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봉다리

검은 봉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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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춘천이 기른 시 노동자 유기택 시인, 일곱 번째 시집 『검은 봉다리』 출간
춘천 〈시문〉 동인, 전 춘천민예총 문학협회장, 전 강원민예총 문학협회장을 역임하고 2018년 강원문화예술상 수상했으며 자칭 ‘춘천이 기른 시 노동자’라 일컫는 유기택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 『검은 봉다리』를 펴냈다.
문장이 벚꽃으로 터져버릴 수 있을까. 유기택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 맨 처음 드는 생각이다. 꽃이 피는 속도처럼 멀고도 아련하고 서늘한 문장이 도대체 가능할까, 라는 질문도 함께. 골몰하다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그늘’을 밟았던 모양이다. 벚꽃은 문장이 아니니 문장이 벚꽃으로 터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사변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다.
저자

유기택

강원도인제가낳고,춘천이기른시노동자이다.춘천〈시문〉동인이며전〈빈터문학회〉회원이었다.전춘천민예총문학협회장,전강원민예총문학협회장을역임했다.2018년강원문화예술상수상했다.시집『둥근집』,『긴시』,『참먼말』,『짱돌』,『호주머니속명랑』『사는게다시지』,전자시집『제제봄이야』등을출간했다.

목차

1부
삼각김밥벗기는법·13
꽃이피느라·14
더라설(說)·16
붉은발·18
봄그리고부귀리(富貴里)·20
아무것도없는풍경속으로·23
짓·24
저짝선봄이끝났으까·26
퍼커션·28
깜깜한나무·30
솔·32
작별노트·34
생계형도둑들·36
개미귀신집에서·38
유니·40

2부
헛뿌리의기억을뒤적이는날·45
그거·46
아내는,다섯번더좋을것이다·48
병(病)·49
나비·50
민달팽이집·52
배내똥·54
좀꽃·55
딱따구리귀신·56
검은봉다리1·58
빈집에누가산다·59
혹등고래의노래·62
백수부작용·64
사람들·66
가는길·68

3부
궁금증·71
기다림에대한기억하나·72
꿈의변주·74
5월마지막날에·76
고민·78
초여름·79
우리는·80
유월·82
검은돌·84
새벽마다아래층으로출근하는남자·86
휴·88
잉크·89
꿈꾸는물의정원도시·90
물끄러미·92
사상(絲狀)의지평선·94

4부
말복·97
닭발구이집에서·98
탕꼬·100
검은봉다리2·102
새공장·104
풀독·107
검은봉다리3·108
시는여기서이십분거리에산다·110
여름나기·112
좀도둑·114
검은봉다리4·117
귀향·118
바람인형,통에구겨넣기·119
바라나시의개·120
불행을놓친사내이야기·122

해설하루씩사는재미,거기선신들이아주가깝다고했다/박성현·142

출판사 서평

유기택시인은익숙하면서도농익은생활,세계를“세상을뜨는새가/똥한덩이를덜고서떠났다”(「배내똥」)고의뭉스럽게도퉁쳐버린다.그렇기에좀꽃은아주멀리가서피는것이며시득시득떠난이들도희미하게서있는것이아닌가(「좀꽃」).“누구나/아파서야죽을테다//오늘은아프지않다//더있다죽어야겠다//봉지아구릴쫌맸다//봉지가헛배부르다//살아있으니죽는것/기다려//바람이좀불고/검은새가날아올랐다//두계절/이승을앓고있었다”(「검은봉다리1」)라는시인의고백은우리속에비스듬히덧칠된‘얼룩’으로물러나면서벚꽃피기를재촉한다.
시「삼각김밥벗기는법」도마찬가지.어떤측면에는시인의‘얼룩’에가장근접해있기도하다.어느날유기택시인은편의점에서‘삼각김밥’을구매하고비닐을벗기기시작한다.삼각형모양의두툼하고단순한직관이눈앞에있다.늦은점심을대신하자는데앞뒤를재고가릴거없다.외관을이리저리살피다가작심한듯마구풀어헤친다.여의치못하다.깨알같은설명서를읽으면서아연해지는데,설명서는사물의사용가치에대한단도직입적표현이므로그것을따르면열리지않는문은없다.하지만이것은‘삼각김밥’에관한시가아니다.삼각김밥에비스듬히걸려있는,이질적이고모호하며뒷맛이영깨끗하지않은사람과사람의관계에대한이야기다.
유기택시인의‘얼룩’은벚꽃터지듯다채로울수밖에없다.벚꽃을피우기위해자신의삶을송두리째내던지는나무들의쾌락과결여는대체로상당히이질적인시,「퍼커션」에집중된다.“누가밖을두드린다//안의소리가조용히걸어나와문열고선다/문이닫히고다시제자리로조용히돌아간다//열리자바로닫히며/대체로조용히지내는소리들의피정(避靜)//괜찮았다”로시작하는이작품은,항상초연(初演)일수밖에없는벚꽃의‘터짐’,그러나죽음을향한불안을강렬하게껴안고있다.사람들은벚꽃을보면서그조용하고식물적인‘나타남’(전적으로수동적이다)을떠올리겠지만가만히보면“언뜻온순하고순종적인/집요한/흐린사회성의/경계심이강한/공격적승부욕이조용한숯불처럼이글거리는/‘손대면탄다’/수사자와맞먹는이빨의폭압성/이모든복잡한소리가하나된개들의축제//캉갈의고요한문안에든요란(搖亂)한정원”(「퍼커션」)을떠올리기도한다.왜냐하면개체의유약성은집단적총체성이라는구심이필요하기때문이다.
우리가‘균열’이라부르는얼룩은항상거기에있었지만,동시에없었던것이기도하다.그러나악기들이한꺼번에소리를내기시작할때야유기택시인은그‘얼룩’이자기를쳐다보고있다는사실을깨닫는다.늘알고있었지만모른다고가정되는그것은“나무도풀도바람도짐승도/사람도돌도물도이모든것들의하느님도//두드리면아닌듯열렸다닫히는/우리가잘모르는곳에오래된폐문”이다.혹은“우리가들을수없는/너무높거나낮은소리로속삭이는조용한문”이거나!그런데왜,벚꽃은자기의생을통째로던지는것일까.도대체누구의어떤힘을빌려저많은꽃을밀어내는것일까.이제시인스스로가그답을말해야할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