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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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관종'에 대한 색다른 모색과 상상력!
관종’이란 키워드로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여덟 명의 테마 소설집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김홍 서이제 손원평 이서수 임선우 장진영 장희원 한정현. 현재 한국문학을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소설가 여덟 명이 ‘관종’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다종다양한 이 ‘관종’의 삶의 모양을 특수한 인물과 아이러니한 상황, 비정상에서 비껴 간 관계와 오해들을 소설의 문장으로, 문학의 언어로 다뤘다.
저자

김홍

2017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우리가당신을찾아갈것이다》,장편소설《스모킹오레오》가있다.

목차

김홍포르투갈…007

서이제출처없음,출처없음.…039

손원평모자이크…073

이서수젊은근희의행진…101

임선우빛이나지않아요…139

장진영첼로와칠면조…177

장희원남겨진사람들…205

한정현리틀시즌…233

출판사 서평

언니,내인생이이렇게된것은내탓이아니야.
누구나유명해질수있는시대탓이야.
사소한나를구독해주는구독자탓이야.
-이서수,〈젊은근희의행진〉중에서

불청객의삶을기꺼이받아들이는이세상의관종들에대하여

한국문학을대표하는젊은작가8인의
‘관종’에대한색다른모색과상상력!


때로는혐오의상징으로,때로는시대가요구하는자질로일컬어지는‘관종’.지금우리에게‘관종’이란말은꽤친근하다.뉴스와매체,정치인들이나연예인,수많은인플루언서등대중들의시선이집중된사람들을향한혐오와부러움의경계에놓인단어‘관종’.유명인뿐아니라친구나동료,가족들에게관심으로밖에자기증명이되지않는사람들.대개인간의성정이나특질로묶이기도하고더러는본능처럼인정욕망의한부류로치부되기도하는‘관종’.우리는이‘관종’들과함께공동체를이루며‘관종’의삶을원하기도하고또한편으로는극렬하게거부하기도한다.현재우리의자화상으로그려질법한‘관종’의삶,그런자화상에서문학은‘관종’의기원과방향성을탐색한다.‘관종’된사람들을,‘관종’하며바뀌어가는세상의풍경들을그려나간다.또문학은,타인에서시작해결국나에게까지이‘관종’의범위에포섭되어버리고만지금사회에서우리는얼마나‘관종’의삶을직간접적으로관여하고있는지에대해발화한다.이책의기획은거기에서시작되었다.한국문학을이끌어가는젊은작가8인의소설을통해,우리곁에숨어있되,또열렬히드러내세상의불청객이되길마다하지않는‘그들’의면밀한삶을,여덟편의강렬하고매혹적인이야기로만나본다.

지금우리의불행한자화상

바라봐주는것.나를바라보며나에게속박되어지길바라는것.손원평의소설〈모자이크〉는경쟁사회에서탈락된평범한젊은여성의삶을비춘다.별볼일없는스펙과학력으로세상에서점점밀려나기에바쁜.고시원에서의삶이이대로멈출것만같은,뜻밖에그녀가자신을성찰하게된것은회전초밥을보면서였다.“단조로운사이클에서저를끌어올린건,그러니까더는그렇게살지말아라,다시인간으로돌아가라,하는망치랄까도끼랄까,그런게돼준건친구도부모도아닌회전초밥이었어요.”질서정연하게돌아가며사람들에게선택받는회전초밥에서자신의미래를발견한그녀는,타인에게선택되어지는삶을살기로작정한다.손을찍는다.발도찍는다.그걸유튜브에올린다.목소리를입힌다.구독자가생긴다.구독자들은그녀의영상에‘좋아요’를누르고후원금을보내지만그만큼의대가로그녀의진짜의삶을원한다.연출된삶에환호하며동시에진짜삶이까발려지길바라는욕망.손원평의〈모자이크〉는관종이부여한인간의자극적인욕망의이면을다각도로체크한다.
이서수의〈젊은근희의행진〉은평범한소시민의삶에서‘관종’의흔적들이얼마나그들의삶에깊숙하게침윤해있는지를한가족구성원을통해다채롭게그려낸다.먹방,술방을거쳐북튜버로정착한뒤어깨를훤히드러내고가슴이푹파인옷을입은영상으로관종의삶을적극적으로사는동생.그동생이연락두절되었고,그녀가인스타사기피해를당했다는사실을알게된다.그로인해‘관종’이었던동생의삶을가족들은조금씩받아들이며이해하게되는데.“아이들은이미이시대의충실한구독자가되어버렸는데.어른들을훨씬앞질러가버렸는데.구독자수가권력이되어버린다는걸알고있고,그권력을어떻게이용해야하는지도잘아는데.”동생을통해관종의삶을알아가고,언니는자신의주변에가깝게침입해들어와있는관종의흔적들을하나씩발견해가며,세상의법칙은이미달라졌고자신이알고있던것과다르다는것을깨닫는다.
관심주는것이권력이된사회에서벌어지는가해와피해의관계는애정하는동시에분노하는아이러니한상황을만든다.서이제의〈출처없음,출처없음.〉은대중의관심에서멀어지고싶은연예인,진짜현실을피해가상현실게임으로도망치지만,게임안에서다르게거대한관심을받게된다는아이러니를소설화한다.아역배우였으나2차성징으로인해‘역변’하게된주인공은온갖악성댓글에시달리다못해모든활동을중단하고현실에서사라진다.그가숨어든곳은가상현실게임안.“그는세계에서최초로열매화석을발견했지만,그로인해그가얻게된건소문과오해들뿐이었다.”게임에서희귀아이템을얻은그에게또다시대중들의시선이향했고,그가원하지않는방식으로의관심,과거진짜현실에서그랬던것처럼사람들은또다시그를향해과도하게관심을두지만,그는여전히침묵했고그러했기에세상에는너무많은말들이남게된다.

