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18.00
Description
JTBC 다큐멘터리 〈취리히 다이어리〉 원작
누구보다 삶을 사랑했기에,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존엄’을 바란
말기암 환자 어머니와 딸의 마지막 동행
스위스 조력사망기관 디그니타스에서 생을 마감한 여덟 번째 한국인. 정확하고도 짧은 이 사실만으로는 故조순복 님을 다 설명할 수 없다. 남유하 작가는 이렇게 기록했다. 누구보다 삶을 사랑했고, 힘들 때 더 크게 웃었고, 암세포와 더불어 살고자 했으며, 고통을 끝낼 시기를 직접 결정한 뒤 마지막까지 하늘을 바라본 용감한 사람.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긴 투병 끝에 마지막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아픈 몸으로 8770km를 날아 스위스로 향한 故조순복 님에 대한 기록이다. 동시에 그 선택을 딸로서 또 같은 인간으로서 지켜보고, 동행하고, 한국에 돌아와 그 존엄한 죽음 이후를 맞닥뜨린 소설가 남유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들, 어쩌면 함께할 수도 있었던 시간들은 삶의 소중함과 존엄한 죽음이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고통을 끝낼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삶을 지탱하는 희망이 되는, 고통 받는 사람들의 존재를 담담히 알린다. 그러므로 이 책은 죽음이 아닌, 존엄한 삶에 대한 이야기로 완성된다.
자신과 같은 환자들이 언젠가는 한국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를 바라며 임종 순간까지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어머니. 어머니를 기억하고 그 용기를 전하기 위해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글로 썼다. 어머니의 죽음이 남긴 의미를 ‘다른 사람을 위한, 이제까지와는 다른 내일’을 만드는 데에서 찾기 위해서다. 이 책은 어머니와 딸이 함께 쓴 특별한 사랑의 기록이자, 존엄한 삶을 지키려 애쓴 한 사람의 눈부신 분투기이고, 동시대인들에게 던지는 ‘존엄한 삶’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다.

이 책은 삶의 가치에 대한 물음으로 인도하는 철학서이고, 자기 결정에 따르는 매뉴얼이 담긴 실용서이자, ‘하얀 가운의 신’으로부터 권력을 가져오는 투쟁기이다. 타인의 삶을 살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문학이고, 무엇보다 의존과 돌봄에 관한 르포르타주다. 우리에겐 사회문화적 금기를 가로지르는 더 많은 통증의 언어, 죽음의 언어가 필요하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존엄한 삶의 권리에 관한 상상의 지평을 넓혀줄 것이다. - 은유(르포 작가, 『해방의 밤』 저자)
저자

남유하

저자:남유하
2018년한낙원과학소설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다이웰주식회사』,『나무가된아이』,『봄의목소리』,『부디너희세상에도』등을출간했다.

목차

않는사람들/떠난엄마와떠날엄마/출국전인터뷰/출국전날/스위스에서엄마를떠나보내다/출국일,8월1일/오늘이내일이면좋겠다/엄마,안녕/셋이가서둘이오다/엄마없는엄마집/애도일기/애도일기/Goodbye,mydear/엄마의이야기를쓰는일/영혼의속도/불편한사람들/손톱을모으며/우리가가질수도있었던시간들/말할수없는죽음/장례식의의미/환생/엄마의CT결과를보다/엄마바위,왕할아버지소나무,청설모/추모귀걸이/검은옷을입는일/지상에서의마지막일주일/엄마의49재/엄마꿈들/사후세계를믿기로하다/사망신고/슬픔을걷다/달님,달님/죽을권리의날/엄마와평행우주/국회앞시위/존엄하게죽을권리/큰삼촌의죽음/추모식/국회토론회/같은슬픔을공유하는사람들/존엄한죽음이란/다시스위스로/에필로그/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누구보다삶을사랑한엄마의선택은죽음보다더한고통에서왔다”

