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잎 같은 여자 (양장본 Hardcover)

방앗잎 같은 여자 (양장본 Hardcover)

$17.08
Description
*서형자 시조집 「방앗잎 같은 여자」의 특징_책소개
서형자는 주변에 있는 사물은 감정이 있고, 그들이 겪어온 삶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을 채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시조인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듯 사물 또한 제 나름의 감각으로 세상을 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긍정의 힘을 가진 그의 시조는 가성으로 빚어내는 단순 기교가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육화의 산물로 보인다. 사물의 내면세계를 눈여겨 바라보는 그의 세심함은 꽃의 아름다움과 별을 보는 그리움의 시선으로 시조의 꽃을 피운다. 꽃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상징한다. 저간에 쌓아온 삶과 사유방식으로 사물에 대한 깨달음을 비빔질 하여 어둠의 시대를 밝히는 해맑은 꽃의 시조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 김복근
저자

서형자

저자:서형자
경남고성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3년재학중
2021년『경남문학』신인상등단
2023년『문학청춘』신인상
현재마산문화원청천시조학당,경남시조시인협회,한국시조시인협회,마산문인협회,문학청춘작가회동인지회원

목차


1부별을찾아서성이는꽃

보기드문꽃·12
봄을피운모란·13
세상의흰꽃은·14
방앗잎같은여자·15
풋모과달랑한개·16
능소화·17
모감주꽃·18
동백꽃·19
감꽃·20
머위꽃·22
몌별·23
등꽃환한날에는·24
구절초·25
탱자가라사대·26

2부혈육의정을그리는시선

30초여자·28
떠난남자·29
세신사·30
부고·32
다시만날수있다면·33
회상그리고지금·34
엄마·36
산울림·37
310626·38
옥수수사연·39
하루의힘·40
문득,봄·41
온통,유월이다·42
봄,광녀·43

3부침묵속의자화상

처음처럼·46
시금치를만나다·47
산화에대하여·48
흔들리되흔들리지않는나무·50
인연설·51
검은감을매단감나무·52
오월마지막일요일이른아침풍경·53
낯선오월·54
밥푸는일·55
쌀의겸허·56
머위의꿈·57
수세미의씨앗·58
파종·59
더덕의하얀추억·60

4부관조하는삶의지평

가을밤·64
아,시월·65
그네·66
풍경·67
낙타가하고픈말·68
이월의노래·69
깨진액정·70
그사월이다·71
원샷·72
겨울로간편지·73
요금별납·74
자작나무·75
절정·76
시월한페이지·77

5부습기를머금은것들은굳어간다

위양지를거닐다·80
상천저수지·81
봉암수원지·82
우포에달뜨면·83
보름달·84
두고오다·85
일출·86
8월의바다·87
비를읽다·88
물의치유·89
응시하다·90
못내그리운날에는·91
습기를머금은것들은굳어간다·92
사진한컷·93

해설|김복근_지상에피는꽃,시조로피운꽃·94

출판사 서평

지상에피는꽃,시조로피운꽃
-서형자시조집『방앗잎같은여자』에부쳐

김복근(시조시인)

서형자는꽃의아름다움과삶의질곡에대해관심이많다.그가보여주는시조에서꽃이차지하는비중은꽤높다.단순히노래하는것에서그치지않고,생태적원리를고구하며자신의삶과대비하기도한다.별을찾기위해꽃을바라보며지상을서성거리기도하고혈육의정을그리는다사로운시선을보인다.침묵속의자화상을그리면서관조하는삶의지평을넓혀간다.그런과정에서습기를머금은것은굳어진다는원리를발견한다.꽃이피고지는모습에서강한생명력을느끼기도하고,덧없음을상정하면서삶의의미를되새기는영감을얻고있음을본다.지상에피는꽃과인간의삶을보면서시조로꽃을피우는그의시작詩作활동이자못흥미롭다.

1.별을찾아서성이는꽃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말이의미하듯이꽃의생애는그리길지않다.그러나짧은생애지만최선을다해꽃을피우는모습에서아름다움을발견할수있다.극한적인환경에서피어나강인한생명력을보인다.척박한땅에서피어나는들꽃을보면서우리인간은어려움을극복하는삶의의지와철학을배우기도한다.

