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온몸이 귀가 되어 ‘당신의 귓속말’을 받아적은 그리움들
2003년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한 이후 수필집 『완성된 여자』 『둥둥 우렁이 껍데기 떠내려가다』 『物의 시선』 『무심한 듯 따뜻한』 등과 시집 『꽃과 노인』 『서쪽으로 가는 달에게』 등을 선보였던 송복련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푸른 귓속말』을 출간했다.
송복련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푸른 귓속말』은 오래 가슴 깊이 품고 있던 시를, “어둠을 밤새 들이받던 뿔”의 생경한 체험과 간절함으로 풀어놓은 “언어의 집 한 채”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이 말은 자연스레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정의를 떠올리게 한다.
「시인의 말」을 빌리면, 두 번째 시집 『서쪽으로 가는 달에게』가 “과거로 회귀해서 감정이입하며 주인공이 되어보는 즐거운 상상”이었다면 이번 시집 『푸른 귓속말』은 온몸이 귀가 되어 “당신의 귓속말”을 받아 적은 그리움의 원형이다. 전자가 스스로 서정적 주체가 되어 서사와 상상을 중심으로 시상(詩想)을 전개하고 있다면, 후자는 시적 자아와 사물을 통해 객관적이고도 세련된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푸른 귓속말』은 이전 시집보다 한층 성숙한 정통서정의 세계와 시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일정 거리에서 시적 자아와 사물/대상을 관찰하고, 이를 시인 특유의 개성적 감각과 빼어난 상상과 연상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시인은 과거의 경험을 현재로 소환하거나 시적 대상을 해체해서 삶의 세계와 결합해 역동적으로 시를 형상화하고 있다.
시집 4부에는 르네 마그리트,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알베르토 자코메티 그리고 드뷔시의 작품을 시화한 작품이 집중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시 「비는 중절모를 쓰고 내린다」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골콩드〉를 시적으로 표현했다. 그림을 보기 전에는 “모자를 쓴 신사들이 지붕 위에서 내려오고 있어요”라는 문장이 낯설 수밖에 없지만, 그림을 본 순간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낯선 문장이 저절로 이해된다. 중절모에 코트 차림의 사내들이 ‘인간비’처럼 허공에 꽂혀 있기 때문이다. 허공은 불안한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 ‘겨울비’가 내리는 듯, 혹은 폭탄이 내리꽂히는 듯한 장면이 정지되어 있다. 똑같은 의상에 똑같은 포즈를 취한 몰개성의 인간 군상은 시공간 뛰어넘어 이 시대의 “아버지들”로 치환된다.
송복련 시인의 시적 풍경은 때론 외롭고 쓸쓸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시인은 “슬픔에 슬픔을 얹어”(「곡비」) 같이 슬퍼하면서 이를 극복한다. “열어놓은 귀 밖으로 캄캄한 밤들”(이하 「능소화」)이 지나가자 시인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랑”을 기다린다. 아니 어쩌면 그 사랑은 스쳐지나갔거나 이미 와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사랑은 늘 갈증과 같다. 하여 시인은 사랑의 결핍이나 소외, 삶의 주름을 시를 통해 재생하려는 것이다. 이제 “다 늦은 저물녘에/ 말하지 않은/ 목에 걸린 말까지도”(「찔레꽃」) 다 들을 수 있다는 시인은 말의 씨앗을 툭툭 내뱉는다. 그 씨앗이 천년의 무게를 견딜 시의 싹을 틔우고 쑥쑥 자라나고 있다. 그 나무가 피울 “꽃의 말들이 폭죽처럼”(「꽃무릇」) 터지는 날을 또 기다린다.
송복련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푸른 귓속말』은 오래 가슴 깊이 품고 있던 시를, “어둠을 밤새 들이받던 뿔”의 생경한 체험과 간절함으로 풀어놓은 “언어의 집 한 채”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이 말은 자연스레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정의를 떠올리게 한다.
「시인의 말」을 빌리면, 두 번째 시집 『서쪽으로 가는 달에게』가 “과거로 회귀해서 감정이입하며 주인공이 되어보는 즐거운 상상”이었다면 이번 시집 『푸른 귓속말』은 온몸이 귀가 되어 “당신의 귓속말”을 받아 적은 그리움의 원형이다. 전자가 스스로 서정적 주체가 되어 서사와 상상을 중심으로 시상(詩想)을 전개하고 있다면, 후자는 시적 자아와 사물을 통해 객관적이고도 세련된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푸른 귓속말』은 이전 시집보다 한층 성숙한 정통서정의 세계와 시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일정 거리에서 시적 자아와 사물/대상을 관찰하고, 이를 시인 특유의 개성적 감각과 빼어난 상상과 연상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시인은 과거의 경험을 현재로 소환하거나 시적 대상을 해체해서 삶의 세계와 결합해 역동적으로 시를 형상화하고 있다.
시집 4부에는 르네 마그리트,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알베르토 자코메티 그리고 드뷔시의 작품을 시화한 작품이 집중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시 「비는 중절모를 쓰고 내린다」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골콩드〉를 시적으로 표현했다. 그림을 보기 전에는 “모자를 쓴 신사들이 지붕 위에서 내려오고 있어요”라는 문장이 낯설 수밖에 없지만, 그림을 본 순간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낯선 문장이 저절로 이해된다. 중절모에 코트 차림의 사내들이 ‘인간비’처럼 허공에 꽂혀 있기 때문이다. 허공은 불안한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 ‘겨울비’가 내리는 듯, 혹은 폭탄이 내리꽂히는 듯한 장면이 정지되어 있다. 똑같은 의상에 똑같은 포즈를 취한 몰개성의 인간 군상은 시공간 뛰어넘어 이 시대의 “아버지들”로 치환된다.
송복련 시인의 시적 풍경은 때론 외롭고 쓸쓸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시인은 “슬픔에 슬픔을 얹어”(「곡비」) 같이 슬퍼하면서 이를 극복한다. “열어놓은 귀 밖으로 캄캄한 밤들”(이하 「능소화」)이 지나가자 시인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랑”을 기다린다. 아니 어쩌면 그 사랑은 스쳐지나갔거나 이미 와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사랑은 늘 갈증과 같다. 하여 시인은 사랑의 결핍이나 소외, 삶의 주름을 시를 통해 재생하려는 것이다. 이제 “다 늦은 저물녘에/ 말하지 않은/ 목에 걸린 말까지도”(「찔레꽃」) 다 들을 수 있다는 시인은 말의 씨앗을 툭툭 내뱉는다. 그 씨앗이 천년의 무게를 견딜 시의 싹을 틔우고 쑥쑥 자라나고 있다. 그 나무가 피울 “꽃의 말들이 폭죽처럼”(「꽃무릇」) 터지는 날을 또 기다린다.
푸른 귓속말 (송복련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