이책은2023년,한국인으로는여덟번째로스위스조력사망기관디그니타스에서세상을떠난故조순복님에대한기록이다.기록자는그죽음을가장가까이에서지켜본딸이자,한국SF문학계에서남다른작품세계를인정받고있는남유하작가다.그의어머니는유방암수술후10년만에완치판정을받았지만바로몇달뒤‘조직에남아있던암이뼈로전이되어이미4기’라는시한부판정을맞닥뜨렸다.누구보다강인하고명랑한어머니는항암치료와수술을거듭했다.암세포와더불어살고자했다.그러나암은몸속곳곳의뼈로,피부로,위장으로,폐로마구뻗어나갔다.몸과마음의기능이거의사라진어머니는스스로목숨을끊을방법을떠올리기시작했다.작가는어머니가극심한고통을잠시나마잊기위해죽음을‘상상’할뿐이라고확신했다.그러나어머니의서랍에서비닐도뜯지않은붕대를발견한순간,작가는두려움에빠졌다.어머니가홀로,외롭게떠날까봐.작가는어머니에게‘자살하지않겠다’는다짐을받아내고,대신‘삶을마무리할좋은방법’을함께고민하기시작했다.그리고얼마뒤어머니는언젠가다큐멘터리에서본‘조력사망’을기억해냈다.두사람은진지한조사와논의끝에,외국인의조력사망을허용하는스위스행을결정했다.

이들이조력사망을결정한과정은충동적이거나감정적이지않다.더없이신중하고진지하다.함께밥을먹으며,또는침대에머리를맞대고죽음을이야기하는모녀의대화는너무나자연스러워서더욱애틋하다.말기암환자와그가족에게죽음은이토록일상에깊이파고들어있다.왜이런일이일어났는지대상없는분노를터뜨리다가도,진정서로를위하는일이무엇인지를고민하는날들.이기록은당사자가아니고서는상상할수없을환자와환자가족의일상을진솔하고담담하게보여준다.그풍경은독자에게이것이그들에게얼마나절박한선택이었는가를알린다.그리고묻는다.이선택을과연타인이평가할수있는가.

“언제끝날지알수없는고통에시달리지않을수있다.그고통을끝낼시기를직접정할수있다.그가능성만으로도엄마는조금밝아졌다.자신이원할때죽을수있다는사실이,역설적이지만엄마에게희망이된것이다.그것은,절대로죽고싶어서가아니다.천재지변처럼예고없이찾아오는,고문처럼가혹한통증을끝낼방법이죽음밖에없었기때문이다.”(52쪽)

죽음을결정하고,예약하며,실행하는일의무게

‘디그니타스’는말기환자와임종기환자의자기결정권을보장하기위해의사와간호사들이환자의조력사망을지원하는단체다.의학적말기환자,극한의신체적,정신적고통을겪는임종기환자에게죽음의자기결정권을보장하기위해설립되었다.

작가는어머니의뜻을존중하기위해,디그니타스와직접소통하며‘이별의날짜’를정했다.환자상태를알리기위한수많은서류,생애를담은기록,조력사망이환자자신의선택임을입증하기위한문서.디그니타스회원이되는것은물론,당연하게도조력사망을허가받는절차는까다롭고엄격했다.그긴과정에서작가는끝없이갈등했다.모든것을되돌리고싶은딸로서의마음,같은인간으로서어머니의결정에공감하는마음이수없이부딪혔다.한편어머니가주저할때마다작가는안도했다.어머니의죽음을예약하는부담에서벗어나고싶다가도,어머니가극단적인선택을할지모른다는두려움에빠지기도했다.그러는동안에도어머니의건강은악화되었다.대퇴골에이어위장으로도전이된암의극심한고통,앞으로의치료가노령의환자를더욱힘들게하리라는진단,최대2주까지만입원이가능하다는호스피스병원의회신….어머니는끝내뜻을굽히지않았다.어머니와의이별은병세가악화되며여러차례앞당겨졌다.어머니는고통에몸부림치는동시에“자신이원하는죽음을맞이하고싶다”는마지막소망조차이루지못할까봐염려했다.스위스에가기전까지두발로걷기위해네번째허리수술을감행했고,스위스에가기위해기운내어수액을맞았다.말기암환자는비행기에태워주지않기에고통을숨기며비행기에올라야했고,비행기에서사망할까봐마음을졸여야했다.작가는바닥난생의에너지를‘죽음’을준비하는데에쓰는어머니를원망하기도하고,슬퍼하기도하며단한가지만을생각했다.지금어머니를위해할수있는유일한일을하자고.

