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과수원 (류해춘 시집)

아버지의 과수원 (류해춘 시집)

$12.00
Description
대학교 강단에서 평생 연구와 강의를 해온 작가가 첫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작가는 시를 읽고 쓰는 일이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을 배우지 않고 올바르게 인생을 살아갈 수 없듯이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시가 없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또한 시인의 삶은 인간의 순수한 영혼을 언어로 건축하는 예술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시집에는 1987년부터 전국의 여러 대학에서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쓴 시, 『상아탑의 여운』(1996)이라는 한국시조학회 회원들의 사화집에 실린 시조, 저널과 잡지사에 청탁을 받은 시, 2012년부터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고향 문인들과 동인지를 발간하면서 발표한 시, 새로이 새벽에 일어나 쓴 시들이 실려있다.
저자

류해춘

경남합천출생
거창고.경북대(문학박사)
성결대학교교수,인문대학장.
한국시조학회장,한국문학언어학회장.
(사)한국문인협회(평론)회원
(사)국제펜클럽(시)회원
(사)한국선비문화센터이사장(현재)

시집:상아탑의여운(공저,1996),아버지의과수원(2024)
저서:장편서사가사의연구(1995),가사문학의미학(2009),시조문학의정체성과문화현상(2017),우리옛문학의눈과길(공저,2019),한국시가의맥락과소통(2019),시조문학,선비들의여가문화와사랑의사회학(2023),21세기한국문학의길찾기와소통의미학(2024)외다수의논저

목차

서문

Ⅰ부삶의뿌리

버팀목과은행나무
감자캐는날
아버지의과수원
서리가내리면
청계산이수봉
남태령고갯길
함벽루의대나무
인왕산자락길
무학대사
느티나무
고향의광복절
홀로서기
황매산의억새
인왕산둘레길에서
들새미느티나무
가야산가는길

Ⅱ부도시의풍경

사당역,파스텔시티
뫼비우스의띠
디지털의빛,삼성전시관
아파트의유리창
시골나무와서울나무
어느인문학자의고백록
오두산정상의촛불
은행나무의그늘
가을철압구정의달마대사
출근길동화
아버지의우수(雨水)
지구촌경제민주화
오도산의촛불
대중매체의사회학
서울성곽



Ⅲ부고향의언덕

조약돌
냇물
물길
정다운고향
고향가는길
풀뿌리사랑
산아래마을,흘러간시간
시골로돌아온첫날
명상의고향
소낙비단상
해돋는아침의만남
산제동천
싸락눈과두메산골
산그림자
운동장의오징어게임
고향가는참새들
마을로가는들길
고향의낭만
산봉우리
걸음을멈추고
Ⅳ부마음의향기

첫사랑
벌레와나뭇잎
인생의비탈길
여름철지내기
비름나물
여행길
감나무골대추나무
가식의수사학
오뚝이처럼
삶이란
처세술
상처
세월의나이테
생명의찬가
자전거
깃발과대문
세상과호흡하기

난초

*시인의문화비평:한글문학과대중문화의소통하기
*해설:생의고갯길에서부른고향의노래

출판사 서평

해설

이시집은고향에대한정회,그가살고있는도시의풍경묘사,자신의삶에대한성찰등크게세부분으로나누어진다.대상에대한관찰과자신의삶에대한성찰이돋보이는이시집의많은부분은그의고향합천을제재로하고있다.시인의기억속에재생되는합천은그의삶의뿌리이자현재적삶의원천이된다.독일의낭만주의시인이자철학자인노발리스(Novalis)는철학이란본래고향을향한향수이자어디서나자기집에머물고자하는충동이라고말한바있다.이시집의내용또한한마디로요약한다면바로떠나온고향합천에대한향수이자그곳으로향하고자하는충동이자실천이라할수있다.시집곳곳에서고향의풍경과그곳에사는사람들을호명하는것도이때문이다.

황강의강물은
함벽루에서떨어지는
처마의물을받아흐르고

신라의대야성은말없이
그흔적만남았는데

활을쏘는궁터에는
천년도더지난그시절의정신이
낙동강의줄기가된다.

바위위에자라난
대나무는
항상푸르름을머금고
죽죽으로부터이어진기개를
화살처럼쏘아댄다

무수한산을얼싸안고지나온
황강물의이야기를
오늘도나는고개끄덕이며듣고있다.
─「함벽루의대나무」전문

합천은그의아버지,어머니가살던곳이며,그가어린시절을보낸장소이다.또한신라와백제간의대야성싸움에서신라화랑죽죽(竹竹)이전사한곳이며,대몽항쟁당시팔만대장경을만든해인사가있는유서깊은곳이기도하다.황강의언저리에있는함벽루(涵碧樓)는합천사람들에게는자랑거리이다.함벽루는고려충숙왕8년(1321년)합천읍을가로지르는황강가에세워진누각이다.대대로시인묵객들이이곳에서풍류를즐겼으며,그것을말해주듯지금이곳에는퇴계이황,남명조식,우암송시열같은쟁쟁한제현(諸賢)들의편액이걸려있다.누각뒤편의큰바위에새겨진송시열의함벽루라는글씨가더욱이곳의멋을더하고있다.함벽루에서떨어지는처마의물을받아유유히흐르는황강은합천에서어린시절을보낸시인에게깊이각인된고향의표상이다.시인의분신과다를바없는화자는함벽루의대나무와그앞을흐르는황강의강물을보면서신라화랑죽죽으로부터끊이지않고이어지는푸른역사를떠올린다.이러한합천의장소성은이시집곳곳에서합천의산과마을로이어진다.

