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되기 : 봉준호를 만든 교과서와 스승들

봉준호 되기 : 봉준호를 만든 교과서와 스승들

$20.00
Description
모두가 기다렸던 방식으로 ‘봉준호’를 말한다
“부끄럽지만 이것이 나의 지난 이야기다. 과거의 마침표이자 미래의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
봉준호(영화감독)

2025년 3월 현재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개봉되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봉준호는 이제까지 일곱 편의 장편을 선보였다. 대부분은 비평적 찬사를 받았고, 네 편은 광범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영화를 눈여겨봐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는 한 번도 전작의 성공 공식에 기대 다음 작품을 만든 적이 없다. 실제 미제 사건을 미결의 범죄스릴러로 재현한 두번째 장편 〈살인의 추억〉(2003), 불과 110억 원의 제작비로 괴수가 단 125숏에만 등장하는 희귀한 크리처 영화 〈괴물〉, 아들의 살인죄를 숨기기 위해 목격자를 살해한 엄마가 관광버스에서 춤추는 장면으로 끝나는, 떠올리기조차 힘든 괴이한 범죄스릴러 〈마더〉,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대형 국제적 프로젝트 〈설국열차〉(2013)와 〈옥자〉(2017), 그리고 다시 한국적 상황으로 돌아와 초대형 세트에서 홍수의 재난을 만들어낸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봉준호는 자신을 탈진시킬 정도로 모험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도무지 흥미가 없다는 듯, 도전적인 작업을 계속해왔다.

어떤 영화를 본 뒤에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의 머릿속을 열고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아마도 그 영화가 예상치 못한 지적 감정적 충격을 주었거나, 작품의 화술과 기예가 너무도 경묘해 찬탄을 불러일으켰을 때일 것이다. 이 책의 필자들에겐 봉준호가 그런 감독이다. 〈괴물〉(2006)에서 송강호 가족이 합동 장례식장에서 바닥을 뒹굴며 난동과도 같은 합동 오열을 할 때, 〈마더〉(2009)에서 취조 형사 송새벽이 뜬금없이 세팍타크로 강의를 늘어놓다 돌연 용의자 원빈의 입에 물린 사과를 돌려 찰 때, 〈기생충〉(2019)에서 피와 땀이 범벅된 지하실 남자가 벽에 머리를 박다가 충혈된 눈을 부라리며 “리스펙”이라고 소리 지를 때, 이 예측 불가능하지만 너무도 현실적인, 동시에 우스꽝스럽고도 위협적인 장면을 어떻게 떠올릴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온갖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 있는데도 어떻게 그토록 조밀하고 유연하고 단단한 하나의 덩어리를 빚어낼 수 있었을까. 영국에서 봉준호와 대담을 진행한 감독 라이언 존슨(〈나이브스 아웃〉, 2019)의 표현대로 그의 “미친 두뇌(insane brain)”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제목 ‘봉준호 되기’도 존 말코비치의 두뇌 속으로의 가상 여행을 다룬 〈존 말코비치 되기〉(스파이크 존즈, 1999)에서 힌트를 얻었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머릿속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창작 과정에서 창작자의 두뇌가 작동하는 비밀스런 메커니즘은 분석적 접근이 불가능한 마법에 속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는 조금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는 없을까. 이런 호기심이 이 책의 출발점이었다.

