기했던다양한질문들에대해저자가문서고연구에서새롭게발견한부분을첨가하거나기존의견해를비판,수정하는작업을진행하고있다.특히일반적인학술전기와다르게,이책은스탈린시대의의사결정구조,정책수행방식,개별정책들의의도와효과를평가하는사회사적성격을강하게드러내고있다.
스탈린과그의시대에대한비판
냉전종식과소련해체이후에나왔던스탈린전기들은,소련실패의근본적인원인을스탈린개인보다는공산주의이념과체제에서발견했다.그에비해,흘레브뉴크는[스탈린:독재자의새로운얼굴]에서스탈린개인에착목해서스탈린이펼친여러정책의실패원인을규명하는작업을하고있다.그에따르면,스탈린실정의원인은크게세가지로생각해볼수있다.첫째,스탈린체제의운용방식이가진절대적인독재성,둘째,마르크스레닌주의에매몰된교조적이고경직된스탈린의세계관,셋째,권력을장악하고유지하는데있어매우타산적이고합리적이었던스탈린의성격때문이다.
이러한실정을양산한스탈린체제는테러의국가도구화,전통적사회관계의파괴,사회의원자화,이데올로기적조종을포함하는‘전체주의사회’라는개념으로규정될수있다.다소낡은이러한개념을흘레브뉴크가다시꺼내든이유는,최근러시아사회에서되살아나고있는스탈린신화깨기작업이라고하겠다.마찬가지의도에서흘레브뉴크는스탈린의잘못된정책들이초래한당대소련인민의참상과고통을자세히묘사하고있다.농업집산화정책이야기한농민들의참상,영아살해나식인행위로까지이어진기근,전인구의3퍼센트를강제노동수용소에끌고간항구적테러와숙청등이그것이다.전문가나주변의조언을무시하고,타인의고통에무감각한채냉혹하게자기신념을밀어붙이는‘완고한보수주의자’로서스탈린특유의성격은정책적실패를최악으로몰고가는데단단히한몫을했다.
이렇게볼때,스탈린과그의시대에대한향수는전혀역사적근거가없다.오히려그것이야기했던막대한개개인의고통과사회적손실,국가적폐해를상기하고철저히비판함으로써21세기러시아에서는그와같은실정이반복되지않아야한다고흘레브뉴크는결론짓는다.
왜지금우리는스탈린을읽어야하는가
책속에는한국과관계되는부분도상당히등장한다.악명높은스탈린의‘민족숙청정책’에희생당해강제이주된소수민족속에는고려인들이있었다.또,스탈린이한국전쟁에개입하게된경위와동기,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간의합의가비교적자세히논해지고있다.스탈린이북한을비롯하여한반도에끼친영향에비하면오늘날한국사회에서는스탈린과스탈린의시대에대한학문적·대중적관심이놀랄만큼희박하다.그한가지이유로는우리를제외한거의전세계가탈냉전했음에도불구하고여전히분단냉전체제가지속되고있는한국사회의엄존하는‘반공주의’때문일것이다.
그러나[스탈린:독재자의새로운얼굴]에서그려진정치지도자의모습과한정치사회의비극은공산소련에특유한과거사에그치지않는다.스탈린은혁명과전쟁,제국주의로얼룩진폭력적근대의러시아적모델이요,시대의산물이었다.그런의미에서스탈린시대소련의과거는,오늘날핵보유강성국가를목표로인민에대한감시와통제로일관하고있는북한수령제사회주의의미래일수도있다.다른한편으로푸틴시대러시아인들의스탈린향수는바로얼마전까지,그리고지금도일각에서계속되고있는한국사회의박정희시대에대한향수를강하게상기시킨다.성장침체와경제불황이계속되고있는초불확실성의시대를맞아,신보수주의의발흥은전세계적동향인것처럼보인다.그럼에도불구하고,아니바로그렇기때문에,우리는지금누리고있는민주적자유가얼마나소중한것인지역사의교훈을잊어서는안된다.이책은독자들에게그좋은지침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