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13.00
Description
영미 서정시의 살아 있는 전설, 루이즈 글릭의 마지막 시집
13번째 시집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을 둘러싼 시인의 이력을 간단히 되짚어 본다. 2009년에 출간된 11번째 시집 《시골 생활》 이후 2014년에 12번째 시집 《신실하고 고결한 밤》이 나온다. 이 시집으로 글릭은 같은 해 전미도서상을 받는다. 2015년, 국가 인문 훈장을 받는다. 글릭이 보여준 성취로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겠지만, 노(老) 시인에게는 그 상이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훈장을 받으며 주름진 얼굴에 보이는 시인의 수줍은 웃음이 다른 사진들보다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니 말이다. 글릭은 사진에서 잘 웃지 않는 사람이라 더 그렇다.

2018년에 두 번째 산문집 《미국의 독창성》이 나왔다. 2020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모두를 놀라게 한 사건이었지만, 시인은 막상 노벨문학상 전화를 받을 때나 수락하고 상을 타는 자리에서는 덤덤했다. 속내는 그렇지 않았을 지라도 우리 눈에는 덤덤해 보였다. 노벨문학상 연설에서 디킨슨의 시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 당신은 누구예요”로 시작하는 시를 읊던 시인.

노벨문학상을 받은 바로 다음 해 글릭의 13번째 시집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이 출간된다. 노벨문학상 이후 첫 시집이지만, 시작보다는 마무리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느낌이 크게 틀리지 않아서 시인의 마지막 시집이 되었다.

저자

루이즈글릭

LouiseGlück
미국의시인이자수필가이다.1943년에태어났다.1968년시집《맏이》로등단했고,1993년시집《야생붓꽃》으로퓰리처상과전미도서상을받았다.2003년부터다음해까지미국계관시인이었다.그동안시집열네권을발표했고에세이와시론을담은책두권을지었다.2020년노벨문학상,2015년국가인문학메달,1993년《야생붓꽃》으로퓰리처상,2014년《신실하고고결한밤》으로전미도서상,1985년《아킬레우스의승리》로전미비평가상등을받았다.2001년볼링겐상,2012년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서상,그리고2008년미국시인아카데미의월리스스티븐스상을받기도했다.예일대학교와스탠퍼드대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2023년10월세상을떠났다.

목차

시Poem
죽음의부정TheDenialofDeath
협동농장의겨울요리법WinterRecipesfromtheCollective
겨울여행WinterJourney
대통령의날President’sDay
가을Autumn
두번째바람SecondWind
밤에하는생각NightThoughts
지는해TheSettingSun
어떤문장ASentence
아이들이야기AChildren’sStory
끝없는이야기AnEndlessStory
빈방TheEmptyRoom
어떤기억AMemory
그많은오후와초저녁들AfternoonsandEarlyEvenings
노래Song

출판사 서평

‘목소리들’을계속존중하고싶은시인의바람

2020년노벨문학상수상소감을이야기하면서글릭은“친밀하고사적인목소리를계속존중”하고픈바람을내비쳤는데,시인이지속적으로몰두한죽음과상실의문제들,덧없는삶의애가들은친밀하고사적인목소리속에서그힘을얻기때문일것이다.물론그힘이란것도어떤낙관이나희망의이야기라기보다는다만서로목소리를나누면서전하는소소한위로와전달에더가깝다.
글릭은자신의이야기를할때도늘감추며이야기하는시인이라,그느낌이마지막시집까지계속된다.시인은어떤가면을쓰고있어서어떤때는남자가되었다가어떤때는아이가되었다가어떤때는하느님이어떤때는정원사가,어떤때는누구도눈길두지않는풀이되다가또어떤때는냉정한비평가가되지만,그모든가면사이로드러나는자기이야기를지울수없다.모든목소리는시인자신에게로모아지고,그목소리는다시시를읽는우리각자의목소리로자연스레바뀐다.

마지막을향해가는시인의깊이

시인의마지막시집《협동농장의겨울요리법》에는죽음에대한온갖암시와후회,과거를돌아보는마음,미래를바라보는마음이우울하게섞여있다.짧은시,대화체의긴시가고루섞인16편의시가삶의마지막을향해가는어떤행로를보여준다.그리고그행로는시인의것이기도하고독자의것이기도하고,이지구의마지막행로이기도하다.
죽음을앞둔노인의것인지,어린아이같이남아있는인간의영혼인지가늠하기쉽지않은목소리는시인글릭이만년에도달했을어떤심리적인깊이를잘보여준다.인간심리의복잡성과관계의미묘함이삶과죽음,사랑과기다림,희망과불안,현실과환상이뒤섞인대화와서술로엮여있다.
마지막시집을통해
모든사람의생명력과지혜에축복을빌다