봉준호는 어떤 감독보다 다양한 텍스트들에서, 혹은 뜻밖의 텍스트들에서 영감을 얻는 창작자이다. 그리고 그 영감의 원천들은 어떤 다른 감독의 경우보다 더 직접적으로 작품에 새겨져 있다. 이 책의 필자들은 그에게 더 많이 물어서 그 영감의 원천들을 더 넓게 더 깊이 알고 싶었다.
두 필자는 이 책을 위해서 봉준호 감독과 모두 여덟 시간에 걸쳐 네 차례의 대화를 가졌다. 그의 영화적 교과서와 스승들뿐만 아니라 구체적 텍스트로 환원될 수 없는 환경과 기질과 취향도 물었고, 봉준호 감독은 친절하고 세심하게 답해주었다. 봉준호 감독은 고등학생 때 성당 간행물에 그린 일곱 쪽짜리 만화(김동인의 단편소설 「거지」의 결말을 충격적으로 바꿔 그렸다)를 포함해 여러 유용한 시각 자료도 제공해주었다. 어린 봉준호를 영화의 세계로 이끈 TV라는 ‘시네마테크’/‘이야기 상자’, 만화와 애니메이션, 불안과 서스펜스의 범죄스릴러 세계(추리소설)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이 책의 1부 ‘TV소년 준호’ ‘미래소년 코난’ ‘만화의 광맥’ ‘소설과 불화한 추리광’ 장에 녹아들었다. 독자들은 여기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적 뿌리와 원천만이 아니라 ‘걸출하고 개성적인 이야기꾼’의 탄생 과정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봉준호 감독에 대한 주목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과의 영향 관계, 두 감독의 공통 유전자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면서 히치콕의 창조적 계승자로서 봉준호 감독의 고유한 영화적 인장과 비밀에 다가간다(1부 7장 ‘히치콕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봉준호 감독의 본격적인 영화 수업기인 대학 시절, 그가 체감했던 시대의 부조리는 ‘부조리와 욕망의 스승, 김기영과 이마무라 쇼헤이’ 장에서 봉준호 영화의 곳곳에 스며 있는 설명하기 힘든 정념의 장면들, 아이러니한 영화적 수사학과 함께 조명된다.
2부 ‘봉준호와의 대화 : ‘나’라는 텍스트를 말한다’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육성으로 그 자신의 영화적 원천과 영화 수업 과정, 영화적 영감과 영화 만들기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함께, 불안과 강박에 얽힌 개인적인 고백도 접할 수 있다.
3부에는 봉준호 감독을 매혹시키며 그를 영화의 세계로 이끈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목록들을 생생하게 탐사하고, 봉준호 감독이 꼽은 여러 ‘베스트 목록’을 선보인다. ‘봉준호의 이 한 장면 : 베스트 신 10’에서는 그에게 지속적으로 영화적 영감을 주는 영화의 신(scene)들을 구체적인 장면 설명과 함께 보여준다. (1부에는 그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만화, 추리소설 베스트 목록을 담았다.)
부록으로는 동시대 일본을 대표하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강연록 ‘하마구치 류스케가 봉준호에게 배운 것’을 수록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받은 충격을 진솔하게 고백하면서 〈살인의 추억〉의 명장면들을 예시로 봉준호 영화의 힘을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그는 “〈기생충〉을 보고 난 후, 저는 알프레드 히치콕을 잇는 유일한 존재가 봉준호 감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강연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은 봉준호의 영화 세계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과 영화 창작자를 꿈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였다. 그리고 봉준호의 영화 세계를 형성하는 데 바탕이 되고 영감을 준 텍스트들, 달리 말해 봉준호만의 영화 교과서를 정리해보고 싶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봉준호의 영화적 원천을 되새기면서, 사회성과 정치성과 장르성에 관심이 모아져온 그의 작품들에서, 시청각적 표현들이 영화 서사의 중핵을 이루는 소위 ‘순수영화’적 자질 그리고 이질적 혼종성과 역동적 응집성이라는 성격이 더 깊이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책이 봉준호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그로부터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저자

남다은,정한석

저자:남다은
영화평론가.1978년에태어나연세대학교인문학부를졸업하고동대학원비교문학협동과정석사과정을졸업했다.2004년『씨네21』영화평론상을받으며비평활동을시작했다.2018년부터5년간영화비평지『필로』에서고정필진으로활동했고,현재『씨네21』에‘남다은평론가의리코더’를연재중이다.펴낸책으로『감정과욕망의시간:영화를살다』(강,2015),『살인의추억:끝내감지않은눈』(앨피,2025)이있다.

