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양장본 Hardcover |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양장본 Hardcover |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34.38
Description
《사탄탱고》《저항의 멜랑콜리》《전쟁과 전쟁》에 이은
라슬로 4부작의 마지막 작품

작가가 인정한 인생 단 한 권의 소설!
평생 하나뿐인 사랑을 품은 벵크하임 남작,
사랑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 죽다
라슬로 작품의 정점에 있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은 길고도 난해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에 이어 아직 번역되지 않은 《전쟁과 전쟁》까지, “현대 아포칼립스 문학의 대가”라는 수전 손택의 평가대로 곧 멸망할 것만 같은 암울한 세상을 담아내는 데는 어쩌면 라슬로의 문장이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은 라슬로 4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엄청난 분량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 특유의 세계관으로 라슬로 작품의 정점을 찍는다. 길고, 마침표 대신 쉼표로 연결되며, 복잡하면서도 모호한 의식 상태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라슬로 특유의 표현 방식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이 라슬로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작품인지는 라슬로의 말에서 드러난다. 그는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한 권의 책만 쓰고 싶다고 천 번을 말했다. 첫 번째 책에 만족하지 못했고,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썼다. 두 번째 책에 만족하지 못했고, 그래서 세 번째 책을 썼다. 이제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으로 이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실패에 대한 고백이자, 수십 년에 걸친 작가 인생에서 해온 모든 시도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단 한 권의 소설인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라슬로 작품의 정점에 있는 소설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전 소설의 카덴차”,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말의 리듬으로 악보를 쓰다

작가는 이 소설을 “이전 소설의 카덴차”라고 말한다. 카덴차는 악곡이나 악장을 마치기 직전에 연주자가 기교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구성된 화려하고 자유스러운 무반주 부분을 가리키는 음악 용어다. 원래는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했지만, 관습이나 작품의 본질에서 벗어나기 쉬워서 작곡자가 직접 악보에 표시하는 것이 통례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이 소설가로서 살아오는 동안 낙서한 것을 묶은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즉흥적이면서도, 라슬로의 기교를 최대한 발휘한 작품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차례는 악보와 같다. 다소 낯설고, 꼭지마다 붙은 제목은 가사 같으며, 악기 소리와 합창단의 목소리를 배열해놓은 것 같다.
라슬로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저장용으로만 활용한다고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게 1만 년의 살아온 결과라고요? 마이크, 노트북, 기술 사회가 전부인가요? 정말 슬프고도 실망스럽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아인슈타인, 부처에서 안드레 세레메디에 이르기까지, 인간 역사에 그토록 많은 천재가 있었는데 말이죠.”
라슬로는 길디긴 문장을, 쉼표와 말이음표로만 연결되어 마침표도 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굽이굽이를 머릿속에서만 다듬어낸다. 라슬로야말로 말의 리듬을 고스란히 살려내고 그 호흡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놓을 줄 아는 진정한 천재가 아닐까.


귀향, 인간의 영원한 그리움

라슬로는 어린 시절 이후로 어느 곳에서든 집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집은 불안정한 공간이고, 집이라고 느끼는 감정은 일종의 환상이다. 이 느낌은 원시적이고도 오래된 감정이다. 그렇기에 이런 느낌을 평생 유지하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자 행운이며 능력이다. 집에 있는 것처럼 느끼려면, 많은 것에 눈이 멀고, 많은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집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애정은 안전의 문제다. 나를 보호해줄 가족이, 친척이, 친구가 없는 집은 안전하지 않다. 그런데도 벵크하임 남작은 집으로, ‘고향’으로 향한다. 더 이상 친숙하지도, 안전하게 보호해줄 대상도 없는 그곳으로, 다만 애정을 갈구하면서. 오래되고 잊힌 첫사랑이자 단 하나의 기억을 좇아, 그 또한 원시적이고 오래된 감정을 따라 다시 귀향한다.
귀향은 문학에서 거듭 되풀이된 아주 오래된 주제다. 이 소설은 가장 ‘헝가리적’인 문체로 가장 친숙하고도 오래된 가치가 사라져가는 것을 담았다. 라슬로는 귀향을 다룬 선구적 작품들이 지닌 고전적 클리셰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벵크하임 남작은 평생 단 하나의 사랑을 품고 살아갔고, 그 사랑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 죽는다. 마치 오래된 발라드처럼, 기사도의 노래처럼 말이다. 그래서 벵크하임 남작은 변함없는 가치와 그것의 종말을 귀향과 죽음으로 보여준다. 오래된 것에 경의를.
저자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저자: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KrasznahorkaiLaszlo
1954년헝가리줄러에서태어났다.1976년부터1983년까지부다페스트대학에서문학을공부했고,1987년독일에유학했다.이후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그리스,중국,몽골,일본,미국등세계여러나라에체류하며작품활동에매진해왔다.
헝가리현대문학의거장으로불리며고골,멜빌과자주비견되곤한다.수전손택은그를“현존하는묵시록문학의최고거장”으로일컫기도했다.크러스너호르커이는자신의작품세계를관통하는종말론적성향에대해“아마도나는지옥에서아름다움을추구하는독자들을위한작가인것같다”라고밝힌바있다.영화감독벨라타르,미술가막스뉴만과의협업을통해자신만의독특한세계관을확장하고있다.매년유력한노벨문학상후보로거론되는작가다.
주요작품으로는《사탄탱고》(1985),《저항의멜랑콜리TheMelancholyofResistance》(1989),《전쟁과전쟁WarandWar》(1999),《서왕모의강림SeioboThereBelow》(2008),《마지막늑대TheLastWolf》(2009),《세상은계속된다TheWorldGoesOn》(2013)등이있다.
그의소설은여러언어로번역되었으며다양한국내및국제문학상을수상했다.헝가리의TiborDery문학상(1992),독일의SWR-Bestenliste문학상(1993),대문호산도르마라이의이름을따제정한헝가리의SandorMarai문학상(1998),헝가리최고권위문학상인Kossuth문학상(2004),스위스의Spycher문학상(2010),독일의BruckeBerlin문학상(2010)등을받았고,2015년에는맨부커인터내셔널상(ManBookerInternationalPrize)을수상했다.2018년《세상은계속된다》로맨부커상인터내셔널부문최종후보에또한번이름을올렸다.

