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길

단단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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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음이 걷는 길은 어떤 길일까? 우리의 일상이 끊임없는 생계와 연명을 위한 반복이라면 거기서 얻어지는 따뜻한 연민은 경이롭다. 무겁고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성에 맞서 단단하고 거친 마음의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과 풍광들, 마음의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우리가 서있는 문 밖의 세상조차 고통과 상처뿐만이 아닌 단단한 결정체가 되어 빛나고 있다.

저자

박현

저자:박현
시인.충청북도청원에서태어나대전에서학창시절을보냈고,1991년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입사해서은퇴를앞두고있다.2024년첫번째시집『단단한길』발간.
시집『단단한길』은삶의반경을오가는일상과반복적삶에대한지루한서술이다.그것은오래되고낯선시공간을버텨내는규범적생활이기도하고,사랑이라는갖추어지지못함과불완전성에대해쓰는일이기도하다.

목차

자서(自序)

1부

황폐한대지의연가1
황폐한대지의연가2
황폐한대지의연가3
광화문연가1
광화문연가2
어느마네킹과의사랑1
어느마네킹과의사랑2
대조시장
이시대의풍속
해후를위하여-구두를짓는다
해후를위하여-어느이발사의사랑
해후를위하여-꽃파는여자
해후를위하여-비오는날
비눗방울
팽이
사랑은죽었다
사랑,감염되기쉬운
껍데기의집
길위에서
분수
파리와인간
나의피라밋
퇴근길
내가동경하는사람
어떤독서

2부

귀먹은집
내사랑바퀴
거미의집
사랑니
장밋빛인생1
장밋빛인생2
장밋빛인생3
죽은사랑에대한문상
귀천에서
성탄전야에명동을지나며쓴시
이시대의풍속-公無渡河歌
이시대의풍속-獻花歌
사랑,두개의무거움
느티나무숲에관한꿈
기억속의수해
새는더이상알을품지않는다
근시
무거운강
무교동,겨울이시작될때
겨울비
몽상
별에대한묵상
결혼이후
당신,아름다운그대
퇴근무렵

3부

안개
서울의우울
강매역
부자(父子)
서서가는사람들의몽상
수요장(水曜場)
하지(夏至)
플라타너스잎이커질때
플라타너스의회상
안부(安否)

내마음의공원1
내마음의공원2
내마음의공원3
학교운동장
초여름
이시대의풍속-복면강도
장마

눈속은따뜻하다
운보(雲甫)의죽음
자선냄비의겨울
무궁화나무한그루
하늘아래별
진눈깨비

4부

이끼
은행나무
애드벌룬
내마음이나에게
구름
첫눈
나무에대하여1
나무에대하여2
기러기부음
비둘기군무
광화문변방
슬픔에대하여1
슬픔에대하여2
나의배반
불빛들은눈을뜬다
안양천
지하철역사
저녁이되는슬픔
세월의뿌리
헐렁한길
사무실문
화분
구두
환풍기


5부

생각의인내
청량리
시간
삶의언덕에서
친구

사람은누구나불빛하나달고산다
문밖에서고요함을꿈꾸다
곰팡이꽃
지난여름
마음의시간1
마음의시간2
마음의시간3
순천만-무진교에서
고독에대하여
철새
벚꽃
회기역
배봉산길
제주에서
석촌호수
너에게
붉은산
네시의햇살
어두운빛

부록:목발의노래

출판사 서평

-집,회사,집.삶의반경을오가는일상인의길
-삽화도없는삶의페이지속사랑은있는가
-스스로를연단하며붉은열매처럼단단해지는겨울불빛들

출퇴근시간두발을디딜공간도없이지하철,버스에꽉차는수많은사람들은각양각색의모습을하고제각기다른사연을지니고있지만그들의얼굴은놀랍도록비슷하다.아마이들이정형화된도시인의삶을살고있기때문인지모른다.

시집에서그려지는반복되는일상은안온함,평범함과는거리가멀다.

저물무렵,수전노같은거리여
가판에달린둥근전구활활타오르고
퇴근길가두에서서
그대는석간신문의머리기사를읽는다
-「광화문연가1」중에서

이시는도시의저녁풍경을생생하게그려내면서,현대인의고독과불안,그리고일상속에서의소외감을깊이있게탐구한다.서정적이고회화적인표현은독자로하여금도시의일상적이고평범한순간들이지닌복잡한감정들을직관적으로느끼게한다.화자는저녁무렵거리의모습을"수전노같은거리"라는표현으로묘사한다.도시의모습은어둠속에서조차도밝게빛나는전구들과,사람들의발길을끄는휘황찬란한가판대들로인해매우활기차고번화하게보인다.그러나이러한화려함은표면적일뿐,무언가결핍된듯한느낌이스며있다.

아침출근길을그린「서서가는사람들의몽상」도비슷하다.언제나만원인출근길버스에서서혹은앉아서사람들은제각기꿈을꾼다.“더러는칸나처럼빨간꿈”을,혹은“한그루해바라기처럼노란몽상”을꾼다.그러나그사이에도버스는달려도심속으로빠져들어간다.사람들의꿈은어디까지나잠깐의백일몽에불과하며그들의몸은출근길버스에실려있을뿐이다.

이러한풍경속에서사랑은흔적도찾기어렵다.사랑은줄지어초상을치르고(「죽은사랑에대한문상」),연인들의애정행각도인생을장밋빛으로물들이지못한다(「장밋빛인생2」).도시인의삶은대부분혼탁한이미지로그려지며잠깐의몽상을할때에만색을입는다.시인은삭막한도시풍경을묘사하며현대사회에서인간이느끼는고독을날카롭게통찰한다.

『단단한길』이라는시제목에서‘길’을수식하는‘단단한’이라는의미는중의적이다.일상의반복성을나타내는‘견고함’이라는의미와함께삶의절정에서얻어지는‘굳건한아름다움’을의미하기도한다.5부로구성된125편의시와부록시에는‘단단한길’이라는제목의시가없다.대부분의시집에서찾아볼수있는표제시가없는것은‘단단한길’이라는제목이전체시를하나로묶어내는역할을한다고있다고볼수있다.즉,‘단단함’은오랜시간의간격을좁혀주는주제어인동시에복합적인의미를가지고있다.세월의단단함과내면의정제된단단함은서로가깊은연관을가지고전체를아우른다.다이아몬드원석이수많은세공에의해빛나는것처럼단단함은굳건한아름다움으로완성된다.

겨울이되면불빛들은눈을뜬다지나갈수록더또렷해지는기억처럼너희들은스스로를연단하며붉은열매처럼단단해지는것이다
-「불빛들은눈을뜬다」중에서

겨울이면불빛들은피사체에상이맞추어지듯더또렷해진다.그리고가을날열매처럼단단해진다.그불빛들은‘작은집들이성곽의계단처럼이어지고/그속에서불빛들이은은하게잠들고있음을’(「하늘아래별」중에서)에서보듯어리고보잘것없는존재이지만스스로를연단하면서붉은열매처럼단단해진다.그것은‘돌고돌수록단단해지는너의사랑’(「팽이」중에서)에서보듯아름다운무늬가되고또힘있는사랑이되기도하고,‘흔들릴수록견고해지는뿌리의오기’(「세월의뿌리」중에서)에서와같이은빛갈대로출렁거리기도한다.오랜연단과반복의시간이쌓여절정의순간을맞이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