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정치미학 (양장본 Hardcover)

한나 아렌트 정치미학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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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인미답의 사유 여정에 관한 지적 오디세이
한나 아렌트는 그 누구보다도 먼저 심미적 시선의 정치적 유의미성을 간파하고, 그것을 통해 근대성과 우리의 근대주의적 삶의 태도, 그리고 그것들을 용인하고 조장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 정치 이론가였다. 그는 단순히 비판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러한 근대적 삶의 태도와 그것의 폐해에 대해 정치철학적 처방을 제시하고자 했다(13쪽).

특히 1978년, 유작으로 출간된 『정신의 삶』은 아렌트의 개인적 경험과 학문 여정이 씨실과 날실처럼 함께 묶여 직조된 그의 정치사상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비록 3권이 빠진 미완의 작품이었지만, 1권과 2권만으로도 이미 아렌트 정치철학의 정수를 보여 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된다. 이는 무엇보다 미기술된 3권 내용의 대강을 그가 남기고 간 ‘칸트 정치철학 강의 노트’를 통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렌트가 3권 ‘판단함’을 완성했다면 그것에 담겼을 내용의 대강을 짐작하는 것으로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 『한나 아렌트 정치미학』은 그러한 아쉬움을 단숨에 떨쳐 버릴수 있도록 매우 유의미하고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기술한 깊이 있고 유익한 정치철학 이론서이다(15쪽).

그런 점에서 이 책 『한나 아렌트 정치미학』은 그 전인미답의 사유 여정에 관한 한 편의 지적 오디세이라고 칭할 수 있을 듯하다. 아마도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복잡다기한 학문적 정체성에 ‘우리의 심미적인 후기-근대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가장 통찰력 있는 정치미학자’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이름표를 추가하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오늘 필자의 전혀 새로운 재해석 시도가 무수한 내일의 ‘아렌티안들’에게 풍요로운 이론적 통찰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345-346쪽).
저자

서유경

저자:서유경
경희사이버대학교교수이다.경희대학교사범대영어교육과를졸업하고,영국켄트대학교와옥스퍼드대학교에서사회학과정치사회학석사학위를받은후,경희대학교정치학과에서한나아렌트를주제로정치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정치학회부회장과정치사상분과위원장,한국국제정치학회,한국정치사상학회의이사,한국NGO학회회장,대통령직속정책기획위원회위원을역임했다.그동안‘한나아렌트’와‘한국민주주의’라는주제를깊이연구해왔으며,이책의전신인“ThePoliticalAestheticsofHannahArendt:HowIsHerConceptofHumanPluralitytoBetheConditionforIt?”을비롯하여다양한주제의논문들을국내외에서발표했다.아렌트의저작인『사랑개념과성아우구스티누스』,『과거와미래사이』,『책임과판단』과아렌트해설서인『아렌트와하이데거』,『아렌트읽기』등을우리말로옮겼으며,그외에도『한국민주주의의새길』등다수의공저와역서가있다.

목차

서문후기-근대의정치사상가한나아렌트

제1부아렌트‘정치미학’이란무엇인가?
1장‘새로운’정치철학
1.한나아렌트의학문적정체성이슈
2.아렌트정치철학의‘개성원리(Thisness)’
3.칸트‘미학’에서아렌트‘정치미학’으로
1)18세기칸트미학의등장
2)21세기아렌트정치미학의탄생
2장정치사상체계로서‘아렌트주의(Arendtianism)’
1.아렌트정치철학의지향성과방법론
1)‘활동적삶’과‘관조적삶’의결합추구
2)‘철학적’반(反)정초주의(Antifoundationaism)
2.‘아렌트주의(Arendtianism)’의이론틀
1)하나의‘이즘(Ism)’으로서아렌트주의
2)‘아렌트주의(Arendtianism)’의기본명제와정치원리
3.아렌트주의와아렌트정치미학
3장아렌트의『판단력비판』독해
1.칸트의반성적판단모델
2.『판단력비판』의창조적재해석
1)심미적판단기준으로서자기충족성
2)판단의상호주관적타당성
3)판단함과행위함의상호연계성
4)심미적판단의무도덕성과정치성
3.정치미학의명제:판단의자기-정초적토대

제2부사유,사유함,그리고실존적정치존재론
4장독일실존주의철학과사유함
1.하이데거의‘다자인(Dasein)’존재론
2.야스퍼스의‘엑시스텐츠(Existenz)’존재론
3.아렌트의‘정치적실존주의’존재론
1)성아우구스티누스의기독교적실존주의와시간성
2)인간실존,사유함,그리고카프카의‘그(He)’
5장사유(Thought)와사유함(Thinking)
1.사유는반복과차이의발생사건
1)사유의‘자기충족성’허구2)‘페넬로페(Penelope)의베짜기’은유
2.사유함의현상학(ThePhenomenologyofThinking)
1)정신(TheMind)의세가지기능
2)사유함의부산물로서판단과양심
3.사유함(Thinking)과행위함(Acting)의상호연계성
1)근대적사유함으로서데카르트의‘내관(內觀)’
2)아테네폴리스와‘아렌티안폴리스(TheArendtianPolis)’
6장사유함과‘무토대적토대(AGroundlessGround)’
1.아렌트의‘아르키메데스점’과코기토(Cogito)
2.‘아렌티안폴리스’와유목적주체
1)공영역과정치행위의유목성
2)유목적주체와정치행위
3.시민공화주의적분투주의와약속의정치
1)유목적주체와분투주의
2)‘약속의정치’패러다임

