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우리에 불을 지르고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 전강산 장편소설)

돼지우리에 불을 지르고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 전강산 장편소설)

$15.70
Description
“꼭 성장해야 돼요?”
이상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우리’에게 던져진 숨 막히는 질문.
성장이라는 말을 믿은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지불하며 살고 있는가. _이다혜(작가·기자)

제정 이래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나 온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이 제4회 우수상 수상작을 내놓았다.
전강산의 『돼지우리에 불을 지르고』는 어느 젊은 창작자의 초상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유수의 영화제 수상자라는 이름을 달고 사회로의 첫발을 떼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한 번의 성공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로도, 그렇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도 연결되지 않는다.
“뒤늦은 성장에 대한 특별한 고찰기”(편혜영)라는 심사평을 받은 작품은, “현실과 이상, 삶과 예술처럼 대립적이고 화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끝까지 자기 자신이고자 애쓰는 영화감독의 정직한 고뇌를 손에 잡힐 듯 투명하게 그리고 있다.”(손홍규)
“꼭 성장해야 돼요?”_본문 중에서
이상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우리’에게 던져진 숨 막히는 질문에 대해, 작가가 찾아낸 대답은 과연 무엇일까.
선정 및 수상내역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저자

전강산

저자:전강산
1994년전라남도강진출생.한림대학교에서광고홍보학을,동국대학교대학원에서문예창작을공부했다.낮에는출판사에서마케터로일하고저녁에는주로술을마신다.『돼지우리에불을지르고』로제4회‘넥서스경장편작가상’우수상을수상했다.지은책으로는『오늘은감당하기어렵고내일은다가올까두렵고』가있다.

목차


추천사
돼지우리에불을지르고
작가의말
작품해설|어느젊은창작자의초상_이다혜(작가·기자)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세상이늘징그러운데,사람이어떻게징그럽지않을수있을까?
이소설을쓸즈음엔‘우리’라는1인칭복수형을자주생각했다.익숙한사람에게낯선표정과말투를느꼈을때의감각.스스로와타인을더이상흥미로워하지않을때의권태감.그런장면들을자주떠올렸다.그리고어떤간절함.그것에목말라있는마음.간절함에배반당한상태.상태에온몸으로젖은젊은내친구들을자주생각했다.나의젊은이들을괴롭힌세상을활자로공격한다는마음으로썼다.
나는소설쓰는일이종종무용하게느껴져허무함에빠지는편이지만,아직까지는소설쓰는일을행복해한다.요즘따라소설을사람으로느끼고는해서그런것일까?
내안에살고있는여러사람을쪼개본다.나이기도하고타인이기도한무수한사람들.괴로울때남에게버림당한사람.괴로워서남을버린사람.늘두집합을옮겨가며사는난데.자랄수록냉소만가득해지는난데.여전히소설을쓰는이유는주체하지못할사람에대한기대가,애정이,웃음이있다는걸믿고있어서일까.첫소설책을내고도한동안은‘우리’라고타인과나를묶어호명하고싶어하는내욕구의이유를찾고다니며살거같다.
내가지닌모습중에마음에드는점을꼽자면거의없지만,이거하나는확실히좋다.이야기듣는걸좋아하는사람이라는것.그사람이무얼보고듣고느끼고말하고생각했는지,그걸상상하는것이왜이리즐거울까.역시내게사람은소설이다.징그러운세상을견디게해준소설이다.아직까지는.
_작가의말중에서

책속에서

메일을송부한지얼마지나지않아선배에게메시지가왔다.대표님이형식적으로면접을보자고했다면서,내일시간이되냐는거였다.사무적이지만그렇다고차갑지도않은무드의문장이었다.좋은기회주셔서감사해요……로시작하는문장으로답장한후인스타그램을켰다.진수의스토리가올라와있었다.새여자친구로보이는이와함께팔짱을낀사진이었다.나와헤어지고내자취방에서나간지한달밖에안됐으면서벌써다른여자를사귀다니…….배신감이들었지만이미그러한잣대를들이밀수없는사이였다.
_p.14-15

나는일촬표에적힌계획이촬영되면해당부분을빨간펜으로그었다.돼지아빠캐릭터살리기.외국인노동자행복한모습보이기.줄을그을때마다내가꽤똘똘하게일하고있다는만족감이들었다.하지만촬영이끝나자선배는카메라를끄고돈사밖으로나를불러내옆에다침을뱉고는꾸중했다.
-이현장에서네가하는게뭐라고생각해?
느닷없이왜이러지?내가1인분의몫을제대로하고있지않은건가?뭐가부족했나?잡다한생각이들어대답이바로나오질않았다.
-자기역할에대한고민도없으니까이모양이지.질문을이렇게도하고저렇게도하면서출연자캐릭터를부각해야할거아니야.일은나혼자하냐?네가할수있는것만하지말고그이상을좀하란말이야.
_p.44-45

누군가의비밀을알고났을때느껴지는건,가까워진듯하면서도완전히멀어져버린거같은양가적인불쾌함뿐이니까.그런건가까움이아니라오히려옥죄는것과다름없으니까.그냥이정도의거리인사이로남는게편할테니까.그러자안심이됐다.
_p.68

나를의식적으로칭찬하는그들의속내가보였다.유리씨에게민망함을주기위해나를의도적으로띄우는거였다.그들의질책은일방적인힐난이아니라,남을과하게치켜세움으로써같은처지의동료를상대적으로외롭게만드는방법으로도이뤄졌다.대표는나와유리씨를번갈아보며옅은웃음을지었고유리씨는아무말하지않았다.시선을어디에둬야할지모르는듯,노트북화면만응시했다.수치심을주는방식으로유리씨를성장시키려는그의방식이끔찍하다는걸잘알겠는데……나는그게그다지불편하지는않았다.
p.1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