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랜드 : 천선란 소설집  (양장)

노랜드 : 천선란 소설집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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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천 개의 파랑》 《어떤 물질의 사랑》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나인》
한국 문학의 빛나는 별, 천선란 두 번째 소설집 출간!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진 사람들과
이름 없는 땅에서 자라난 무섭고 아름다운 이야기
로봇과 동물, 인간의 공존을 보여준 《천 개의 파랑》, 외로움 속에 갇힌 자들과 뱀파이어의 로맨스를 그린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식물의 소리를 듣는 외계인의 이야기 《나인》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해온 천선란 작가의 소설을 따라 읽어온 독자라면 아마도 이 질문이 하고 싶을 것이다. “사이보그, 뱀파이어, 외계인…… 그다음은 뭐지?” 그다음은 《노랜드》다. 이름 없는 땅에서 자라난 이야기다.

상처 입은 존재들의 사랑과 회복의 서사를 우아하고 경이로운 소설적 상상력으로 보여주었던 천선란 작가가 신작 소설집 《노랜드》로 돌아왔다. 《노랜드》에는 멸망하는 세계 속에서도 느리지만 꿋꿋하게 희망을 곁에 두는 열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SF 소설이기도 하고 순문학이기도 하며, 아포칼립스 서사이자 추리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느리지만 자유롭고 아름답지만 무서운 이야기들이다.
저자

천선란

1993년인천에서태어나안양예고문예창작과를졸업했고,단국대학교문예창작과에서석사과정을수료했다.동식물이주류가되고인간이비주류가되는지구를꿈꾼다.작가적상상력이무엇인지에대해늘고민했지만,언제나지구의마지막을생각했고우주어딘가에서일어나는일들을꿈꿨다.어느날문득그런일들을소설로옮겨놔야겠다고생각했다.대부분의시간늘상상하고,늘무언가를쓰고있다.2019년9월...

목차

흰밤과푸른달
바키타
푸른점
옥수수밭과형
제,재
이름없는몸
?에게
우주를날아가는새
두세계
뿌리가하늘로자라는나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싸우는게아니라지킨거야”,〈흰밤과푸른달〉
반은염소,반은악마인‘크람푸스’로부터인류를구하기위해늑대의유전자를심은인간들은아주잠시인류의영웅이되었지만,이내크람푸스가사라진뒤언제인류를통제하려할지모르는불가해한존재가된다.‘강설’은지구에남기보다우주로나가계속강한존재들과전쟁을하는걸선택한친구‘명월’을만나기위해늑대인간들이있는기지로찾아간다.

“우리가두번다시어떤것도빼앗지않았으면좋겠습니다”,〈바키타〉
어느날,밝게빛나던하늘이갈라지며갑자기지구에등장한‘바키타’는인간들이만들어낸인공화합물을먹어치우기시작한다.그이후자그마치11년동안인간은일회용품을가장많이배출했던시대로회귀한채모든쓰레기를바키타에게넘긴다.하지만바키타의식성은인공화합물에만그치지않고인간이만들어낸모든걸먹어버린다.인간은바키타에게길들여진문명의인간과바키타에게서도망친숲속의인간으로나뉘고,그렇게수십년이흐른다.제2의지구건설을위한배아통을싣기위해지구를찾은탐사대원‘나’는우주선배터리가충전되길기다리는동안바키타와숲속의인간,문명의인간을차례대로만나며지구의변화를기록하는데…….

‘가끔은진실보다믿음이더중요하니까’,〈푸른점〉
사투르호는위기에처한지구를떠나지구와닮은행성을찾아정착한다는막중한임무를띠고우주를유영중이다.웜홀을통과하기전,사투르호의함장인시에라는외부선체를직접수리하겠다는핑계로함선밖으로나가이젠영원히갈수없을지구에작별을고하려한다.그런데,사투르호의관리자인인공지능러스가시에라를가로막는다.러스의방해를뚫고기어코함선밖으로나온시에라는파랗게빛나는조그만점을찾아선미로향하지만어디에도푸른점은보이지않는데…….

“사람은다른데똑같은기억을가지고있으면?”,〈옥수수밭과형〉
자폐증천재인‘푸코’는아빠와엄마,그리고다정한형과함께살고있다.하지만,백혈병에걸린형은투병끝에죽고만다.슬픔속에지내던푸코는형을잊기위해형과의추억이깃든옥수수밭으로향한다.그런데그곳에서죽은줄알았던형이아프기전의모습으로나타나‘푸코’에게부탁이있다고말한다.

“여전히모르겠다.그래도되는지.그애의계획을내가망쳐도되는지”,〈제,재〉
해리성인격장애가있는‘재’에겐또다른인격인‘제’가있다.‘재’는천재이지만싹수가없고,‘제’는평범하지만다정하다.하나의몸을나눠쓰던둘은‘재’가깨어있는시간을늘려연구에몰두하게되면서균형이깨지고만다.그러던어느날,갑자기눈을뜬‘제’는자신이‘재’의시간에눈을떴다는걸알게된다.그리고책상위에서이상한메모와수상한흰가루를발견하는데…….