제3부‘인간다수체’의유형학과타자윤리학
7장사유함과‘인간다수체’의유형학
1.사유함과인간다수체
1)전도된코기토(TheReversedCogito)
2)인간다수체:‘단독적-다수의-있음(Being-SingularPlural)’
2.인간다수체의다섯가지유형
1)인간서식지(theHabitat)로서물리적세계(HP-I)
2)정치적으로조직된공영역(ThePublicrealm)(HP-II)
3)심미적판단공중(HP-III)
4)‘내부-공영역(AnInteriorPublicSpace)’(HP-IV)
5)정치적으로비(非)연루된‘타자’(HP-V)
3.하나의개념범주로서‘아렌티안폴리스(TheArendtianPolis)’
8장타자윤리학:레비나스vs.아렌트
1.두가지길항적하이데거효과2.레비나스의‘철학적’타자윤리학
1)타자에대해책임의식을느끼는주체
2)‘선(善)’의추구문제
3)‘나’와‘타자’의비대칭적소통구도
3.아렌트의‘정치적’타자윤리학
1)정치적평등과사유함의평등구도
2)사유함과사회정의요청
3)심미적척도로서양심의정치적유의미성
9장후기-근대의정치적조건과아렌트정치미학
1.근대성과전체주의의상관성
2.대의민주주의의보완책으로서시민불복종
3.21세기한국시민과‘정치적행동주의’

결어『한나아렌트정치미학』:“전인미답의사유여정에관한지적오디세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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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24년12월3일,대한민국에일어나서는안되는사건이다시금재현되었다.민주주의를지키기위해한달음에달려나온시민들과190인의의원들덕택에12월4일1시1분경비상계엄해제요구결의안이가결되어5시4분경에4시30분에있었던임시국무회의에서비상계엄해제가의결되었음이발표되었으나,그6시간사이에국가는상당한타격을입었다.범야권은1차탄핵소추안을공동발의하였으나여당은탄핵반대및표결불참을당론으로정했고,결국정족수미달로투표불성립이선언되었다.그러자시민들은매서워진추위에도거리로나와탄핵을촉구하였고,덕분에이어진2차탄핵소추안에서는재석300표,가204표,부85표,기권3표,무효8표로탄핵안이가결되었다.이후피의자로입건된현직대통령에대해공조본은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체포영장을발부받아2025년1월3일,체포영장집행을시도했으나경호처의반발로실패하였고,같은달15일,재차발부받은체포영장의집행에성공하였으며,같은날피의자측이서울중앙지법에신청한체포적부심은다음날기각되었다.그리고1월19일에는서부지법에서헌정사최초로현직대통령에대한구속영장이발부되었다.그러자그지지자들은서부지법을습격하고경찰과기자들을향하여폭력행위를자행하였다.

그렇다면,이러한일련의사건들은어째서일어났을까?그리고어떻게더큰비극을막을수있었던것일까?여태까지일어났던상황들을무미건조하게되짚는것만으로는이러한질문에응답할수없다는것이명약관화하다.이러한질문에응답하기위해서는상황의흐름과맥락,배경을되짚는데서더나아가,그상황속에있었던사람들을주목해보아야한다.그런데이상황은매우정치적인상황이고,그상황속에있었던사람들역시도매우정치적인사람들이기때문에,이러한질문에응답하기위해서는이상황과사람들을정치적으로바라보아야한다.그리고그도구로서매우적실하게제시될수있는것중하나는바로이책이논하고있는한나아렌트의‘정치미학’이라고할수있다.과연우리는한나아렌트의정치미학을어떻게활용할수있을까?너무많은내용을소개하기에는한계가있으므로,나는이책에서저자가제시하고있는인간다수체의다섯가지유형개념을통해서이야기를전개하고자한다.그다섯가지유형이란,인간서식지로서물리적세계인HP-I,정치적으로조직된공영역인HP-II,심미적판단공중인HP-III,내부-공영역인HP-IV,정치적으로비연루된타자인HP-V이다.이제이다섯가지개념을통해서앞서언급한사건들을재조명해보자.

