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루시

바닷가의 루시

$18.00
Description
인간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예리하게 포착해, 가장 명징한 문장으로 감정의 본질을 증류해내는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오, 윌리엄!』의 후속작이자 ‘루시 바턴’ 시리즈의 최신작인 『바닷가의 루시』는 루시와 첫 남편 윌리엄이 세상을 집어삼킨 바이러스를 피해 한적한 바닷가의 집으로 가게 되면서 일어난 일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올리브’,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오, 윌리엄!』의 ‘루시’ 등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작품 속에서는 인간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유달리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오, 윌리엄!』 출간 이후 일 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새로운 ‘루시’ 시리즈를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을 두고 작가는 “루시와 윌리엄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출 수 없었다”고, “내게 그들은 살아 있는 존재이기에, 그들이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상황에 처하는 것에 대해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스트라우트는 “문학사에 남을 불후의 캐릭터”인 루시를 가장 생생한 시공간으로, 전 세계가 맞이한 역사적 사건의 한가운데로 불러오게 되었다.
선정내역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워싱턴 포스트> <타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NPR 선정 올해의 책(2022)
저자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저자: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1956년미국메인주포틀랜드에서태어나,메인주와뉴햄프셔주의작은마을에서자랐다.베이츠대학교에서영문학을전공한뒤영국으로건너가일년동안바에서일하면서글을쓰고,그후다시미국으로돌아와끊임없이소설을썼지만원고는거절당하기일쑤였다.작가가되지못하리라는두려움에그녀는시러큐스대학교에서법학을전공하고잠시법률회사에서일했지만,얼마지나지않아일을그만두고뉴욕으로돌아와글쓰기에매진한다.
문학잡지등에단편소설을발표하던스트라우트는1998년첫장편소설『에이미와이저벨』을발표하며작품성과대중성을동시에인정받는다.2008년발표한세번째소설『올리브키터리지』로언론과독자들의호평을받으며2009년퓰리처상을수상했고,이작품은HBO에서미니시리즈로도제작되었다.이후『버지스형제』『내이름은루시바턴』『무엇이든가능하다』,그리고『올리브키터리지』의후속작인『다시,올리브』까지꾸준히작품활동을이어가며많은사랑을받았다.『내이름은루시바턴』의후속작인『오,윌리엄!』으로부커상최종후보에올랐다.
‘루시바턴’시리즈의최신작인『바닷가의루시』는루시와전남편윌리엄이세상을장악한바이러스를피해바닷가의집에서함께살게되며일어나는일을다룬장편소설이다.위기를맞이한세계에서도우리를하나되게하는희망과사랑을특유의따스하고절묘한언어로섬세하게그려낸다.

역자:정연희
서울대학교영어교육과를졸업하고미국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으며,옮긴책으로『오,윌리엄!』『다시,올리브』『내이름은루시바턴』『무엇이든가능하다』『버지스형제』『에이미와이저벨』『디어라이프』『착한여자의사랑』『소녀와여자들의삶』『작가와연인들』『매트릭스』『운명과분노』『플로리다』『엘리너올리펀트는완전괜찮아』『그겨울의일주일』『비와별이내리는밤』『헬프』『정육점주인들의노래클럽』등이있다.

목차


제1권_009
제2권_145
감사의말_375
옮긴이의말:나는우리가연결되어있다고느꼈어요_377

출판사 서평

퓰리처상수상작가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의
가장생생하고동시대적인‘루시바턴’이야기

“이책은삶그자체처럼느껴지는예술작품이다”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뉴욕타임스북리뷰><워싱턴포스트><타임><엔터테인먼트위클리>,
NPR선정올해의책(2022)

