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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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독자들에게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사이보그가 되다』(공저)의 저자이자 변호사로 알려진 김원영. 전자에서는 소수자들의 법적, 사회적 권리에 대한 뜨거운 변론을 펼치고 후자에서는 장애인의 신체. 기술이 결합해 이룬 또다른 정체성을 사유해온 그가 ‘몸과 춤, 그리고 평등’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돌아왔다.

『온전히 평등하고도 지극히 차별적인』은 변호사에서 무용수가 되는 새로운 경험을 거치는 가운데, 장애가 있는 몸으로 마주한 질문과 춤의 역사를 넘나들며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차별과 평등의 관계을 탐구한 기록이다. 무용사에 ‘이례적’ 신체가 등장하는 사건을 조망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승희, 니진스키 등 동서양 무용계 타자들을 넘어 당대 독자적 흐름을 창조해가는 장애인 극단과 무용팀의 목소리까지 생생히 다루며, 무대에서 잊힌 타자들의 존재를 복원한다. 정상과 비정상, 다수자와 소수자, 동양과 서양 등 비대칭한 권력관계를 중심으로 몸에 새겨진 질서와 그 질서를 전복하는 현장을 들여다본 이 책은 각기 다른 몸들이 만들어갈 평등한 무대(공동체)를 위한 대담한 상상력을 제안할 것이다. 우리 몸에 새겨진 질서뿐 아니라 때로 그 질서를 살짝 비틀거나 새로운 질서를 짜는 것만으로 환대의 무대를 열 수 있음을 목격하는 덕분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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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원영

저자:김원영
강릉에서태어났다.서울대에서사회학과법학을공부했다.휠체어를탄다.국가인권위원회,법무법인덕수등에서변호사로일했고,2020년무렵부터는작가,공연창작자로살아간다.『실격당한자들을위한변론』『우리의클라이밍』『사이보그가되다』(공저)등의책을썼다.
<무용수-되기><인정투쟁;예술가편>을비롯한여러편의공연에배우,무용수로참여했다.창작자이자연구자로서규범과예술,장애가있는몸의관계를성찰하는작업을이어간다.

목차

들어가며/동등한힘과차별적인능력사이에서

1부빛속으로
첫번째외줄위에서
두번째프릭쇼
세번째시선의안과밖
네번째병든몸病身들의춤

2부닫힌세계를열다
다섯번째장벽이없는극장
여섯번째고도를기다리지않는다

3부무용수가되다
일곱번째봄의폭발
여덟번째춤의민주주의
아홉번째무용수되기

감사의말
미주

출판사 서평

『실격당한자들을위한변론』김원영,6년만의단독신작
‘아름다울기회의평등’은모두에게허락되는가?
무용수가된변호사,몸을위한변론

독자들에게『실격당한자들을위한변론』『사이보그가되다』(공저)의저자이자변호사로알려진김원영.전자에서는소수자들의법적,사회적권리에대한뜨거운변론을펼치고후자에서는장애인의신체.기술이결합해이룬또다른정체성을사유해온그가이번에는새로운질문을가지고돌아왔다.이른바‘비정상의몸’들에게‘아름다울기회의평등’은허락되는가하는것.자신의존엄을확인하고,이를법과제도에기입하려애써왔으면서도소수자들은남겨진한가지질문을피할수없다.‘(법과도덕,교양,인권의식에의존하지않고도)나는그자체로매력적인존재일수있는가?’하는것.그는고백한다.장애인차별을비판하고정치주체로서이들의평등을주장해왔지만스스로의몸에대해서는오랫동안긍정할수없었다고.내심‘장애없는신체의효율성’에감탄했으며비장애인들의“효율적이고빠르고균형잡힌몸은아름다웠다”고.