HP-I은우리가태어나면서부터부여받은가족,지역,국가와같은물리적세계이다.그러므로이는정치적이라기보다는정치화하기이전부터우리가갖고있던배경이라할수있을것이다.HP-I은이정도로넘어가기로하자.우리헌정사의비극은정치적으로조직된공영역인HP-II의결함으로부터시작된것처럼보인다.여당과야당의협치는실종되었고,서로의주장만을내세우면서정쟁을일삼은지가오래되었기때문이다.이는제도권정치만의상황이아니다.우리는흔히사석에서정치이야기를하는것을꺼리곤한다.그러한사회적분위기는정치이야기가곧분쟁이되고마는우리의현실을잘나타내준다.우리의HP-II는병들어있는것이다.이병든HP-II가우리가마주한비극의배경이었다.이러한HP-II를바라보며특정사안에대해지지하거나반대할수있는잠재적세력이바로심미적판단공중인HP-III다.갑작스럽게비상계엄시국을접하게된우리시민들모두가이러한HP-III라할수있을것이다.다음으로정치적으로비연루된타자인HP-V는HP-II로부터배제된사람들이다.비상한상황임에도불구하고,우리시민과달리목소리를낼수없었던외국인같은이들이라고할수있다.마지막은바로이사건에서가장중요한역할을한것으로보이는HP-IV다.

HP-IV는바로우리내부에자리한공영역이다.이일련의상황에서가장중요한역할을한것으로보이는이내부-공영역은우리가다른사람들,즉주로심미적판단공중인HP-III와때때로정치적으로비연루된타자인HP-V까지를포함하는이들을우리안에초대하여의견을나누는자리다.그리고우리는이러한내부의의견교환을바탕으로현실의공영역인HP-II에서우리의의견을개진하게된다.이일련의상황에서드러난더욱심각한문제는HP-II에만연했던우리사회의질병이결국우리사회내일부구성원들의HP-IV마저도감염시킨것으로보인다는것이다.HP-V를자신의내부-공영역에초대하여HP-III로삼기는커녕HP-III마저도자신의내부-공영역에서HP-V화해버린이들은상대를배척하고상대와의대화를거부함으로써,마치하버마스가SNS에대해진단한것처럼“같은생각을가진사람들의차폐된반향실로후퇴하고”(하버마스2024,58)있었다.이들은위중한시국에도자신의차폐된내부-공영역속에서자신과유사한목소리들만을메아리치게했고,그것을HP-II로확대재생산하고자했다.다행인것은이들이소수에불과하며,다수의시민과일선군인들의HP-IV가제대로작동한결과,우리는또하나의“서울의봄”을맞지않아도되었다는것이다.

HP-IV가제대로작동함으로써비극을막을수있었던사례를살펴보자.야당의모의원은자신의보좌관으로하여금본회의장에출입이불가했던당시여당당대표를본회의장으로인도하게했다.본회의장이라는HP-II에서배제된타자로서HP-V에속했던당시여당의당대표를자신의내부-공영역에서비상계엄이라는위중한시국에함께해야할동료로서받아들이고,이를본회의장이라는HP-II에구현해냈던셈이다.결과적으로당시여당당대표는계엄군에의한체포를피할수있었고,그를따르는일부여당의원과범야권의단합된계엄해제결의라는현대사의한장면을만들수있었다.계엄군의경우를살펴보자.우리가계엄군에대해서일반적으로가지고있는역사적이미지와달리,이들은국회안에밀집한시민들을마주하고는자신이부여받은임무에소극적으로임하는방식으로항명했고,덕분에우리는비극적인유혈사태를피할수있었다.그것은그들이지금몰린시민중에자기가족이있을지도모른다는가능성을고려한결과,즉HP-III로서의시민들을자신의HP-IV에서HP-I으로받아들인결과였을것이다.이처럼HP-IV의비정상적작동은헌정사의위기를불러온한편,HP-IV의정상적작동은그위기속에서빛을발하며위기극복의길을제시해준것이다.

여기까지가이책에서소개하는인간다수체의다섯가지유형을중심으로살펴본현정국이다.그러나이책에서알려주는것은이것이다가아니다.이책은한나아렌트가미처완결짓지못한그의정치철학을대신해서계속써내려가고자한시도이다.저자는한나아렌트가『정신의삶』의마지막편인‘판단함’을끝까지써내려갔다면,그것은학계전반이동의하듯이임마누엘칸트가집필한『판단력비판』과밀접한관련을두고쓰였을것이라는데기반을두고,아렌트가칸트의미학을자신의정치미학으로거듭나게했다고보면서아렌트의‘새로운’정치철학을써내려가고있다.아렌트는과연자신의미완성유작인『정신의삶』에서어떤정치철학을내놓고자했을까?저자에따르면,“그가주창한새로운정치철학의사명은‘사유의정치적유의미성’을밝히는것이었다.”그리고그를위해서아렌트는“‘관조적삶’과‘활동적삶’의분리전통에맞서양자의상호연계성을조명하고,나아가양자의결합필요성을주장하는정치철학의새로운장”을열었다.이책을통해서우리는한나아렌트가내놓고자했던새로운정치철학,정치미학을배울수있을것이다.그리고그정치미학은우리에게정치적삶을,즉우리의‘폴리스’에서다른사람들과함께더불어살아가는법을제시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