산과산이이어진마을이라고
오두산과두무산을이어주는즈음에터를잡아
등산객들이나알수있는이름

오두산정상에는위성기지첨탑이설치되고
산정상의샘물이나오는동굴은
옛날에산신령인
거인이살았다는데
전파를중계하는시설로사라져
흔적을찾아도없네
─「산아래의마을,흘러간시간」중에서

오두산과두무산사이,산아래자리잡은산제마을이그의고향이다.한때는많은사람이살았던,그러나지금은등산객이나겨우알아보는잊혀진마을이다.도선국사가깨달음을얻었다는오도산정상에위성기지첨탑이세워지면서,전설속의인물인거인이살았다는동굴도마을에살았던많은사람들도사라져버린고향은무심한시간만흐르는곳이다.문명의이기(利器)에의해전설도인정도사라져버린고향은화자에게허전함과아쉬움만남는부재의공간이다.야영이나사진촬영을위해외지인만드나드는고향이지만그래도이곳은도회에나온화자에게늘돌아가고싶은장소임에틀림없다.

봄비가오는가고향에는
꽃샘추위라싸락눈이내리는가

험한고갯길을굽이굽이돌아간
두메산골의국도위에는
느릿느릿아침을밝혀주는
시내버스기사가
멀리서오는손님의모습을기다리면서

이고개를돌고저고개를지나
작은들판사이에
너를찾다가버리고떠나온
이골짝저골짝에도
봄비가오락가락하며
싸락눈이내리는가
─「싸락눈과두메산골」중에서

이용악의「그리움」을패러디한이시는도시에살아가고있는화자가불현듯느낀고향충동을그려보이고있다.고향에대한그리움은“굽이굽이”,“느릿느릿”,“오락가락”같은첩어의사용이나“싸락눈이내리는가”,“이골짝저골짝에도”와같은시구의적절한반복을통해더욱심화되고있다.회상의영역에자리잡은고향은도회의삶에지친화자에게는늘돌아가고싶은원형적공간이다.도회에서의신산(辛酸)한삶과고향마을의풍경은서로대척점에서있다고할수있다.도시한복판에서도화자의마음은늘고향으로향한다.「고향가는참새들」에서는“보리이삭,옥수수수염,한여름의들판/하지에캐는감자,/밭가에뒹구는애호박과오이넝쿨이/함께앉아서천리길을달려간다.”
서울이란도시는그가살아가는주된삶의공간이다.그의시에등장하는사당역,예술의전당,삼성전자전시관,쌍둥이빌딩,아파트의유리창,인왕산,광화문광장,롯데월드타워,압구정,반포대교,올림픽공원등은그의서울살이를구성하는주대상들이다.그속에서그는“넘어지고흔들거려도다시일어나는/오뚝이처럼”(「오뚝이처럼」)살아간다.합천시골출신인시인은흔들릴때마다고향의풍경을떠올리거나끊임없이서울주변의산을오르내린다.「인왕산자락길」과「인왕산둘레길」,「청계산이수봉」,「남태령고갯길」,「서울성곽」등을걷는다.고향이든서울이든그는늘상길위에있다.길위에서마주치는풍경은그의삶의주된나침판이된다.

서울의야경과높은빌딩에마음을둘수는없습니다
아부지요
저는이제고향으로돌아가느티나무를가꾸겠습니다.

화려한서울강남의빌딩을가지지못하여
당신이평생토록못난자식이라고해도
다시는서울강남의높은빌딩에마음을두지않겠습니다
아부지요
아들은이제시골에서선산을바라보며은행나무를찾겠습니다.
─「지구촌경제민주화」중에서

이시는그가거주하는서울이안주할진정한장소가되지못함을보여준다.그는서울에서의삶의힘겨움에대해“살아가는이길에서/나는비탈길을걸어가는노루처럼/외롭고힘들다고말할뻔했다”(「인생의비탈길」)라고고백한다.돈과욕망이난무하는서울에서의삶이그가지향하는삶이아니라는것은중요하다.화폐로대표되는교환가치보다훼손되지않는사용가치를추구하는삶을살아가겠다는것이화자의생각이다.그래서이시의화자는그가태어나고자란고향의산과들,그속에서자라는나무처럼살아가고자다짐한다.실제작가인류교수가몸은서울에있었으나마음은늘고향합천에살고있었음을이작품은보여주고있다.

합천호운무의모습을
이른아침에다시보려면
가파른산길의등정을몇번이나해야한다.

밤낮으로기온차가심해져
두무산이나장군봉의차가운기운이
오도산으로찾아가서눈맞추며
안개구름이되어피어올라야
해돋는아침의운무가장관을이룬다
─「해돋는아침의만남」중에서


─박용찬(문학평론가,경북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