어제와는다른내일을위하여

이책은크게세부분으로나뉘어있다.조력사망을결정하고디그니타스행을준비하기까지를담은1부,스위스에서어머니와함께한마지막3일을담은2부,그리고3부는한국으로돌아온남유하작가의〈애도일기〉다.한국으로돌아온이후,작가는생각지도못한현실에부딪혔다.국내에서는불법이라공공연히어머니의죽음을알릴수없고,사망신고조차수월하지않았다.그자신에게는더없이커다란어머니의상실을‘말하지못하는죽음’으로남겨두어도될까?누군가의죽음을알리고,슬픔과추억을나누는‘애도’의과정을빼앗긴것은아닐까.어머니가비로소고통에서벗어났다는데대한기쁨도크지만,조금더함께할수있지않았을까하는아쉬움도컸다.〈애도일기〉는그슬픔과후회와방황과그리움을섬세하게담았다.작가는아버지와함께어머니의추모식을준비하고,어머니의죽음을알리고,존엄사를준비하는이들과존엄사로가족을떠나보낸사람들을만나고,아버지와이야기를나누고,어머니가남긴사랑의흔적들을보며묵묵히슬픔을‘걷는다.’충분히슬퍼하는동시에그슬픔에서벗어나고있는것이다.그리고잃어버린시간들을반추하며작가는생각했다.“어머니가낯설고먼나라가아닌,우리집에서눈감을수있었다면.”

작가는한국존엄사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존엄사스터디에가입하고,조력존엄사법제정을촉구하는집회에서목소리를냈다.조력사망을생명경시로치부하는이들에게환자가족으로서그과정이결코‘안락’하지않으며,그럼에도조력사망을감행한이유를알려그선택의무게와필요성을환기하기위해서였다.그과정에서작가는연대의끈을발견했다.같은슬픔을경험한사람들,고통에대항해다양한방법의투쟁을이어가는사람들,어떠한연고도없지만그결정을이해하고자노력하고,손을내미는사람들까지.이것은어머니가남긴위대한유산이다.

이제까지와는다른,수많은사람들의‘내일’을위하여

어머니와남유하작가의스위스행에는다큐멘터리촬영팀이동행했다.한국디그니타스협회를통해인터뷰로인연을맺은JTBC제작진의제안을어머니는선뜻받아들였다.모자이크없이출연을결정했다.자신이후로는말기환자들이한국에서,사랑하는사람들과마지막시간을보내며,죽음을맞을수있었으면좋겠다는뜻에서다.취재진은한국에서의준비과정,스위스에서의여정,그리고돌아온한국에서남유하작가가어머니의죽음을애도하고기억하는모든과정을담았다.어머니가선카메라앞에홀로서며,남유하작가는어머니와함께보낸마지막시간들을글로썼다.집필은두렵고고통스러웠다고,작가는고백한다.그러나고통을하루라도빨리끝내려는마음에“오늘이내일이면좋겠다”고말하던어머니의마지막소망이그시간을견디는동력이되어주었다.작가는이책을통해독자에게말한다.모든삶과죽음은존엄하다.연명치료외에는고통을끝낼방법이없는환자들이자신의존엄을지킬수있는방법을,사회가함께고민해야하지않을까?고통받아마땅한사람은없지않은가.

어머니의선택은,작가의결심은모두의동의를얻기는어려울지모른다.그럼에도불구하고작가는어머니의죽음이남긴의미를‘다른사람을위한,지금까지와는다른내일’에서찾기로했다.그결심은이책이지극히사적인기록을넘어,동시대를사는모든사람에게의미를가지도록한다.현대의학이연장한‘삶’을잘영위하는것만큼이나,잘죽는방법에대한사회적공감대가형성되고있음에도한편으로는조력사망법안이계류를거듭하고있는오늘우리사회의모순을직시하도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