저자:정한석
영화평론가.1974년에태어나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영상이론과를졸업했다.2002년『씨네21』영화평론상을받으며비평활동을시작했다.2002년말부터2015년초까지『씨네21』에서기자로도일했다.영화비평지『필로』등에기고하고있다.2019년부터부산국제영화제프로그래머로일하고있다.펴낸책으로『성질과상태:활동하는영화들』(강,2017)이있다.

목차


머리말

1부
1장|TV소년준호
2장|미래소년코난I
3장|미래소년코난II
4장|만화의광맥
5장|소설과불화한추리광
6장|시대라는텍스트혹은컨텍스트
6-1장|부조리와욕망의스승,김기영과이마무라쇼헤이
7장|히치콕의거대한그림자
7-1장|히치콕과봉준호의공통유전자
7-2장|봉준호의케이크

2부
봉준호와의대화:‘나’라는텍스트를말한다

3부
1장|원초적흥분,잊혀진장르영화의기억
2장|봉준호의만신전:베스트영화10
3장|봉준호의이한장면:베스트신10

부록
하마구치류스케가봉준호에게배운것

출판사 서평


모두가기다렸던방식으로‘봉준호’를말한다

“부끄럽지만이것이나의지난이야기다.과거의마침표이자미래의출발점으로삼고싶다.”
봉준호(영화감독)

2025년3월현재봉준호감독의신작<미키17>이개봉되어관객들과만나고있다.봉준호는이제까지일곱편의장편을선보였다.대부분은비평적찬사를받았고,네편은광범한대중적인성공을거두었다.그의영화를눈여겨봐온사람이라면알겠지만,그는한번도전작의성공공식에기대다음작품을만든적이없다.실제미제사건을미결의범죄스릴러로재현한두번째장편<살인의추억>(2003),불과110억원의제작비로괴수가단125숏에만등장하는희귀한크리처영화<괴물>,아들의살인죄를숨기기위해목격자를살해한엄마가관광버스에서춤추는장면으로끝나는,떠올리기조차힘든괴이한범죄스릴러<마더>,유명할리우드배우들을대거기용한대형국제적프로젝트<설국열차>(2013)와<옥자>(2017),그리고다시한국적상황으로돌아와초대형세트에서홍수의재난을만들어낸<기생충>에이르기까지,봉준호는자신을탈진시킬정도로모험적인프로젝트가아니라면도무지흥미가없다는듯,도전적인작업을계속해왔다.

어떤영화를본뒤에그영화를만든감독의머릿속을열고들여다보고싶은충동을느낄때가있다.아마도그영화가예상치못한지적감정적충격을주었거나,작품의화술과기예가너무도경묘해찬탄을불러일으켰을때일것이다.이책의필자들에겐봉준호가그런감독이다.<괴물>(2006)에서송강호가족이합동장례식장에서바닥을뒹굴며난동과도같은합동오열을할때,<마더>(2009)에서취조형사송새벽이뜬금없이세팍타크로강의를늘어놓다돌연용의자원빈의입에물린사과를돌려찰때,<기생충>(2019)에서피와땀이범벅된지하실남자가벽에머리를박다가충혈된눈을부라리며“리스펙”이라고소리지를때,이예측불가능하지만너무도현실적인,동시에우스꽝스럽고도위협적인장면을어떻게떠올릴수있었을까?무엇보다,온갖이질적인것들이모여있는데도어떻게그토록조밀하고유연하고단단한하나의덩어리를빚어낼수있었을까.영국에서봉준호와대담을진행한감독라이언존슨(<나이브스아웃>,2019)의표현대로그의“미친두뇌(insanebrain)”가궁금하지않을수없었다.

이책의제목‘봉준호되기’도존말코비치의두뇌속으로의가상여행을다룬<존말코비치되기>(스파이크존즈,1999)에서힌트를얻었다.물론봉준호감독의머릿속을온전히이해하는건불가능하다.창작과정에서창작자의두뇌가작동하는비밀스런메커니즘은분석적접근이불가능한마법에속한다.하지만적어도지금까지알려진것보다는조금더깊은곳을들여다볼수는없을까.이런호기심이이책의출발점이었다.