“왜어떤사람은태어난것조차잊혀질까”,〈이름없는몸〉
모든과거를잊은채우체국에서아르바이트를하며지내던‘나’는엄마가죽었다는사회복지사의연락을받는다.조촐한장례를끝내고엄마의짐을챙기러그동안외면해왔던고향집으로향한다.‘나’의고향인외면리는이상하고음침한,수수께끼같은안개로뒤덮인잊혀진마을이다.산것도죽은것도아니게된자들이사는마을.마을은조용하다.새소리도,개짖는소리도들리지않는다.‘나’는이상한적막감에텅빈골목을살피다한번도들어간적없는앞집의대문을민다.하지만,다행히기척이있던창고문을연‘나’의눈에보인건할아버지를뜯어먹고있는할머니의모습이었다.

“다음생에는네이름을절대잊지말거라”,〈-에게〉
너무오랫동안이름을잊은상태로결국성불하지못한채구천을떠돌던‘나’는어느봄광화문에서‘잊지않겠다’는구호를열창하는한시위대를마주한다.그리고그순간‘나’앞에‘이름을불리지못한영혼은떠돌수밖에없다고’말했던차사가다시나타나는데…….

“우주는공(空)이다.존재에는실재가없다.그러니말도안되는일이일어나기에얼마나좋은세상이냐?”,〈우주를날아가는새〉
검은흙먼지가차지해버린지구를떠나는마지막수송선이섬에온날,‘효원’은동생들을떠나보내면서도끝끝내‘효종스님’을따라절에남기로한다.그날밤,바깥기척에멧돼지인가하고법당문을열어본효원은다리가꺾인저어새를발견한다.그새는이제이행성에더는살지않는새이기도했고,몇십년전효종스님이구해주었다는새와꼭닮은한쪽눈에만노란칠이된새이기도했다.새의부러진다리에붕대를감아준효원은법당에누웠다가깜빡잠이든다.낮같이밝은하늘을보자마자새벽예불을드리지못했다는사실에화들짝놀라,새가사라진것도잊고효종스님의거처로향하는데,아무리불러도안에선기척이없다.

“제가이곳에있으면안되는이유라도있습니까?”,〈두세계〉
‘유라’는‘노랜드’사이트의판매도서인〈아락스〉의결말이설명과다르다는독자의항의를받는다.주인공‘아락스’가원래결말과달리창고기둥에목을매달아죽게된다는거다.유라는〈아락스〉의구매명단을열람하고곧,‘신규영’이라는고객이서른다섯번이나완독했고마지막구매가불과나흘전이라는기록을발견한다.그런데어렵게연락이닿아만난‘신규영’은어딘가좀이상한다른세계의사람같은데…….

‘모두가적대적이지않을수도있다는말이지,우리처럼’,〈뿌리가하늘로자라는나무〉
지구를침략한외계생명체와의전쟁이끝난뒤,한국군중에유일하게부대에남은‘이인’은전투에서죽은전우‘벤’을추모하기위해그가마지막으로사라진장소를찾아간다.하지만불의의차사고로절벽아래로떨어져,죽음의위기를맞게된다.그런데그때이인의귀에외계생명체가내는‘딱―딱―’소리가들려오는데…….

‘언니는나를믿어요?’
바깥에서불어오는마음으로읽게되는소설

“혹시인공지능이밖으로나올수도있을까요?”
그러니까밖이라함은…….
“이세상으로요.우리가사는세계.”_본문에서

분명가상의이야기이건만,《노랜드》속인물들은당장이라도우리가사는이세계로뛰쳐나올것처럼생생하게살아있다.그건아마도‘사랑하고싶어소설을읽고,삶을알고싶어소설을읽는다’는작가의마음이소설집곳곳에온전히담겨서일것이다.그런데그들이오게될이곳이정말‘그들세계의밖’일까?혹시‘안’보다더깊은‘안’은아닐까?
우리가한소설가의소설을읽는것만으로우리안에있는느리고약한마음을열어보일수있다면독서에있어그것보다멋진뜻은없을것이다.천선란작가는소설속인물의입을빌려우리에게묻는다.‘언니는나를믿어요?’라고.그물음은‘나를믿어요?’라는확인으로도,‘소설을믿나요?’라는질문으로도,‘소설이느리지만반드시이세계를더나아지게한다는걸믿으세요?’라는외침으로도들린다.
그렇게우리가이야기에대한믿음을두손에꼭쥔채《노랜드》를읽어나갈때,소설바깥에서불어온시원하고파리한바람은우리의눈을멀게했던까맣고역한불행을저만치치워버릴수있다.그리고그제야비로소우리는푸른점들로가득한저너머를,가상의세계가아닌수많은진짜이야기가묻혀있는아름다운땅‘노랜드’를보게될것이다.“사랑하고싶어소설을읽고,삶을알고싶어소설을읽는,가끔은더지치고싶어소설을읽는”모든사람들과함께.

우주를좋아하게된이유는기억나지않지만,우주를떠올릴때마다고요한그곳에홀로시끄럽게돌고있는지구가좋았다.밖은저토록조용한데이안은지나치게시끄럽고,지나치게피곤하고,지나치게빠르게흐르고있다는생각을하면평생좋아하는노래만듣다죽어도괜찮을것같았다.
행복과사랑을이야기하고싶었는데그게되지않은것같아서,그래서읽고나면지치는책이될까봐두렵다.사랑하고싶어소설을읽고,삶을알고싶어소설을읽듯가끔은더지치고싶어소설을읽는,나와같은사람이또있으리라믿으며두번째소설집을이렇게엮어당신께보낸다.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