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그림자

새벽의 그림자

$16.80
Description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해가 저물면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한 필사의 새벽이 시작된다
1989년 11월. 동독과 서독을 가로막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 일순간에 무너졌다. 허물어진 베를린 장벽 사이로 동서독 사람들이 뒤섞였고, 그중엔 동독에 살던 북한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지구 반대편에선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입국한 탈북자들이 있다. 이념의 지지대가 뒤흔들린 삶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건 삶. 그들 앞에 펼쳐진 ‘그다음의 삶’은 어땠을까. 《새벽의 그림자》는 여기서부터 파생된 질문과 상상으로 묵직한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최유안이 그리는 탈북자의 삶은, 낯선 곳에서 다시 뿌리를 내려야 하는 이주민의 삶과 같은 선상에 있다.

섬세한 감정 묘사, 핍진한 장면 서술로 평단과 독자의 뜨거운 주목을 받아온 최유안의 신작 장편소설 《새벽의 그림자》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새벽의 그림자》는 연구 논문 면담을 위해 독일에 머물던 전직 경찰 ‘변해주’가 우연히 접한 ‘윤송이 사망 사건’에 흥미를 갖고 사건의 진실을 역으로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일했던 사람들이 은퇴 후 모여 일군 교민 사회 ‘베르크’. 그곳에 터를 잡고 인근 도시에서 공부를 하던 북한 출신 대학생 윤송이. 어느 날 윤송이가 한 폐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독일 경찰은 이 사건을 ‘타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동양인 대학생의 신변 비관 자살’로 종결짓지만 이주민 사회에 관심이 많던 뵐러 박사는 사건에 또 다른 내막이 있음을 직감하고 독일에 와 있던 해주에게 해당 사건을 알린다. 경찰 출신인 해주는 자신의 과거로부터 비롯한 모종의 죄책감을 등에 업고 사건의 내핵으로 주저 없이 파고들어간다.

소설가 이기호는 《새벽의 그림자》를 두고 “그동안 우리 문학에선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이야기”라고 짚으며 “간만에 힘센 서사, 절실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이제 우리는 이 작품을 모른 척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독일 사회, 허물어진 베를린 장벽 위로 촘촘하고 밀도 있게 쌓아 올린 힘 있는 서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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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유안

저자:최유안
2018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보통맛》,장편소설《백오피스》,연작소설《먼빛들》등이있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간만에힘센서사,절실한이야기가등장했다.
이제우리는이작품을모른척할수없을것이다.”_이기호(소설가)

《보통맛》《백오피스》최유안신작장편소설

존재하지만존재하지않는사람들,
해가저물면그들을잊지않기위한필사의새벽이시작된다

1989년11월.동독과서독을가로막고있던베를린장벽이일순간에무너졌다.허물어진베를린장벽사이로동서독사람들이뒤섞였고,그중엔동독에살던북한사람들도포함되어있었다.한편지구반대편에선목숨을걸고북한을탈출해중국을거쳐대한민국으로입국한탈북자들이있다.이념의지지대가뒤흔들린삶과자유를위해목숨을건삶.그들앞에펼쳐진‘그다음의삶’은어땠을까.《새벽의그림자》는여기서부터파생된질문과상상으로묵직한이야기를써내려가기시작한다.최유안이그리는탈북자의삶은,낯선곳에서다시뿌리를내려야하는이주민의삶과같은선상에있다.

섬세한감정묘사,핍진한장면서술로평단과독자의뜨거운주목을받아온최유안의신작장편소설《새벽의그림자》가은행나무출판사에서출간되었다.《새벽의그림자》는연구논문면담을위해독일에머물던전직경찰‘변해주’가우연히접한‘윤송이사망사건’에흥미를갖고사건의진실을역으로추적해나가는과정을그린작품이다.파독광부와간호사로일했던사람들이은퇴후모여일군교민사회‘베르크’.그곳에터를잡고인근도시에서공부를하던북한출신대학생윤송이.어느날윤송이가한폐건물에서추락해사망하는사건이발생한다.독일경찰은이사건을‘타지생활에적응하지못한동양인대학생의신변비관자살’로종결짓지만이주민사회에관심이많던뵐러박사는사건에또다른내막이있음을직감하고독일에와있던해주에게해당사건을알린다.경찰출신인해주는자신의과거로부터비롯한모종의죄책감을등에업고사건의내핵으로주저없이파고들어간다.

소설가이기호는《새벽의그림자》를두고“그동안우리문학에선충분히다루어지지않은이야기”라고짚으며“간만에힘센서사,절실한이야기가등장했다.이제우리는이작품을모른척할수없을것”이라고말했다.우리보다먼저통일이라는현실을마주하게된독일사회,허물어진베를린장벽위로촘촘하고밀도있게쌓아올린힘있는서사는세계유일의분단국가에서살아가고있는우리에게깊은울림을줄것이다.

“형,어둠이들려?”
“어둠은보이는거지들리는게아냐.”

