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페미니스트들의바이블
★지금,우리에게필요한블랙페미니즘이도착했다
★우리안의타자를보듬는언어가페미니즘이다
★강렬한고통과성찰의흔적이파닥거리는시적산문들
★페미니스트들의페미니스트,오드리로드가남긴투쟁의언어들
“억압은하나의얼굴을하고있지않으며혁명도,투쟁도,우리자신도그렇다”
“주인의도구로는주인의집을무너뜨릴수없다”
“침묵은우리를지켜주지않는다”
“하나의이슈만을다루는투쟁이란없다.우리삶이하나의이슈만으로이루어져있지않기때문이다”
?시스터아웃사이더?
페미니즘은우리안의아웃사이더들을보듬는언어다
벨훅스,애드리언리치,사라아메드등우리시대페미니스트들이가장중요한영감의원천으로꼽는오드리로드의가장핵심적산문들을모아놓은에세이집이다.1970,80년대백인여성중심의페미니즘과남성중심의흑인민권운동에맞서아웃사이더,즉‘흑인레즈비언페미니스트’로서강렬한비판의언어들을쏟아냈던시기(1977~83)의글들이모여있다.특히이책은초판(1983)의글들외에도,그녀의레즈비언·게이운동에대한공헌을보여주는세편의글을추가했으며,2017년사라아메드가쓴오드리로드에대한해설을함께실어로드의현재적의미를살린독자적한국어판으로꾸며졌다.
백인남성중심사회뿐아니라이에맞선페미니즘운동과민권운동내에도존재하는모순과차별,억압을사유하며“차이”의의미와억압의“교차성”을선구적으로이론화했던그녀는페미니즘이무엇보다“우리안의타자들”을보듬는언어가되어야하며,혁명은그어떤차이도희생하지않은온전한자아들의연대를통해실현할수있음을역설한다.지금도이책은페미니스트라면필수적으로읽어야할고전으로읽히고있으며,그녀가남긴수많은언어들은페미니스트들뿐만아니라각종억압에맞선투쟁의도구로끊임없이소환되고있다.
?차이와정체성?
“당신이두려워하는얼굴은나일지도모른다.…나는여성이자흑인레즈비언이다.”
로드는스스로를이렇게정의하고싶어했다.“백인남성이성애중심적자본주의”(젊고하얗고마르고,남자이고,이성애자이고,기독교를믿고돈이있는이들이지배할권리를가지는사회)에서“흑인레즈비언페미니스트”인그녀는“다르고,열등하며,잘못된뭔가”로간주된다.문제는이사회뿐만이아니다.동일성의정치학이지배적이던당시여성공동체에서는그녀에게페미니스트임을증명하라했고,흑인공동체에서는얼마나검은지증명하라했다.하지만로드는페미니스트공동체에선흑인으로서,흑인공동체에선여성으로서,이성애자들앞에선레즈비언으로서싸웠다.그녀는늘‘자매’의얼굴을한아웃사이더였다.이책의글들은대부분이그런고투의기록이다.
백인페미니스트학계가후원하는학술대회에가서“백인페미니스트들이백인남성노예주와같은위치에서흑인여성의억압에봉사하고있다”고비판하고(?주인의도구...?),흑인학학술지에흑인남성지식인의성차별주의를고발하며(?성차별주의?),흑인여성들에게는서로에대한혐오가자기혐오에서나오는것이니스스로를성찰해보라고하는(?서로의눈동자...?)내용으로이루어진다.그런“진짜흑인”“진짜페미니스트”를인증하라는요구에로드는스스로를하나의범주로정체화하지않고“나는흑인인동시에여성”이고“여성인동시에흑인”이라고대답한다.로드에게는자신을구성하는모든차이하나하나가똑같이찬양받아야할것이었다.이는어느하나의고정관념에국한되기보다는“온전한삶을살려는욕망”,“자기자신을이루는모든부분을하나도빠짐없이포기하지않으려는욕망”,“그모든차이들이가진힘을극대화하기위한욕망”이었다.
?감정정치/혐오,분노,공포의동학과내안의억압적가치에대한성찰?
“우리는외부에서우리의인간성을말살하는세력들뿐만아니라강제적으로내면화된우리안의억압적가치에대해서도맞서싸워야한다.”