하지만10여년전한계기로무대에올라몸을움직이면서김원영은“가장생생한내가되는경험”과“나로서존재한다”는감각에눈뜨기시작한다.몸을숨기기보다드러내는과정에서스스로의몸에깃든‘힘’을인식한뒤로,그는더이상몸을비장애인처럼위장하지않게됐다.여느예술장르보다몸의현존이절대적인무용의영역에서장애가있는그는어떤경험을통과해왔을까?신체가부각되지않을수있는변호사의삶을그만두고불거진가슴과가느다란다리를내보이는무용수가된김원영.그의몸은불꽃같은사유가시작되는장場이다.과연아름다움이란무엇인가?역사적으로‘비정상’의몸들이무대에선적은없었는가?그들은당대인의시선에어떻게대응했고무엇을욕망했는가?동시대장애인무용수들은어떤무대를만들어가고있는가?춤을비롯한예술에대한접근성은왜장애인뿐아니라비장애인에게도중요한가?

『온전히평등하고도지극히차별적인』은개인적인경험과춤의역사를경유하며무대에서잊힌타자들의존재를복원하는가운데,김원영이천착해온차별과평등의관계를탐구한기록이다.무용사에‘이례적’신체가등장하는사건을조망하는것을시작으로최승희,니진스키등동서양무용계타자들을호출하고나아가독자적흐름을창조해가는20세기후반국내외장애인극단과무용팀의목소리까지생생히다뤄진다.정상과비정상,다수자와소수자,동양과서양등비대칭한권력관계를중심으로몸에새겨진질서와그질서를전복하는현장을들여다본이책은각기다른몸들이만들어갈평등한무대(공동체)를위한대담한상상력을제안할것이다.우리몸에새겨진질서뿐아니라때로그질서를살짝비틀거나새로운질서를짜는것만으로환대의무대를열수있음을목격하는덕분이다.무엇보다이한권의‘몸을위한변론’은익숙한질서너머의세상을향하는데있어종내구체적인몸들의가능성에주목해야한다는사실을환기한다.‘몸에대한신뢰’없이‘자신에대한신뢰’는불가능하며,스스로몸과맺는관계는공동체와맺는관계의바탕이되기때문이다.

몸자체로세상을느끼고경험하지못한채이몸을어떻게든남의시선이나폭력,물리적인사고로부터보호하고지키고감추려고의식적인노력을계속하다보면,자신이처한상황안에서내몸(=나)에잠재된역량의한계지점까지나아가기가어려울것이다.(...)내가내몸이작동하는‘원천’임을잊는단계까지나아가보는것.‘나’를잃을수있을때‘몸’이곧가장생생한내가되는경험.가슴이불거지고바닥에서잘기지만걷지는못하는소년은자신의몸이어디까지움직일수있는지가늠하지못한다.나는내몸이무엇을할수있고할수없는지모른다._「외줄위에서」,32~33쪽

프릭쇼에서병신춤을거쳐,
오늘날장애가있는무용수들과의만남까지
평등한무대를여는‘기이한’몸들의역사

당신은무대위춤추는존재로장애가있는몸을떠올릴수있는가?머릿속에그린존재가발레리나든K팝댄서든장애인이아닐가능성이크다.춤의역사에서는어떨까?과연병든몸(病身),‘기이한’몸들이등장한적이있을까?김원영은이러한신체가드러난장으로19세기~20세기초근대박람회문화속의프릭쇼에주목한다.19세기제국주의중심부에서는변방의이국적문명에대한호기심이커졌고먼나라의동식물들과함께신속히배달된‘사람들’또한상업화된‘프릭쇼’에전시품으로등장하기시작한다.프릭은주로비유럽계이민자나장애인,보통이아닌몸을가진사람들을통칭하는데,프릭쇼를보는김원영의시선은다소복잡하다.

