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양장)

약속 (양장)

$18.55
Description
2021년 부커상 수상작

네 번의 장례식과 30년의 몰락, 그리고
작지만 소중한 한 번의 약속

“새로운 형식의 실험, 독창적이고 유연한 목소리.
읽을 때마다 책이 자라나는 듯했다.”
- 마야 자사노프(부커상 심사위원장)
부커상 최종 후보 세 번째에 드디어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데이먼 갤것의 2021년 부커상 수상작. 아파르트헤이트 폐지를 전후로 한 스와트 가문의 30여 년에 걸친 몰락의 일대기를 마치 포크너와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서술 방식과 영화적 카메라 아이 기법으로 그려낸 문제적 작품이다. 부커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의 선정 이유로 “20세기 포크너 문체의 풍요로움과 나보코프의 정확성이 균형을 맞추는 서사 문체는 21세기 소설이 다시 꽃피운 하나의 약속”이라고 극찬했다.
『약속』은 농장주 백인 가족이 몇십 년 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지키지 않은, 그들에겐 사소하지만 받는 사람에겐 소중한 ‘약속’에 관한 이야기다. 암으로 투병 중이던 레이철은 자신을 지성껏 돌봐주는 흑인 하녀 살로메에게 그녀가 사는 허름한 집의 소유권을 주자고 남편(마니)에게 말한다. 하지만 마니는 레이철이 죽자 약속을 모른 척한다. 이 사실을 아는 막내딸 아모르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마니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건 마니의 사망 이후 농장을 물려받은 오빠도, 언니도 마찬가지다. 가족에 대한 실망에 고향을 떠나 세상을 떠돌던 아모르는 언니의 급작스러운 피살과 오빠의 자살 이후에야 비로소 농장으로 돌아와 그리운 살로메와 마주하게 된다.
그게 30년이나 걸릴 만큼 그토록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었던 걸까? 벽돌집도 통나무집도 아니고, 고작 방 세 칸짜리 양철 판잣집을 주겠다는 약속이?

저자

데이먼갤것

(DamonGalgut)2021년부커상수상자.『굿닥터』(2003),『낯선방에서』(2010)에이어『약속』으로또다시최종후보에올라마침내수상의영예를차지했다.남아공출신선배작가인네이딘고디머와J.M.쿳시처럼부커상에이어노벨문학상까지석권할가능성이높은포스트-아파르트헤이트작가로평가받고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북동부의프리토리아에서태어난그는케이프타운대학교에서드라마를전공했으며,열일곱살에쓴첫소설『죄없는계절』을출간하며작가의길을걷게되었다.다섯번째소설『굿닥터』가2003년부커상최종후보에오르면서세계적인주목을받기시작했다.『굿닥터』는아파르트헤이트이후외딴시골병원에서만난두의사의우정과갈등을그린소설로비평가들의열광적인찬사를받았다.아홉권의소설외에극작가로서여러편의희곡을썼는데,소설에서도희곡이나영화에서쓰이는다양한기법을활용한다.『채석장』은2020년마이클섀넌주연의영화「더쿼리」로각색,개봉되기도했다.문구애호가여서지금도공책에먼저글을쓴뒤컴퓨터로옮긴다.

목차

엄마
아빠
아스트리드
안톤
해설(왕은철)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아파르트헤이트이후‘역사’와‘개인’의관계에대한독창적서사문법
“빼앗고빼앗기고억압과수탈이반복되는야만의역사에대한우화.”

데이먼갤것은남아공출신선배작가인네이딘고디머와J.M.쿳시처럼부커상에이어노벨문학상까지석권할가능성이높은포스트-아파르트헤이트작가로평가받고있다.그는부커상시상식에서“아직아프리카에서전해지지않은이야기들,아직이야기를들려주지못한작가들”을언급하며“아직들려줄것이많으니계속귀기울여달라”고밝힌바있다.우리에게잘알려진선배작가들과달리젊은시절에아파르트헤이트이후의세대단절과혼란상을경험한‘제3세대’남아공작가라고할수있다.