지구는눈만뜨면종일토록바쁘다
앞뒤로순서없는북새통같은하루
말갛게겹쳐진꽃잎열린봄이다습다

황사낀누런하늘송홧가루날린다
꽃보러나선아이눈가가메마르고
끈질긴자생력으로비밀을털어낸입

비갠후기지개켠샛노란혓바늘
돌담에옹기종기보란듯이펼친다
스스로몸살앓는날깊어지는그대향
-「봄을피운모란」전문

서형자의「봄을피운모란」은아프고혼란스러운봄을노래하고있다.우리나라의봄은대개3월중순에시작된다.바람이세고건조해서먼지와황사가사방으로날리기도한다.북서풍이꽃샘추위를몰고올경우는강한바람이불어온다.일교차가큰편이어서적응하기가쉽지않다.
화자의봄은제목부터반어법을사용하여의도적으로청자를혼란스럽게만든다.「모란을피운봄」이아니고,「봄을피운모란」이다.우리는흔히겨울이가고봄이오는것은관념적으로고생이끝나고행복한날을시작한다는비유로사용하는경우가많다.그러나화자가말하는봄은기쁨과환희의봄이아니다.‘지구는눈만뜨면종일토록바쁘다/앞뒤로순서없는북새통같은하루’가열리고‘다행히말갛게겹쳐진꽃잎열린봄이다습’하다.그러나2수에오면‘황사낀누런하늘송홧가루’가날리어‘꽃보러나선아이눈가가메마르고/끈질긴자생력으로비밀을털어낸입’은텁텁하기만하다.‘비’가개면‘기지개켠샛노란혓바늘’이돋아나‘돌담에옹기종기’펼쳐진다.‘스스로몸살’을앓고서야‘깊어지는그대향’을느낄수있다.
봄이되면계절성우울증환자가늘어나고,자살하는사람또한30%가봄철에나온다고한다.T.S.엘리엇의말처럼봄이드는4월은‘잔인한달’그대로인것같다.
이런현상은‘탱자꽃’을보면서‘발화는가시만큼/쏟아낸푸른언어’처럼‘아프다많이아팠다’며,‘눈부시게환한얼굴’(「보기드문꽃」)을보인다.‘물들되물들지않는소금같은생’(「세상의흰꽃은」)을살며,‘벌레와사귀었던시간을정리’하면서‘아쉬움’이‘많아/오지게버티’다가‘바람이/떨구고간/속울음붉은혈흔’에‘낙화는/말이없’고,‘죽어도/아니죽은듯/쓸쓸함을지우’(「동백꽃」)기도한다.‘벌레와사귀었던/시간을정리’하고‘성급한친구들은/지상의꽃이되’어‘오지게버티는나’(「풋모과달랑한개」)를본다.

2.혈육의정을그리는시선

인간은태어나면서천륜에의해부모와자식간의인연이생성된다.부모자식의관계에따라삶의형태는다양하게표출된다.부모는자녀를기르고가르쳐야하는임무를안고있다.치열한경쟁사회에서당당하게살아갈수있는사람을만들기위해정성을쏟게된다.자녀는가족의헌신과희생,사랑을일일이헤아리지못하지만,나이가들어부모의입장이되면서자연스럽게깨닫게된다.화자는현대적인어조와어투로부모와의관계미학을절절하게묘사하고있다.혈육의정을그리는그의시선視線은다사롭다.

청춘에방아를물레처럼돌린그녀
사금파리햇살받은이마가눈부시다
소골댁옅은그림자일렁이며따른다

오뉴월바람따라흔들리는그잎새
스스로향을숨긴사연많은슬픔이다
저능선바라다보는콩깍지를벗겨낸다

재실뒤대나무숲서걱대는댓잎곁에
지난해소리없이퍼트린소문같은
파리한낯빛의방아텃세를비켜앉았다

다리에힘이풀려주저앉은계단끝
보드라운살결로보라의꿈을꾸며
입안에푸른물이든채나뒹구는그대다
-「방앗잎같은여자」전문

표제작「방앗잎같은여자」는눈길을끄는가작이다.방아는배초향排草香이라고도하는데,다른풀들의향기를밀어낼정도로향기가강한식물이다.남부지방에서는향신료로많이사용하지만,독특한맛과향을내뿜기에호불호가갈리기도한다.
화자는어머니를「방앗잎같은여자」에비유한다.「방앗잎같은여자」는젊었을때는‘방아를물레처럼돌’리며,향신료처럼독특한삶을살았다.‘햇살받은이마가눈부시’기도했지만,세월따라‘그림자가일렁이’게되자‘스스로향을숨’긴채‘사연많은슬픔’속에서‘콩깍지를벗겨낸다.’세월은흘러‘파리한낯빛의방아텃세를비켜앉’게되고,‘다리에힘이풀려주저앉은계단끝’에도달하게되지만,절망하지않고,‘보라의꿈을꾸며/입안에푸른물이’들기도한다.화자의어머니는독특한개성을가졌던것으로유추된다.그삶이자신에게로전이되어화자와어머니,세상의다른여성으로확산하는이미지를보여준다.
서형자시조인은시적대상을객관적으로바라보는시안詩眼을가졌다.우리가살아가는주변에는수없이많은사물과사람들이존재한다.너무흔하게보여거기에있었는지알아차리지못할정도여서그존재를잊기도한다.이런일상의무심한존재에게보내는화자의시선은독특하게향상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