‘해주’는동서독통합을주제로한논문자료조사를위해독일에머무는중이다.마지막면담을앞둔어느날,사례연구차연락을주고받았던뵐러박사가독일에서발생한동양인사망사건을전직경찰인해주에게귀띔해준다.사망자는빈덴에서대학교를다니던28세윤송이.그녀는한폐쇄건물에서추락해사망했고,사건은자살로종결됐다.하지만뵐러박사는윤송이의자살동기가충분하지않은데다재독교포거주비율이높은‘베르크’에사는탈북자라는점에의문을품고있었다.해주는윤송이가탈북자라는이야기를듣고한때형제처럼지냈던‘용준’을떠올린다.용준은해주를잘따르던탈북자동생으로,다른한국사람들처럼평범한직장에들어가가정을꾸리고아이를낳아평생한국에터를잡고살기를원하는이십대청년이었다.평양의학대학재학생이던용준이왜한국에서이런모습으로살고있는지이해할수없다고말하는해주에게용준은씁쓸하게대답한다.자신은한국에서그저탈북자일뿐이라고.

전기관련자격증을준비하며아파트건설현장에서노가다를해먹고사는용준이평양에있는의과대학출신이라는말을듣고선먹고있던소주를입가로흘려버렸다.(……)
“(……)너그런엘리트가왜이러고있어?”
“그래봐야……여기서나는그저탈북자일뿐이에요.”_본문에서

해주는사건조사차‘베르크’에방문한다.베르크는파독광부와간호사로왔던한국사람들이은퇴후정착해살고있는마을이다.해주와뵐러는같은의문을품고있다.거주민대부분이노인인마을에함께사는가족도,연고도없는북한출신대학생이거주하고있었다는게이해가가지않는다.그렇다고베르크에살고있는사람들과별다른갈등이있었던것같지도않다.학교,집,아르바이트를하는식당외에는다닌곳도없어서동선도특별할게없다.지극히평범하게살던윤송이는왜어느날갑자기폐건물에올라가스스로몸을던진걸까.사소한단서라도찾기위해무작정윤송이의주소지부터찾아간해주는그녀의집으로추정되는집창문을통해어린아이를안고있는오십대여성을발견한다.저여자는누군데윤송이의집에있는거지.안고있는아이는여자의손녀인가?아니면윤송이의아이인가?해주는일단잠복을하며그들의동태를살피지만,생각만큼일이잘풀리지않는다.베르크에사는사람들대부분경계가너무심했기때문이다.한국인인해주에게조차쉽게마음을열지않는다.

마침뵐러박사가회신을보내왔다.(……)뵐러가보낸메일에는윤송이가독일로들어오기까지의과정이정리된신문인터뷰가두어개첨부되어있었다.지역신문에난인터뷰인데구독해야열람가능한기사들이라해주가찾기는어려웠을거라고,혹시몰라보관해둔것들이니살펴보라고.뵐러는윤송이에대해알게된새로운정보도간단히요약해주었다.윤송이는애초에런던에오래거주하다독일에정착한바있고,살고있는집의건물주는한국계독일인장춘자라는사실이었다._본문에서

해주는결국베르크를뒤로하고빈덴소재의요양원에입원해있는장춘자에게접근한다.그녀와이야기를나누던해주는언젠가용준이자신에게해주었던말을떠올린다.탈북이그냥북한을나온다는말이면얼마나좋겠냐고,그것은이미목숨을내놓고시작하는일이라고.언제든북한으로다시끌려갈지모른다는불안속에서평생을살게되는것과다름없는일이라고.그럼에도뛰쳐나오는거라고.해주는윤송이에게서자꾸용준이겹쳐보인다.사건의내막을알아야만세상을등지고떠나버린용준에게덜미안할것같다.윤송이사건의진실은무엇일까.왜베르크사람들은저렇게까지폐쇄적인태도로일관하는가.

어딘가풀이죽은목소리였다.분단이니,통일이니하는것은이제그저단어로나존재하는것같아서.해주는고개를짧게끄덕였다.용준을만나지않았더라면관심이나있었을까.경장진급과먹고사는문제.겨우그것이해주삶을지탱하는전부가아니었을까.아니,이런문제들에관심이없는대부분의사람들에게당신잘못이라고말할수있을까.아무것도겪어본적없는사람들에게,생각하지않는다고손가락질할수있을까.
아니,그러면누가이런문제를고민해야하지._본문에서

아무것도변하지않았지만모든것이변해버린밤
죄책감에서빠져나올수있는유일한방법은‘그것’뿐이었다

앞서언급했듯,《새벽의그림자》속탈북자의삶은낯선곳에서다시터전을잡아야하는이주민의삶과같다.이소설이독일을주무대로한다는점은,독일이우리보다먼저통일을경험했다는것외에도시사하는바가크다.윤송이와그녀의아이를돌봐주었던베르크의교민들또한수십년전독일로이주해차별의시선을견뎌야했던이주민들이었고,목숨을걸고탈북에성공해대한민국에정착한용준또한탈북자를바라보는따가운시선을피하고자사력을다해서울말투를익히고취업을위한자격증취득에힘쓰는이주민이다.완전히뿌리를내리기위해서는우선차별의시선으로부터자유로워져야하기때문이다.하지만그시선으로부터자유로워지는것이가능한일인가.가능하지않다면우린앞으로어떻게해야하는가.《새벽의그림자》는그질문을향한답을찾아가는여정의출발점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