프릭쇼가인종적,장애차별적역사를가진폭력과착취의현장임이명백하지만,한편으로는사회에서배제된몸들이직업적으로활약하고대중에게영향을미치는장이기도했기때문이다.그는프릭쇼가개최된맥락에비판적태도를견지하면서도멸시와배제의시선앞에선용기,그가운데자기존중을포기하지않은프릭들의긍지를기억하고자한다.한편한국무용의전통에서장애인이호출된가장대표적인춤으로는‘병신춤’을꼽을수있다.‘병든몸(病身)’을가진저자에게병신춤은어떻게다가왔을까?이춤이장애가있는사람들을비하하고조롱한다는생각은오래전부터있었고,1980년대장애인단체들또한병신춤에대한비판을제기한바있다.물론병신춤이‘인간해방’의춤이라는시각부터,민중이자신보다더약자인장애인을해방의수단으로대상화한다는시각까지의견은분분하다.병신춤에대해저자는섣부른결론을내리기보다여러관점을두루살피되,이춤을추는주체의존재를질문한다.

내가영상으로나마본밀양백중놀이공연자들은특정한순간과장되고희극적인연기도하지만,대체로세부움직임까지그몸을사실적으로흉내냈다.하지만신명나게세상의권위와질서,사람들의시선(‘응시’)앞에서해방돼춤추는진짜‘병신들’로보이지는않았다.그들은정교하게병신을모사하는‘장애가없는공연자’들이었다.그들의연기와춤에서내가발견한것은계급적·신체적·문화적질서를전복하고인간의해방과화합을상징하는추상적이고표현적인몸짓이아니었다.탕비실에서말을걸던그선배가꾸려가던일상의몸짓이었고,그것이효과적인모방을통해재현된모습이었다.(...)어떤이유에서든‘병신춤’을춘‘병신’의존재가없다면,이춤이억압에서벗어나다같이신명에이르고해방과화합의장을만들기에장애를그저조롱하는춤은아니라는해석을나로서는받아들일수가없다._「병든몸들의춤」,118~120쪽

하지만위의예처럼‘비정상’의몸들이정상들의시선과제약속에묶여있기만했던것은아니다.20세기초조선의무용수최승희와일본의배우가와카미사다야코는식민지의타자,동양의타자로소비되었지만무대를둘러싼지배적시선에맞서고자했으며자신들의힘으로춤추는능력을새롭게규정하고자했다.
20세기후반에들어서면국내외를막론하고몸에깃든힘에주목해소란을일으키는‘다른몸’들을더욱풍성하게만날수있다.1980년대일본교토에서비문명적몸들의급진성을주장하며레오타드차림으로무대에기어오른재일조선인공연예술가김만리,장애인한명한명의신체적특징-툭튀어나온흉곽,절단된다리등-을숨기지않고무대에전면화한영국캔두코무용단,서로의동작을따라하는안무로다른몸의경험에닿고자한독일브레멘극장무용단,불수의한몸의움직임을통제하기보다자신만의방식으로끌어안은백우람배우(‘극단애인’)등이그예다.때로무대위에서‘말막힘’에빠지면서도말의리듬을찾고,다리없이최선을다해두팔로춤을추면서이들은장애가춤출수없는결함이라는편견을가뿐히넘어선다.모든춤을다출순없음을수긍하되‘어쩌지못하는몸’과분투하면서고유한영역을발견해낸것이다.이렇듯다양한몸의세계를통과하는과정에서정상,비정상의권력관계는전도되며독자들은서로다른몸이각자의방식으로존재하는아름다움,경이의순간을목격할수있다.

포획하고매매하고조롱하고착취하고혐오하고동정하고욕망하는‘시선’앞에서기묘하고창조적으로예상치못한어떤순간을만들어낼때,즉도저히포획,매매,조롱,착취,혐오,동정,욕망할수만은없는어떤몸으로서그것이발견될때,우리모두는이전까지상상한적없는세상을향한문을연다.바라보는사람과바라봄을당하는사람은이전까지와전혀다른관계로진입한다._「시선의안과밖」,97쪽