폐지된지30년이나되어가는아파르트헤이트와남아공의현실에관해얘기할것이아직도더남아있는가?이는물론아파르트헤이트가남긴암울한유산이여전히어두운그늘을드리우고있기때문이다.흑인정권이들어선이후로도백인의경제독점은심각해서흑인중산층의비율이남아공전체인구의10%에불과하고,극심한부정부패와빈부격차는해결될기미가보이지않으며,최근에는아파르트헤이트의또다른버전인제노포비아,즉국내흑인대돈벌러온외국흑인간의갈등마저불거져서사회혼란을더욱복잡하게만들고있다.

그러나이에대적하는갤것의서사전략은역사적현실의직접인용을통한폭로나고발,풍자와는거리가멀다.역사적배경이괄호안에들어간,즉(역사속에서의)개인과도덕의문제를돋을새김함으로써역사의무게를실으면서도실존적이고보편적인서사의의미망을짜나간다.아파르트헤이트전후의남아공역사를자세히알면더욱깊이있는이해가가능하겠지만,굳이많은것을알지않아도충분히이야기의맥락을짚어낼수있다는것이이소설의가장큰매력중하나다.초반에는다소혼란스러울수있겠지만,하나의‘약속’을둘러싸고약속한자,약속의이행을대수롭지않게무시하는자,순전한마음으로약속을지키려하는자간에벌어지는심리적갈등관계에집중해읽다보면어느새이야기에푹빠져들게될것이다.

또한특기할만한것은주제를드러내는고차적서술기법이다.『약속』은시점이일관되게진행되지않고여러등장인물의시점이동시다발적으로중층적으로제시되는다성적소설이다.작가는‘의식의흐름’뿐아니라자유간접화법과영화적카메라아이기법을능란하게사용하여등장인물들의다양하고심층적인의식과감정을자유롭게표출하는데,이는현실에붙박여있지않고부유하는자아의불안정한상태를보여주기위함이다.이는무거운주제를무겁지않게,지루하지않게읽을수있도록소설에생기를불어넣을뿐아니라문체적으로도독특한미학적깊이를부여한다.부커상심사위원들을매료시킨결정적인이유다.
작가는말한다.“소설의힘은역사적인순간에인간이느끼는감정을낱낱이기록하는데있다.그감정속에서인간성을발견해내는것이소설가의책임이다.”

순전한마음의소유자에의해서만이뤄질수있었던약속의힘!
“사랑은하나도남아있지않고오로지친절만남았지만
어쩌면이것이더강할지도모른다.”

『약속』은네번의장례식을중심으로이야기가전개된다.1986년암에걸려죽은엄마(레이철)의장례식,1995년괴이한도전의결과로독사에물려죽은아빠(마니)의장례식,1999년흑인강도에게총을맞아죽은언니(아스트리드)의장례식,2017년무료한삶에질려자살한오빠(안톤)의장례식.이네번의장례식에서일관되게등장하는핵심주제가바로작지만소중한한번의‘약속’이다.
30여년전아모르의엄마가자신을돌봐준흑인하녀살로메에게한약속은방세칸짜리인허름한양철판잣집을주겠다는것일뿐이었다.사실이집이자리한땅은본디흑인들의것이었고그들의땅을백인농장주조상이빼앗은것이었다.그런데도스와트가족은30여년의시간동안네번의장례식이치러지는와중에도약속을지키지않는다.왜냐하면살로메는그들의눈에띄지않는유령과도같은존재라서그따위약속은무시해도좋은,무시하면그만인것으로생각되었기때문이다.

그들은유령처럼항상주변에있으므로,당신은그들을보지못한다.(413쪽)
“만약예전에살로메의고향이언급된적이없었다면그것은당신이한번도묻지않았기때문이다.당신은궁금해하지않았으니까.”(473쪽)

실제로소설속에서농장에서일하는흑인노동자들은물론이고스와트집안을위해평생을일해왔으며레이철과아모르에게는누구보다도고맙고살가운존재인살로메조차제모습이거의드러나지않는다.유령처럼취급받는그녀/그들의처지를부각시키기위한작가의의도적서사전략이라할수있다.
결국이약속은가족들의이기적행태에환멸을느끼고집을떠나지금은중증환자들을돌보며간호사로사는아모르가집으로돌아와서야비로소이루어진다.게다가아모르는그동안자신에게배당되었던가족사업의수익금마저살로메가족에게전부넘겨준다.그런데마치성녀처럼느껴질법도한아모르의선행동기는전혀거창하지가않다.“그냥그러고싶어서요.”이는무엇을말해주는것일까.
아모르가시간이흘렀어도지키려고노력한‘약속’은아파르트헤이트가폐지된지한참이지났는데도여전히이행의길이보이지않는공동체적약속에대한소설적인표현이다.살로메의아들은아모르에게이렇게반문한다.