역자:노승영
서울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대학원인지과학협동과정을수료했다.컴퓨터회사에서번역프로그램을만들었으며환경단체에서일했다.‘내가깨끗해질수록세상이더러워진다’라고생각한다.박산호번역가와함께《번역가모모씨의일일》을썼으며,《서왕모의강림》《에우니부스플루람》《끈이론》《유레카》《메타페이스북》《오늘의법칙》《바나나제국의몰락》《약속의땅》《생명의물리학》《시간과물에대하여》《향모를땋으며》《행동경제학》《자본가의탄생》《트랜스휴머니즘》《그림자노동》《새의감각》《동물에게배우는노년의삶》《먹고마시는것들의자연사》등다수의책을한국어로옮겼다.2017년《말레이제도》로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선정한국과학기술도서상번역상을받았다.홈페이지socoop.net에서그동안작업한책들의정보와정오표,칼럼과서평등을볼수있다.

목차

트르르르……
잘난당신을쓰러뜨리고말겠어


창백한,너무도창백한


그가내게편지를썼다


그는도착할것이다.그가그렇게말했으므로

무한한어려움

흠므므
조심하라

라리라
패배자(아레펜티다)


헝가리인들에게고함


숨은자들은모두

연주용참고자료

이어서
럼,펌,펌,펌,흠므므,라리라,리,롬
럼,펌,펌,펌,흠므므,라리라,리,롬
럼―라리라,리라롬

트르르르
다카포알피네

출판사 서평

“이전소설의카덴차”,《벵크하임남작의귀향》
말의리듬으로악보를쓰다

작가는이소설을“이전소설의카덴차”라고말한다.카덴차는악곡이나악장을마치기직전에연주자가기교를최대한발휘하도록구성된화려하고자유스러운무반주부분을가리키는음악용어다.원래는연주자가즉흥적으로연주했지만,관습이나작품의본질에서벗어나기쉬워서작곡자가직접악보에표시하는것이통례가되었다고한다.그는《벵크하임남작의귀향》이소설가로서살아오는동안낙서한것을묶은소설이라고설명했다.그렇기에즉흥적이면서도,라슬로의기교를최대한발휘한작품인셈이다.그래서인지이소설의차례는악보와같다.다소낯설고,꼭지마다붙은제목은가사같으며,악기소리와합창단의목소리를배열해놓은것같다.

라슬로는컴퓨터를사용하지않고,저장용으로만활용한다고한다.그는한인터뷰에서이렇게말했다.“이게1만년의살아온결과라고요?마이크,노트북,기술사회가전부인가요?정말슬프고도실망스럽습니다.레오나르도다빈치에서아인슈타인,부처에서안드레세레메디에이르기까지,인간역사에그토록많은천재가있었는데말이죠.”

라슬로는길디긴문장을,쉼표와말이음표로만연결되어마침표도없이이어지는문장의굽이굽이를머릿속에서만다듬어낸다.라슬로야말로말의리듬을고스란히살려내고그호흡에따라이야기를풀어놓을줄아는진정한천재가아닐까.

귀향,인간의영원한그리움

라슬로는어린시절이후로어느곳에서든집이라고느껴본적이없다고한다.집은불안정한공간이고,집이라고느끼는감정은일종의환상이다.이느낌은원시적이고도오래된감정이다.그렇기에이런느낌을평생유지하는것은일종의축복이자행운이며능력이다.집에있는것처럼느끼려면,많은것에눈이멀고,많은것을인정하지않고,자신의집이불안정하다는사실을깨닫지못해야하기때문이다.
한편애정은안전의문제다.나를보호해줄가족이,친척이,친구가없는집은안전하지않다.그런데도벵크하임남작은집으로,‘고향’으로향한다.더이상친숙하지도,안전하게보호해줄대상도없는그곳으로,다만애정을갈구하면서.오래되고잊힌첫사랑이자단하나의기억을좇아,그또한원시적이고오래된감정을따라다시귀향한다.

귀향은문학에서거듭되풀이된아주오래된주제다.이소설은가장‘헝가리적’인문체로가장친숙하고도오래된가치가사라져가는것을담았다.라슬로는귀향을다룬선구적작품들이지닌고전적클리셰에서벗어나려하지않는다.벵크하임남작은평생단하나의사랑을품고살아갔고,그사랑이시작된곳으로돌아가죽는다.마치오래된발라드처럼,기사도의노래처럼말이다.그래서벵크하임남작은변함없는가치와그것의종말을귀향과죽음으로보여준다.오래된것에경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