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사람들처럼뤼시아제마역시남성작가들의여행이야기를읽으며자랐지만,이제그녀가위대한모험을시작하려는순간이다.”―『마리끌레르』
남성여행자들의글은낯선지역에대한환상을키우는한편성차별적이고식민주의적인사고를강화했다.사실여행은그자체로남성성을상징한다.그들은증명,배제,거짓말의논리에따라자신의남성성을과시하고여성을멸시하는수단으로여행을활용했다.새로운땅을처음‘발견’하고‘정복’하는것은남성들의역할이었다.여행의이런정복적측면은식민지개발과도닮아있는데,환상을실현하고착취와지배의형태를학습하는장이라는점에서여행지와식민지는유사하다.이에더해언제나주체가되는남성/정복자구도와타자로그려지는여성/식민지구도가대비를이루며여행과정복은완전한근친관계를형성한다.
그러므로여성의여행은단순히무모한취미를넘어페미니즘적참여로도이어졌다.20세기초패니불럭워크맨은카라코람산맥을등반하면서‘여성에게투표권을’이라고적힌종이를들고흔들었다.이후애니펙과알린블룸을비롯한여성들도그와비슷한행동을했다.메리프렌치셸던은여성도남성만큼훌륭한탐험가일수있다는사실을증명하기위해킬리만자로산으로떠나며남편이동행하지못하게했다.1889년,넬리블라이는작은가방하나와단벌드레스만가지고72일만에세계를일주했다.그기록으로여성에게주어진아름다움에대한부담을벗어던지고남성우월주의적냉소를뒤집는데성공했다.
여성들은사회적억압에서벗어나자신의권리를찾기위해,때로는그저낯설고위험한모험자체를즐기기위해여행했다.그러나여행이모든해방의지름길은아니었다.가부장제는여행전후로작용하며여전히여성을억압했다.올랭프오두아르는사막여행을마친후현실로돌아왔을때여행을하는1년동안입었던옷에쓴것보다더많은돈을들여옷한벌을만들어야했다.플로라트리스탕의남편은여행에서돌아온그녀의가슴에총을쐈다.오늘날여성들은과거보다쉽게여행할수있게되었지만길위에서여전히많은위험에노출되어있다.통계적으로여성에게더위험한장소는지구반대편의낯선여행지가아니라자신의가정이다.여성이자유로워지기위해서는문밖으로나오는것부터시작해야한다.
“이매혹적인책에서저자는여행과여성에대한페미니스트적성찰을제시한다.”
―『마담피가로』
남성중심적사회에서여성의신체와행동은통제된다.이런통제는아름다움을이동의가치보다우선시한전족과하이힐문화처럼세기를넘어이어진다.잔디욀라푸아는불편한치마를입지않기위해파리지사에게‘남장특별허가’를받아야했다.글로리아스타이넘은전문기술을갖춘기내승무원이항공사에서지정한신체적조건과용모규정을따라야하는데다결혼여부까지규제받는다는사실을지적한다.성차별적사회화로여성은어린시절부터성인이된이후까지스스로결정하기보다타인에게의존하는것에익숙해진다.
이렇듯가부장적규범이지배한사회에서자신의길을직접선택한여성들의이야기는보다비판적이고복합적인관점으로현실을보여주고,남성여행자들이전하지않은세상의사각지대를드러낸다.마르가당뒤랭은사우디아라비아의하렘에갇혀지냈던경험을이야기했다.남성작가들의글에서하렘은동양적화려함과낭만이담긴장소로묘사되곤했지만실제그곳에갇힌여성들은지금까지도남성법의지배아래서성적대상화되어주체성을잃은채살아가고있다.르네아몽은타히티섬에잠시머물며성병을옮기거나거짓된희망을심어준남성여행자들이떠나고남은어린여성들의현실을고발했다.여성여행자들의증언이없었다면여행지의진짜모습은우리에게알려지지않았을것이다.
여성여행자는자신을‘제3의성’으로만들어여성의공간과남성의공간에모두접근할수있는특수한지위를누렸다.그들은남성에게는금지된내밀한공간으로들어가비밀스러운이야기들을만났다.또남성이금지한곳으로나아가넓은세상과마주했다.일부여성여행자들은여행하다가죽음을맞았지만,반대로많은여성들이죽기직전까지여행을계속했다.알렉상드라다비드넬은남편에게보낸편지에이렇게적었다.
“죽음을위해죽는것,나는그일이대초원어딘가에있는길의아름다운하늘아래에서,적어도내가원하는일을시도했다는마지막만족감을느끼며이루어지기를바랍니다.침실에누워용기가없었다는후회,내가소중하게여기는것을포기했고내가보려했던것을결코보지못했고내가하려했던것을결코하지못했다는후회때문에죽어가기보다는.”(174쪽)
두려움은자유에필연적으로따른다.두려움은우리를떠나지못하게하는방해물이아니라더욱활기를띠게만드는생명력의표시다.다른곳이존재한다는사실을믿고주변뿐아니라자신의마음속에존재하는족쇄까지끊어버린여성들은새로운세상을만났다.바다에서,산정상에서,낯선도시에서여행자들의눈앞에이전까지본적없는풍경이펼쳐졌다.그들이여행하며발견한것은자기자신의삶이었다.때로진정한자유는지구반대편이아니라가장가까운곳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