봉준호는어떤감독보다다양한텍스트들에서,혹은뜻밖의텍스트들에서영감을얻는창작자이다.그리고그영감의원천들은어떤다른감독의경우보다더직접적으로작품에새겨져있다.이책의필자들은그에게더많이물어서그영감의원천들을더넓게더깊이알고싶었다.
두필자는이책을위해서봉준호감독과모두여덟시간에걸쳐네차례의대화를가졌다.그의영화적교과서와스승들뿐만아니라구체적텍스트로환원될수없는환경과기질과취향도물었고,봉준호감독은친절하고세심하게답해주었다.봉준호감독은고등학생때성당간행물에그린일곱쪽짜리만화(김동인의단편소설「거지」의결말을충격적으로바꿔그렸다)를포함해여러유용한시각자료도제공해주었다.어린봉준호를영화의세계로이끈TV라는‘시네마테크’/‘이야기상자’,만화와애니메이션,불안과서스펜스의범죄스릴러세계(추리소설)와관련된흥미로운이야기들은이책의1부‘TV소년준호’‘미래소년코난’‘만화의광맥’‘소설과불화한추리광’장에녹아들었다.독자들은여기서봉준호감독의영화적뿌리와원천만이아니라‘걸출하고개성적인이야기꾼’의탄생과정을지켜볼수있을것이다.‘이야기꾼’으로서의봉준호감독에대한주목은그가가장존경하는알프레드히치콕감독과의영향관계,두감독의공통유전자에대한논의로확장되면서히치콕의창조적계승자로서봉준호감독의고유한영화적인장과비밀에다가간다(1부7장‘히치콕이라는거대한그림자’).봉준호감독의본격적인영화수업기인대학시절,그가체감했던시대의부조리는‘부조리와욕망의스승,김기영과이마무라쇼헤이’장에서봉준호영화의곳곳에스며있는설명하기힘든정념의장면들,아이러니한영화적수사학과함께조명된다.
2부‘봉준호와의대화:‘나’라는텍스트를말한다’에서는봉준호감독의육성으로그자신의영화적원천과영화수업과정,영화적영감과영화만들기에얽힌흥미로운이야기들과함께,불안과강박에얽힌개인적인고백도접할수있다.
3부에는봉준호감독을매혹시키며그를영화의세계로이끈할리우드장르영화의목록들을생생하게탐사하고,봉준호감독이꼽은여러‘베스트목록’을선보인다.‘봉준호의이한장면:베스트신10’에서는그에게지속적으로영화적영감을주는영화의신(scene)들을구체적인장면설명과함께보여준다.(1부에는그가좋아하는애니메이션,만화,추리소설베스트목록을담았다.)
부록으로는동시대일본을대표하는하마구치류스케감독의강연록‘하마구치류스케가봉준호에게배운것’을수록했다.하마구치감독은봉준호감독의영화에서받은충격을진솔하게고백하면서<살인의추억>의명장면들을예시로봉준호영화의힘을감동적으로풀어낸다.그는“<기생충>을보고난후,저는알프레드히치콕을잇는유일한존재가봉준호감독이라고생각했습니다”라며강연을마무리하고있다.

이책은봉준호의영화세계에관심을가진독자들과영화창작자를꿈꾸는사람들을대상으로쓰였다.그리고봉준호의영화세계를형성하는데바탕이되고영감을준텍스트들,달리말해봉준호만의영화교과서를정리해보고싶다는의도에서만들어졌다.
하지만이책에실린봉준호의영화적원천을되새기면서,사회성과정치성과장르성에관심이모아져온그의작품들에서,시청각적표현들이영화서사의중핵을이루는소위‘순수영화’적자질그리고이질적혼종성과역동적응집성이라는성격이더깊이재조명될수있을것이라는기대도있다.이책이봉준호의영화를좋아하는사람들,혹은그로부터배우려는사람들에게도움이되기를진심으로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