“우리가너한테감사해야하는거야?(…)부서진지붕에망할놈의방이세개인집.우리가고맙게생각해야한다고?”(473~474쪽)
“아직도네가모르고있는게있는데,네것을주는게아니야.이집은이미우리의것이니까.이집뿐만아니라네가사는그집도그렇고,그집이서있는땅도그래.우리거야!네가정리해서호의로나눠줄수있는네소유물이아니라고.백인아가씨,네가가진모든것은이미내것이야.내가요청할필요도없이.”(475쪽)

원래그들의땅이었던것을돌려주는,어찌보면“아무것도아닌”일인데도이렇게나오랜시간이흘러야했다.게다가어머니의뜻에따라약속은지켜져야한다는아모르개인의순전한마음과결단에의해서말이다.이는역설적으로그만큼현실세계에서그가능성은요원하기만하다는사실을말해준다.

“한편에서는극장이무너져내리고있는데,대본의대사는변하지않고.메이크업과의상과화려한몸짓은말할것도없고……내일또내일또모레도…….”(411쪽)

약속이지켜지는소설의결말을단지훈훈한휴머니즘적해피엔딩으로만볼수없는이유다.그럼에도아모르의개인적선행은암울한미래에빛을비춰주는작지만큰발걸음임이분명하다.작으나마우리하나하나의선한마음과실천이쌓여결국세상에균열을만들고변화를이끌어낼것이다.이소설을말할때언급되곤하는윌리엄포크너의『소리와분노』가미국남부지주계급의타락과붕괴를다룬파멸의비가라면,『약속』은이에작은희망의불씨를더한미래에관한이야기다.

추천사

“새로운형식의실험,독창적이고유연한목소리.읽을때마다책이자라나는듯했다.갤것은세대갈등에대한통찰력을제공한다.충실한삶을만드는것이무엇인지,어떻게죽음에이르는지,또한현대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약속’이어떤풍부한비유적의미를지니는지탐구한다.”―마야자사노프(부커상심사위원장)

“포크너적활기와나보코프적정밀함이균형을이루는이특이한서술방식.이소설은다음과같은질문으로요약할수있다.세상에진정한정의가존재하는가?그렇다면그것은어떤모습인가?”―치고지에오비오마(부커상심사위원)

“데이먼갤것은젊은남아프리카공화국소설가들중에서쿳시의뒤를이을가능성이가장높아보인다.”―<가디언>

“『약속』이다루는식민주의,아파르트헤이트,인종문제는무겁다못해우울한것들이다.그렇다면이소설이무겁고우울하기만할까.그렇지않다.복잡하지않은가벼운문장,곳곳에배치된유머와희극적인요소들이주제의무거움을희석시킨다.1999년부커상수상작인쿳시의『추락』이후로이보다더좋은소설이또있었을까싶다.”
―왕은철(전북대영문학과석좌교수)

“이소설은일종의카메라-아이라는기법으로그려지는데,어느부분이나장면에클로즈업하다가갑자기다른대상으로옮겨가는영화촬영기법과유사하고등장인물의감정적복합성을재현하는탁월한방식이다.단지남아공만의이야기가아니라빼앗고빼앗기고억압과수탈을당하는인류야만의역사에대한하나의우화다.”―이소영(번역가,옮긴이)

“눈을뗄수없는야심찬소설.『약속』은그의다른도서들과는다르다.이분명하게분열된사회를묘사하는것도더구체적이고,늘남아공의가장중요한정치적문제였던땅과그땅의소유,그중심에있는불의에접근하는방식도더직접적이다.”―<뉴욕타임스북리뷰>

“치유가필요한부서진가족과곤경에처한나라의타는듯한초상화를공개한다.”
-<퍼블리셔스위클리>

“남아공가족의생동감넘치는이야기는단연올해최고의책중하나다.”―<더타임스>

“지난10년동안발표된소설중가장중요한작품이틀림없다.”-에드먼드화이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