이책의백미가운데하나는?분노의활용?,?서로의눈동자를바라보며?등에서로드가보여주는지배의감정적메커니즘에대한분석이다.로드는억압의구조에서혐오나공포,분노와같은감정들이중요한역할을해온데주목했다.비인간화된자본주의사회는여자들이“너무감정적”이라며그들의이야기를비가시화하고,감정자체를이성적사유에무릎꿇게만들었지만,로드의분석에따르면사실지배의속성은그무엇보다감정적동학을지닌다.예를들어,한흑인문학학술대회에서“레즈비어니즘을용인하는것은우리인종의종말을용인하는것과같다”고한이성애자흑인여성의공포는,동성간성적접촉에대한반감보다는남성에목매지않는자율적이고독립적인여성존재에대한상상된공포에있다.인종차별주의자가흑인의힘을너무과대평가해서단한명의흑인이전체혈통을오염시킨다고생각하는것과마찬가지로,이성애주의자의눈에는레즈비언의존재가너무나강력해서단한명의레즈비언만있어도모든여성이오염될수있다고느끼는것이다.
또한로드에따르면,미국사회에서여성혐오,인종차별,동성애혐오,계급차별을떠받치는심리구조는흑인여성혐오다.로드는권력구조와불평등이지속되는메커니즘속에는이런혐오가존재한다고말한다.억압적권력구조와사회불평등이유지되기위해서는사람들이서로에대해느끼는감정,그리고스스로에대해느끼는감정을왜곡하고마비시키고특정한방식으로느끼도록규율해야하기때문이다.
게다가“검고여성적인것이라면무엇이든혐오하고경멸하는사회에서태어난”흑인여성들개개인의마음속에이는“깊은상처”를남긴다.그것은자기혐오로자리잡아흑인여성간의관계를악화시키고서로에게거리를두거나분노를엄한데표출하도록만든다.
하지만한편으로로드에게감정은권력에균열을낼수있는중요한결절점이기도했다.관건은분노와같은내면의감정들을제대로성찰하고,그표적이(같은여성이나약자들에게가아니라)올바른곳으로향하도록하는데있다.공포와같은감정역시깊이성찰해보면사실“두려워할게없음”을깨달을수있다.이를위해무엇보다중요한건자기혐오에빠진자신을인식하고돌보는일이다.망가진내면을돌보고살아남은나를보듬는일은고통이수반되고용기와인내가필요하지만여성들에게절실하다.그래야“내느낌이맞아”라고긍정하며저항을시작할수있다.로드는“나는생각한다,그러므로나는존재한다”라고가르친백인아버지들의가르침이아니라우리내면의가르침을따르라고말한다.그것은바로“나는느낀다,그러므로나는자유롭다”이다.특히“자기내부의깊숙한그곳으로내려가거기살고있는갖가지차이에대한공포와혐오를만져봄”으로써“자기안에존재하는잊고있던것들,꿈,이단적행동들”을시도할용기를얻을수있다.그리고이런자기변화는사회변화와연결된다.
?억압의교차성과분열전략?
“레즈비언공동체에서나는흑인이고,흑인공동체에서나는레즈비언이다.흑인에대한어떤공격도레즈비언과게이이슈다.나와수천명의흑인여성들은레즈비언공동체의일원이기때문이다.레즈비언과게이에대한어떤공격도흑인이슈다.수천명의레즈비언과게이는흑인이기때문이다.억압에위계란없다.”
로드의억압에대한통찰에서또다른핵심은“교차성”이다.로드는여성혐오와동성애혐오가인종차별,계급차별등과맞물려작동하면서서로를강화하는권력구조에대해분석한다.여성이인종,계급,성정체성,시민권상의지위,학력,나이등에따라질적으로다른젠더억압을경험한다는점이제대로인식되지못하던시절,그녀는여성을억압하는구조가다른권력구조에의해복잡하게강화된다는점을인식하고교차적권력구조를규명하는작업을한다.로드는페미니즘의핵심원리는모든형태의억압이상호관련되어있다는점에있다고강조한다.