다른몸들도함께춤추는경이의공동체를위한질문
‘비정상의몸’은어떻게평등하게대우할수있는가?
우리의차별은당신의평등보다아름답다

다시처음의질문으로돌아가보자.‘장애가있는몸’과비장애인의몸은평등한가?이몸들에게아름다울기회는평등하게주어지는가?김원영은우리모두‘힘’을지녔다는점에서평등한존재라고강조한다.다만힘은능력과동의어가아니다.힘은능력을갖추는바탕이되지만,각자의한계에머무르지않으며능력에관한세상의기준을뒤바꾸는동인이기도하다.그리하여저마다능력이다르다는점에서우리는지극히차별적인관계에놓여있지만,상대의힘을존중하고신뢰함으로써온전한평등에이를수있다.한예로발레리나가김원영의앞에서발레를추지않는다고하여그와발레리나가평등해지는것이아니다.발레를잘추는능력으로발레리나는김원영이모르는세계에접속하는방법을제안할수있다.

한편김원영은외줄타기를할수는없지만,고무줄아래를리드미컬하게기는‘차별적인능력’이있고그는공연에발레리나를초대해다른몸-되기를제안할수도있다(이동작은김원영이공연한〈현실원칙〉안무의일부이기도하다).그의‘기는동작’에는어린시절부터“기어다니지마라,불거지지마라”라는말을듣고자신의몸과투쟁해온긴시간이축적되어있으며,그몸에는그를돌본사람들,그가만나고함께배우고무대에오른개개인의몸이연결되어있다.김원영만의경험은그몸에차별적인힘을남기고그힘은다른세계를창조하는뿌리다.김원영에게춤을춘다는것은그저개인적인즐거움의차원에머물지않는다.

장애가있는무용수의존재는그몸에기대된규범을뛰어넘는다는점에서그자체로정치적이고,타인의존재를전제한다는점에서공동체적이다.공동체는‘우리’라는개념없이성립할수없기에일면어떤존재들의배제를피할수없는데,그는춤의한원리인‘접근성’을공동체의새로운윤리로제안한다.2부「닫힌세계를열다」에서자세히다루었듯무용의영역에서접근성이란객석에는배리어프리같은장치를두는것,무대위에는다양한움직임을가능케하는시도를뜻하지만,그는춤의무대뿐아니라공동체라는무대를평등하게만들기위한장치로서접근성개념을확장한다.바로경이로운공동체의일부가되는순간조차동일한‘우리’외의타자의존재를의식하기,다른구성원이경험할맥락을고려하기다.춤의민주주의원리는한사회의민주주의원리이기도한것이다.

접근성은삶의여러분야를규율하는특정한형식의집합이아니며모종의이념도아니다.접근성을높인다는건애초에너무다양한사례와존재에관련한실천이므로일련의규칙도체계적인논리나이념의목표가되기어렵다.오히려반대다.접근성은우리가어떤압도적인이념에매혹될때,우리가자칫세상에존재하는다른구성원이나다양한맥락에대해문을닫고자아도취적(집단도취적)‘황홀경’에빠져어딘가로떠밀려갈때우리를붙잡는닻이다._「춤의민주주의」,299쪽

온전히평등하고지극히차별적인…….책제목에도등장하는차별과평등은오늘날한국사회에서어느새그의미가얄팍하고진부하게통용되는말이되었는지도모른다.그럼에도춤의역사를통과하며김원영이이어온몸에대한사유는법과제도에갇힌납작한평등을치열한삶의무대로재등장시키기충분하다.구체적인얼굴들의차별적능력에주목하면서도힘의동등함을존중할수있도록기예(art)를갈고닦을것.그럴때우리는더큰세계의일부가된다,그누구도차별하지않는존엄과경이의공동체에이르게된다.

우리할머니와어머니는30년전쯤불거진가슴으로바닥을기어다니는아이를기이하고의심스럽게바라볼무수한시선들을우려했다.2020년대는달랐다.어떤시선들은여전하지만,약간시선을바꾼몸들이그약간의시선에힘을받아더빨리바뀌었고,그렇게바뀐몸이더많은시선을급진적으로바꾸고있다.자신에게맡겨진그몸으로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