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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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청보리밭을 사이에 두고 시인과 함께 시 속으로 들어가고, 소설가와 함께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각자 좋아하는 시 한 편씩을 읽기도 하고, 늦은 밤까지 뮤지컬과 오페라 영상을 보는가 하면,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클래식 콘서트가 열린다. 종일 새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곳에서 매주 독서 모임도 열리고, 글쓰기 수업도 열린다. 시골 책방 생각을담는집 풍경이다.
책방을 운영하는 시인 임후남은 말한다. 시골 책방의 풍경은 때때로 허구 같다고.
허구 같은 책방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함께 책을 읽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클래식 연주를 듣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치유한다. 혼자 훌쩍 와서 책 한 권 읽고 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멍하니 창밖을 보다 가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각자 사회에서 불리는 이름들을 내려놓고 시골 책방에 앉아 저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을 불러낸다.
그는 프롤로그에 이렇게 쓰고 있다.
“그들은 이름 모를 들꽃처럼 책방에서 피었다 사라진다. 그들이 잠깐 피어나는 순간, 나는 그들과 함께 떨림의 순간을 지난다.”
그는 이 떨림의 순간이 책방이라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할머니가 되어서도 책방을 하고, 신간을 읽고, 찾아오는 이들을 통해 떨림의 순간을 지나 길을 찾고 싶다고 고백한다.
소설가 신경숙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 책방이 있어? 싶은 곳에 다소곳이 열려 있는 공간에서 서로 느슨한 친구가 되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일구어놓은 온기는 살아오느라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꿈과 마음을 복구해가는 과정들로 보였다.”
시골 책방 생각을담는집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책방 주인이 꿈꾸는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를 모두 꿈꿀 수도 있겠다.

저자

임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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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1.‘책방에들어서면나는소년이된다’…010
2.책방과아이들…014
3.사소한용기…017
4.함께나누는사람들…019
5.책방은섬…023
6.“사는게재밌어요”…025
7.세상천지에이곳만봄이라고…028
8.버려진책표지…031
9.서로실수하며…034
10.다정한손님…037
11.내맘대로책방…040
12.우연과필연…043
13.우리들마음에는소년소녀가산다…046
14.설날풍경…049
15.언제나좋은,언제나아름다운…051
16.봄날아침…053
17.슬픔이다찬후에…056
18.다른이의무례를건너는법…060
19.나는아직신간을읽고있는때…064
20.바디프로필을찍다…068
21.나는오페라를좀좋아한다…072
22.가만히있으라는말…077
23.나를살리는책방…081
24.오늘을살아갈뿐…084
25.느림보여행,전국을걷기로한할아버지…088
26.안부가궁금한손님들…092

2부
1.호사로운격리생활…0983부
2.목련꽃아래에서…102
3.쓸쓸해져야보이는…105
4.사라지는것들…108
5.소박하면서품위있는…111
6.사람속을보는글쓰기…113
7.수크령처럼…116
8.대파를나누며…118
9.고구마와고라니…120
10.맨발로걷기…123
11.복숭아잼을만들며놀기…125
12.우리동네‘우영우’나무들…128
13.마치하루치만살아가듯…132
14.바라보는위치의차이…134
15.‘나의시간’에대하여…137
16.집에대한생각…139
17.한없이촌스러운…143
18.벼룩의간에대한기억…147
19.역시시간이약…151
20.정말이렇게살아도되는걸까…155

3부
1.사람이그리운날들사이에서…160
2.시골책방의열린음악회…164
3.함께책을읽는사람들…168
4.김수영을읽은봄밤…172
5.사회가발전한다는것에대하여,세권의책이야기…174
6.정호승시인과의아름다운봄날하루…184
7.시인박형준과의여름한낮…188
8.책방하는마음…191
9.동네책방축제를마치고…195
10.막걸리를함께담그다…200
11.모닥불앞에서시를읽고…203
12.호사로운음악회…206
13.꿈속같은책방에서의피아노독주회…209
14.책방에서도송년회를…211
15.어쩌다책방,어쩌다문화공간…215
16.먹고사는일의슬픔…218
17.작은책방사용법…224
18.까짓거10년은책방을하자…230
19.일앞에서는여전히설렘을안고…234

에필로그238

출판사 서평

소설가신경숙추천의글

‘신간읽는책방할머니’가꿈인사람이쓴글을읽는내내마음이일렁일렁거렸다.무슨글을이렇게잘써…싶었다.시골에서책방을하는사람이쓴책에관한글이라고만짐작하고읽어나가다가나도모르게어마,하며웃음을짓게만드는사람들을수없이만나게해주기까지.대부분사람들이그랬으면좋겠어,라고생각만해두는일들을이책방주인과책과책방을둘러싸고가만히모여든사람들은내밀하게행동하고있었는데그걸읽어내는재미가말할수없이쏠쏠했다.오래가보고싶었던곳에드디어여행을하고난느낌이랄까.
책이있는시골책방의사계절을실컷구경하고나니나도그책방에모여드는한사람이되어있었다.여기에책방이있어?싶은곳에다소곳이열려있는공간에서서로느슨한친구가되어책을읽고글을쓰는사람들이일구어놓은온기는살아오느라자신도모르게잃어버린꿈과마음을복구해가는과정들로보였다.이아름다운소통을끌어낸이작고단단한책방주인의꿈인신간읽는할머니의꿈이오래오래이어지길바라본다.