오드리로드가분석하는가부장제의또다른지배전략은‘분열’(‘분리’)에있다.느끼는것과생각하는것,시와이론을분리하고,자아의한부분을다른부분과분리하며,집단내분열을조장하는지배전략을구사한다는것.예를들면,여자들이남자들의시선에따라자신을평가하고남성의주목을받으려서로경쟁하도록부추기는게가장대표적이다.이는수평적인적대감을부추겨더절박한억압의문제를은폐한다.또흑인여성과흑인남성간의관계에서도마찬가지인데,흑인여성교수가임용상의불이익을받을때흑인남성이연대하기보다는자기자리를빼앗은여자로만바라보는것이그예다.
로드에따르면,이런종류의행동은억압받는사람들사이에서흔히발견되는오류다.이는우리끼리나눠가져야하는자유의양이한정되어있고,자유의가장크고달콤한부분은더강한자와승리한자에게돌아가야할전리품이라고생각하는그릇된통념에입각해있다.그래서서로힘을합쳐더많은것을요구하는싸움을하는대신,파이하나를두고더큰조각을차지하기위해우리끼리서로다투는것이다.로드에게페미니즘이란이런분리된것들을서로연결하고불필요한분열을치유하는데있다.
?침묵은우리를지켜주지않는다:죽음에맞선말의힘?
“죽음앞에서내가가장후회하는부분은바로내가침묵했던순간들이었다.…대체무엇이그토록두려웠던걸까?그때내가말했다면그대가는고통이나죽음이었을것이다.하지만고통은결국사라지기마련이며죽음은결국침묵을의미한다.말을했든못했든죽음은찾아온다.”
그녀에겐일상적언어를구사하기전에먼저시를구사했던어린시절이있었다.누가안부를물으면자신의기분에맞는적절한시를찾아암송했던그녀는열두살때부터직접시를쓰기시작했고,왕따인친구들과시를통해소통했으며,고등학교때학교문예지가게재를거부한시를들고나가잡지에실었다.그리고그녀는1960년대인종문제,여성문제등을다룬시집을1년에1권씩발표하며시인으로입지를굳힌다.
이책에수록된그녀의산문들이“우리가미처깨닫거나표현하지못한”감정들에뿌리내리고,살아숨쉬는듯한시와같은느낌을주는이유중하나는바로이런시인으로서의오드리때문이다.그녀는이론과경험이혼합된독특한자기만의스타일로글을썼다.특히이책에실린그녀의유명한글들은대부분학회나집회현장에서했던연설문들로육성을바로옆에서듣는듯한생생함과강렬한감정묘사,한문장으로도“근대적기획”을해체해버리는깊이와통찰을특징으로한다.그녀가만들어낸언어들이유난히투쟁현장에서많이인용되는경구가된것은바로이런깊이,즉곱씹을수록새로운의미가생성되는창조성에있다.
스스로를성찰하며솔직하게살고자했던로드에게말하기(/글쓰기)는동시에삶이자정치적실천이기도했다.그녀의글은자신의삶과직결돼있었다.그녀는자기삶을성찰하고그속에서외적차별과억압뿐아니라내면화된억압의잔해들을이야기한다.
또한그녀는“살아있지만그러지못할수도있었던”흑인레즈비언시인으로서“살아남지못할운명인이들”을위해항상“죽음을마주하며”전장에서글을쓴다고생각했다.여기서죽음이란자신보다앞서살았던이들의죽음(흑인아이,흑인여성,레즈비언게이등빼앗긴삶들,지금도빼앗기고있는삶들)과자신의죽음을의미한다.그녀에게페미니즘은이런죽음을직시하는행위에서나온다.인종주의자들이교회에던진폭탄에산산조각난흑인소녀들,도심한복판에서일어난흑인여성들의연쇄살인사건,오디션을보러갔다흑인남성의망치에맞아죽은흑인여성등그녀의글은부당하게빼앗긴삶들에대한분노로가득하며그것을언어화함으로써죽음과같은침묵에맞서고자했다.“시”,즉여성들의감정을들추어내는언어가사치품이아니라필수품인이유는바로이런맥락에있다.
하지만한편으로그녀는침묵을언어와행동으로바꿀때의위험과고통에대해잘알고있었다.이는자신을드러내야하는일이기에위험하고어렵다.여성학회에서백인페미니스트들이가부장제에복무하고있다고비판할때,흑인남성지식인들에게백인가부장과똑같은짓을하고있다고비판할때,동성애자가이제막베일을벗기시작한때레즈비언이라고커밍아웃하면서그녀가치른말하기의대가는물론컸다.분열과갈등을조장해공동체를파괴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