솔직하고명확한욕망,비정상에서비껴간관계와오해

“조금이라도네가날봐주면좋겠다고생각했어.”장희원의〈남겨진사람들〉에서는‘관심’에서파생되는관계와사랑의시작과끝을덤덤하게그려나간다.문득,이유없이떠나게된여행.죽은전애인과의추억이새긴강원도어느도시를홀로여행하는그녀는,친구에서애인이되었던동성연인과의기억을되짚는다.강렬히원하지도,의식적으로가고자한여행은아니었다.무언가에이끌리듯,발길닿는곳에서어렴풋이살아나는기억의조각들.“자신쪽을돌아봐주기를,안타깝게그녀를보고있는것만같은기분이들었다.잠깐이라도자신을봐주기를바라는마음.왜자꾸그런간절한기분이드는지모르겠다고생각했다.”모든관계의시작은관심의시작이다.모든관계의끝은관심의끝이라는듯.소설은관계에서남겨진소소한얼룩같은감정을어루만진다.
임선우의〈빛이나지않아요〉는느닷없이세상에출몰하게된변종해파리를다룬다.검은바다한가운데별빛처럼빛나는해파리.사람들을빛으로유인한뒤촉수로휘감아자신과똑같은모습으로만들어버리는데.“사람들은해파리를저마다다르게받아들였다.누군가는해파리에게서멸망을보았다.누군가는신의모습을보았고,누군가는삶의탈출구를보았다.”저마다다른욕망의관심축으로바라보는해파리.소설은세계에출현하게된낯선해파리가인간사회에어떻게영향을끼치는지,해파리는자연스럽게우리에게새롭게전이된생각이나이념,유행,생각들로은유된다.관종의모습이해파리로은유되고어쩌면이소설의해파리처럼관종또한의도따위는존재하지않고,그저최선을다해반짝이고있을뿐이라는.혹은그빛에현혹되어관심두는자자신의어둠을발견하는것임을소설은일갈한다.
김홍의소설〈포르투갈〉은다른방식으로관종을은유한다.같은색이모여있는곳에유독다른하나의색.김홍의소설은포르투갈을여행하게된한국인한명을따라간다.포루투갈이라는낯선색.그낯선색중에점으로찍히는자신을이국의사람들은저마다의각기다른관심으로그를대한다.여행이란어차피그낯선관심받음과그에따른고통을얻기위해떠나는것이겠으나,소설에서의상황은그리즐거운것만은아니다.길을잃었고,일을잃었고,싸움이시작되고,언어도잃는다.하지만그는변하지않은,동일한무엇을깨닫는데.“마르바오올리브축제는그본질에있어증평인삼골축제와다르지않았다.세계는동일하다.지구는미국아니면유럽이다.세계는한때유럽이었고현행적으로미국이었다.어디에서있든당신은다르지않다.”소통의어려움.문화적차별.낯선장소가주는외로움.관심은,관종들은굳이말하자면어디에서든,어디든지,인간들이모여사는곳이라면동일한법칙으로존재하고찾아든다는것.

우리사회‘관종’의삶에대한은유들

“불행을연기하는”주인공은첼로로입시를준비하는딸에대해모르는이로부터문자를받게된다.딸이담배를피운다는것.장진영의소설〈첼로와칠면조〉는편중된관심의집중이하나의사건의실체를얼마큼이나오해하게만드는지,관심으로통칭되는애정어림이얼마나부수적으로사람간에오해를낳는지에대해자각하게만든다.“어쩌면책임을전가하고싶은지도몰랐다.해원이예고에떨어져괴로워하는것,뒤처졌다며초조해하는것,나의간섭을,나의방임을,그러다가나자체를미워하게된것,그모든게다이사람탓이라고믿고싶었다.”딸의가방에서발견된은단,그걸사진으로찍어엄마에게보내게된첼로선생님.엄마는딸의예고입시에서떨어진죄책감을덜기위해,자신의과도한관심이죄책감으로뒤바뀐상황을다른사람에게전가시킨다.
한정현의〈리틀시즌〉은관심을받아야만하는역사적사건들의피해사실들이‘관종’들의외침으로혹은혐오의목소리로둔갑되는안타까운현실을이야기한다.“내가누구를때린것도아닌데왜내가이렇게숨을죽이며살아가야하는건가.그러나내가당당히발언을하고살아갈수있을까,피해자들이발언할때마다관심종자냐고비꼬던사람들의모습들을나는봐왔는데.”국가폭력에희생당한역사적사건들의피해자들이대중들을향해내는목소리들.지금도길에서,거리마다목소리를내는5.18,4.3,세월호.소설은현재실재하는사건들의피해자들의은둔되어버린삶을비춘다.그리고그피해자의목소리들이‘관종’한다며비꼬며훼손되고그로인해사건은수면아래로잠기는현실을비통해하며,소설은스스로침묵하게만든역설적관심의피해의면면을차분히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