시집의제목이기도한작품〈협동농장의겨울요리법〉은해마다겨울이오면노인들이숲으로가는이야기다.노인들은숲에서이끼를모으고이끼를삭히며힘든겨울을난다.힘든시절의힘든이야기다.삭힌이끼로샌드위치를만들기도하고,예쁜이끼로분재를만들기도한다.
영어제목‘WinterRecipesfromtheCollective’는여러가지로읽을수있는데,‘집단에서온’이라고하지않고‘협동농장의’라고한것은나름이유가있다.
이시는겨울이라는계절이몰고오는위기속에서반복되는인간노동이갖는의미를그린다.시절을가늠하기힘든몽환적인분위기속에서공동으로안간힘을쓰는인간의노력이한해의마지막달12월의추위를어떻게이기는지그리는시다.노동이꽃피우는어떤것,인내와공동의힘,협력이그나마추락하는이세계를지탱하고생존을가능하게하는지,글릭은개인의재능,혹은독단적인행위보다는함께함으로써의미가살아나는생명력과지혜를강조했다.

21세기노벨문학상첫여성시인루이즈글릭

2020년루이즈글릭의노벨문학상수상은시문단에서는기념비적인일이었다.2000년이후여성시인으로처음노벨문학상을받았기때문이다.1909년에〈닐스의모험〉으로노벨문학상을받은최초여성작가셀마라겔뢰프이후16번째이고,1996년비스와바쉼보르스카이후두번째여성시인이다.한림원위원인작가안데르스올손은“《야생붓꽃》(1993)에서《신실하고고결한밤》(2014)에이르기까지글릭의시집열두권은명료함을위한노력이라고특징지어진다”고했다.덧붙여글릭의작품세계를19세기미국시인에밀리디킨슨과비교하며“단순한신앙교리(tenetsoffaith)를받아들이지않으려하는엄정함과저항”이라고도표현했다.
루이즈글릭은50년동안미국시문단중심에선인물이다.한국에서는“그래요,기쁨에모험을걸어보자고요/새로운세상의맵찬바람속에서”라는구절이있는시〈눈풀꽃〉만알려져있지만,미국에서는현대문단을대표하는서정시인중한사람으로꼽힌다.퓰리처상·전미도서상·미국계관시인·국가인문학메달·전미비평가상·볼링겐상·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서상·월리스스티븐스상.그리고노벨문학상까지받은그녀의작품은우아함,냉철함,인간에게공통적인감정에대한민감성,서정성,그리고그녀의작품전반에걸쳐드러난거의환상에가까운통찰력으로지속적으로찬사를받는다.2023년10월세상을떠났다.

시공사의루이즈글릭전집프로젝트

2020년노벨문학상작가로루이즈글릭이호명된후,한국유수의문학전문출판사들이앞다투어루이즈글릭시인작품번역출간에경쟁을올렸다.2021년1월을기준으로시인의시집전체는시공사가맡아번역출간하는계약을하게되었고,2022년부터그녀의대표시집《야생붓꽃》,《아베르노》,《신실하고고결한밤》,《맏이》,《습지위의집》,《목초지》,《새로운생》,《내려오는모습》《아킬레우스의승리》,《아라라트산》을순차적으로출간하면서문학독자들로부터호평받았다.
세상을떠나기사흘전까지시인이손에서놓지않았던한국어판

시공사와루이즈글릭은2021년판권계약을완료한후부터마지막시집의출간까지긴밀히소통해왔다.시인은언어의장벽을허물고자신의시어를고스란히잘전달해줄단한명의옮긴이를함께선정하고자하였고,긴논의를통해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영미문학을가르치는정은귀교수가이작업을맡았다.영미시를우리말로옮기면서한국의시를영어로번역하여알리는일도병행해온교수의이력과,정은귀교수가국내에서손꼽히는루이즈글릭연구자라는점이,언어의장벽을걱정하는글릭의마음을안도하게했다.정은귀교수와시인은시어의번역과뉘앙스를두고치열하게질문을주고받았다.시어뿐아니라,시집전권의컬러에도의견을보태는등,한국독자들에게자신의세계가온전히가닿기를바랐다.마지막시집《협동농장의겨울요리법》까지의의견을주고받은지사흘이지난10월,시인의부고소식이전해졌다.

루이즈글릭의시세계가온전히옮겨진국가는한국이유일

2020노벨문학상발표후루이즈글릭의시집은독일,프랑스,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등에서번역출간되었다.이중시인의시집전권을온전히출간한출판사는시인이몸담은미국을제외하고한국이유일하다.