책속에서

중년사내가책방에서소년이된다.그동안세상의거센바람덕분에거칠대로거칠어져나무껍질같았던마음이맨살을드러낸다.아직자라지않은소년의가슴은일렁댄다.그보드라운가슴으로들어앉는것들은이제껏과는다른것들일테고,그물결이어떤무늬를그려낼지그자신도모른다.12쪽

아니,왜우세요.저그렇게까지망하지않았어요.괜찮아요.얼마나열심히사는데요.새벽에일하러나가서보면다열심히살아요.청소일도재밌어요.지금다른일도많이해요.
김진영선생님글이좋더라고요.『아침의피아노』를정말잘읽었거든요.『상처로숨쉬는법』은어떨까모르겠네요.아도르노강의라.그냥읽으면읽혀지겠지요.근데아도르노는누구래요?27쪽


나이들면지금보다할수없는일이,하고싶어지지않은일이많아질것이다.그러니할수있는때,하고싶을때해야지.커피를마시는데책방에햇살이들어왔다.그새날이갠것이다.늙어가는일이야혼자만의일도아니고어쩔수없지만,아직나는신간을읽고있는때.나는커버책을다시집어들었다.67쪽

삶은외롭다.그래서나는책방을구실로이런저런일을도모하는지도모른다.책방,시골책방을하는것은고독하다.그래서신발이흙투성이가되도록걷고종일책속으로파고들기도한다.얼마나다행스러운가.자연이,책방이나를살리는중이다.83쪽

저꽃털처럼가볍게,라고생각했다.그러다뿌리를생각했다.수크령꽃털은가볍기그지없지만,수크령의뿌리는보통억센게아니다.지난해덩치큰수크령을옮겨심으려다아주애를먹었다.수크령의일본이름은찌까라시바,‘힘센풀’이라는뜻이다.잎도날카롭기그지없다.억세서맨손으로잡으면손을베이기십상이다.겉보기에는한없이가벼우면서도한없이무거운존재.이생을가볍게농담하듯넘어가는이들의무게를새삼느낀다.꽃털처럼가벼우려면얼마나무거워야하는가.일생동안다다르지못하는세계.117쪽

사람이떠난공간은내게더는장소로서의미가없다.비록사람보다바람이더잦은시골책방이지만누군가들꽃향내를풍기며들어설때나는반색한다.마치오래그리워한이가온것처럼.162-163쪽

오늘한젊은책방주인이다녀갔다.그가말했다.
“사실그동안내가무모하게책방을차렸나,다들잘하는데나만못하고있나,뭐이런저런생각으로자괴감도들고힘들던터에줌에서만난책방주인들을통해힘을얻었어요.고맙습니다.”
순간울컥했다.이렇게하면돈이된다,저렇게하면더좋다.다른사람은말을쉽게한다.그러나하는내가할수있는일을해야지.
“다똑같아요.멋대로하고싶어서시작한책방이니그냥멋대로하세요.그러다보면나만의길이보여요.”
말하면서도길이보이나,생각했다.그러나역시어쩌겠는가.길인줄알고가야지.그러다보면진짜길이만들어질테지.우리가사는것처럼.
?그래도책방하는일은꿈을꾸게한다.꿈은설렘과떨림을동반한다.그래서무모하게오늘도책방문을연다.돈만으로살수없는것이책방문을열면펼쳐지니까.이‘피로사회’에서내숨소리를들을수있는장소,그게바로책방이니까.193-194쪽

클릭한번으로모든걸구매할수있는이시대에작은책방이있는이유는사람과사람이만나고책의숨결을느낄수있는공간이기때문이다.책은상품이지만,그이상의가치로사람과사람을잇는것이다.나는책방을차리고한번도후회한적없다.책방을차리길백만번잘했다고생각한다.대부분의책방주인들이아마나와같을것이다.이유는큰돈을벌어서가아니라,책방하는즐거움이크기때문이다.그즐거움은바로‘책’과‘사람’에서나오는데,그건해보지않고는알수없는아주은밀한것이다.이즐거움을책방을찾는아름다운사람들과오래누릴수있으면좋지않겠는가.228-229쪽

작은책방이대단한장소는물론아니다.그런데누군가에게는특별한장소가된다.내가어느한시절들을보낸음악다방과카페와서점같은곳들이내게살아갈힘을줬던것처럼.그러나세월과함께나는그곳을잊거나,잃었다.나도변했고,그곳들중대개는사라졌기때문이다.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