“스트라우트처럼놀라운역량을지닌동시대작가는없다.
이책은좋은책일뿐만아니라우리가필요로했던책이다.”보스턴글로브

인간의복잡한내면세계를예리하게포착해,가장명징한문장으로감정의본질을증류해내는작가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의신작이문학동네에서출간되었다.2022년부커상최종후보에오른『오,윌리엄!』의후속작이자‘루시바턴’시리즈의최신작인『바닷가의루시』는루시와첫남편윌리엄이세상을집어삼킨바이러스를피해한적한바닷가의집으로가게되면서일어난일을그린장편소설이다.『올리브키터리지』의‘올리브’,『내이름은루시바턴』『오,윌리엄!』의‘루시’등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의작품속에서는인간적이면서도매력적인캐릭터들이유달리독보적인존재감을뽐낸다.『오,윌리엄!』출간이후일년도되지않은시점에새로운‘루시’시리즈를세상에선보이게된것을두고작가는“루시와윌리엄에대해생각하기를멈출수없었다”고,“내게그들은살아있는존재이기에,그들이새로운장소에서새로운상황에처하는것에대해계속쓸수밖에없었다”고이야기한다.그렇게스트라우트는“문학사에남을불후의캐릭터”인루시를가장생생한시공간으로,전세계가맞이한역사적사건의한가운데로불러오게되었다.

“당신은알고있었어?”내가묻자그는이렇게만대답했다.“루시,우리누구도뭐라도아는건없어.”그순간내가이해한것은―느리게,아주느리게깨달았다―내가정말로아주오랫동안뉴욕을다시보지못하리라는사실이었다.(41쪽)

스트라우트의기존작품들이미묘한심리나내적갈등과같은내면의목소리에조금더주의를기울이고있었다면이번작품에서는이에더불어사회적사건들이전면에드러난다.『바닷가의루시』는배경이코비드19로인한팬데믹일뿐만아니라서사속에트럼프행정부의정책들,조지플로이드사건,미국국회의사당습격등미국사회를뒤흔든실제사건들이자연스레녹아들어이야기와현실사이의거리를좁힌다.

“이소설을읽으면서정신없이지나온몇년간의사건들이비로소내게‘도착했다’는느낌이들었다”는시인고명재의말이보여주듯,이것은모두가함께지나온,그러나여전히쉽게정리되지도이해되지도않는한시대에대한이야기다.바이러스가전세계를장악하자시스템은혼란에빠지고개인은위기감에사로잡혔다.지구상의모든이들이속절없는죽음,이기심과분노,절망과배척,슬픔과무기력을체험하고또목격했다.일회용마스크와화장실휴지를두고이웃과싸우던때가있었고,사랑하는사람의죽음을곁에서지켜볼수조차없던때가있었지만,그런시간을충분히애도할여유는부족했다.이전의세상으로돌아가기위해총력을다해야만했기때문이다.『바닷가의루시』는어쩌면이러한시간들에대한정확하고도아름다운애도일것이다.조수(潮水)처럼우리를슬프게하고떠나갔던일들에대한,그럼에도아픔속에서우리를다시일으켰던사랑과사람들에대한,가장‘스트라우트적’인엘레지가,이토록적절한시점에우리앞에도착했다.

위기와분열의시대,
비통의기억을직면하고나아가는
부드럽고단단한한걸음

소설가인루시는본인도이해하기어려운심경의변화로인해예정되어있던이탈리아북투어를돌연취소한다.북투어를하기로했던3월이되자이탈리아에바이러스가퍼졌다는뜻밖의소식이들려오지만루시는그일이뉴욕에까지영향을끼칠거라는생각은하지못한다.하지만우리모두가알고있듯,바이러스는3월이다가기도전에전세계로퍼지기시작하고,루시의전남편이자친구인윌리엄은루시에게함께도시를떠나자고제안한다.아직남편데이비드의죽음에서회복하지못한루시,그리고아내가떠난뒤찾아온급격한건강악화와자신이알지못했던이부누이의존재로인해중년의혼돈기를겪고있는윌리엄은서로를구하기위해메인의한바닷가마을로향한다.

돌이켜보면이상한점은,그저내가그때무슨일이일어나고있는지를어떻게모를수있었는가하는것이다.(24쪽)

작품은일상적인대화와파편적일화를통해모두가경험했던팬데믹초기,혼란의풍경을생생히그려낸다.격리와거리두기,마트에서의물건사재기,타지역사람들에대한배척,재택근무,백신등……쉽게익숙해질것같지않던일들에점점무뎌지고,적막과외로움은어느새일상이되어가던기억들을이야기속에서발견하면물러나있던감정들이수면위로떠오른다.스트라우트는특유의절묘하고절제된문장으로,아직소화되지않은장면들을현재로소환한다.때론또렷이떠올리기두려워“묘하고노르스름한색깔들”로치환되고마는극한의공포와슬픔의순간들까지도.

또한『바닷가의루시』는그때우리곁에쉽게거처를옮길수도없고,외로울때전화를받아줄누군가가부재한,다른이의도움없이는계단을오를수없는사람들이있었다는것을놓치지않고이야기한다.그러한곤란과결핍은결코추상적으로드러나지않으며,가장구체적인묘사로서,내가족과내이웃에게,길에서나와매일인사하던사람에게일어난일들로서무참히드러난다.그렇게스트라우트는지난한일이될지라도,우리가고통의기억을직면해야하는이유를이야기한다.함께그힘겨운시간을지나온모든이들에게는분명,그기억에서길어내야하는것이있다는것을.

삶이라는미지의아름다움속
육피트의거리를넘는일에대하여

『바닷가의루시』는극히제한된환경에서살아가는두사람에대한이야기지만,소설속엔전작에못지않게수많은인물이등장한다.루시는자신의작품을,그리고자신이지나온어린시절의가난을온전히이해하는밥버지스를사랑하게되고,그의아내인마거릿과도친해진다.그들의자동차번호판에“여기서꺼져뉴요커!고홈!”이라고써붙인것으로의심되는노인과정답게인사하는친구가된다.정치적성향이나백신에대한가치관이다른샬린비버와주기적으로만나산책하고,벤치에멀찌감치떨어져앉아서로의인생사를나눈다.쉽게포옹하거나만날수도없는딸들과관계가완전히뒤바뀌는변곡점을맞이하기도하며,평생알지못했던언니오빠의진심을알게되기도한다.언제나‘삶’그자체를온전히예술로승화하는스트라우트의소설답게,『바닷가의루시』에서는삶이기에일어날수밖에없는수많은이상하고아름답고슬픈만남과헤어짐이계속된다.

밥이천천히걸음을옮기면서나를흘끗보았고,“당신말듣고있어요,루시”하고말했다.
우리는아름다운작은만이바라보이는벤치에,육피트는되지않았지만거리를두고그는한쪽끝에,나는반대쪽끝에앉았다.태양은찬란한노란색으로빛났다.(115쪽)

어쩌면이소설을관통하는문장은“알수없다”그리고“듣고있다”일것이다.문장사이의적절한여백과반복,그리고투명할만큼명료한대사들은우리에게삶이란도저히예측할수없고이해할수도없는방향으로마구흘러가는것이라는단순한진실을남긴다.세번째부인에게막버림받은전남편과바닷가집에고립되어함께반고흐의자화상퍼즐을맞추게되는일.그렇게납득하기어려운일들이우리앞에계속해서펼쳐질것이기에인생은두렵지만흥미로운어떤것이될수있을것이다.그리고그시간을보내는가장좋은방법은역시내가모르는세상쪽으로,더멀고낯선어딘가로기꺼이산책을떠나보는것일테다.그곳에서바다의음색사이로타인의이야기를들을것.그들과나사이에육피트의거리―코비드19의규제조치―가존재한다고할지라도말이다.이우아하고격동적인소설의페이지를넘기기시작하는것역시그시작점이될수있을것이라고믿는다.여기‘루시’의이야기를제대로듣는다면,언제다시찾아올지모를거대한위기앞에서도,끝을알수없는삶이무작정두렵기만하지는않을지도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